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rud_ens (가게 유리창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렇게 크지는 않다.)
@Furud_ens 왜 꿀 먹은 허니컷처럼 그렇게 보고 있죠?
@Furud_ens 문은 열려 있죠?
@Furud_ens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삐-걱.) 꽃다발과 반지를 가져오지 않아서 이렇게 냉대하는 거예요? 속물적이기도 해라. (허락을 내주지도 않았는데 창가 쪽에 자리잡고 앉는다.) 하던 거 해요. 난 신경쓰지 말고.
@Furud_ens 그럼 자요. 어서. 가게 대신 봐드릴게요. (턱짓한다.)
@Furud_ens (아마 안 통할 것 같은데...) 친구 보러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요? (하더니 의자를 끌고 프러드가 구겨진 소파 앞으로 가서 앉는다.)
@Furud_ens (그걸 가만 보고 있다가) 프러드. 저 내일 청혼해도 돼요? (당연하지만 연애감정 같은 건 없다. 잠 깨우려고 정신공격하는 그거다.)
@Furud_ens 고마워요. 내일 반지 들고 올게요. 당신 이름 새겨서 와도 되죠?
@Furud_ens (잠 깨우는 데 성공했다.) 핑크까진 무리고 그냥 다이아 반지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데, 그걸론 안 될까요? 상등품도 아니잖아요. (앉은 자리에서 양손으로 손 깍지를 낀다.)
@Furud_ens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저가일 때 사야 한다는 뜻 같은데... 어쨌든 프러드. 자지 말고 제 말좀 들어봐요. 앞으로 '어떻게' 살 거예요?
@Furud_ens 그렇죠. (의자에 걸터앉은 채로 바닥을 내려다본다.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니까 정말 맨입으로는 말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죠?
@LSW ......레아. (내내 가볍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그냥 날 좀 내버려 두면 안 돼? (우리는 이런 관계—레아 윈필드가 프러드 허니컷을 깨부수고 싶어서 군침 흘리는 관계—인 것치고 서로를 지나치게 많이 알았다. 여기서 '그렇다'고 확언하면 이제 당신은 회유책을 통한 부드러운 접근을 그만두고 내가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좀더 악의적인 획책을 시작할 것이다. 그럴 것 같아서 지금까지 내내 애매하게 협조할 듯 말 듯, '친구'라는 이름하에 적당히 성질도 부리며 당신이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내버려뒀다. 솔직히 말해서 그 기만으로 평생을 가져간다면 이 '인생의 위험물'을 품은 채 살아가는 그나마 최선의 방책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그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진심으로. *날 좀 내버려 두면 안 돼?* 실내의 불빛으로 인해 가짜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묻는다.)
@Furud_ens (정적 속에서 심야의 가게를 밝히는 조명만이 그들 머리 위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느 순간 끼익-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레아가 일어난다. 그는 불빛을 등졌기에 프러드의 얼굴과 몸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 거짓 같은 반짝임도 가려진다.) 프러드. 당신은 참 물러요. 대체로 이런 식이잖아요. 온유하게 말로 거절하고. 그렇다고 아주 내치지는 않고. (푸르스름한 눈은 내내 그의 분홍빛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는 견딜 만 해서' 받아준 거잖아요. '이 정도는 견딜 만 해서' 숨겼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하기도 하는 거, 왜 저한테는 이야기해주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못미더워요? 못미더운 건 아는데, 나는, 그러니까...
@LSW (진실은 무엇인가? 반짝이는 실내의 직광이 눈빛을 왜곡한다면, 당신에게 가려 간접광으로만 비추어지는 눈은 그늘에 왜곡되지 않은 것인가? 빛이 없다면 관측할 수 없으며,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빛과 시각과 개인의 인식에 따라 왜곡되고, 그러므로 모든 '대상'을 '온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당신의 그늘 안에서 눈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가증스러움에 가증스러움이 맞받아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맞아, 레아. 나는 여전히 너를 내 주변인으로 생각하고, 나는 한번 곁에 두려고 한 사람을 웬만해서는 결코 저버리는 법이 없어. 설령 그 상대가 나를 해치려고 하더라도....... 전에도 누구에겐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냥 네가 보는 게 진실이야. 나는 네가 보고 해석하는 대로의 나이고, 나는 이대로의 너와 계속 함께 살아가도 좋아. 아, ... 결혼은 어렵겠지만? (새초롬한 웃음이 마주한다.)
