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0일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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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_nadir

2024년 08월 20일 22:25

(으슥한 골목. 그와 대화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있다.)

-출장이 런던이셨으면, 절 먼저 보낼 필요는 없지 않으셨어요? 굳이 따로 있으시겠다고요. 제자로는 왜 받아주신 거예요? 제가 그렇게 믿기 힘드신가요?
-... 네. 죄송해요.
-요즘 특히 분위기가 안 좋다는데, 아시죠, 네.
-연습할 대상을 3마리 구해 놓으라고요?
-아뇨, 해야죠... 방금 그러셨잖아요, 상태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내쫓겠다고.
-아. 여기 지출 기록요.
-나머지요? 제가 따로 부탁받은 것들입니다. 이미 맡겼으니 내일 안으로는 전부 그쪽에 도착할 걸요.

-브라이턴에서 봬요!

(노인이 사라진 자리에 대고 소리를 높인 그는 며칠 더 생겨버린 시간을 어떡할지 몰라 머뭇대다 그대로 담배를 꺼낸다. 지팡이에서 작은 불꽃이 일면 잠시 후 연기가 피어 오른다. 골목 입구에서 그는 지나가는 얼굴 중 아는 것이 있는지 관찰한다. 요 며칠 아는 사람을 제법 만났으니, 지금도 또 운이 따를까 해서.)

LSW

2024년 08월 21일 00:40

@isaac_nadir (그리고 운이 좋게도-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레아가 그 골목을 지나친다. 정확히는 파울라 마토가 그 골목을 나서는 것을 우연찮게도 보았기 때문이다. 골목 안을 확인하러 갔다가,) 아이작? 오랜만이군요.

isaac_nadir

2024년 08월 21일 01:24

@LSW 레아? (그는 당신이 자신 앞에서 무언가를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느리게 담배를 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난 브라이턴 밖으로 많이 안 나가니까 말야... 잘 지냈니? (모범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한 당신의 옷차림을 보며 그는 이유 없이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스승의 가게에 방문했던 날을 떠올린다. 어쩐지 대조적이라서 그는 가볍게 웃는다.)

LSW

2024년 08월 21일 02:59

@isaac_nadir (아이작이 웃자 거울처럼 따라 조금 미소짓더니 품 안에서 담뱃갑을 꺼낸다. 자신도 흡연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 모양이다.) 지내기야 잘 지내죠. 이젠 독립도 했고. 제 셋방 근처에서는 문제가 일어난 적 없대요. 오러들도 때때로 순찰하고. 마법부로 출근하고 시간 나면 다른 친구들과 한 잔 하고, 뭐 그런 식이죠. 브라이턴 밖으로도 좀 나가 봐요, 참 답답하게도 사네. (이윽고 담배를 한 대 꺼내더니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들어보인다.)

isaac_nadir

2024년 08월 21일 22:12

@LSW (그의 시선은 당신이 손가락에 끼운 담배, 유리알 같은 당신 눈, 여기서 그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고 만다, 자기 손에 여전히 들려 있는 담배 순서로 흐르고, 그는 찰나에 고민하더니 다시 지팡이를 들어 불을 붙인다.)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이 일, 저 일 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고 달이 지나서 말야... 그래도 오늘처럼 나왔으니 난 됐어. (권유하듯 지팡이 끝을 당신에게 슬쩍 내민다. 당신이 불을 붙이려면 쉽게 붙일 수 있도록.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끌 수 있도록.) 나야말로 묻고 싶다, 사무업무 안 답답하니? 네 상사는 어때?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인다.) 오러들이 일을 잘하는 동료에게 친절하게 구는 걸까... 나도 네 셋방 근처에 세를 낼까, 나중에? 너 화학약품 냄새 잘 견디니? (사이.) 지금 나한테 나는 것보다 몇 배는 심하게 날 텐데. 저번에 맡을 때 괜찮았니?

