@LSW (근처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옴니큘러를 끼고 보고 있다. ...하필 당신이 껴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미간 찌푸리는.)
@callme_esmail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 뒤 흩어진다. 그런데... 옴니큘러의 렌즈에 *이쪽*을 바라보는 얼굴이 비친다. 기분 탓일까? 레아 윈필드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LSW (...) (옴니큘러 내린다. 아주아주 천천히... 뒷걸음질 시도.) (파스락. 나뭇잎을 밟았다.)
@callme_esmail (옴니큘러 속 레아의 모습이 사라진다. 직후 바로 근처에서- 아마 에스마일의 옆에서 인기척이 난다.)
@LSW (...순간이동이 뚫렸나? 큰일났는데... ...더 도망가지는 않고 눈만 움직여 옆을 힐끔 본다.)
@callme_esmail 오랜만이네요. 한동안 못 봐서 걱정했어요. (바로 옆에서 눈도 안 깜빡이고 바라본다. 지팡이를 겨누고 있다.)
@LSW (...당신이 지팡이를 겨눈 모습은 더 이상 그에게 아무것도 떠오르게 하지 못하므로, 그저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의 손등을 문지른다. 몸 옆으로 깃펜이 떠오른다.) "괜찮습니다. 보다시피 여기서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니 지팡이는 내려 주시겠어요? 위원장님."
@callme_esmail (화상 자국이 엉망으로 뒤엉켜 원래 도장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는 손등을 힐끗 내려다보고는 지팡이를 거둔다. 예나 지금이나 안위를 위협하는 적을 코앞에 두고도 태연스러운 당신의 태도에는 익숙해지기 어렵다.) 교직원인 건 알지만.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요? 위험하게. 이젠 기사단 "놀이"도 안 하면서.
@LSW (...시선을 눈치채고 손을 감춘다. 한동안 기억이 끊기고 나면 흉터가 하나 늘어 있곤 해서 기묘했는데.) "기사단이 놀이라면 제법 인기 있는 놀음이겠는데요. 당신도 같이 노실 생각은 없으세요?" (당신이 의도적으로 한 도발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마주 대꾸하고는,) "...그냥,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밤공기가 좋잖아요?" (뻔뻔하다.)
@callme_esmail 조심해요. 아직 보름날이 아니지만 이 숲에 늑대인간들이 산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혹시 모르는 일이죠. 누가 그런 시시한 "장난"은 관두고 같이 놀자면서 마담 시프를 콱 물어갈지. (뒷짐을 진 채로 에스마일의 주위를 느릿느릿 돈다.) 무섭지도 않아요?
@LSW (당신 본다.) "보름날이 아니면, 늑대인간은 그냥 사람이잖아요, 레아. 그냥 사람을 뭐하러...- 아. 물론 사람이야말로 가장 무서워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당신과 부딪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심하게 한 발짝씩 옮겨본다. 근처에는 검은 호수가 달빛을 반사한다. 그는 그것을 무서워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되었고, 당신 또한 마찬가지라.) "같이 놀자면서 물어가는 거면 같이 놀면 되지 않으려나요?"
@callme_esmail (레아의 말이 다분히도 이종족 차별적인-늑대인간들은 보름날 물림사고로 발생하니 같은 마법사들을 이종족이라 할 수 있겠냐만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잠시 제쳐두고. 어두운 물결 위로 밝은 빛이 어른거린다. 한순간 레아 윈필드의 눈에도 그 비슷한 빛이 어른거리는 것 같았으며, 그러다 사그라든다.) ...됐어요. 안 물어가요. 오늘은. (마흔 살은 먹어놓고서 꽤나 어린아이 같은 투였다.)
