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aide_H 그리고 오지 않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말해두죠, 아들레이드.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그늘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한 발짝 앞으로 내딛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맞았군요. "그쪽"과 협력 중인 거.
@jules_diluti 쥘. (그늘에서 나타나는 인영에 멈칫한다. 드러난 이를 본 얼굴에 옅은 낭패감이 깃들고, 습관처럼 어색한 미소가 그려진다.) 음... 좋은 저녁이에요?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쉰다.) 오래 도망다니는 건 힘드니까요. 어차피 쫓기는 신세인데... 한 번쯤 이래보는 것도 괜찮겠지 싶더라고요. (어깨를 살짝 으쓱한다.) 이제서야 터놓고 말해보네요.
@Adelaide_H 미등록 애니마구스라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도망치기 어렵지도 않을 텐데요. 저도 진작에 그런 쪽으로 연습이나 해둘 걸 그랬어요. 학창시절에도, 그 이후로도 눈치챈 적이 없는데... 대체 언제 그런 재주를 익히신 거예요? (잡담이나 하는 듯한 어조. 그러니 지팡이를 주머니에 넣는 대신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jules_diluti (어린 시절 칭찬을 들으면 나오던 수줍은 미소가 조금은 씁쓸하게 비틀린 채로 걸린다.) 애니마구스라고 방어 마법이 걸리는 건 아니니까요. 쥐처럼 시야에서 숨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언제든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손에 쥔 지팡이를 꽉 쥔 채 곁눈질로 쥘의 손을 확인하며 말을 잇는다.) 졸업하자마자요. 그 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기를 잘 했죠.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이렇게 줄어들 줄은 몰랐었는데. 하마터면 쥘을 페럿으로 변신시켜줄 뻔 했잖아요.
@Adelaide_H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는걸요. 페럿으로 사는 게 제 적성에 보다 맞았을 수도 있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전부 나보고 동물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하던데. 족제비나, 양이나, 박쥐... 뭐 그런 것들이요. (어깨를 으쓱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권총 홀스터에 손을 올리듯 지팡이를 만지는 사람치곤 지독하게 실없는 한담이다.) 그래도 당신을 고발하거나 하진 않았을 거예요. 첩자 노릇은 선동가의 업무 개요에 없어서요. 난 당신을 믿었어요, 아들레이드.
@jules_diluti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마법부는 마법사를 셀 뿐 길 위의 모든 동물을 세지는 않으니까요. (시선은 여전히 쥘의 손을 스치면서도 말은 예년보다 여상해진다. 아마도 숨길 게 없어져서이리라.) 쥘… 고발하고 염탐하지 않고서도 힘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당신이 쓴 팜플렛은 우리 엄마를 얼마나 더 고향에서 멀리 떠나보냈을까요? (세기 시작한 머리로 애써 웃어보이던 제 어머니를 떠올리고, 아들을 보고싶어하지 않던 쥘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나도 당신을 믿었어요. 적어도 그 목판을 만들고 건네줄 때까지는 그 누구보다도.
@Adelaide_H 하지만 당신은 절 멀리하기 시작했죠. 처음엔 답장이 뜸해졌고, 그 다음엔 저를 본 당신의 얼굴에서 느껴졌어요. 거리감이요. (한가롭게 지팡이의 끝을 손가락 사이로 매만진다.) 그 뒤로도 전 당신이 '우리'와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묵인해 줬어요. 당신 말대로, 나는 당신의 어머니를 고향으로부터 떠나보낸 자들에게 협력하고 있으니까. 껄끄러울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당신을 바라본다. 눈이 어둠 속에서 노랗게 빛난다.) 제 어머니를 추적하던 중에 우연히도 물건 하나를 손에 넣었거든요. 당신이 목판에 건 마법과 비슷한 패턴이었죠. 그때 깨달았죠. (잠시 뜸을 들이곤.) 저희 어머니를 저로부터 숨긴 인간들과 한 패로구나.
@jules_diluti (쥘의 말을 들으며 입가에 쓴웃음이 더해진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한 적 없던 말을 하기 시작한 친구의 말에 논박해야 했을까요, 아니면 동의할 수 없더라도 수용해야 했을까요? 거리가 벌어진 건 당신이 발을 돌린 그 순간부터였는데. (작게 숨을 들이켜고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제는 마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네요. 쥘. 포스틴은 '숨겨진' 게 아니에요. 숨기로 '선택'한 거죠. 저는 당신에게 목판을 주었던 것처럼 포스틴에게 필요한 걸 만들어준 거고요. (그 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망설임 없는 눈으로 쥘을 직시한다.) 포스틴이 원하지 않았다면 돕지도 않았을 거예요.
@Adelaide_H ...못 들은 척 해주셨어야죠. 당신이 불사조 기사단의 투서를 날리기 시작했더라도 저는 눈감아 줬을 텐데. (언제나 이렇다. 손으로 장기판 위 먼지를 떨어내듯 사람들을 세상으로부터 밀쳐낸 이에게 있어서 죄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고 가볍다. 그러니 이 말은 그저 투정.)
(이어진 말에는 잠시 얼어붙는다. 노란 눈을 치뜨고 당신을 노려본다.) ...두 개에 차이가 있나요? 난 잘 모르겠는데. (지팡이를 느리게 들어올린다. 마주치는 시선.) 예컨대 불사조 기사단이 스스로의 의지로 폭도가 되었다 한들, 거기 협력한 자들은 폭동을 최소 방조하고... 최대 조장한 거잖아요. 제가 느꼈을 배신감은 가벼워지지 않는다고요, 아들레이드 헤이즐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