@Furud_ens (그래서 그것이 싫었다. 변질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 같은 것은 없으며 완전한 앎이라는 것 또한 없어서...) 그러니까 그 부분이 싫다고요. (광물들은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각도마다 다른 빛과 색을 낸다. 그것이 기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알지만, 모든 방향에서의 색채를 보고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을 알고 싶다는 마음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균열은 늘 거기서부터 왔다.) 이제 청혼은 더 안 할 거예요. ...말했잖아요. 전 이런 방법 말고는 모른다고. (오랜 시간을, 이렇게 살아왔는데, 더구나 그는 참을성이 없었다.)
있잖아요. 호텔에서 당신이 했던 제안, 진지하게 생각해보긴 했어요. 정말로요. 그러겠다고 말하는 건 쉬워요. 그렇게 해서... 만에 하나 프러드 당신이 차근차근 도와준다 쳐요. 아마 그 전에 제가 또 당신에게 해 입히고 말걸요. (하며 지팡이를 꺼내들고서는 프러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LSW 너랑 있으면 나까지 성격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즉 당신의 음직임도 계속 주시하며, 그대로 앉아 있다.) 날 해치고 싶다고 명백하게 의사를 밝힌 마법사가 지팡이를 꺼내든 상태로 나를 보고 있는데, 난 그냥 자리에 앉아서 대화하고 있잖아. 레아 윈필드가 아니면 내 세상에 이런 사람 없어. (느릿느릿 일어난다. 아직도 지팡이를 빼들지는 않고 그냥 그대로 쳐다본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레아. 날 어쩌고 싶어? 어떤 식으로 해치고 싶은데? 내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은데? 어떤 조건에서의 어떤 반응이 궁금하지?
@Furud_ens ('내 세상에 이런 사람 없어.' 몹시도 바쁘단 졸업학년의 어느 날 당신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호그와트를 다닌 덕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그 중에는 레아 윈필드라는 사람도 있었으며, 프러드는 그 모든 만남과 인연을 소중하게 대했다. 그건 레아도 느낄 수 있던 것이다. ...그는 차분한 태도에 휘말리기라도 한 듯이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누가 그랬는데, 당신 화술이 부럽다고. 진짜 재능이 있긴 한가봐요. 당장은 뭘 할 마음이 안 드네. (헛웃음지으며 손 안에서 지팡이를 돌렸다.) 지금 무슨 상담하러 온 것도 아니고... ...아마 당장은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당신이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일이나, 허튼 짓을 한다던가 그러지만 않으면.
...
...잠깐만요. 생각해보니까 전 당신 친구들 중 하나일 뿐이네요. 전 몇 번째 친구예요? (다시 일어난다.)
@LSW ......아는 걸 좋아하니까 하나 알려줄게. 이 별 것 아닌 준보석이 반짝이는 이유 중 하나는 친구를 번호 순으로 줄세우지 않기 때문이야. (이쪽은... 또 도로 앉는다. 뭔데 이거....) 각자 다른 모습을 하고 나한테 다른 기쁨과 위안이 되고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데 그걸 어떻게 순위로 정해? (빤....) 정 그런 게 궁금하다면 부문별 시상을 할 수는 있는데, 레아 윈필드는 방금 '스승' 부문에서 최고 영예를 차지했어. (이어서 프러드 허니컷 전매특허, 농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진지한 말투.) 네가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죽음을 먹는 자들보다도 비위 맞추기 어려워. 나 정말 많이 배운다.