@LSW "...정말요?" (신기하면서도 그다지 신기하지 않다. 그의 기억 속에서 당신은 그를 해친 적이 없고, 아직 그가 선물한 푸른 리본을 매고 있다. 실제로는 그것은 해져 버려졌을 것이며 그는 머글태생등록위원회의 내부가 무의식적으로 익숙하다. 하지만 어쩐지 기뻐서 조금 소리없이 웃고는, ...당신의 머리 조금 위쪽 허공으로 손을 올린다. 쓰다듬는 시늉 하고,) "잘했어요." (그리고 잽싸게 손 내린다.) "오늘은 왜요? 피곤해요?"
@callme_esmail (물어갈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냥요. 본인이 먹잇감인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는 마멋은 물어갈 마음이 안 들어서요. 정말 물고 돌아가봤자 다른 놈들에게 빼앗길 거고... 전부 그냥 비유인 것 알죠. (어쩐지 맥이 쭉 빠졌다. 아주 지팡이까지 거두어 집어넣는다. 아마 에스마일 시프의 방식은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어떤 마법사의 무장 해제 주문보다도 효과적일 거다.) 자, 그러면요. 저는 당신 친구거든요. 지금 호그와트 안의 어느 곳들의 보안이 약하죠? 기사단원들이 적게 배치되어 감시가 약한 곳은요?
@LSW "...아무래도 제가 마멋...?은 아니죠," (어째 최근 마주치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죄다 그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지팡이 넣는 모습 보다가, 여전히 웃는 낯으로-그러나 조금 혼란스러워 보인다.) "레아, 제 친구, 친애하는 위원장님. 그런 걸 물어보시려면 지팡이 들고 하셔야죠. 제 메모가 그렇게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순서가 틀리지 않나요?"
@callme_esmail 그러면 순서대로 하길 바라요? 내 오랜 친구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죠. 귀여운 땅다람쥐가 아니라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시다면야. (목에 끈으로 연결해 걸고 있던 은색 도장을 -얼핏 보기에는 그저 장식품처럼 생겼다- 벗어서 쥔다.) 손. 이리 줘볼래요? (웃는 얼굴이다.)
@LSW "... ..."사람 대접"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와 위원장님의 의견 사이에 아주 큰 간극이 있는 듯한데... 그보단 애완동물 취급에서 해충 취급으로 넘어온 것에 가깝지 않을까요?" (도장을 쥐는 모습을 처음 보는 광경처럼 본다. 평소에 당신의 목에 걸린 것을 의식하지는 않으니 정말 장식품쯤으로 여겼는지,) "다른 절차 같은 건 필요 없습니까? 참관인이나... 혐의는 또 뭐고요." (손은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있다.)
@callme_esmail 겸손하군요, 마담 시프. 하나만 정정하자면 전 이때까지 당신을 유해조수 취급한 적이 없었답니다. (하지만 찍어눌러 흔적을 지우고 없애야 하는 대상이라는 의미에서라면 그 표현이 맞을 테다. 당신에게 그래야만 레아 자신이 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리고 한 가지 더. 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는 즉결처분권이 주어지거든요. 절차 정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밀어넣어진 에스마일의 손목을 억세게 잡아채 빼낸다.) 말해봤자 또 잊어버리려나...
@LSW "...하지만 전에, 제가 지표종이라고는 하셨었죠. 맞나요-?" (끝까지 평온한 음성과는 대조적으로, 어금니를 악물어 가며 당신과 힘겨루기를 두어 번 해 보지만 역부족인 듯하다. 당신의 것과 비슷하게 가늘지만 빛은 더 짙은 손목이 강제로 끌려나와 드러나고, -하지만 그 끝의 손은 비어 있지 않다. 다음 순간 뾰족한 것이 당신의 턱밑에 와닿는다. 소나무로 된 지팡이를 당신에게 겨눈 채 대꾸한다.) "절차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당신은 아주 중요하다는 조직의 위원장이고. 그러니까 원칙이나 영장이나 권리나 항소 같은 세부 과정은 다 둘째치자고 해 보자고요... 하지만 목적을 위해 과정이 합리화될 수 있다고 한다면, 최소한 그 목적은 그만큼 더 선명해야 되지 않겠어요. (당신의 꿰뚫는 듯한 푸른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다. 진실한 평결이라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눈으로.)
