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 너머에서 당신의 곁에 서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두 번, 푸른 불빛이 번쩍인다. 한 번은 명중했고, 또 한 번은 아슬하게 빗나가 옆에 선 나무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어놓는다.) ⋯ 아깝네. 제대로 맞았으면 저것처럼 날아가버렸을 텐데.
@2VERGREEN_ (주문을 맞고 몸부림치며 쓰러지는 사람을 흘끗 곁눈질하고 미간을 찡그린다.) 손속이 많이 거칠어지셨네요.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힐데가르트 마치.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프로테고. 당신과 제 사이를 가로질러 무언 마법이 펼쳐진다. 먼 옛날, 바버라 로즈워드를 상대로 당신과 같이 펼쳤던 것과 같이.)
@jules_diluti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선다. 당신은 모르겠으나, 그는 아이들을 감싸며 금세 깨어져버릴 방어벽에 의존하던 그 날과는 영 달라졌으므로⋯.) 싸우고 싶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기어들어오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가벼운 손길로 지팡이를 두어 번 흔든다. 아비스, 옵푸그노. 소환된 검은 새들이 방어벽을 향해 돌진한다.) 그 애들을 감히 네 입에 올리다니, 용기는 높게 사줄게.
@2VERGREEN_ 언제는 내가 원해서 싸웠겠어요? (투덜거리며 한 걸음 물러난다. 머릿속의 생각이 복잡하게 엉겨든다. 검은 새들이 하나씩 부딪혀 터질 때마다 흔들리던 방어벽이 기어코 깨져나가는 순간, 곁의 동료를 방패 삼아 뒤로 숨는다. 새에게 공격당해 거꾸러지는 이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이거 아주 사람 죽일 기세시네?!
@jules_diluti 도대체 언제까지 나도 원하지 않았다는 핑계 뒤에 숨을 생각이야? (당신이 당신의 동료를 방패 삼아 공격을 막아내고, 그가 거꾸러지는 것을 목도하자마자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새들을 치워낸다. 동료라고 불러대면서도 정말로 제 목숨이 위험해지는 순간이 오면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버려버리는 꼴이라니, 웃기지도 않다⋯.) 왜, 죽여줄까? 말했잖아, 자비는 저번이 마지막이라고⋯. (여전히 지팡이는 당신을 겨눈 채로 작게 웃는다. 조소한다.)
@2VERGREEN_ 그게 사실이니까요. 전 원하지 않았어요. 단 한 번도! (형편없는 핑계다. 그 자신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하는 말이 흠잡을 곳 없는 진실이라 확신한다. 다른 주문이 날아올새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의식을 잃은 동료의 몸뚱아리를 지탱하고 있다.) 제가 문신을 받을 때는, 이딴 전투에 끌려나올 거란 얘기도 없었고, 기사단도 없었고, ... ... 어떤 면에선 저도 피해자라고요. 당신들이 지독하게 굴어서. 이렇게까지 오래 끌 것도 없잖아요? (두려움에 찬 샛노란 눈이 당신을 바라본다.) 거짓말. 당신은 나 못 죽여요.
@jules_diluti 하지만 넌 명예를 원했지. 알량한 안전을 원했고. ("로코모토르." 그는 당신이 힘겹게 지탱하고 있던 당신의 동료의 몸을 들어 수풀에 가볍게 처박고자 주문을 전사했다.) 착각하지 마. 이 모든 것은 너희가 시작한 거야. 기사단이 존재해야만 하는 세상은 너희가 만들어낸 거라고! (지팡이를 계속해서, 몇 번이고 당신에게 휘두른다. 대부분은 무언 주문이다. 끊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부어지는 주문들은 어느 부분에서는 모두 오랜 친구들을 지독하게 닮아있으므로, 어쩌면 당신이라면 읽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형태를 갖추지 않은 원시적이고 작은 검은 전격이 당신을 스친다. 당신이 서있는 뒤의 땅이 폭발한다. 습관적으로 지팡이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함께 휘젓는다. ⋯ 모든 주문은 당신을 아슬하게 빗겨간다. 공격의 의도보다는 겁을 주려고 하는 것에 가까운 듯이.)
쥘 린드버그.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나 힐데가르트는 그렇게 말했다.)
