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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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_M

2024년 08월 18일 23:39

(로브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가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머리를 모로 흔드는 모습은 무언가에 실망한 이의 것도 같고, 예상한 비탄을 맞이하는 이의 것도 같다. 그가 지팡이를 손아귀에 쥔다. 그리고는 골목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살피듯이. 혹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인 그는 어둠속에 녹아들기 알맞다. ...시 ...분. 녹턴앨리 b구역 12번지. 불사조기사단. 여의치 않을때는 파기할것. 다급했던 목소리에 대한 기억. 품안에는 편지봉투 하나가 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0:29

@Raymond_M (그리고 우연찮게도 녹턴 앨리의 이 골목에 한 사람이 더 들어선다. 그는 자유롭고 어떤 임무도 수행 중이 아니므로 이는 그저 공교로운 일이다. 당신을 발견하지 못한 채로 걷다가 구걸하고 있는 노인을 발견한다. 그 앞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쪼그려 앉아 몇 마디를 나누더니 품 안에서 갈레온 꾸러미를 꺼낸다. 몇 닢을 나누어 주고.)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01:14

@jules_diluti
(그는 그 노인을 안다. ...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그러므로 그가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한숨을 푹 쉬며 몸을 일으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대한 덩치가 당신의 뒤에서 등장한다. 한껏 인기척을 낸 그는 그 노인이나 당신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가 당신과 노인의 사이로 불쑥 끼어든다.)빌리- 동정심 많은 애들 털어먹는 거, 그만하랬잖아요? 지난번에 내가 파이어 위스키 살 때는 알겠다고 하더니?(그럼 노인은 청년을 아는 듯, 궁시렁대며 청년이 불쑥 내민 손 위에 당신의 주머니-혹은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을 장신구 하나를 툭 건넨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11:25

@Raymond_M 잠시만요. 털어먹다니요? (눈을 깜빡이다가 노인의 손에서 자신의 약혼 반지가 나오자 엇!— 짤막한 소리를 낸다. 허둥지둥 받아들어 왼손 약지에 끼운다.) 뭐야, 언제 가져가신 거예요? 큰일날 뻔했네. 하하. 그리고— 레이먼드! 맞죠? (당신의 얼굴을 보려는 듯 기웃거리며 방글방글 웃는다.) 그 키에 그 목소리, 잊을래야 잊을 수 없지.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여기선 뭘 하고 계세요?

Raymond_M

2024년 08월 19일 20:28

@jules_diluti
이런 이야기지.(그가 노인을 향해 갈레온 하나를 건넨다.)빌리, 다음번에도 술 한잔 하자고요. 어지간하면 그 손버릇도 좀 고치고.(그가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로브를 걷고는 배시시 웃는다. 그리고는 학창시절처럼 당신의 어깨 위로 팔을 걸친다.)이 시간쯤 이 주변을 다니는 친구가 있거든. 포커나 한 게임 치려고 했는데 오늘은 안오려나보네. 됐어, 율리 널 만났으니까. 술 한잔? 아니면... 흠, 이시간까지 여는 괜찮은 카페가 있던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11:05

@Raymond_M 여전히 발이 넓으시네요. 도박까지 손을 댄 건 아니죠? 호그와트를 주먹으로 평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요. (당신의 어깨동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치 아무 문제도 없다는 양, 그 날로부터 변한 게 무엇 하나 없다는 듯이. 어쩌면 그는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변할 필요 없다고. 골목 끄트머리의 가게를 손으로 가리킨다.) 저는 주로 다이애건 앨리나 사적인 공간에서 놀아서 잘은 모르는데, 저번에 저 술집이 괜찮더라고요. 술은 안 마신다니까 오렌지 주스도 주셨어요. (그 가게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심심풀이로 곧잘 찾는 장소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Raymond_M