@LSW -제가 무슨 죄를 지었죠? 제가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해서 그 대가로 당신에게 낙인이 찍혀야 합니까? 부디 당신이 그 입으로 선고해 보세요, 레아 세네카 윈필드 위원장님. 혹시 모르잖아요? 당신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답해 주신다면... 제가 이번에는 기억할지."
@callme_esmail (당신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당신에게 저지른 잘못들과 죄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들을 아는 척 할 때가 있으나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건 스스로의 기억이 아닌 어딘가 옮겨적어둔 사실들- 또는 다른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거라고.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내게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다. 십 년 전 그를 거의 피말려 죽일 각오로 몰아붙이고 비명을 지르게 한 사람에게 유하게 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초식동물이 최초로 드러낸 송곳니 같은 그 지팡이가 턱을 겨누고 있음에도 레아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에스마일의 손목을 쥔 손아귀 힘이 느슨해졌으나, 그것을 놓지도 않았다.) ...좋아요. 공명정대한 판결을 원하시니 하나씩 읊어 드리죠. 에스마일 시프의 첫 번째 죄는 살아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당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 모든 것들에게서 도망치고자 스스로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설명도 필요할까요?
@LSW (하지만 그는 당신에게 언제나 유했다. 열네 살 때도, 열일곱 살 때도, 스물한 살 때도... 그가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좀더 오래된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죄목까지 듣고 입을 열려던-정확히는 깃펜에게 다시 생각을 받아쓰게 하려던 순간 당신이 말을 덧붙인다. 그는 지팡이를 치우지 않은 채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설명이라, 네.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
@callme_esmail (아주 오래되었으니 그 원인을 짚고자 거슬러 돌아간다면, 당신이 태어났다는 그 첫 번째 죄목이 문제였다.) 그 말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첫 번째, 살아있는 죄. 제가 보건대 당신 일가는 저주받은 모양이더군요. 닥쳐올 운명을 알고서도 나설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죠. 그런데도 용케 살아남았어요. 하이파와 다니아처럼 죽지도 못하고. 누르의 복수는 다 마쳤던가요? 적어도 그때 혀를 잘릴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갇혀 영영 나오지 못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거예요.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서 말했다.)
@callme_esmail 두 번째. 포기하지 않은 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 숙여 살아야죠. 온전하지도 않은 기억을 가지고 싸우겠노라 사지를 뻗대던 이유는 뭔가요? 그런다면 정말 뭐라도... (잠시 말이 멎었다.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고. 세상이 제법 바뀌어 있었다. 당신의 말들로. 깃펜에서 쏟아낸 잉크로. 당신이 흘렸던 피로.) ...뭐라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던가요.
세 번째. (그는 가능하면 태연스레 말하고자 노력했고,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왜 그랬던 거죠? 왜 그래왔던 건지, 그 이유는 기억하나요? 무엇이 당신을 이루죠? 무엇이 당신을 에스마일 시프로 두나요.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네, 에스마일? 대답해 주시겠어요?
@LSW (짧지 않은 침묵 후 깃펜이 움직인다.) "...첫 번째는 인정하겠습니다. 두 번째도요." (하지만 열네 살 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그럼에도 당신을 상처입히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더 이상 의문을 갖지 못한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지 않고, 시야가 흐려지지 않으며 당신의 말은 그에게 충분한 상처가 되지 못해서, ...그야 기억 속에서는 바로 어제, 혹은 아까까지 멀쩡히 있던 아끼는 이가 갑자기 더 이상 거기에 없다, 그것도 이미 한참을 떠나 있었다 들었을 때. 그것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최소한 에스마일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스름 속에서 검은 눈이 큰 노력 없이, 스스로를 더 이상 깎아내지 않고 당신을 부드럽게 마주 본다. 관망한다. 검다는 것은 더 많은 빛을 흡수한다는 뜻이고.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한순간 일렁이다 사그라드는 빛을 눈치챈다- 그를 가장 잘 상처입히기 위해 고안된 가학적인 말들 가운데의 아주 작은 망설임을.)