LSW

2024년 08월 22일 02:02

@isaac_nadir (그가 지팡이를 내밀자 이쪽도 마주 담배 끄트머리를 내민다. 불을 붙여달라는 듯이.) 예전에 어떤 친구가 그랬어요, 루드비크였나...... 어른이 되면 다들 이 사회의 톱니바퀴가 될 거라고 했는데. 그땐 거부감마저 느껴졌거든요, 이제는 생각보다 할 만 해요. 그렇지만 음, 약품 냄새는 사무업무만큼 견디기는 어려울지도요. (나름의 우스갯소리를 한다. 셋방은, 상사가 연락을 터 줬다. 방세가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치안도 괜찮은 곳으로. 변절해서 이쪽에 붙은 하수인이 같은 편의 주문에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그런 사연을 말하는 대신 꺼낸 농담이다.) -그런데 말이죠.
아까 얼핏 들었거든요? 옥신각신하던 건진 모르겠는데 스승님과 무슨 대화를 나눴어요?

isaac_nadir

2024년 08월 24일 04:18

@LSW (지팡이를 기울이며 조준을 위해 몸을 함께 숙인다. 성공적으로 불은 옮겨붙는다.) 걔가 그랬니? 참, 틀린 말은 아니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관여하는 셈이니까... 사회, 생태계, 전부. 난 가끔 지겹지만... 네가 할 만 하다니 잘 됐다. 그 애가 무슨 맥락이었는진 몰라도. (그는 당신의 우스갯소리에 작게 소리 내 웃는다. 그는 레질리먼스를 쓸 수 없으므로.) 알았어, 네 옆집은 피하도록 할게. (들숨에 볼이 패인다.) 대화? 별것 아냐. 심부름을 여기로 보내 놓고, 출장이라면서 자기도 왔어. 가끔 이래.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날 떼어놓으려고 아주 필사적이라니까. (이것은 진담이자 그의 우스갯소리다. 날숨에 연기가 퍼진다.) 얼마나 안 믿으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말을 안 하겠니. 가끔은, 저 인간이 죽음을 먹는 자인지 의심이 들어. 나로선 그러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지. (사이.) 그러고 보니, 너, 가게에 왔을 때 기억나니? 그때 왜 그런 주문을 한 거니?

LSW

2024년 08월 24일 05:01

@isaac_nadir (그러면 본부 습격 이후 파울라에게 잠깐 신세졌던 정보가 자연스레 떠오르며-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파울라 마토가 도제를 여기까지 쫓아내는 이유라던가, 왜 아이작 나디르가 자신의 스승을 의심하는 것이냐던가- 그런 것들에 대한 상세한 원인과 결과 말이다. 파울라 마토는 아이작이 '그런 일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리고 그 의로우며 나이든 마법사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제자를 아끼는 걸지도 모른다. 아이작에게는 잘 된 일이다. 신경써주는 사람은 정말로 귀하고 값진 보물이니까.) ...스승님을 너무 의심하지는 마요. 아마 저보다도 믿음직한 친구가 될 테니까, 아이작에게. (웃고는 미세하게 조금씩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에 문다. 머금었던 연기를 뱉고,) 아, 주문 말이죠... ...그냥, 뭐. ...무덤에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길 때도 있잖아요. 썩어서 흙이 되어 자유로워지지 못하게 하고 싶기도 하고. 아마도.

isaac_nadir

2024년 08월 24일 07:12

@LSW (당신의 추측은 맞았다. 파울라 마토는 정말 그가 '그런 일에'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그를 아껴서'는 아니었다. 좋은 일을 하는 인간이 꼭 인물도 좋진 않으니까. 그보다는, 너 어디 내 옆에서 버텨 봐라, 나가떨어지면 좋고, 계속 있을 거라면 적어도 널 검증할 순 있겠지, 내 일에 간섭할 생각 마라, 난 바빠... 같은 이유다. 그러니까 그는 당신이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지금도 모르는 것이다. 그와 같겠거니 짐작하고 있을 뿐. 당신이 정말로 어느 편인지는 더더욱 모르고.) 넌 내 마음도 읽은 적 있잖니. 너보다 더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고개를 기울인다.) ... 흠. 난...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빈 웃음.) 뭐, 대단히 싫다, 혹은 두렵다, 라면 알 것도 같지만 말야... 난, 제발 그 사람이 자유로워졌으면 했거든. 넌 누굴 생각했던 거니? 그때.

