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거구의 남자가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머리를 모로 흔드는 모습은 무언가에 실망한 이의 것도 같고, 예상한 비탄을 맞이하는 이의 것도 같다. 그가 지팡이를 손아귀에 쥔다. 그리고는 골목 사이로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바라본다. 무언가를 살피듯이. 혹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있는 것처럼. 숨을 죽인 그는 어둠속에 녹아들기 알맞다. ...시 ...분. 녹턴앨리 b구역 12번지. 불사조기사단. 여의치 않을때는 파기할것. 다급했던 목소리에 대한 기억. 품안에는 편지봉투 하나가 있다.)
@Raymond_M (프러드가 일하는 언쇼 부부의 고서점 문이 닫힌 걸 보고서 돌아나오는 길이다. 키가 큰 사람이 녹턴 앨리를 걷고 있으니 절로 눈길이 간다.)
@LSW
(그는 자신에게 닿는 시선에 기민하다. 당연한 일이다. 이 자리에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어둠속에서 그가 고개를 돌린다. 당신을 발견한 그가 벽에 기대선다.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듯이. 작은 자갈이 그의 구두 아래 채인다. 침묵이 길다.)
@Raymond_M (가로등의 불빛까지는 한참을 가야 하고 이곳의 어둠 아래에서는 사람을 분간하기 어렵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던 레아가 품 안에서 빠르게 지팡이를 꺼내든다. 동작만 취하고 소리는 없었다. 무언 주문으로, 거수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레질리먼시다. 지팡이 끝이 레이먼드를 향한다.)
@LSW
(당신이 지팡이를 들어올리기 무섭게 상대의 지팡이 끝으로-아마도-추정되는 것에서 환한 빛이 인다. 어둠속이었으므로 한순간 정도는, 사람의 시야를 충분히 가릴만한 것이다. 정석적인 대처지. 눈앞의 상대가 집중을 요하는 마법을 사용하려고 할 때의. 흰 뺨과 초록 눈동자가 어슴푸레한 그림자 속에서 선명한 빛을 간직한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찰나. 빛이 사라진다. 그의 인영도 같이. 당신의 뒤에서 구둣굽이 땅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부러 낸 인기척이다.)말로 하지?
@Raymond_M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리며 손을 들어 가린다. 그 강렬한 녹색 빛을 보았다. 얼핏 본다면 그 흰빛의 일부에 가까운 오른눈도... 이윽고 인기척에 멈칫했다.) 그냥 기절 마법부터 쓸 걸 그랬네... (동요하지 않은 양 느리게 돌아본다.) 물으면, 말해줄 거예요? 지금 절 봐주고 있는 모양인데.
@LSW
멋진 후회네. 그래도 너무 그러지 말자고.(그가 손끝에서 지팡이를 굴린다. 당신을 향하지 않은 채로.)나도 지금 사적제제의 무상함을 떠올리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까... 뭘 묻고싶은데? 대답할지는 내 마음이지만 들어나 보지. 마법사가 마법세계에 있는 이유같은 거?
@Raymond_M 법은 당신들을 지키려고 있는 거라니까요. 비질란테랍시고 나서서 범법자가 되지 않는 자제력은 칭찬해 드리죠... (지팡이에 머물었던 시선이 레이먼드의 얼굴로 향한다.) 왜 수상하게 신분을 감추고 녹턴 앨리에서 걷고 있는지도 말해 주면 얌전히 보내드릴게요. 여긴 아이들은 물론이고 착한 어른이 올 만한 곳도 아니랍니다. (녹턴 앨리를 빠져나가는 길-아마 b구역 12번지와는 반대일- 방향을 가리킨다.)
@LSW
일단 이쪽은 비질란테조차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두고 넘어가지. 네가 팔아넘길 가치가 없을 만치는 분명하게... 비전투 인력이거든.(그런 것 치고는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까딱거리고 있기는 하다마는.)녹턴앨리에 자주 가는 술집이 있거든. 마법사회에서조차 일거리를 못찾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서 아마 가본 적 없을텐데?(그가 한쪽 눈썹을 밀어 올린다.)그리고 레아, 난 널 얌전히 보내준다고 한 적 없는데?