@LSW ..."인정합니다. 만약 당신이 제가 살아 있는 것이 죄라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죄를 지은 것이 되겠죠. 굴복하지 않고-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항하는 것이 죄라고 말씀하신다면 그 또한 제 죄목이 되겠고요. 그런데," (어절에 맞추어 고개를 기울인다. 헨 홉킨스가 했던 말이 맞다. 그는 망가졌지만 어쨌든 여전히 살아 있다. 아이작 나디르가 반문했듯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하면,) "새삼 말씀을 들어 보니 저는 많이 아팠을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당신이 그 도구를 들었을 때부터 무섭거든요. 그걸로 지져지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는데... 사실은 상상할 필요도 없다는 거죠. ...아... 이제 기억난 것 같아요, 레아. 저는 도망쳤던 것이 아니에요. 항변하겠습니다." (입가를 끌어올린다. 한쪽 입꼬리에 아주 작은 흉터가 있다. 내부로 이어지는 상흔이 보이지 않아도 거기에 있다 상기시키는 것처럼,)
@LSW (그것은 그가 웃고 있지 않을 때마저 삐딱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저는,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 뭐라도 바꿀 수 있을 날을. ...무언가는 바뀌었다는 것이 드러날 날을. 그래서 당신이 웃을 때 제가 그걸 똑바로 보고 뿌듯해할 수 있을 날을 말이죠. 그래서, 저는 오랜 친구로서, 당신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팡이를 거두고 물러서면 당신의 턱 아래에 나무에 긁힌 상처가 남은 것이 보인다. 그대로 두면 며칠을 따가울 것이다. 불에 달궈진 금속이 남긴 화상흔보다야 훨씬 덜하겠지만. 그는 손을 내밀지만 그것은 당신의 팔목에 얹기 위해서다. 오래 전 당신이 거울처럼 감싸쥔 곳에.) "살아 있는 건, 살아남아 버린 건 죄가 아니에요. 기대한 것도 죄가 아니고. 기대가 저버려졌을 때 아팠던 것도. 그러니 뻔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윈필드 위원장님."
@LSW "당신은 잘못된 죄를 묻고 있는 거고, 감히 말하자면 그게 당신의 죄가 되겠습니다. 좀더 분발하셔야겠어요..."
@callme_esmail (당신은 아주 오래 전에도 그랬다. 졸업반 시절 횃불이 걸린 계단을 걸으며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무엇이든 행동하면 바뀌고 그로써 조금이라도 바꾸어나가고 있다고. 그 고통을 겪으며 입가와 가슴에 지우지 못할 흉이 남아도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 보았던, 반쪽짜리 어두운 시야로 걷던 힐데가르트 마치를 떠올린다. 당신들은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지독할 정도로 끈질기며 내가 죄라 선언했음에도 불복한다. 왜?
당연하다. 그건 죄가 되지 못하니까. 내가 당신들을 불러내 손등을 지지고 고문 저주를 채찍처럼 휘둘러도 기대가 저버려지는 건 죄가 아니니까. 당신은 그저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끊임없이 버티면서.)
@callme_esmail (은색 도장을 내려다본다. 그 물건에는 저주가 걸려 있어 눈 모양이 조각된 표면이 살갗에 닿는 순간부터 뜨겁게 달아올라 피부를 지져 지울 수 없는 흉을 남긴다. 이 정도로는 당신에게 충분한 상처가 되지 못했던 거다. 공포를 줄 수는 있어도, 내가 당신에게 가할 수 있는 고통이 고작 그 정도여서. 제아무리 여러 번을 겹쳐 덧눌러 찍어보았자 가릴 수 없었던 거다. 그래서. 그래서......)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요. ...됐어요. 놀이는 여기까지예요. (이상하리만치 싱겁게 말하고는, 빠르게 지팡이를 들어 에스마일을 겨누어 주문을 쓴다.)