@Furud_ens (어째 시소 같아졌다. 한쪽이 일어나면 한쪽이 앉고.) 그런 것도 스승이라고 하는군요... 그냥 "진상 고객"이라고 하시죠. (심기가 조금 상한 모양이다. 왼쪽 눈썹을 올린다.) 그 점 말곤 제가 당신에게 도움되는 게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는 입을 벙긋인다. 벙긋이다가 고개를 숙인다.) 그 준보석, 제가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LSW 오클러먼시도 반은 네가 가르쳤지.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것도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어질지도 모른다는 경험도 배웠어. 이해한다고 해서 모두 도울 수는 없다는 것도, 관계에서 원하는 모습을 미리 설정하고 고집 부려 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네가 가르쳤어. (눈부터 시작해 표정 전체가 엷게 웃는다. 건드리기만 하면 부서질 것 같은 굉장히 약한 웃음이자, 프러드 허니컷이라는 인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섬세하고 미온적인 호의가 보인다—보일 것이다—볼 수 있다면.) 긍정적이지만도 않고 서로 믿을 수 없는 관계에서도 어떻게 상대를 존중하면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도 알았어. 부수는 게 아니라 가지는 게 네가 마음으로 바라는 진정한 목적이라면, 손이 떨려서 일어나는 조금의 마모는 감수하고 옆에 있을 수 있어. 지금까지 우리 관계랑 별로 다르지도 않잖아.
@Furud_ens 모르겠어요. 내가 가진 게 아니잖아요. 나눠야 한다고요. 다른 사람과 그리고 다른 목적과 나눠야 하고. 저보다 더 신경쓰는 게 있을 거고.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고집 부려봤자 소용없는 것도 알아요. 지금도 날 못 믿는다고 했잖아요. (그새 마음이 격앙된 듯 목소리가 떨린다. '별로 다르지도 않잖아.' 그래서 내내 이랬던 거다. 그래서 내가 내내 만족하지 못했던 거야. 이런 호의에서. 조금은 단단할지언정 바위에 내리치면 부서지고 깨지 말 웃음에서. 깨닫는 순간 불씨가 확 타오른다. 당신이 얼마 전 손 내밀었던 것이고, 또 당신을 살라먹을지도 모르는 불길이다.)
날 못 믿는다고 했잖아요... 정말 괜찮으면 전부 감당해요. 전부.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지금도 안 알려주고 있잖아요. 왜 한밤중에 가게에 온 건지도... (억지 요구다.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이나 다름없이. 얼마 전처럼 지팡이를 빼든다. 동작이 빠른 것이 마치 어떤 결심을 한 것처럼ㅡ) 스튜페파이!
@LSW (당신이 지팡이를 빼들고 기절 주문을 날리는 일련의 동작이 마치 느린 영사기에서 흘러나오는 개별 장면들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위협이 느껴져 순간 감각이 고조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는 앉은 채 지팡이를 빼들어 받아치고, 교묘한 우연처럼 두 주문이 힘을 겨루며 허공에서 대치한다. 그는 붉은 섬광 뒤에서 번쩍이는 레아의 눈동자를 본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빛에 의해 새파란 눈빛도 떨리는 것처럼 왜곡된다. 왜곡인가? 그가 '보는 것'이 결국 그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인가?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언제 떠날지도 모르잖아.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주지 않잖아. 우선 순위 같은 건 싫어. 왜 전부 알려주지 않아? 왜 온전하다고 느낄 만큼 사랑해 주지 않아?* 그런, 떼를 쓰는 아이 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왜 한밤중에 가게에 온 건지도-"* 그 항의에서 동시에 레아가 방문하기 직전까지 머리를 채우고 있던 모든 고민들도 떠오르면서, ....... 하하.
@LSW 그는 웃음이 터진다. 힘을 주어 주문이 연결된 지팡이를 뿌리친다.) 하하, ... 하하하....... 미안해. ...미안해, 레아.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어. 내가 못됐지. 내가 나빴어. 굶주린 아이에게 꿀을 한 티스푼씩만 먹이면서 데리고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웃기지도 않잖아. (몸에 힘이 빠진다. 그대로 지팡이를 내린다. 모든 경계가 없어진 채 그가 허탈해진 얼굴로 당신을 *본다.*) 들어와. 전부 봐. 오늘 내가 왜 한밤중에 여기서 이러고 있었는지부터, 궁금한 건 전부 봐. 이제 곧 이럴 필요도 없어질 테니까....... (긴장이 풀린 듯, 또는 그냥 전부 풀어 버린 듯, 느릿하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Furud_ens ('왜?' 가장 먼저 드는 건 의문이다. 왜 네가 울고 있어?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게 실망했어? 내가 너를 공격해서? 네 믿음을 배신해서? 어차피 그럴 줄 알았잖아. 너는 내가 인내심 있게 굴기를 바랐는데 내가 참지 못해서? 내가 네 마음에 들지 않았어? 하지만 장난치듯 굴었던 건 너다. 과자 부스러기만 내주듯이 드문드문 진실 사이에 거짓을 섞어놓았던 것이 당신이다. 너다...)