2024년 08월 20일 14:18

@jules_diluti
도박이라니, 그런 무서운 소리를. 난 그냥 건전하게 카드게임 딜러로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뿐이라고. 술이나 한 잔 마시면서 노닥거리는거지.(그는 은은하게 웃는다. 당신은 천진하다. 상냥하다. 그러나 그것은 선함과는 다른 문제다. 그는 당신에게서 고착된 오랜 사유의 부재를 읽어낸다. 그래서 그는 당신을 따라 그 술집으로 걸어가는 대신 장난스럽게 속삭인다.)저기로 내가 들어갔다가는 두 시간 이내로 모든 가재도구와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혼자 도망치게 된다는 데에 갈레온 두 개 걸지. 우리 후배나 선배가 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 한 두 방 정도는 맞을 수도 있겠어.(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머드블러드가 들어가기엔 너무 고급 술집 아닌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23:48

@Raymond_M ('나는 끊임없이 지껄이는 입술, 바닷가에 부는 바람. 조류에 흐드러지는 목소리이며 네 발 아래 밟히는 자갈...' 언젠가 들었던 말이 망령처럼 기억 속에서 되돌아오자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물린다. 밝고 능청스러우며 선의로 빛나는 눈을 보자 잠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마냥 무를 것이고 '이런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억지로 웃는 소리를 낸다. 분위기를 밝게 띄우려는 듯이 입을 연다. 과장된 어조.) 에,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전 그런 단어 싫어한다고요. 아무리 당신 얘기라지만 '머글 태생'이라고 해주시면 안 돼요?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라니... 농담도 참. 자, 저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레이가 아는 카페나 술집으로 가요. 제가 이쪽 거리 사정엔 어두워서요. 네? (그리고 당신을 떠밀듯 어깨를 감싸 두드린다.)

Raymond_M

2024년 08월 21일 01:07

@jules_diluti
글쎄, 요즘의 마법세계에서 내 선후배들이 나를 지칭하며 가장 많이 쓸 단어중 하나일걸. 아마.(그는 그저 웃는 낯이다. 모든 것이 장난인 것처럼. 작금의 이야기는 그저 솜인형의 잘못 튀어나온 보풀이나 잘 잘린 잔디 사이로 비쭉 튀어나온 잡초, 잘못 튀긴 물감자국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농담이 될 수는 없다. 당신이 알고, 그가 아는 것처럼. 혹은 그가 끝끝내 당신의 말에 긍정하지 않았듯. 그러나 그는 )아, 여기서 멜리사네 가게가 멀지 않긴 해. 기억나지? 밴드에서 드럼을 쳤던 래번클로 후배. 오전에는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긴 한데, 밤에는 술도 팔아. 무알콜 칵테일이 제법 있더라고. 술 대신 오렌지주스라는 우리 율리 입에 잘 맞을지도? 성인이 된지 4년인데 아직도 애기입맛이라 어쩌지?(그가 당신의 볼을 아프잖게 콕 찌른다. 어린애 대하듯-놀리는 게 맞다-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8:26

@Raymond_M (어느 것도 농담이 될 순 없다. 그리하여 어떤 것도 달가운 화제는 되지 못한다. '잡종'에 대한 이야기는 가벼운 헛기침으로 떨쳐버리고, 보다 "편한" 대화 주제로 넘어가는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밝다.) 멜리사가 가게를 차렸어요? 와,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라 그런지 더 반갑네요. 그러면 거기로 가요. 그리고 놀리지 마세요— 애기 입맛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웰빙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에요. 술이나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지! 위글, 그러니까 족제비 위글이 당신을 봤다면 돌려차기를 세 번은 했을 걸요. 술이든 도박이든 전부 멀리하시는 편이 좋아요. (전쟁 중에 건네지기엔 지나치게 태평하고, 한편으로 이질적인 말들. 당신의 뒤를 따라가며 덧붙인다.) 그러고 보니 레이먼드는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통 소식을 못 들어서. 저로 말하자면 그럭저럭 성공한 작가가 됐어요. 보다시피. 요즘도 종종 드럼을 만지긴 하는데, 무대를 누빌 때보단 시원찮아요.