@Raymond_M (눈썹을 까딱인다. 자경단을 운운한 건 '혹시나' 레이먼드가 그 사이 불사조 기사단에 합류했을지에 대해 떠보고자 물었던 것이다.) 당신이 그때그때 되는 대로 일감을 구하는 것이야 (저번의 조사로) 알지만, 그런 식으로 대놓고 말하는 걸 보면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요. (지팡이를 겨눈다.) 함께 가시죠? 잘 모셔다 드릴게요.
@LSW
(최근에야 사실상 바에 정착했다지만, 그 전까지는 그렇게 살았던 게 사실이다.)주제파악이라. 그런 곳에 가는 게 부끄럽기라도 해야하나? 그래봐야 다 사람 사는 곳인걸.(그가 아는 이들 중 가장 맹렬한 이들중 하나도, 가장 지혜로운 이들중 하나도 그곳에 있다.)어지간하면 너랑 마법으로 대거리 하고 싶지는 않은데 대화를 할 수 있게 부디 협력해주지 않겠어? 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거든. 레아, 왜 유다가 됐지? 향유에 눈이 먼 것도 아니면서.
@Raymond_M (헌데 이 자는 레이먼드가 말하는 술집에 발 들여본 적도 없었으니, 시야가 밝으나 눈이 먼 자요 지식이 있어도 지혜는 없는 우자일 뿐이다.) ...궁금해요? 궁금하면 말해드리죠. 돈 때문이었어요. (보란 듯이 웃으며 양손을 펼쳐 보인다. 거짓말에 교묘하게 진실을 섞는다.) 마왕님께서 기거하시는 저택의 기둥뿌리를 뽑아 주시겠다더군요. 불사조 기사단들이랍시고 하는 일에 진전이 없어 짜증도 났고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빠서 제안에 옳다구나 하고 수락했어요. 제 금단추 보이죠? (어두운 녹턴 앨리에도 달빛이 이따금씩 든다. 때마침 구름이 지나가며 단추가 그 희미한 월광을 받아 반짝였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고보니 유다가 맞네요. 세상에, 과분하기도 해라. 십자가에 성자를 못박게 한 주범으로 불러주시다니. 그런데 제가 한 행동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나요? 그냥 세상 물정 모르는 치들을 고발했을 뿐이라고요.
@LSW
돈이라, 돈 좋지. 반짝이는 금단추 역시... 좋긴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네가 유다가 된 이유, 그거 아니잖아?(그가 여상스럽게 대꾸한다. 그는 당신의 말이 아닌 무의식을 믿는다. 인간은 일기장에조차 거짓말을 하지만, 팔이 부러진 연기를 하면서도 돌덩이가 날아오면 팔을 들어 막곤 하지. 당신은 썩 대단한 연기자는 아니다.)차라리 대의에 실증이 났다거나, 죽기가 싫어졌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면 믿었을텐데. 뭐 사실, 돈을 받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은 안해. 갑자기 직위가 솟구친 이유가 있기도 있을테니까. 정말로 돈이 문제였다면 그날 내게 돈 이야기를 먼저 꺼냈겠지. 원래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간절한 걸로 상대를 조롱하거든.(이 이론을 항상 믿는 건 아니지만... 그가 느리게 고개를 까딱인다.)말해줄 생각이 없다면 됐어. 아, 네가 왜 유다냐고 했지?(그가 비죽 웃는다.)유다도 예수를 자기가 아닌 사람이 팔아넘기는 건 싫었을테니까.
@Raymond_M (왼쪽 눈썹을 올린다.) 별의별 헛소리로 잘 아는 척 말하는데. (어릴 때부터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신의 녹색 눈은 온화한 빛을 띠다가도 곧잘 사람을 꿰뚫어보곤 하는 것 같다고. 레아는 제발 저린 듯 레이먼드를 쏘아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매에 힘이 빠진다.) ...맞아요. (그런 것치고는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속지를 않는군요. 당신 말이 맞아요. 저는... ...저는 질렸어요. 전쟁은 늘어지고 사람들만 죽어가서, 그래서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어차피 누군가는 팔았을 거예요. 저 말고도 내통자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이었는데 제가 숟가락 얹은 것에 불과하다고요. ...들으니까 만족해요? 스스로가 똑똑한 것 같고 다 파악한 것 같고 그런 기분이 들죠?