"크루시오!"
(당신에겐 기억이 없겠으나 레아에게는 이쪽의 대화방법으로 당신을 대하는 것이 훨씬 익숙했으므로.)
@LSW (하지만 어리고 고통을 좀더 모르던 그가 그때 바깥의 적들을 상대로 내밀던 오기와, 지금 당신을 상대로 어떻게든 버텨내는 절박함은 힐데가르트의 투쟁이 본질적으로 생장이고 그의 투쟁이 본질적으로 연소인 것만큼이나 다르고, 그리하여 당신은 굳이 오블리비아테를 쓰지 않아도 그것을 조금씩 파괴할 수 있다. 땅속에서 여름을 기다리는 번데기가 매미가 되기 전 끄집어내 짓밟을 수 있고, 나비가 날개에 문양을 그려내 보호색을 띤다 한들 거미줄을 늘 피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저 끝내 죽음만을 내놓을 수 없었을 뿐... ...)
(간결한 대꾸에서 이상을 감지하지만 조금 늦고, 당신의 지팡이에서 불꽃이 튀면 태어난 이래 기억에 없는 고통이 익숙하게 몸을 휘감는다. 당신의 팔에 아직 한 손을 얹고 있다가 무릎이 꺾이면 그것이 경련하며 갈퀴처럼 조여든다. 숨이 넘어가도록 비명을 지르다 제풀에 헐떡이고,)
@LSW (정신과 몸이 버텨내지 못하고 몇 초 간격으로 기절했다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흐느끼는 소리 아래로 미처 정지하지 못한 깃펜의 촉이 양피지 위를 하릴없이, 돌바닥에 스스로를 부러뜨리는 여린 손톱처럼 긁기 시작한다.) "-아파/뜨거워너무아파요/제발그만잘못했어요/아파제발/레아- أمي، من فضلك، أمي، لا"
@callme_esmail (에스마일의 수어도 이국의 문자도 읽지 못한다. 배울 필요가 없었고 앞으로도 배우고 싶지 않았기에, 그건 그저 검은 잉크 자국일 뿐이다. 혼란스럽고 정신없이 깃펜이 돌 위를 오가며 말을 쏟아내도 그건 그저 당신이 흘린 피일 뿐이다. 그는 쓰러진 당신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아 머리를 들게 한다.) 이쪽이 훨씬 보기 좋군요.
원래 말이죠, 에스마일. 힘을 쥔 사람에게는 그 세 치 혀가 소용없기 마련이랍니다. 그래서 펜이 칼보다 강할 수 없는 거죠. 혓바닥은 물론이고. (눈물 젖은 검은 눈에 레아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레아는 그것이 마치 석탄 같다고 생각했다. 또는 숯. 까맣게 타버렸으나 한 줌 재가 될 수 없던 것. 그러나 제아무리 불타지 않은 것이라도 으깨어 부수면 그만이다.
아주 오랜만에 당신을 죽일 생각이 들었다.)
따라와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거든요...
@callme_esmail (그대로 당신을 끌고 간다. 얼추 순간이동을 할 수 있을 지점까지 간 뒤, 그곳에서 당신과 함께 사라진다. 두 사람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모여 있고 텐트가 세워진 곳에 도착한다.) 포로를 잡아왔어요. 우릴 쥐새끼처럼 염탐하고 있더군요.
@LSW (...고통이 그쳐도 의식하지도 못한 듯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간헐적으로 울음과 애원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를 낸다. 깃펜이 기어이 고장났는지, 혹은 이쪽의 사고가 잠시 끊겼는지 양피지 위에는 어떤 언어도 되지 못하는 선들이 느릿느릿 서로 겹쳐질 뿐. ...잡힌 머리채에도 불과하고 미약하게 고개를 젓지만 말의 내용에 반박하려는 건지, 본능적인 공포인지 또한 분간할 길이 없다.)