(때때로 그런 생각을 했다. 마법으로 마음을 들여다보더라도 그것은 그 순간 당사자의 마음이 어떤지에 따라 다소 다르게 '관찰'된다. 진실은 무엇인가? 내가 너를 들여다본다고 나는 전부 알 수 있나? 나는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쥐려 하고 있다. 이걸로도 손에 쥐지 못하면 난 널 부수게 될지도 모른다. 프러드 허니컷의 반짝임을 알게 된 이래 처음으로 다시는 그것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선득하게 끼쳤다.)
@Furud_ens (지팡이를 쥔 손에 무심코 힘이 빠져 놓칠 뻔하던 것을 고쳐쥔다. 너는 왜 우는 거야. 내게 말해주지도 않고.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하고 싶은 걸 해 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런데ㅡ) ... (앞서는 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충동이고. 레아는 결국 프러드의 내밀內密로 파고든다. 게걸스럽게.)
@LSW (가장 처음은 물론 오늘 밤의 이야기이다. 기억이, 오클러먼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무작위적으로 홍수처럼 쏟아진다. 함께 연습하던 7학년 때부터도 프러드는 차차 대응법을 습득해 나가고 있었기에 레아가 파고든 그의 정신은 항상 매끄러운 장면과 논리로 설명 가능한 상황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오늘 밤의 이야기? 프러드는 순간이동을 거듭하며 도리언과 로저 사이의 대화를 실어나르고, 그 도중에도 안 보이는 곳에서 지긋지긋하고 다 망했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그 '지긋지긋한 표정'에서 그를 평생 억압하던 세계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깨어나서 이야기하는 도리언의 모습에서 현재뿐만 아니라 도리언이 독을 먹고 쓰러졌던 보름 전의 상황이, 또 그 순간 아우렐리아와 신시아의 대화가, 도로 현재로 시점이 튀어올라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도 고려해 보라는 아우렐리아의 제안이, 쥘 린드버그가 그에게 불어넣은 배반의 목소리가,
@LSW 그리고 거기에 수긍하고 마는 그의 정신이, ....... 프러드 허니컷이라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험악하게 날뛰는 파도처럼 쏟아내린다. 고정된 광물이 아니라 타오르는 불꽃이. 끊임없이 너울거리며 그 또한 주변을 살라먹고 번민하고 고뇌하는 영혼이. 날뛰면서 눈물 흘리고 있다. 나는 마음을 지키는 길을 택하지 못할 것이라고. 당신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이 다정한 반짝임도, 곧 꺼질 것이라고. 그렇게 되고 나면, 더이상 나는 당신에게 흥미롭지 않을 색채 없는 거북으로 돌아갈 테니, 어차피 지금이 이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최후이자 최적의 시기가 아니겠느냐고.
@LSW 쥘 린드버그는 프러드 허니컷을 '수확'하여 그들의 쪽으로 갖기를 바랐고, 프러드 본인 또한 그런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여 *포도주가 익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수확의 직전. 8월의 태양 빛 아래 포도가 가장 탐스럽게 익어 가는 시기. 이렇듯 정신을 열었을 때 당신이 가장 달고 배부르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때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들여다보고, 먹고, 기억하라.
들여다보고, 먹고, 당신이 기억해 달라.
나에게 분명, 당신이 이토록 탐낼 만한 빛나는 순간이 있었음을.
영원히.)