Raymond_M

2024년 08월 21일 23:09

@jules_diluti
그러엄, 무진장 잘되는 가게라고. 사장님이 되고도 노예처럼 일한다고 울상이던데?(그러나 당신도 멜리사가 웃는 얼굴로 엄살을 부리는 장면을 쉬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웰빙이라니, 요즘같은 시대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나도 담배에는 강경 반대파지만 가끔은 술 한잔씩 하는 게 수명 연장에는 훨씬 도움이 되는 느낌이라고. 이 맛을 모르다니! 그러고보니 위글은 어떻게됐어? 최근 사진에서는 못본 것 같은데. 위글만 독립이라도 한 거야?(당신의 곁에 언제나 함께있던 그 작은 친구를 기억한다. 영리하고 유쾌했지. 언제나! 당신의 사진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게 언제부터였더라? 그러나 그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위글의 모습이 찍혔던 사진을 기억해 낼 수 없다.)물론 알고있지. 네 작품이 나올때마다 마법세계가 들썩이는걸? 네가 쓴 글은 전부 읽었어. 이게 소설가를 꿈꾼다던 내 순한 친구 쥘 린드버그가 쓴 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거든.

Raymond_M

2024년 08월 21일 23:10

@jules_diluti
결과적으로 몇 구절은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가 됐지. 호그와트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의 힘이쓴 금언과 이 사회 전체를 겨냥한 통찰이라!(그가 노래하듯 중얼거린다. 키들거리는 목소리는 차라리 유쾌하게까지 들릴 정도다.)'우리가 지금까지 앓아왔던 것은 머글혐오증보다는 머글도착증에 가깝다. 머글 혐오는 사회가 낳은 산물이며 우리는 이 사회의 건강한 배타성 추구를 위해 말해야 한다. 마법사 먼저, 머글 나중.'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7:17

약한 책임 전가성 화법

@Raymond_M (순간 사레가 들릴 뻔하지만 간신히 평정을 잃지 않고 참아낸다.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 그거요? 하하, 서투른 솜씨의 글을 외우셨다니 좀 부끄럽긴 한데요. 그건 "쥘 린드버그"로서 쓴 글은 아니거든요. 다른 필명으로 쓴 거지. "위글 딜루티"요. 위글은 나이가 들어서 아주 긴 잠에 빠졌고... 그 애의 이름을 기억할 방법이 필요했거든요.

(목소리는 서서히 변명조가 된다.) 미리 말해두건대 저도 제가 한 말을 진심으로 믿는 건 아니랍니다? 그러니 글의 내용을 제게 물으셔도 소용 없어요. 소설가로 빠른 시일 안에 자립하기 위해선 원치 않는 일도 좀 해야 했거든요... ... (거짓말.) 제 가장 큰 무기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말재주고요. 당신이 제게 말해줬잖아요. 제가 아니면 아무도 못 하고, 제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걸 하라고. 그러니까 어찌 보면 저는 레이먼드가 가르쳐 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7:18

@Raymond_M 꼭대기에서 본 풍경, 사람들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어떻게 잊어버리겠어요? (손으로 가게의 문을 짚는다. 잠시 숨을 고르다 당신을 올려다본다. 이해를 구하듯 금색 눈이 둥글게 휘어진다. 살짝 가쁘게 묻는다.) ...들어가죠?