(마지막 문장의 암시는 확실히 이해한 듯 가지 않겠다고 발을 끌며 버티지만, 결국에는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 의식의 아주 작은 일부가 또 이 짓거리냐고 한탄하는 동시에 나머지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callme_esmail (빈 손으로 지팡이를 휘둘러 깃펜과 양피지를 둥둥 띄워 따라오게 한다.) 안녕하세요 마일즈. 제가 심문할게요. 아시잖아요. 포로 조사는 제가 적합한 거. 네, 로즈. 잊지 않았죠, 물론이에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 필요해지면 불러요. 지금은 좀 바빠서. (에스마일을 붙잡아 끌고 가는 것만 아니라면 몹시도 일상적으로 들릴 말투다. 이쪽을 힐끗 보는 자들이 있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자꾸 움직이면 더 아프기만 할 거니까 얌전히 있어요. (어느 텐트로 들어간다. 겉보기와는 달리 지하실 같은 공간이며 중앙에 기둥이 있다. 다른 '손님'이 다녀간 모양인지 바닥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다. 거기 에스마일을 내던지며 또 지팡이를 움직이자 에스마일이 기둥에 결박당한다. 레아는 여기까지 챙겨온 에스마일의 지팡이를 빼들고는, 아까 그가 그랬던 것처럼 지팡이 끝을 그의 턱에 가져다 대고 고개를 들게 한다.)
@LSW (...스쳐지나가는 이름이나 얼굴, 기지의 구조 같은 정보를 외워 둘 정신까지는 없지만-그런 것이 있을 때도 있었다-, 충분히 몸부림치면 도망칠 수 있다고 믿기라도 하는 건지, 오기인지 미약한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엔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결말이지만.
사슬이 손목과 팔을 휘감으며 조여들자 벌써부터 저릿하게 피가 통하지 않기 시작하고, 턱밑에 와닿는 뾰족한 끝에 이를 악물며 고개를 쳐든다. 당신의 시선을 마주하려 애쓰며, ...깃펜이 떠오르더니 드디어 다시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 영어를 적는다.) ..."거짓말쟁이. 레아. 오늘은 안 물어간다고 하셨으면서."
@callme_esmail 제 버릇을 잘못 들인 건 에스마일이에요. 전 항상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걸 넘어가준 것도 당신이고. 그러니까... (지팡이 끝이 에스마일의 턱 아래를 꾹 누른다. 레아 자신의 턱 밑이 따끔거린다. 그 감각을 무시한다.) 당신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하세요. 일어날 일이었어요, 언젠가는.
(에스마일의 지팡이를 근처 서랍장에 올려두고는 자신의 지팡이를 쥔다.) 변론할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번만큼은 잘 새겨듣죠. (일종의 예고다. 에스마일이 '변론'을 마치는 순간부터 어떤 일을 치르겠다는.)
@LSW (...작게 끅, 소리를 내고, 당신이 자신의 지팡이를 찾아 쥐는 모습을 보자 아랫입술이 떨린다.) "...변론이요. 변론... ...?" (당신의 시선과 지팡이 끝 사이에서 눈빛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고개를 모로 틀더니, 깃펜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아파요... 아프고, 무섭다고요. 제가 당신한테 뭘 했든, 이 정도로 잘못하진 않았잖아요. 제발, 제 말 들리면 하지 마세요. 더는, 저 아파요..."
(아까의 당당한 모습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이, 그저 그가 알기로는 생전 처음으로 겪는 고통과 모욕 끝에 벌써 지친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의 행위를 수용하려 했다가, 그 다음에는 당신을 이해하면서도 당위의 목적에서 설득하려 했고, 심지어는 처음으로 갇혔던 저택 지하에서도 당신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참 지속된 고문에 이골이 나 있었다.)