@Furud_ens (눈은 그저 눈이 아니다. 눈을 이루는 다양한 구조 중 물에 잠긴 빙산의 꼭대기처럼 '관측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홍채를 예로 들어보자. 홍채 또한 그저 평평한 막이 아니다. 섬세한 근육들과 그 주름이 각각의 모양을 만든다.
레아는 프러드의 눈을 바라본다. 그 잿빛 분홍색을 들여다보는 일은 손끝으로 각각의 주름을 만지고 느끼는 것과 같다. 시간이 흘러 새겨진 나이테를 손가락 끝으로 섬세히 쓰다듬는다. 손끝에서 각각의 주름들이 나부낀다. 춤을 추며 흐느끼고 있다. 맺혀 있던 물기가 표면을 타고 흐른다. 물방울이 마침내 하강한다. 물방울이 떨어진다. 끊임없이 떨어진다. 레아는 그것이 달콤한 포도주라도 되는 양 입을 벌리고 허겁지겁 받아마신다. 각각의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다채롭게 반짝인다.
짭짜름하고 씁쓸하며 비통하여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 아마 이것이 당신이 말했던 맛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온전한 해부일지도 모른다.)
@Furud_ens (더 먹고 싶다. 당신의 슬픔을 더 맛보고 싶다. 더 먹고 싶어. 아직 숨이 붙은 초식동물의 피투성이 옆구리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내장을 파먹는 짐승처럼 더 파헤치고 싶다. 하지만 무언가가...)
(무언가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직감이다. 쥘과 아우렐리아와 신시아가 입을 모아 노래하고 있다. 음률이 말하길, 그들은 잘 익은 과일을 소쿠리에 담듯이 프러드 허니컷을 한 가지 모양으로 굳혀놓기로 했다. 그건 싫다. 그건 싫어. 이제 겨우 맛을 보았는데. 아직 갖지도 못했는데 자기들끼리 나누어 갖겠다고. 이 작은 거북이를 물어가겠다고. 그건 싫어. 그건 싫어......)
(그의 정신에서 튕겨나왔다. 도망치다시피 빠져나온 것에 가깝다. 지팡이 쥔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간 나머지 마디가 하얘진다.) 프러드. ...프러드. 아니죠. 아니라고 말해줘요. (하지만 방금 본 것이 진실이다. 어떤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을 미래가 목전에 닥쳤다.)
@Furud_ens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잖아요. 이대로... 당신이 말했잖아요, 저번에. 우리 관계는 이대로여도 좋을 거라고.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애걸하듯 말한다. 당신은 녹턴 앨리 초입, 볕이 잘 드는 언쇼 부부의 고서점 Tomes & Tombs에 출근한다. 가장 먼저 차양을 펼치고 안의 물건들을 먼지떨이로 청소한다. 역시 마법을 쓸 줄 모르는 것들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고약한-그러나 선택적으로 친절한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때때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고, 적당히, 행복하게, 고양이들과 함께 한낮의 햇볕을 누리면서...)
@Furud_ens (나는 때때로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반차를 내서 꽃다발을 사들고 가게에 찾아간다. 당신이 못마땅하게 내주는 홍차를 받아 창가 자리에 앉고, 클라라 언쇼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그러다 핑계를 대서 당신을 지하실로 끌어들여 학창 시절의 그 연습을 반복하는 거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복숭아 과자나 비스코티를 사 달라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다른 다과도 마찬가지야. 그 미온적이고 따뜻한 빛이 부서진다고.)
(레아는 지팡이 쥔 손에 힘을 준다. 다시 프러드를 겨눈다. 조명 아래 푸른 눈에 비치는 것은 분명한 살의다.)
울지 마요, 프러드. (이제 알았다. 당신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저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어. 언젠가 저 눈물이 그치고 불길도 더는 타오르지 않는 때가 올 거다. 그럼 그 전에 내가 손을 쓰는 거다.) 울지 마요, 프러드... 울지 마...
@Furud_ens 네가 울어도 널 아프게 하는 것들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건네는 말이라기보다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끝에 고양된 감정이-어떤 고민을 할 새도 없이 레아 윈필드를 행동으로 이끈다. 순식간이다. 지팡이 끝에서 저주가 격발된다. 가능한 최대한의 사랑을 담아서.)
ㅡ아바다 케다브라.
