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5일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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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_nadir

2024년 08월 25일 00:53

... 좀, 자야겠어. (그러니까 그가 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는 그게 전부인 것이다.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방의 적막은 선언으로 잠시 깨어졌다가 도로 봉합된다. 공기는 미끈거리는 감촉으로 그를 통과한다. 창문 밖의 빛이 침대와 문 사이에 흐린 선을 하나 그었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점차 커진다. 그는 반듯하게 눕고 베개로 얼굴을 덮는다. 무척이나 소란해서 잠들 수 없다. 그는 고함을 지르고 싶어 하다가 할 말이 없어 비명을 지르고 싶어 하다가 할 좌절이 없어 웃고 싶어 하다가 할 감사가 없어 숨을 쉰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01:10

@isaac_nadir (*철컥*.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난다. 노크도 없이 대뜸 방을 찾은 방문자는 침대에 몸을 던지듯이 앉는다.) 아이작, 자니?

isaac_nadir

2024년 08월 25일 01:15

@2VERGREEN_ (무게가 침대에 실려도 답은 한참 없다. 그는 베개를 얼굴에서 치운다.) 깬 걸 알고 들어온 것 아니니? (그는 고개만 돌려 당신을 올려다 본다. 당신의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02:01

@isaac_nadir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조금 움직여, 당신에게로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맞아. 못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와 봤어. ⋯ 누굴 찾아가야 할까, 고민했는데⋯ 네가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 너라면 같이 모든 걸 그리워해줄 것 같아서⋯.

isaac_nadir

2024년 08월 26일 02:01

합의 없는 퍼스널 스페이스 침범과 접촉...?

@2VERGREEN_ ... 그렇다면 잘 왔어. 아니, 와 줘서 고마워.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는 상체를 일으킨다. 결과적으론 당신 눈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 셈이다. 조용히 남는 이불을 당신 무릎에 덮는다. 어두운 방의 침묵 속에서 그는 입을 연다.) 우린 어린 시절을 모두 전쟁에서 보낸 셈이지... 그게 방금 끝났어, 진짜, 정말로 끝나버렸다고. (목소리는 잘게 흔들린다.) 전쟁이 좋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마. 하지만... 과거와 단절된 기분이야. (그러므로 그는 그리워한다. 선언처럼 주어진 유년의 종료. 그는 당신의 눈 속에서 같은 것을 찾으려 한다.) ... 이제 어쩔 생각이니? 힐데.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05:05

@isaac_nadir ⋯ (힐데가르트는 아무 말 없이 잠시 눈을 감은 채로 한참 동안 당신의 말을 듣는다. 일렁이는 목소리를 인지한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목소리. 당신의 질문에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당신을 바라본다. 제 왼눈은 영영 빛을 잃은 채다. 서로 다른 색을 한 두 눈에는⋯.) 그러게, 단 한 번도 내 유년과 이리 작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끝없는 슬픔만이 가득하다.) ⋯ 있지, 아이작. 몰랐는데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 세계를 사랑하더라.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르지만⋯. ("기대도 돼?"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 나는 이 세상을 지키는 데에, 제 모습을 찾게 만드는 데에 내 모든 힘을 다 할 거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isaac_nadir

2024년 08월 27일 03:54

@2VERGREEN_ (응, 짧은 소리로 대답하며 그는 순순히 어깨를 내어준다. 그리고 둘 중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사라지기 전, 어둠 속에서 빛을 잃어버린 당신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 사이사이에 스민 슬픔을 당신도 가졌고 그도 가졌지만 그는 이제서야 울고 싶어진다. 한결같이 푸르던 녹색 눈은 당신의 작별 인사가 되었나? 누구를 무엇을 향한 것인지 그는 감히 묻지 않는다. 그는 자유로운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른다.) 나는... 돌아가야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지... 각각의 삶을 긍정하는 일을. (사이.) ... 기사단에 들어갈 생각이니? (그러지 마. 속삭임이 공중에 흩어진다. 언제나 세계보다 개체를 사랑하는 것이 그에겐 쉬웠다. 당신이 세상을 위해 사력을 다하다가 죽어버리면, 무엇도 그것보다 슬프긴 힘들 것이 분명했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7일 19:27

@isaac_nadir (툭, 그는 당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힘없이 당신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댄다. 녹색 눈이 느리게 구르고, 어둡고 적막한 방을 한 번 살핀다. 유일하게 드는 빛은 아득하고 흐린 달빛 뿐인 방을.) ...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간극. 당신이 입밖에 내지 못한 질문에 답을 하자면: 한결같은 푸르름은 누군가의 과거와 과오에 작별하는 데에 온전히 바쳤으므로,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긍정이 될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들어가지 않는 게 아니라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가깝겠지. ... 아이작. (슬그머니 손을 움직여 당신의 것을 맞잡았다.)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거라면, 계속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이라면... 모든 것을 남겨 줘. 번역은 재구성이고, 박제는 증언이니까. ... 온전히, 너의 손으로,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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