Raymond_M

2024년 08월 25일 22:00

@jules_diluti
왜 그래? 내가 널 미워하게 됐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삶이란 놈은 항상 엉망이라... 다정한 율리, 상냥한 율리, 영리한 율리...(그의 말은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나는 이미 네 글을 발견하기 전부터 심장이 타버렸단다. 네가 너 스스로 한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거?(그가 웃음을 터뜨린다. 어깨를 들썩이고 입꼬리를 밀어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즐거울 때의 웃음이 아니다. 히스테릭한 기색이 웃음 끝자락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이것은 모르가나 가민이 연극대회를 망쳤을 때 그가 터뜨렸던 웃음. 마법부에 대한 죽음을 먹는 자들의 전방위적인 테러가 시작되었음을 들었을 때, 부엉이와 종이의 틈사이에서 터뜨렸던 웃음이다.)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단다. 네 언어는 적당히 그럴듯하고 적당히 아름다워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혐오하고 싶은 이들의 논리가 되지. 율리, 네 글을 받아들고 나는 내가... 내가 <매거스>를 태워버린 그 좁디 좁은 병실로 다시 돌아간줄 알았어.

Raymond_M

2024년 08월 25일 22:00

@jules_diluti
그때 똑같은 감상을 느꼈거든. 오, 혐오가 드디어 논리의 옷을 차려입었으니 그 다음에는 도덕의 식탁 앞에 앉겠군.(그의 다정한 손이, 따뜻한 손이, 여전히 다정한 손길로 당신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린다. 입술 사이로 언어가 나지막히 새어나온다. 초록 눈동자가 당신의 것과 마주치면 동그랗게 호선을 그린다. 그가 조용히 문을 밀어 연다.)좋아, 한잔 해야지.(그리고는 당신보다 먼저 들어서며 속삭인다.)이럴거면 날 용서한다고 말하지 말지 그랬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1:20

@Raymond_M (오래된 애칭이 반복될 때마다 심장이 위태롭게 박동한다. 그는 당신에게서 적의를, 폭력의 기미를 찾아내려는 듯 눈을 떼지 않고 가게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헝클어진 머리 아래에서 그의 눈은 금빛보단 샛노란 색으로 빛난다. 테이블에 따라 앉으며 중얼거린다.) ...당신의 심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타있었어요, 레이먼드. 드럼을 치길 그만두었을 때부터. ("혐오"는 부드러운 다정의 옷을 걸친 채로 식탁 앞에 앉는다. 손깍지를 끼고 당신을 바라본다. 사사로운 정에 심장이 바짝 타버린 청년. 웃음기 없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우린 멋진 유년기를 보냈죠. 제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함께 무대에 오를 때면 울 수도 있을 것 같았어. 나의 언어는 당신의 손끝에서 힘을 얻었고, 우린 온 세상을 움직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떠났고, 레이, 난 뒤에 남겨졌어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1:20

자기합리화

@Raymond_M 당신이 떠나기 전까진 지금 내가 택한 길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냥 이대로 무대 위를 누비며 눈부신 영애의 과실을 당신들과 나눠먹어도 좋다고 여겼죠. 어쩌면 당신이 북극성의 곁을 지켰더라면 나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지도 몰라요. (거짓말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소한다. 그러나 고자질쟁이 심장은 가면을 배신할 작정으로 가슴 속에서 세차게 박동한다.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환상은 깨졌고, 이제는 현실을 살 시간이죠. 그럴 각오였으니까 당신을 용서했고요. (두근, 두근. 침묵이 흐른다. 당신의 눈치를 보다 메뉴판을 집어들더니 입을 연다.) ...주문할까요?

Raymond_M

2024년 08월 26일 02:47

@jules_diluti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있을 수 있을 리가. 펜 끝을 멈추게 하는 것은 칼날이 아니다. 당신의 언어는 이미 힘을 얻었다. 사방을 유령처럼 배회한다.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절반은 맞았어. 그 시절에도 심장이 이미 타있었던 것 같기는 하거든. 내가 자주 다니는 바BAR의 대학생 하나가 물은 건데 말이야, 현상은 목격되지 전까지는 있으면서 없다고 하더라. 응, 그렇다면 내 심장은 오래 전에 잿더미였다고 생각했지. 어쩌면 널 만나기 전부터.(사랑이 그가 주먹을 쥐게 만들었던 그 순간부터 그는 이미 심장이 불타 있었다. 버석한 잿더미가 되고도 불길을 멈출 수 없는 심장이 그곳에 있다. 그가 두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율리, 날 기만하려고 들어도 좋고, 변명을 해도 좋은데, 거짓말을 하지는 말자. 네가 가장 높은 곳의 풍경을 즐기며 환희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서있을 때 나는 녹턴앨리의 가장 깊숙한 술집으로 숨어들었지.