@LSW (녹색 빛이 춤추듯 자신을 따라오는 잔상을 본다. 있는 힘을 다해 옆으로 구르며, 지팡이를 휘둘러 조금 전까지 앉았던 소파와 테이블을 허공으로 띄워올린다. 마법적 방어가 불가한 주문이기에 차폐물로 빗나가게 하는 수밖에 없다. 나무와 좀먹은 쿠션 속 솜이 박살나고 파편에 맞아 찻잔과 유리병, 각종 집기들이 깨진다. 내부를 잘 아는 이점을 활용해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듯 보이는 커다란 나무 상자들 틈새로 숨었다. 지팡이 끝만 삐죽 나와 당신을 향해 살며시 흔든다. 그건....)
―릭투셈프라.
(호그와트에서 흔히 장난으로 사용되는 간지럼 태우기 주문이다. 목소리와 지팡이 끝을 보면서 찰나 어이없는 표정이 되는 당신을 마지막으로 작은 웃음기로 일별하고, 그는 틈새를 파고들어 주문을 외운다. 이제 각오는 되었다.)
―임페리오.
(며칠 전의 장난이 아니다. 진정, 용서받지 못할 세 가지 저주 가운데 하나가 따뜻한 죄악이 되어 당신을 파고든다.
@LSW 레아 윈필드의 살인 저주가 자신을 향할 때 프러드 허니컷은 자신이 줄곧 마음 속으로 생각해 오던 것, 희미하게 알고 있던 사실을 비로소 실행하게 되었다. 줄리아 라이네케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는 자신을 해치는 상대라 하더라도 가급적 곁에 있고 싶었다. 죄악을 만드는 아픔을 포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위협한다면, ... 그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며칠 전. 한창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기의 식사 중에 그는 처음으로 레아 윈필드의 허기를 알고 안타까워했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레아가 아이작을 죽이기 전에, 기사단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가기 전에. 아직 그들이 학생이었던 시절, 알 수 없는 푸른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자기 얘기 하길 좋아하는 열한 살들의 자랑 섞인 온갖 사연들을 끝도 없이 듣고 있던 레아 윈필드가 있던 때쯤이었다면.
@LSW 거주를 옮기기 전 양 목장에 방문하거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밀해지거나, 그때라면, 어쩌면. 따스하고 부드러운 접근으로 조금은 당신이 가게 될 길을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그는 아브릴에게서 짐가방을 보호하기 바빴고, 또다른 말썽쟁이 친구들이 가지고 오는 온갖 문제들을 진지하게 들어 주기 바빴고, 답답한 삶에 일말의 숨 쉴 틈을 내는 농담을 구상하기 바빴고, 어떻게 하면 가족을 지키면서 사회적으로 무난한 직업을 택할 수 있을지 그 길을 만드느라 바빴다. 각자의 삶의 여력은 무한정이 아니다. 눈앞의 것들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면 세계 어딘가에서는 방치와 결핍과 억압과 부조리에 의해 악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자신의 방문을 두드린다. 살인 저주로 두드린다.
레아 윈필드는 처음부터 심장이 없던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고 결핍과 부조리로 인해 악으로 자라나 지금 그의 심장을 겨누는 것이기에, 거시적인 눈으로 보자면 이는 비극이다. 애도하고 포용하고 싶다. 그러나 개인으로서는 생명의 위협이다. 악의 연원 따위를 생각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맞서 싸워야 한다. 그는 세상의 모든 악을 감당할 수 없고, 자신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악의에 대응하는 성자와는 다르다. 사랑으로 악의를 끌어안는 힐데가르트 마치와 그는 다르다.
아, 나는 그 누구와도 다르다.......
그는 반짝임을 저버리고 나아가기를 택하는 인격인 것이다. 슬픔이 개인을 설명하는 것과 같이, 어쩌면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악한지도, 왜 악을 택하는지도, ...... 그 개인을 설명하는, 따라서 직시해야 하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프러드는 레아가 택한 악의를 드디어 회피하지 않고 마주본다. 살의에 맞섬으로써 당신의 전체를, 바로 지금의 모습을 비로소 이해한다.