@LSW
(몸을 낮춰 삶을 더듬다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랑해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들. 혹은 진실들. 허구와 진실을 구별해 내는 것은 어렵지만 그가 선택한 길이다. 사람의 길을 따라 그리는 일 말이다.)그래, 누군가는 팔았겠지. 너 말고도 내통자는 있었을거야.(구슬을 상자 안에 넣고 마구 흔드는 일이다. 어떤 구슬들은 필연적으로 망가진다. 깨진다. 진절머리가 날 수 있지.)그렇지만 누군가는 네게 기대했을 거야. ...이제 와서는 다 하릴 없는 이야기지만.(그는 고개를 흔든다.)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체제에 저항하려고 시도하지 않지.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대신 함께 흘러가는 게 훨씬 쉽다는 사실을 알고있을테니까.(그가 설핏 고개를 기울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당신의 어깨를 털어준다. 묘한 표정은 웃는 것도 같고, 우는 것도 같다.)왜 그런 표정이야?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도록 해. 쉽게 영리해지는 길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으니.
@Raymond_M (아연해졌다.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던 레아는 당신의 손이 어깨에 닿자 쳐낸다.) 자랑스러워하라고 하는 말 아니잖아요, 레이먼드 메르체. ...맞아요. 당신은 아둔해요. 아둔하니까 그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거죠. 바뀌어가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면 되는데. (그는 당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는 것에서. 설령 '결백'하더라도 그는 트집을 잡고 늘어졌을 거다. 그 '아둔한 마음'을 질투한다. 레이먼드라는 구슬이 아직 빛난다고 생각하기에 그 반짝임을 시샘한다. 가지지 못한 것이고 걷지 못한 길이다. ...그렇게 그저 샘내기만 하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이다.)
물론 누가 제게 기대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무슨 소용이에요, 그 마음들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죽은 사람들이고... 이루어지지 않은 마음에 의미가 있나요, 레이먼드? 어떻게 생각해요.
@LSW
그래, 난 평생 아둔하겠지. 그게 내가 래번클로에 가지 못한 이유기도 하고. 사랑따위가 내 심장을 태우려고 들면 그대로 뭉텅이로 잘라 두엄더미 위에 내던지면 좋을텐데. 평생 그렇게 살지 못할거야. 나는 너무 오래 전에 사랑이라는 불꽃에 내 심장을 내줬거든.(당신이 반짝임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그가 짊어진 아주 오래된 저주다. 혹은 축복이거나. 어쨌거나 둘은 같은 음절을 공유한다. 그가 붉어진 제 손끝을 가만히 내린다.)그리고 지금 넌 나를 의심하는구나, 그렇지? 날 끌고 갈 자신은 있니? 레아, 내 손끝 발끝을 저며내고, 늑골을 부숴 심장을 끄집어내기라도 하려고? 그런다고 뭐가 바뀌지. 나는 예나 지금이나 불손하지만 네가 원하는 이는 아닌데.(이어지는 말에, 이번에야말로 그의 초록 눈동자가 분명한 호선을 그린다. 그가 눈썹을 늘어뜨린 채로 웃는다.)
@LSW
나 역시 그랬어. 네 머리 위로 흩어진 무용한 마음들 중에 내 것도 있었다고....슬프게도 이제는 죽어버린 가능성이지만.괜찮아, 이제는 사산된 가능성을 웃어 넘기는 법을 너희에게 배웠으니.(그가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는 긴 한숨을 뱉는다. 지친사람처럼. 아주아주 지친 사람처럼.)한 곡 출 거니? 리드하고 싶지는 않은데. 여전히 사랑하는 걸 공격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잖아. 자비를 베풀어 달란 말이야, 레아.