Raymond_M

2024년 08월 26일 02:47

@jules_diluti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고, 술을 사고, 취하지 않은 채로 웃어댔어. 그 이유가 뭐였을 것 같아?(쥐새끼들은 세계의 진동을 가장 빠르게 알아차린다. 이미 해일이나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그곳에 없지. 그들이 귓가에 속삭여줬다. 원래 술자리에서 오가는 가십이란 때때로 정금보다 귀하기 마련이다.)네 시작은 거기가 아니었잖아. 백번 양보해서 의도를 가진 게 내가 폴라리스를 떠난 탓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율리, 넌 내가 아무것도 모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뻗었잖니.(당신이 줄리아에게 뻗었던 손을 그는 안다. 그게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었다는 것도.)그렇지만 그래, 네가 현실을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건 확실히 잘 알겠다. 그 이전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는 사실도. 산 목숨을 심중장례 치를 수는 없으니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텐데, 왜 너는 자꾸만 나도 모르는 네 비석 위에서 추도문을 읊을까? 좋아하는 걸로 두 잔 시켜. 베일 너머의 너와는 첫 대면이니 기념해야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15:37

@Raymond_M (소년 시절의 쥘 린드버그는 레이먼드 아서 메르체를 보고 꺼져가는 불을 보았다. 자신을 꼭대기로 데려다줄 사람이 때이르게 잿더미로 무너진다니 안 될 말이었다. 그는 조급함에 어떻게든 당신의 불을 되살리려 했다. 때론 병문안으로, 때론 위로와 격려의 말로, 때론 재치있는 가사와 오크통에서 터져나오는 물보라로. 그러나 당신은 떠났고 그는 미련없이 다른 길을 택했다. 거기서 끝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다르게 말한다. 그의 심장은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바짝 타버렸고 그건 사랑 때문이었다고.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여 심장은 재가 된지 오래였지만 불길은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노라고... ... 기분이 이상해진다. 목에 이상한 게 걸린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내린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건가? 당신과 친구들의 곁에서 노래하며 꼭대기를 보는 미래도 있었다는 것일까?... ...)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15:38

@Raymond_M 내가 저쪽에 붙지 않았더래도 불사조 기사단에게 가망은 없었어요. 전쟁은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고... 그러니까 죽은 사람 취급은 그만두세요.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뻗었다,' 그 말을 듣자 날붙이에 찔린 것마냥 어깨를 움찔한다. 그는 핀갈에게 해골 모양의 낙인을 가져다 주었고 줄리아가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였다. 이디스와 루드비크를 프로파간다의 간판으로 세우는 청사진을 그렸고 이제는 프러드까지 그르치려 했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마른침으로 입술을 재차 축인다. 돌처럼 굳어있던 손을 움직여 메뉴판을 제쪽으로 가져온다. 바텐더를 향해 고개를 든다.) 아무거나 두 잔 주세요. 독한 거로요. (메뉴판을 내려둔다. 손으로 미간을 짚고 생각에 잠긴다. 입을 열자 나오는 말은 퍽 생뚱맞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어요? 그러니까, 술집에서 정보 캐고 다닌 것 말고요. 드럼 연주한 적 있어요?

