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창백한 어둠을 바라보며 작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게 머글 음악이라는 걸 그들이 알면 나는 어떻게 되지? 아니, 전쟁은 끝났다. 아니, 어쩌면 끝나지 않은 것도 같다. *돌아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았다고. 내 부름을 들을 수 없니? 아무리 시절이 사이에 있다고 해도 내가 널 부르는 게 들리지 않니? Never looked back, never feared, never cried / Don't you hear my call though you're many years away? / Don't you hear me calling you? -Queen, '39* 소리는 희미하여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은 채 바람에 흩어진다. 그 뒤로도 여러 노래가 이어진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날이 새도록 걷는다.)
@isaac_nadir
(그는 당신과 같다. 한 시대의 종말을 슬퍼하고 평화를 인해 애통하며 시대의 거리를 떠도는 유령이다. 불투명하지 않은 낯 위로 떨어지는 거리의 불빛만이 그가 살아있는 사람임을 증명한다. 걸음이 느려 신발 뒤축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를 낸다. 그가 붉은 벽을 향해 손을 뻗는다. 무너진 벽을 향해서. 그러나 손은 허공에서 멈춰선다. 우두커니, 그가 주위를 돌아본다. 속삭인다. 어둠속의 당신을 발견하지 못한 채로.)...아무도 거기 없나?
@Raymond_M (홀로 누리던 인식의 고요를 깨는 것은 아주 작은 소리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속삭임만으로도. 당신이 말하면 노랫소리는 즉시 끊긴다. 당신은 그를 그는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다만 두려움 속에서 다시 신발 뒤축이 끌리는 소리가 나기를, 그리고 점점 멀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느리게 당신을 향해 걸어간다. 아주 작은 구두굽 소리가 거리에 울린다. 여전히 그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는 충분히 멀고 어둡다.) ... 누구시죠?
@isaac_nadir
(그러나 그 역시도, 둘 사이에 놓인 거리감을 가로지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지쳤고, 사람을 곁에 들이기에는 오늘 밤은 지난하다. 신발 앞코가 괜스럽게 바닥을 긁는다. 툭, 돌덩이가 바닥을 구른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공기의 밀도가 과중하다.)이 거리의 망령.(정말로 지금의 그는 망령처럼 고요하고, 온 몸은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무겁다. 그는 지금 이 순간 허공으로 흩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게도.)
@Raymond_M ... 그렇다면 우린 비슷하네요. (목소리-들-에 실린 무게와 피로는 당신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우리의 것인지 아니면 이 세상의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걷어낸다면 그는 당신의 목소리가 친구의 것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나? 거리엔 흐릿한 빛ray이 유령처럼 떠돌고 자신을 망령이라 선언하는 목소리는 레이처럼 들린다. 사람과 함께하기엔 지난하여도 친구의 짐은 함께 들고 싶은 그에게는. 이 해석이 맞다면, 아마도 말보다 다른 접근이 더 쉬우리라 그는 당신에게 다가가며 짐작한다.) ... *모르는 이들이 거리를 지나네 (...) 난 당신이고 내가 나를 보네Strangers passing in the street (...) And I am you and what I see is me - Pink Floyd, Echoes* (음이 거의 없어 읽는 것에 가깝다. 당신은 이 노래를 아는가? 그는 가로등 아래를 지난다.) 영원히 여기만을 떠돌 생각인가요?
@isaac_nadir
....(그는 대답하는 대신 입을 다문다. 당신의 목소리는 그의 친구의 것을 닮았다. 부드러운 흰 꽃잎을 닮은 친구의 것과. 그는 자신이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지쳐있다고 생각하지만... 도망치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당신의 노랫소리는 부드럽고, 그는 그 뒤에 올 멜로디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그의 입술이 벌어진다. 그가 흥얼거린다. 그리고는 한 걸음씩, 당신을 향해 다가간다.)그리고 나는 당신의 손을 붙잡죠.(...)육지까지 그대의 손을 이끌어요.And do I take you by the hand.(...)And lead you through the land.(*Pink Floyd, Echoes. 다섯 걸음. 이제 그는 당신의 얼굴을 이 어둠속에서도 구분해 낼 수 있다. 그가 힘없이 웃는다.)사라지는 모든 미련들은 흩어지기 전 자신이 가장 그리워 할 공간을 떠돌았겠지. 오래도록 기억할 공간을 폐부에 가득 채워서라도 가져가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