@2VERGREEN_ 그게 잘못된 거예요?! (목소리가 높아진다. 동료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자 천천히 뒷걸음질을 친다. 이쪽도 단원으로 십수 년을 보내고 몇 개의 전투에 참여하며- 모두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무언 주문 실력이 늘긴 했으나, 언제나 발목을 잡는 것은 싸우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의 목적을 위해 제 피를 흘리기 싫다는 이기심. 당신이 일부러 비껴 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없이 지팡이를 휘둘러 몇 개의 주문을 쳐내다 땅이 폭발하자 깜짝 놀라 뛰어오른다. 항변하듯 말을 잇는다.)
모두가 당신처럼 살 수는 없어요! 모두가 사람들이 훤히 보는 다이애건 앨리를 기사단의 은신처로 제공하고, 그곳에서 아이를 기르고, 이렇게 싸우러 나올 순 없는 거라고요. 모두가... (다락방에 죽어가는 적을 숨기고 치료해주진 않겠지. 그렇게 강한 사람은 많지 않아. 불현듯 들려오는 속삭임에 말끝을 흐리더니 이를 악문다.)
@2VERGREEN_ ...이십 년 전의 당신이라면 날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왼쪽 눈의 사각지대를 향해 쏘아보낸 주문은 당신을 밀쳐내기 위함이다.)
@jules_diluti ⋯ (당신이 일부러 저를 피해 주문을 쏘아대고 있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레 겁을 집어먹고 제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당신을 보고 싶지 않다. 언제나 제 발목을 잡는 것은 싸우고 싶지 않다는 감정으로, 그러므로 우리는 같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제 목적을 위해 남의 피가 흐르게 만들기 싫다는 또다른 이기심. 그렇기에 우리는 다르다⋯. 이를 꽉 악문 채로 휘두르던 손은 어느 부분에선가 일순간 멈춘다.)
⋯ 나는 단 한 번도 모두가 나처럼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 적 없어! (나는 어째서 싸우는가? 그것은⋯ 다른 그 누구도 제 인생을 살기를 원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모든 신경을 쏟아낸 상태였어야 겨우 막아낼 수 있었을 주문은 적중한다. 몸은 멀리 밀려나지 않았다. 제 뒤에 서 있던 커다란 나무에 강하게 부딪히고,)
@jules_diluti 윽, ⋯ 아, 젠장. (바닥에 스러진 채로 가장 먼저 부딪혔던 제 왼팔을 붙든다. 이내 다시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채로 당신을 겨눈다.) 스무 해 전이라니, 너무 오래 전이잖아⋯.
@2VERGREEN_ (지팡이를 쥔 두 손이 벌벌 떨리는 채로 당신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주문이 오가지 않는 대치 상태는 침묵 속에서 몇 초간 이어진다. 그 순간 옆에 나가떨어져서 의식을 잃었던 죽음을 먹는 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그는 흠칫 놀라며 그 방향으로 주문을 읊는다. "콘푼도!" 제삼자의 눈이 빠르게 초점을 잃고 풀린 뒤에야 다시금 당신을 겨누는 지팡이. 이제 그의 손뿐만 아니라 턱까지 와들와들 떨리고 있다. 그는 애걸하듯 말을 떠듬거린다.)
...그런데 왜 싸우는 거예요? 그냥, 내버려두면 되잖아요. 순응하다 보면 불만조차 잊어버릴 사람들이에요. (대중은 우매하고 중요치 않으며.) 나는... (당신들은 중요하니 모순점은 이곳에 있다.) 나는...! 난 싸우고 싶지 않다고요, 그냥, 그냥... (메이블도 루이도, 당신들은 왜 기어코 그렇게. 속삭인다.) ...그냥 예전처럼 지내면 안 되나요? (주문은 나오지 않는다.) ...난 좋은 사람으로 지낼 수 있어요...
@jules_diluti (잠깐의 정적 동안 머릿속을 스치는 건 스무 해 전, 어떤 친구가 제게 전했던 말이다. 혼자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주 불온하고도 정치적인 행위다. 그러므로 단순히 친애하는 친구와 밉고 짜증나고 증오하는 동지는 다르다. 표면 상의 종전 이후에 겨우 제가 끝마치고 답안지를 제출한 문제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제게 지팡이를 겨누면서도 그 손은 떨리고 있는 당신이⋯)
(어째서 여전히 가증스럽게 여겨지면서도 불쌍한 건지.) 쥘. 예전에 교수님이 하셨던 말, 기억해? 마법은 의지를 기반으로 하지. 줄리아가 끝끝내 더 이상 남들을 고문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간극. 숨을 가다듬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팡이는 여전히 당신에게로 겨눈 채다.) ⋯ 그 날, 너는 살인 마법에 성공했지. 싸우고 싶지는 않아도, 죽이고 싶었어? 도대체 네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뭐야⋯?