@LSW (그러므로 이것은 열네 살 때도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던, 정확히는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 시작된 전쟁과 당신과의 대화가 한데 모여 촉발된-)
@callme_esmail 안 들려요. (당신의 말을 보고 읽어도 들을 수 없다. 설령 읽는다고 에스마일이 표현했어도 거들떠 본 척도 하지 않았을 것이나.)
말했잖아요. 살아있는 죄라고. 그 때, 저택으로 끌려가서 죽지 못했던 죄라고. 누르를 죽게 한 죄라고... ...그거 알아요? 저, 누르의 몸을 아직 가지고 있어요. 잿가루가 남았더라고요. 되는 대로 쓸어왔어요. 들여다보지 않은 지 십 년이라 상하진 않았을까 몰라. 하하... ...(가슴을 할퀴는 듯 아프다. 대답을 한다는 건 당신이 하는 말을 전부 듣고 있다는 증거다. 당신은 그 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아프고 무서웠다고. 뭘 잘못했느냐고 따지고 들었어야 했다.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어떤 호기심으로 레아를 대했고,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돌아왔다.)
...혀가 붙어있을 때 진작에 말했어야죠. 아프다고. 무서웠다고...
@callme_esmail 그러면 첫 번째 죄를 말하죠. 당신이 감히 살아남은 죄. (말하며 쏘기 저주를 날린다. 채찍질하듯 날카로운 통증이다.)
@LSW (...동생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자 조금은 아픈지 눈을 감다가,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오자 다시 뜬다. 당신이 뭘 아직 가지고 있다고? 겁먹은 나머지 별 희한한 환각을 듣나 싶다가, 하지만 공허한 웃음에 대꾸할 틈도 없이...
한 차례의 저주가 그치자 숨을 헐떡인다. 묶인 몸을 불길처럼 훑는 고통을 견디려다 입 안쪽 살을 잘못 깨물었는지, 반쯤 벌어진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올려다보는 눈빛에 독이 올라 핏발이 서 있다.) "당신이 당신 지금 표정을 봐야 하는데. 레아, 저는, 복수 다 못했는데, 괜찮아요. 누르가 죽은 건 제 잘못인 거 아는데, 벌써... 가슴 속에, 아니면 머릿속에 다 묻었어요. 당신이 저보다 더 아파 보여요... ... (웃음을 터트리자 피거품이 튄다.) ... 봐요. 제가 당신이 잘못됐다고, 어떻게 말해요? 당신을 어떻게 혼자 보내냐고요. 모르겠어요, 전 최선을 다했어요, 그게 부족했다면 미안해요..."
@LSW "...하지만, 지금 말했잖아요. 아프다고... ... 전 한참 전부터 당신만큼 망가져 있었는데, 절 충분히 아프게 하면 우리가 고쳐질까요? 정말로? 당신이 그때 저를 떠나게 만들었다면 뭔가 나았을까요? ...제가 제발 그만해 달라고 빌면 정말 의미가 없나요?"
@callme_esmail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읊을 마음도 사라졌다. 이건 더 이상 변론이 아니다. 선고도 되지 못한다. 그저 내장을 다쳐 입에서 피를 흘리며 견디는 사슴을 눈앞에 둔 기분이다.)
헛소리 마요. 잘못된 건 당신이라고요. 당신이에요, 에스마일. 날... 나를 증오하세요.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요. (그러니까 이건 전부 내 잘못이고 내가 잘못된 탓이니까 제발 그걸 인정해달라고. 우리는 거울의 한 쌍처럼 한참 전부터 망가지고 고장나 있었다. 이건 고치려는 일이 아니며 교정행위도 아니다. 그저 당신도 나도 망가진 채로 두고자 하는 관성적인 습관일 뿐으로.)
...(따라서 이 행위에는 어떤 의미도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팡이를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깐 쉬고 계세요. 바람을 쐬고 올게요.
(그 이후 줄리아가 찾아와 당신으로 분장했고 당신은 붉은 천과 함께 떠밀리듯 살아남았다. 여태까지 살아남아왔던 대로.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