Raymond_M

2024년 08월 26일 22:10

@jules_diluti
(잿더미인 채로도 화마일 수 있다. 빛나지 않는 것에도 열기가 있다. 왜냐하면 타오르는 것은 불꽃만의 일이 아니므로... 그의 심장에 내려앉았던 불꽃은 그런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사랑을 고통이라고 읽었지만, 대체 그의 인생에서 그러지 않을 수 있던 나날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어쩌면 우리는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당신과 제가 나란히 손을 붙잡은 채로 이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이따금, 우리의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꾼다. 당신과 제가. 그리고 모두가 '우리'일 수 있는 꿈을. 그러나 시간은 유수와 같고, 삶은 냉엄하다. 꿈이 지나치게 다정할때마다 이제 그는 현실로 깨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지나치게 다정한 꿈은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는 영영 영리해 질 수 없는 레이먼드에게 그저 지독한 악몽이다. 꾸지 않게 해 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는. 이제 그는 잡을 수 없는 것에게 애원하느라 스스로를 망치지 않는다.)

Raymond_M

2024년 08월 26일 22:10

@jules_diluti
알아, 지금 너는 내 앞에 살아있고, 원래 모든 변태는 가능성이 희박한 농담에 불과하지. 그렇지만 죄는 그런 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그건 거기 남아 언제까지고 널 지켜보고 있지. 내가 그렇듯이. 하긴, 이제는 이 세계를 오래도록 지켜봐야 할 이유도 더는 없나.(그는 당신의 어깨가 움찔이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시선은 다감하지 않다. 그저 먼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것을 그저 흉내내고 있는 훌륭하지 못한 연기자 같다. 그것이 당신과 저를 더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지 못하게 만든다.)관계에서 죽음이란 완전한 소멸이 아닌 부재지. 다시 만날 일 없거나 절대 돌아오지 않거나 완전히 떠난 사람은 죽지 않아도 죽은사람이니까.(*김민재, 장례식. 그게 끝이다. 그는 유년기의 당신의 관을 조용히 닫는다. 제가 결코 알지 못했던 어린아이를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삼키며. 과거가 죽었는데도 애정은 살아있다는 사실만이 얄궂다.)

Raymond_M

2024년 08월 26일 22:10

@jules_diluti
주로 쥴과 함께 여행을 다녔지. 드럼은... 그래, 종종 연주해. 일년 반쯤 전에 정착하다시피 한 바에는 무대가 있거든. 거기서 종종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드럼을 연주하지. 나와 함께 음악을 하는 이들과 그걸 듣는 사람들이 있어. 엔야가 기타를 치기도 해. 꼭대기는 아니지만, 알잖아? 음악은 가장 우리는 음악 안에서 모두 평등하며, 우리 모두는 음악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음악, 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산산하다. 폴라리스에서 음악을 논할때의 표정과 다르지 않다. 그는 여전히 사랑하는 것들의 곁에 있다. 당신만은 그곳에 없는 채로.)

jules_diluti

2024년 08월 27일 11:24

@Raymond_M (맞다. 당신과 나 사이에 우리가 있어서 우리는 세계를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누구도 우습게 여기지 않고, 누구도 혐오하지 않은 채로. 하지만 때가 엇갈렸다. 이조차도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심성을 고쳐먹을 일말의 가능성조차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입이 닳도록 사랑과 다정을 이야기하는 당신은 자꾸만 눈앞의 사람이 "만약"을 생각하게 한다. 백일몽을 꾸게 한다. 하지만 자신은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뇌였다.)

죄는 없어요. 그건 그냥 지어내기 좋아하는 신학자들이 발명한 단어일 뿐이에요. 호그와트의 유령들만 봐도 알잖아요. 사후세계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다고... 영혼이 온전한 한은, 나는 돌아올 수도 있고 아주 먼 길을 떠날 수도 있어요. 내 영혼은 아직 온전해요. 그러니 나를 지켜보는 건 이름뿐인 죄가 아닌 당신들 뿐이겠네요. (어렵사리 미소를 짓는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7일 11:25

@Raymond_M 저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으세요? 이거 서운한데... 전 당신도, 쥴도 좋아한다고요. 누님께서 피아노를 치던 기억은 아직도 제게 좋게 남아있어요. 당신의 드럼 연주도 듣고 싶어요. 저번에 엔야를 만나긴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연주를 한다더군요. 당신과는 어울리는 일자리인데, 엔야는 좀 의외였어요...

