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슥한 골목. 그와 대화하는 노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있다.)
-출장이 런던이셨으면, 절 먼저 보낼 필요는 없지 않으셨어요? 굳이 따로 있으시겠다고요. 제자로는 왜 받아주신 거예요? 제가 그렇게 믿기 힘드신가요?
-... 네. 죄송해요.
-요즘 특히 분위기가 안 좋다는데, 아시죠, 네.
-연습할 대상을 3마리 구해 놓으라고요?
-아뇨, 해야죠... 방금 그러셨잖아요, 상태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내쫓겠다고.
-아. 여기 지출 기록요.
-나머지요? 제가 따로 부탁받은 것들입니다. 이미 맡겼으니 내일 안으로는 전부 그쪽에 도착할 걸요.
-브라이턴에서 봬요!
(노인이 사라진 자리에 대고 소리를 높인 그는 며칠 더 생겨버린 시간을 어떡할지 몰라 머뭇대다 그대로 담배를 꺼낸다. 지팡이에서 작은 불꽃이 일면 잠시 후 연기가 피어 오른다. 골목 입구에서 그는 지나가는 얼굴 중 아는 것이 있는지 관찰한다. 요 며칠 아는 사람을 제법 만났으니, 지금도 또 운이 따를까 해서.)
@isaac_nadir 콜록……. (희뿌연 연기 만큼이나 하얀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바람에 나부낀다. 연기 같은 것은 아무렇지 않으면서도, 작은 기침 소리를 내며 일부러 작은 주의를 끌었다. 눈이 마주치면 언제나와 같이, 사근사근한 미소.)
@isaac_nadir 어머, 마주치지 않아 다행이구나… 그는 가끔 매서운 눈으로 나를 보곤 하지. (아까운 장초를 기꺼이 꺼뜨릴 친애와 반가움을 알기에, 이 마녀는 언제나처럼 아이작의 앞에서 기분이 좋아진다.) 필요한 건 없니? 그래, '연습할 대상'이라거나 …….
@isaac_nadir 그가 언제 나갈까 궁리하고 있었단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 참 다행이지? (웬디는 두 손을 모으고, 한쪽 손등에 자신에 뺨을 기대었다.) 잊어달라 하거든 잊어주마… 우후후. 맞아, 그 박제 말인데… 혹시 썩지 않게 하면서도 동시에 딱딱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WWW 그건...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손을 턱과 목이 연결되는 부분에 대고 고개를 돌린다.) 모든 죽은 것은 변해. (모든 것이 변하듯이.) 마법이나 약품 처리를 여럿 하긴 하지만 전부 한계가 있어. 썩지 않더라도 벌레가 꼬이거나, 색이 바래거나... 딱딱하지 않게 하려면 마법으로 유연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럼 너무 빨리 상태가 악화될 거야. 이미 만들어진 걸 바꿀 수는 없어. 네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차라리 박제 말고 고무 모형을 구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사이.) 그건 왜? 설마 벌써 훼손되기 시작했니?
@isaac_nadir 어머… 누구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한다던데. (가벼운 농담처럼 덧붙이며 웃고 말았다.) 그래, 안 그래도 네가 말한 걸 시도해 본 참이란다. 박제 된 상태 그대로 '유연하게'만 바뀌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묻어주고 오는 참이지. (그게 무엇인지는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다.)
아쉬운대로 새 걸 하나 구할까 하는데…… 참, 저번에 보낸 나비는 어땠니? 파울라가 대신 받지 않았기를 바라마. 후후……
@WWW 아하,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나 할까! 전쟁이 아니면. 누가 그런 말을 했니? (그는, 마치 신문의 이름을 읽듯이 당연한 목소리로 말한다.) ... 흠. 제작 과정에서 모형에 관절을 반영하고, 가죽에 유연화 마법을 걸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탐구해볼게... (2초간의 공백.) 나비? 맞아, 그건 '내가' 잘 받았어. 받고 당혹스러웠단 거, 아니? 도제긴 해도 나, 박제를 만드는 사람인데! 모형을 보내다니. 싫었단 건 아냐. (그는 여기서 손을 내젓는다.) 날개도 아주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 그렇지만 정말 왜 그 나비를 보내준 거니? 꼭 묻고 싶었어.
@isaac_nadir ……내가 아는 어떤 마법사가 말했단다. 어른이 되면서 많이 변해버렸는데……, 그는 아직도 전과 다름 없이 노란색 눈을 하고 있더구나. (아이작의 제안을 들으며 '아무튼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숨길 수 없이 화색이 돈다.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당혹스러웠다는 말에도 조금 웃는다.)
후후… 아직 갖고 있니? 기쁘구나. 그 나비, 정말로 정교하지… 처음 봤을 때는 꼭 살아있는 나비인 줄 알았단다. 네게 묻고 싶었거든…… 구분할 수 없이 똑같이 생겼고, 둘 모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으며, 오로지 '보이기 위해' 남겨졌다면…… 모형과 박제는 어떤 차이인 걸까……?
만일 '원본'은 박제가 되어 더이상 움직일 수 없고, 모형은 마법을 쓰든지 해서 산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후후……. 정답은 없단다. 네 의견이 궁금할 뿐이야…… 그러니 편히 말해보련.
@WWW ... 가끔 모두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해.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사이.) 글쎄... (그는 골똘히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거뭇해진 붉은 벽돌 틈새를 채운 흰 선은 당신만큼 희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면 당신은 기묘하도록 절대적이다. 방금 모두가 바뀌었다고 말한 것이 순간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신이 그리는 이상향이 그럴 것 같이.) 넌 날 재단하지 않겠다니, 네 말대로 편하게 얘기할게. (그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당신이 웃는 게 좋아서.) 과정이 다르지. 그러니 과정을 모르는 이들에겐 둘의 차이가 없을 거야. 그들은 결과만 볼 테니까. (사이.) 하지만 만든 사람이라면 아마 자기가 만든 것을 더 좋다고 여길 테지. 그러니 내겐 박제가 더 가치 있게 느껴져... 정확히는, 박제하는 행위가. 핵심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지, 얼마나 그게 진짜'처럼' 보이냐가 아니거든.
@WWW 마법 세계엔 유령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죽음은 종료이고, 그 뒤엔 아무것도 없어... (확신에 찬 목소리.) 박제한다는 건, 내겐 말야, 그 종료를 받아들여서 그 이전에 필연적으로 과정이 선행했음을 입증하는 거야. 모형엔 그게 없어. 그건, 내겐 전혀 '진짜' 같질 않아. (말을 쏟아낸 그는 노란 눈을 흥미와 기대로 빛낸다. 그리고 투명하게 느껴지도록 새하얀 당신의 눈동자를 잡아낸다. 당신의 이상향에서는, 모든 것이 실재의 복사본인가? 그리하여 영원한 하나의 새로운 실제가 되나?) 웬디, 네겐 어떤데? 넌 매번 수수께끼를 내는 쪽이지. 이번엔 네 생각을 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