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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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c_nadir

2024년 08월 18일 23:52

(그는 오늘 구매해야 하는 목록을 훑으며 도로를 걷는다. 바쁜 걸음에 맞춰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이 흔들린다. 이미 가게 몇 군데를 들렀는지 가방에서는 작게 달그락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0:19

@isaac_nadir (저만치 앞서 가는 당신을 발견하고 기꺼운 낯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머리카락과 코트자락이 등 뒤로 길게 나부낀다.) 아이작. 아이작! 아이작, 맞죠?

isaac_nadir

2024년 08월 19일 23:59

@jules_diluti (그의 걸음은 일정해서 당신과의 거리는 차근히 줄어든다. 이름이 두 번 불릴 시점 그는 뒤를 돌아본다.) 네, 제가 아이작인데요. (그리고 당신을 마주하지만...) 쥘? (사이.) 맙소사, 몰라볼 뻔했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나부끼는 코트로 향한다.) ... 아주 화려하네. (공백, 몹시 짧게.) 아. 소설! 성공한 걸 축하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17:29

@isaac_nadir (축하를 받자 해끔하게 웃는다. 역시 코트가 좀 과했나, 싶은 생각이 짧게 들었지만 그 또한 잠시였고.) 고마워요! 제가 좀 번듯해지긴 했죠? 소설이 잘 팔린 덕이에요. 아이작은 요즘 뭐 하고 살아요? 같이 좀 걸어도 되나요? (하고, 허락이 떨어지기 전 당신의 곁으로 가서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isaac_nadir

2024년 08월 21일 00:50

@jules_diluti (당신의 모피 코트가 그에게 거슬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걸 잡고 늘어지기엔 당신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궁금한 것은 나중에 묻기로 하고 함께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승낙을 대체한다.) 나? 파울라 마토라는 성질머리 고약한 인간 밑에서 기술 배워, 요즘엔. (넌더리가 난다는 듯한 말투.) 박제사가 되려고 하고 있거든. (사이.) 넌 어디 가는 길이었니? 이 늦은 시간에.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4:14

@isaac_nadir 아, 어쩐지! (코를 킁킁거린다.) 화학약품 냄새가 난다 싶었거든요. 박제사는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일을 하나요? 잘 몰라서요, 이름만 들으면 아이작과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참! 저 요즘도 압화를 종종 만들고 있어요... (말하다 말고 당신 손목의 무지갯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화제를 돌려 답한다.) 그냥 야경을 친구 삼아 산책 중이었죠. 오늘 이쪽 길거리는 아마도 안전할 거라 들어서요.

isaac_nadir

2024년 08월 22일 03:39

동물의 죽음 언급, 죽음의 방식 언급

@jules_diluti 그래? 산책에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다니 좋네. 그래도 아마도라니, 세상 참 번거로워. (앞으로도 계속 번거로울 것이다. 그는 그 무의미함에 웃다가 당신이 무슨 화제를 돌렸는지 깨닫고 만다. 무엇을 바라보다가 그랬는지 깨닫고 만다.) 예쁘지? (그는 손을 가슴께로 올려 흔든다. 일부러 당신 보라는 듯이. 피하지 말라는 듯. 끈이 흔들린다.) 응, 맞아. 스승님과 나는 자연사하거나 사고사한 동물만 대상으로 박제를 하고 있어. 덕분에 늘 허겁지겁이지. (그는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며 벌꿀처럼 노란 눈을 빤히 응시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8:00

@isaac_nadir (한 박자 늦게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상대가 '치마'를 입었다고, 혹은 여성의 성별 지칭어를 사용하길 요구한다고 새삼 거리낄 이유는- 그의 기준에- 없으므로, 이 껄끄러움은 다른 기억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너는 네가 스스로를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잖아." 그러면 당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다른가? 인어 혼혈 하나 발 붙일 자리를 주지 않은 세계 주제에?...) ...아, 네. 힐데가르트도 똑같은 팔찌를 하고 있던데. 요즘 이런 걸 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쁘네요. 혹시 무슨 의미라도 있어요? (부러 아무렇지 않은 양 되묻고는 모피 자락을 손끝으로 매만진다. 촉감에서 안정을 찾듯이.)

isaac_nadir

2024년 08월 24일 06:10

@jules_diluti 뭐였더라, 성소수자와 연대하기? 그래서 쓰는 거긴 하지만, 난 그래서만 쓰는 것도 아냐. 무지개 예쁘잖니, 팔색조 같고. (여기서 그는 웃는다.) 힐데가 준 것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그런 거지. (그렇게 대답하면서 그는 정말로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압화 얘기 하다 말았니? 내가 싫은 것이 아니면, 왜 더 얘기 안 해주니?) ... 압화, 요즘도 만들고 있다고? 나도 종종 만들거든. 보고 싶은데, 지금도 있니? (그는 세상을 만들려는 혹은 바꾸려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의도의 유무와 관계없이 세상은 바뀐다. 아이작 나디르가 '우리는 잘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해봤자 그도 '이종족 혼혈이 발 붙일 자리를 주지 않은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혹은 그러니 그는 정말, 단순하게,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네가 왜 우리 사이의 공통점을 언급하다가 갑자기 그만두어버렸는지, 그게 궁금한 것이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15:40