(청년은 여전히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허나 그것은 당신이 알고 있던 소년이 살아있다는 의미가 되진 않으므로, 이곳에 앉아있는 것은 유년기의 유령일 뿐이다. 특유의 천진한 낯으로 세상의 잔악함을 답습해버린. 두 사람 앞에 잔이 나온다. 독한 술이다. 원래는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는데, 근래 들어 어쩌다 이렇게 자주 마시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금주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지. 오래오래... 잔을 들고 앞으로 기울인다.) 자, 건배하죠. 당신의 안녕과 장수를 위해.

Raymond_M

2024년 08월 27일 20:30

@jules_diluti
(그가 고개를 젓는다.)지옥이나 내세는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율리, 아니야. 죄는 분명히 그곳에 있어. 네 영혼이 찢긴 구석 없이 온전해도 여전히 네 죄는 진홍같고, 네 그림자 아래에서는 너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비명이 떠돌거야.(양심은 때때로 침묵하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이 떠들 때는 다른 무엇도 아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타인을 파괴하고 물화하는 건 결국 너를 갉아먹겠지.(그가 가만히 턱을 괸다.)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할거야.(모든 것을. 모든 순간을... 당신의 모든 죄를. 살아있는 양피지 같은 꼴이래도 좋다. 그렇게도 사람은 살아간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영원히 끝나지 않을 애도에게 내어줄 각오가 되어 있다.)지금 내 눈앞에 있는 너는 언제고 다시 볼 수 있겠지. 기회가 허락한다면 말이야. 그렇지만... 그래, 다시 널 만나고 싶지는 않다. 사랑하는 걸 미워하면서 웃는다는 건 괴로운 일이거든.

Raymond_M

2024년 08월 27일 20:31

@jules_diluti
하기야, 너는 미움조차 날것으로 답습한 적이 없으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겠지만...(그가 허공에 긴 숨을 뱉는다. 지친사람처럼. 아주아주 지친 사람처럼. 문득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기다릴 것이다.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며, 언제고 해가 드는 뭍에서 서있겠지. 그러나 몇 명이나 되는 이들이 돌아올 것인가? 몇명이나 되는 이들이 대답할 것인가? 메아리가 아닌 사람의 온기가 언제쯤 이곳으로 끼쳐 올 것인가... 바다는 너무 넓고 세계는 너무 잔인한데.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잔을 집어든다. 괜히 비식비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가 당신의 잔 끝에 제 잔을 가져다 댄다.)그래, 많은 것들을 위해. 건배.

jules_diluti

2024년 08월 27일 23:52

@Raymond_M (듣고 싶지 않다. 그의 양심은 아주 오랫동안 침묵했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그는 다른 이들을 보고 양심이 하등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봤자 행동은 바뀌지 않고, 술을 마시고 가슴을 쥐어뜯고 잠을 설쳐가며 똑같이, 똑같이 악을 되풀이할 뿐인데. 조금 더 즐겁고 유쾌하게 가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당신의 예언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자의 질투로 치부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해.) 어리석은 짓이에요, 레이먼드. 사람은 쉽게 우울해져서 기억을 전부 떠안고 살 수는 없어요. 그러니 잊어요. 그리고 다음에 날 다시 보더라도 웃어 주세요. (날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그는 중얼거리며 닻을 올리고 익숙한 항구를 떠난다. 잔을 들어 부딪히자 맑은 소리가 울린다.) 건배. (쭉 마시고... 치밀어 오르는 역함에 기침한다.) 으, 독해라. 식초를 마시는 게 나을 뻔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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