@LSW 그리고 자기 자신의 방식을 이해한다. 인간의 내면에 타고나는 충동을 이해한다. 자신의 안에도 있는, 정돈된 일상이 조금만 어긋나면 광기처럼 너울거리는 죽음에의 욕동을, 모순된 어리석음을, 인간이 마법과 함께 저주라는 것을 처음 만들게 된 연원을 이해한다. 너를 구할 수 없다면 너를 구하고 싶었던 희망을, 이런 방식으로라도, 보여주고 끝내겠다.
우리는 이제 더, 한낮의 수상한 고서점에서 귀퉁이에 드는 햇볕을 보면서 둘 다 관심없는 장래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겠지. 순진한 미련과, 어쨌든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는 고집으로 연기하던 평화는 깨어지고 서로 지팡이를 겨누고 있다.
@Furud_ens ... (부드러운 목소리에 홀린 듯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입이 반쯤 벌어진다. 맹렬하던 눈은 더 이상 앞엣것을 보고 있지 않다. 그는 멍하니 멈추어 선다.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편안하고 꿀처럼 달콤하다. 정말로 전부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에 잠긴다. 방금 전까지 프러드를 몰아붙이던 살의도 충동도 슬픔도 잊어버린 채로, 이대로 평생 살아도 괜찮겠구나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날뛰던 것은 이제 어떤 명령이든 들을 것이다.)
@LSW (악을 쓰며 자신을 쫓아 달려오던, 화난 짐승 같던 당신을 떠올린다. *"봐도 된다고 했잖아!"* 레아는 주문을 난사한다. *"젠장, 접촉 좀 하면 안 돼요?* 허기진 짐승. 그는 그때 발을 헛디뎌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고, 결국은 레아 윈필드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 그 실패의 증거로,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된 레아 윈필드가 자신의 앞에 있다. 프러드는 천천히 다가가 당신을 안고 쓰다듬는다.)
레아, 많이 힘들었지. 사랑받지 않아 불안했지. 이제는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너를 깊이 사랑하는 이들은 마음에서 너를 잊지 않을 것이며, 모두는 아니지만 네가 세상에서 가장 먼저인 이들도 몇몇이 있을 거야. 물리적으로 떠나간다 해도 그들은 너를 떠난 것이 아니며, 잠깐의 이별은 다시 돌아올 커다란 재회의 기쁨을 예고하는 것일 터야.
@LSW 영원한 이별은 슬프겠지만 수 년 후에 바람 속에서, 다른 이들의 얼굴에서, 세상 모든 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테고, 상실과 슬픔은 네 심장을 촉촉하게 적시는 비가 될 뿐 너를 망가뜨리지 않을 거야.
(*"임페리우스는 '진짜'가 아니잖아요. 사랑의 묘약으로 끌어내는 가짜 사랑이나 다를 바 없죠."* 레아는 알고 있다. 그가 밀어내는 인간의 감정 외 세상 모든 것을, 너무나 명철하게 알고 있다.)
설령 다치더라도 시간이 너를 회복하도록 도울 것이며, 설령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더라도 네 곁의 사람들이 너를 기억함으로써 손해를 보충하겠지.
(그러니까 거짓말로밖에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다치고 힘들고 아프더라도 세상은 참 살아갈 만해.
@Furud_ens (그리고 정신을 차렸다. 꿈이 끝나고, 막이 내려오고, 사람들이 흩어진다. 남은 것은 엉망진창이 된 자그마한 고서점이다. 프러드 허니컷이 더는 없고, 곰팡내와 먼지로 가득한, 초라하며 별볼일 없는 공간.)
(그때서야 프러드가 거짓말을 보여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랬을 뿐이다. 그는 녹턴 앨리 초입의 가게 안에서 울었고, 새벽이 끝나갈 즈음 그곳을 떠났다.)
(사악한 마법사는 자신의 가슴 안에 심장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심장이 쪼그라들고 죽어버려 메말랐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자신이 쫓아보낸 그 젊은이를 영영 찾아 헤매게 될 것이다. 여름날 햇볕 아래 잘 익은 과실의 단맛과 한순간의 따뜻함을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