다수자의 소수자를 향한 배타성 (독백)

@isaac_nadir 네, 예쁜 색이에요. (애매하게 동의하는 소리를 내며 끄덕인다. 이 순간 깨닫는다: 그는 당신을 싫어하지 않으나, 당신의 *자부심*만은 종종 껄끄러울 때가 있다고. 손목에 묶고 다니는 무지개색 머리끈도, 달라진 호칭도. 당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밝히거나 모로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설명하더라도 그는 비슷하게 반응할 것이다. 나태한 윤리관을 택한 그는 '다름'을 어디까지나 자랑스럽게 내세울 것이 아닌 감내할 것으로 여기기에, 구태여 자기 자신을 대표해 모난 돌이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볍게 웃으며 당신의 물음에 답한다.) 책갈피가 필요할 때나 마음을 차분히 다잡고 싶을 때 만들어요. 대단한 결과물은 아닌지라 보여주기 민망하네요. 전 아이작과 달리 꽃 자체를 보는 눈은 없거든요. 그래도 다음에 제 집으로 놀러오시면 보여드릴게요. 아! 저번엔 어린왕자 한정판 초판본을 구했어요...

isaac_nadir

2024년 08월 26일 22:49

@jules_diluti 초판본을 구했다고? 어떻게?! ... 너처럼 유명하고 유망한 작가에게 가는 게, 뭐랄까, 자연스럽긴 하다. (그에게도 자부심이 처음부터 있진 않았다. 실은 지금도 있냐, 없냐를 고르자면 그는 고민 끝에 중립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같음은 족쇄마냥 그의 유년을 잡아먹었고, 그는 그것을 못 견디게 공포스러워 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대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좋다기보단 덜 싫은 것. 그러므로 순전히 그의 입장에선 공포에서 비롯된 자신의 행동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생각에 잠기는' 어린 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싫은 것을 염려하지 않나. 그리고 그는 언제나 과거를 아꼈으므로...) 초대해준다면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지. (그는 당신의 응답이 기뻐 웃는다.)

isaac_nadir

2024년 08월 26일 22:49

@jules_diluti 꽃을 보는 눈이라니. 네 마음에 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나도 예쁜 꽃은 잘 구분 못해. 내가 할 줄 아는 건, 외형이 아니라 학명 구분이니까. (사이.) 마치, 모자와 뱀의 정의를 알아도 실루엣만 보고선 그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려나. (그리고 웃음이 무색하게 한숨을 짓는다.) 이러니 진짜 재미 없는 인간이 된 기분이군. 너는? (사이.) 난 실패했지만, 넌 여전히 뱀을 볼 수 있니? 왜, 어렸을 땐 모자만 본다면 슬플 거라고 했잖아...

jules_diluti

2024년 08월 27일 11:44

@isaac_nadir (엄지와 검지로 'O' 자를 만들고 빙긋 웃는다.) 충분히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면 못할 게 없죠. 명성도 약간 보탬이 됐다는 걸 부인하진 않을게요. (기분이 다소나마 좋아진다... 자기과시에 당신이 맞장구 쳐준 덕분인지, 아니면 당신이 기뻐 웃는 모습이 꾸밈없어 보였기 때문인지. 근래에 자신을 이렇게 맞이해주는 동창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에 당신에 대한 경계를 조금 내려놓기로 한다. 그는 언제나 조용하고, 저와 함께 압화를 만들면서도 눈을 떼면 교실에 휴대용 늪을 풀어놓는 괴짜같은 짓을 하는 당신이 마음에 들었었다.) 저는 푸른색 꽃을 좋아해요. 압화로 만들어도 색이 바래지 않고 눈에 바로 들어오거든요. 책갈피로 쓰기 안성맞춤이라. 오히려 당신에게 보여주고 학명이 뭔지 묻고 싶네요. (당신이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이름난 분류학자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웃고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7일 11:44

@isaac_nadir 하지만 한눈에 구별하지 못해도 당신은 "이건 모자다," 혹은 "이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다", 라고 단정지어 말하진 않을 거잖아요? 그 점에선 재미없는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언제나 신중한 아이였지만... (뜸.) 저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킬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에 대한 글을 쓰죠. 아이들을 위해서요. 그러니까... 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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