@Raymond_M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먼 과거를 되짚는 듯 하다가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하하, 새삼스럽지만 왜 어릴 때 에스마일이 당신을 음유시인이라 부른 건지 알 것 같아요. (노래하는 듯한 말소리, 섬세한 단어들... 그것들이 당신이 부여받은 저주와 뒤섞여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춤을 춘다.) 제가 베풀 자비는 당신이 어디든 마음대로 가게 두는 정도면 족해요. 안 막아요. 하지만 공무원으로서 당신이 무얼 하는지 감시할 수는 있겠죠. 그걸 공격하겠다고 한다면... '사적인 판단'을 개입시켜서라도 알아내야겠죠. (어쨌거나 얌전히 가게 뒺는 않을 거란 뜻이다.)
@LSW
그런 별명도 있었어? 몰랐는데.(물론 그에게 별명이 아주 많기는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다르게 불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 중 음유시인이라... 그는 어렵지 않게 거기서 과거의 박편을 발견해낸다. 보통은 추억이라고 부르곤 하는 것이다. 그가 다른 손을 들어 제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그러는 사이에 편지 귀퉁이에 붙어있던 룬부적은 찢어진다. 간단한 '말소' 절차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리고는 사탕 하나를 꺼내 당신을 향해 내민다. 애시당초 목적이 이쪽이었다는 양.)먹을거야? 아니면 내가 먹지. ...거기가 그런 옷을 입고 드나들 곳은 아닌데... 맙소사, 윌슨에게 오늘치 분위기는 내가 망쳤다는 원망을 듣겠군. 이거라도 걸칠래?(그러고는 제 망토를 팔랑거린다. 그러나 당신이 걸쳤다가는 십중팔구 바닥에 끌리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하다.)밤거리가 무척이나 든든해지겠어. 가자. 안내는 내가 해야할 것 같네. 한 두잔은 살거라고 믿지.
@Raymond_M (레이먼드와 그가 내민 사탕을 한참 번갈아본다. 미심쩍다는 눈빛이었으나 받아들고서 지팡이로 몇 번 두드리는데, 주문을 다섯 번은 외우고 나서야 별 문제 없는 사탕이라는 걸 확인했다.) 아는 사람이 많네요.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게 맞기야 하겠지만... (마찬가지로 망토도 의심 어린 눈빛으로 보지만 고개를 결국 끄덕인다.) 어째 요즘 들어 동창들에게 쓰는 돈이 많아지네요. 얼마 전엔 힐데가르트가 돈이 없대서 9갈레온쯤을 내줬고(이쪽이 기어이 쥐여준 거지만) 에스마일은... 돈이 없고. 왜 다들 힘든 길을 사나 몰라. 당신 술도 제가 사죠. 망토 값이라 생각해요. (이 자는 당신의 그 기밀 편지가 파기된 줄도 모르고 감시한답시고 술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LSW
(주머니에서 같은 사탕 하나를 꺼내 보란듯 입에 쏙 넣는다.)내가 널 저주해서 어디다 써? 평범한 파트타이머에게 저주 걸린 동창은 쓸데도 없는 짐이거든.(괜히 입술을 비죽인다. 그는 제 어깨에 걸친 망토를 풀어 당신의 어깨 위에 둘러준다. 그의 종아리 어름에 떨어지던 옷자락은 당신에게는 간신히 발 뒤축에 닿지 않을 정도의 길이지만, 당신의 옷을 가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처사다. 그는 꼼꼼히 매듭을 짓고 후드를 씌워준다.)죄다 팔아 치울 수 없는 것만 끌어안고 사는 작자들의 비애 아니겠어? 역시 돈 많은 동창은 좋은거라니까. 이참에 비싼 위스키로 한 잔 달라고 해야지.(이변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저 거리 어딘가에서 걸어온 여성이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상냥하게 웃는다. 달이 참 예쁘지 않아요? 이거 일났군, 그러나 그는 티내지 않고 대답한다.)미안해요, 고백을 하는 거라면… 난 오늘 내 동행과 밀회를 하러 나왔거든요.
@LSW
(그리곤 보란듯이 당신의 어깨를 제쪽으로 당긴다. 좀 협조해줘, 귓속말로 속삭이는것도 잊지 않고.)