LSW

2024년 08월 24일 15:31

@isaac_nadir (레아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였다. '자유로워졌으면 했다.' 당신과는 맥락이 다를지도 모르나 어쩌면 자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도 같다. 도덕이고 뭐고 해야 하는 일에 얽매여서 몸과 정신을 부수어가며 아무것도 돌보지 않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겠다고. 모순적이게도...) ...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가, 담배를 떨어뜨렸다. 얼마 피우지도 않은 것을 구둣발로 비벼 끈다.) 전 별로 믿을 사람이 못 되거든요. 하여튼. 그 사람이라면-... 아버지? 일단 전 아버지를 생각했던 게 맞아요. (희미하게 웃는다.)

isaac_nadir

2024년 08월 26일 22:25

죽은 사람을 비아냥과 농담의 소재로 쓰는 행위

@LSW ... 왜 그런 말을 하니? 그렇게 스스로를 평가해도, 네게 레질리먼스를 써도 좋다고 했던 걸 후회하진 않을 거야. 아주 실망할 일이 정말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당신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일까, 당신의 말이 그저 겸손으로 들리지만은 않는 것은. 그는 묘한 낯섦에 바닥에 떨어진-뭉개진 담배와 재를 응시한다. 나도 레질리먼스를 배울까? 그럼 네 침묵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응, 나도, 내 아버지... 죽은 사람한테 그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말야. 아버지 아이작들이란! 살아도 죽어도 도움이 안 돼, 그렇지? (마주 보며 자조의 뉘앙스로 고개를 기울인다. 당신과 그의 아버지 이름이 같다는 것에 근거한 농담이다. 동시에 진심이다.) ... 실은 난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어.

LSW

2024년 08월 26일 23:34

죽은 사람을 비아냥과 농담의 소재로 쓰는 행위

@isaac_nadir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일단은.) 그래요? 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물론 존경스러운 분이시기야 하죠. 끝까지 싸우다 가셨거든요. '아이작 시니어' (엄밀히 따지자면 용법이 조금 다르지만, 그렇게 말했다.) 보다는 도움이 조금 됐겠죠. 그 사람은 당신에게... (아이작을 곁눈질한다.) ...제가 전부 읽은 건 아니지만, 당신에게 두려움만 줬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동의해요. 하하. ...(어쩐지 울적해져서 넣어뒀던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다 품에서 손을 빼냈다. 문득 생각한다. 언젠가는 아이작 나디르를 실망시키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일 안 해요? 저번에 가게에 갔을 때 바빠 보이던데.

isaac_nadir

2024년 08월 27일 23:59

죽은 사람을 비아냥과 농담의 소재로 쓰는 행위

@LSW 음... (사이.) 아이작 윈필드 말고도, 다른 '아버지'들은...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모르니까 더 막연히. 네 아버지는 워낙 유명인이니까 그런 생각을 더 하긴 했을 거야. (아이작-윈필드가 펼쳤던 법안은 아이작-나디르의 가치관과 대부분 결을 같이 했으므로.) 아, 시니어라고 부르니 이상하네... 뭐, 난 기억이랄 게 있을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기억한 것들로 짜맞추는 게 전부였어. 그래서 더 무서워했나? 네가 본 게 아마 전부였을걸. (그는 당신의 표정을 살핀다. 짧아진 담배를 다시 벽에 짓눌러 꺼버린다.) 실은 이번에도 일 하러 왔었어, 방금 파울라가 자기도 '출장' 때문에 브라이턴을 비운다고 전한 참이야. 지금은 휴가인 거지. 무급 휴가. (킬킬거리는 웃음은 당신의 울적함을 몰라 차라리 무감각하게 공기 중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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