@2VERGREEN_ 죽이고 싶지 않았어요! (이번엔 거의 울부짖듯이 소리지른다.) 아니, 아냐. 내가 죽인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난 그 전까지 아바다 케다브라 한 번 쓴 적도 없는데. 그때 난 다른 주문도 시도했어요. 섹튬셈프라도 시도했는데, 나오질 않았어. 그런 내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난 그냥... 난 그냥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어! (내뱉듯이 외친 말이 숲에 메아리친다. 바람 아래에서 몸을 떠는 이파리들의 수런거림. 지팡이를 놓치지 않고자 힘껏 쥐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젓는 그는 당신이 코앞에 있더라도 주문 하나 제대로 맞히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벗어나고 싶었어... (상대를 눈앞에서 치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그때 하필 그 주문이 나온 이유가 알 게 뭐야?...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어요. 힐데, 제발... (그리고, 지금도.) ...날 이해한다고 말해주세요...
@jules_diluti 메이블을 죽이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어? 그러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 (다시 한 번의 간극.) 아니잖아.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저주를 외치기를 선택한 건 너잖아⋯. (눈을 느리게 감는다. 다시 뜬 눈, 그는 여전히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바람에 몸을 떠는 이파리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있잖아, 네 누님은⋯ 이따금 꼬마 쥘을 그리워했어. 널 사랑하지 못하게 되어서 슬퍼했어. 나는 그분의 동료가 되어버려서, 잠깐이나마 그의 삶을 이해해버려서. (그래서, 그러니까⋯.)
미안, 쥘. 그러니까 나는 널 이해할 수 없어. 미안해. (여태껏 끈질기게 당신을 겨누던 손을 떨궜다.)
@2VERGREEN_ (조금만, 조금만 더 두려워지면 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괴롭게 하는 당신을 영영 눈앞에서 치워버릴 주문을 터뜨리고 그건 내 책임이 아니었노라고,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울분조의 변명을 쏟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당신은 미안하다고 한다. 이제서야 기억이 나. 그 다락방에서, 아픈 정신에 누나를 찾으며 흐느껴 울고 있을 때 당신이 날 안아주었다. 있는 힘껏 함께 울면서. 당신은⋯.)
(덜덜 떨리던 손이 끝내 아래로 늘어뜨려진다.) 그러면⋯. 그러면 난 어떡해야 해요? 그때 당신은 나보고 글을 계속 쓰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계속 썼는데, 그거론 충분치 않은 것 같아요⋯. 루이 누님께, 당신에게 이해받아서 받아들여지고 싶다면. (이를 악문다. '돌아갈 수 없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인다.) 난 이제 와서 대체 뭘 해야 할까요?
@jules_diluti (아무런 주문도 날아오지 않는다. 그럴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신과 함께 보내온 계절이 벌써 백 번을 넘겼는데, 이 정도는 익히 알 수 있었다. ⋯ 나는 차마 그 날에 당신을 끌어안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끝끝내 진심을 토해내며 섧게 우는 모습은 꼭 영영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어린애라도 된 것 같아서, 그 몸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입술을 꾹 깨물며 왼팔을 한 번 더 꾹 누른다. 금이 간 걸지도 모른다. 비틀거리며 당신의 앞으로 나아간다. 고요한 숲속, 발 아래에서 이른 낙엽과 나뭇가지들이 부서지는 작은 비명이 들린다.)
다음에 만날 땐 차라리 저주해달라고 했었지. 어떡하지, 이번에도 안 될 것 같아⋯. (오른팔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감쌌다. 얘기했었잖아. 너를 판결할 것은 내가 아니라고. ⋯ 그대신 세상에 변론할 기회를 줄게.) 쥘, 하나만 대답해주면 돼. ⋯ 이해받고 싶었어? 사랑받고 싶었던 거야?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jules_diluti ⋯ 루이 누님은, 확언할 수 없어. 하지만 내게 이해받아서 받아들여지고 싶다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 왠지 이번에는 우리가 승리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거든. 그러니까, ⋯ 언젠가는 네가 불가해의 존재가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니까⋯.