@Raymond_M (어두운 색 푸대자루 같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영 못미덥단 눈을 하고서 사탕을 입에 넣던 차다. 여자와 레이먼드를 번갈아본다. 아는 사이인가? 괜히 레이먼드와 의문의 마녀 사이를 훼방놓는 건 아닐까 생각하지만... 대답 대신 레이먼드의 허리를 둘러 팔로 감으며 머리를 기댄다. 몸이 가까워지자 은근슬쩍 레이먼드의 발을 뒤꿈치로 밟는다.) 이 사람은 저와 선약이 있어서요. 오늘은 못 빌려줘요.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헌데 이만하면 충분할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협조했다.)
@LSW
(윽, 발에 실린 무게에 잠시 신음할 뻔 하지만...가까스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한다. 눈앞의 상대에게 이미 말소된 정보를 줄 수 없는 것은 물론이요, 그 옆에 붙어있는 이가 당신이다. 그는 당연한 일을 했다. 그가 당신의 겨드랑이에 팔을 밀어넣는가 싶더니, 이내 당신을 가볍게 '안아든다' 평범하게 공주님 안기 자세다. 여성은 사람을 잘못봤다는 듯 멀어진다. 그가 당신을 가볍게 던졌다 받는다. 이래뵈도 신체 능력은 발군이다. 웃기지 않은 농담.)이래 달라는 거 아니었어? 발을 너무 꾹 밟길래 앙탈 부리는 줄 알았는데.
@Raymond_M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눈이 동그래졌다. 몸이 떠오를 때는 놀라서 무심결에 당신의 목에 매달리듯이 옷을 콱 움켜쥐었고, 여성이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으르렁댄다.) 앙탈 같은 소리를 하고. 재미있어요? 당신도 마왕의 앞잡이 따위와는 닿고 싶지도 않을 거잖아요... (그러면서 버둥거리며 내려가 -거의 바닥에 얼굴부터 떨어질 뻔 했다- 옷을 꼼꼼하게 털었다. 망토 위로 닿았던지라 먼지 같은 게 묻었을 리도 만무한데.) 빨리 가요. 그냥 그 여자가 작업 걸게 놔둘 걸 그랬네.
@LSW
응, 재밌는데. 특히 네 표정이.(그는 여상스럽게 대꾸하고는... 버둥거리는 당신을 간신히 바로 세워 내려놓는데 성공한다. 다만 이어지는 말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한다.)무슨 소리야? 내가 널 싫어할리가 없잖아.(별 소리를 다 한다는 듯이 눈을 반 바퀴 굴린다.)...설마 방금 많이 불편했어?(그럴리가 없는데, 하는 얼굴. 그야 사람 들쳐없는 스킬만큼은 몇 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구석이 있단 말이다. 내뱉는 언어는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고.)네, 네, 안내합죠. 윽, 그런 건 몇 번을 당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Raymond_M 좋겠네요. 성격도 좋고 인품 좋아 좋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해파리의 촉수처럼 어째 하는 말마다 독이 들어 있다. 여하간 레이먼드가 가는 대로 따른다.) 그러니까... 우리 불편한 관계 아니에요? 적어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아는 사람이 죽었는데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버린 동창이었던 공무원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네? 레이먼드. (비꼬듯 말하는데 웃지 않는 건 당신이 정말 싫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LSW
글쎄다. 학창시절 내내 날 좋아한다는 사람보다는 싫어 죽여버리겠다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나서.(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유들유들하게 웃어넘긴다. 그가 걸음을 옮기다가...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퍽 산산한 말투다. 초록 눈동자는 변함없는 애정을 담은 채로 빛나고...)너희는 쉽게 착각하곤 하더라. 너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선의를 상실하는 순간이 내가 너희를 미워하는 순간일거라고. 사실 내 사랑은 그런 게 아닌데 말이야. 레아, 나는 여전히 널 사랑해. 그리고 이건 네가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널 사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야. 지금당장 네가 내게 지팡이를 빼든다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의 일일거야. 네가 이 사실을 믿든지 믿지 않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