@2VERGREEN_ 당신이 나를 향해 저주라도 쐈으면, 당신이 하는 말 따위 못 들은 척 외면할 수 있었을 텐데⋯. (몸을 앞으로 구부린다. 온 세상이 지르는 비명 소리가 귓전에서 왕왕 울리는 지독한 기분. 타인을 아즈카반 종신형으로 밀어넣을 증언을 하면서도 가책 같은 건 느끼지 못했었는데. 저주하고 비난하며 원망하는 눈빛 앞에선 보란듯이 귀를 틀어막고 몸을 돌릴 수 있었는데.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모든 죄악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 날 위한 자리를 남겨둔 사람의 말에 약해지고 만다.)
(뺨을 괸 당신의 손에서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진다. 눈을 감는다.) 나는 여전히 내가 선 쪽이 이기길 바라고, 날 짓누를 과거의 무게가 두렵지만⋯. (그래서 기회가 온다면 직면하거나 자수하는 대신 달아나려 하겠지만.) 이젠 그냥 이해받고 싶어요. 내가 저지른 일들이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좋으니 날 혼자 두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패배자들의 무덤에 처박힌 채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 힐데⋯.
@2VERGREEN_ (문장의 끝이 떨린다.) 사람을, 가급적이면 죽이지 않고, 좋은 아이가 되어서 살아남을 테니까⋯ 날 포기하지 말아요⋯ 당신도 살아남아서, 꼭 저를 보러 와주셔야 해요⋯.
@jules_diluti (손을 움직여 조심스레 당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고난과 세월을 모르는 듯한 얼굴을 지난다. 열여덟 해 전 어느 날 외쳤던 것과 똑같은 것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거친 충동을 겨우 참아낸다. 여전히 묻고 싶다. 결국 혼자 남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면 왜 그래야만 했냐고. '정상'이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너를 충분히 사랑하고도 남았을 텐데⋯.
느릿하게 손을 옮긴다. 이런 시대에도 잘 정돈된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스스로 물들었던 누이의, 어머니의 흔적을 지운 것을 제하면 이전과 정확히 같다. 그래, 너희들은 과거의 자신에 의해 구원받는 존재들이다. 그 모습이 남아있는 이상은 나는 너희를 미워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너를 향해 저주하고, 비난하고, 원망할 수 있겠어. 결국 인간은 이기적이어서, 모든 죄악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과거의 조각에 의해 약해지고 만다.)
@jules_diluti ⋯ 정신 차려, 쥘 린드버그. 날 뭘로 보는 거야? (손을 내렸다. 웃었다.) 네가 지겹고, 지치고, 힘이 들어서 제발 널 포기해달라고, 나를 혼자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해도 나는 널 놓지 않을 거야. (당신의 것처럼 제 목소리도 형편없이 떨리고 있지만, 그래도⋯.) 꼭 살아남아. 그래서 내 사랑이 얼마나 폭력적인 건지 넘치게 받으면서 깨달아. 알겠어? (⋯) 이 불쌍하고 바보같은 족제비야.
@2VERGREEN_ (그리고 탕아는 속삭인다: 황금빛이 나를 홀렸습니다. 세상의 갈채가 받고 싶었어요. 정상正常인 동시에 정상頂上에 서고 싶어서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음식 아닌 황금을 먹고 살 순 없어서⋯.)
기사단이 부럽네요. 당신같은 사람이 있어서. (당신의 쓰다듬는 손길에 배시시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지를 감은 호사스러운 옷차림이 일순 어색하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상황에 걸맞지 않는 느낌,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야기 속에서 익살스러운 광대의 배역을 맡고 있다는 기묘한 기분이 지나간다. 자신이 옷 삼아서 걸치고 있는 동족들 생명의 무게를 깨닫기에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잠시 주저하다가 상념을 털어버릴 뿐이다. 아까부터 불편해 보이던 당신의 왼팔을 잠시 눈여겨 보더니 지팡이를 겨누고 주문을 왼다. "페룰라." 붕대와 부목이 팔에 칭칭 대여진다.)
@2VERGREEN_ 자, 이제 가요. 임시 조치니까 가서 스켈레-그로라도 챙겨 드세요. (호그와트의 고성을 올려다본다. 병동 쪽 창문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지난 며칠간 병동의 불은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 힐데가 그 약을 싫어했던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빨리 치료해야 잘 아물잖아요. (한 발짝, 두 발짝 뒤로 물러난다.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는 벌어지고. 마지막으로 무어라 말하려는 것처럼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