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5일 16:40

→ View in Timeline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16:40

(짧은 시간동안 너무도 많은 것이 변해버린 다이애건 앨리를 걷는다. 한 손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트렁크가 들려 있다. 약간의 변장을 가했지만, 그를 오랫동안 아는 사람이라면 알아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6:44

@Julia_Reinecke ⋯ 줄리아? (원래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지만, 그는 곧장 당신을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작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부른다. 눈이 구르고, 시선은 당신의 손에 들린 트렁크로 향한다.)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16:55

@2VERGREEN_ (고개를 돌리면 서로 색이 다른 눈이 당신을 향한다. 왼쪽 눈에는 일직선으로 그어진 선명한 흉터가 보인다. 그 아래 눈동자는 꺼진 불 속의 재와 같은 회색이다. 조금만 바라본다면 그것이 의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끼워넣었지만, 그럼에도 시선이 미묘하게 어긋난다.) ...... 마치. (조용히 당신의 이름을 읊는다. 거기에는 어떠한 적의도, 악의도 보이지 않는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7:03

@Julia_Reinecke 너⋯. 누구야. 누가⋯. (시선이 맞닿자마자 잠시 숨을 멈춘다. 당신의 앞으로 달려간다. 적의도, 악의도, 그런 것 따위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지척에 다가가서야 발걸음을 멈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떠나는 건데. 어디로⋯ 어디로 가려는 거야? (길게 찢어졌던 흉터가 남은 눈은 여전히 감긴 채다. 다시는 닮은 두 눈이, 초목을 닮은 그것이 온전히 마주할 일이 없을 것이다. 물을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당신은 금방이라도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아서⋯.) ⋯ 왜 이제 와서?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17:39

@2VERGREEN_ 네가 이겼어. (그의 대답은 당신의 질문 중 그 어느 것과도 들어맞지 않았으나, 그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당신을 보았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는 듯이.) 그게 다야. (사실과는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말이다. 승리한 것은 죽음을 먹는 자다. 마법 정부는 점령당했다. 이제 당신들에게 남은 것은 구석에 숨어 벌벌 떨거나, 짓눌리거나, 전향하거나, 쓰디쓴 쓸개를 짓씹으며 복수를 기약하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9:31

@Julia_Reinecke ⋯ ⋯ (감겨있던 눈을 홉뜬 채로 당신을 노려본다. 홍채와 안정이 구분되지 않는 검은 눈이다. 당신이 상처 입힌 그것.) 지금 승패가 중요해? (그래, 우리는 패배했다. 앞으로 길고 긴 시간 동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어야 할 것이다. ⋯ 그러나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남은 건 상처 입은 두 인간. 사람이라는 이름의 두 세계.) 그 예쁜 얼굴에 흉이 남아서 어떡하냐고. 지워지지도 않을 건데. (당신이 쓰지 못한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떠올린다. 눈물을 떨구며 복도 너머로 사라지던 당신을 떠올린다. 제 질문에 답하지 못하던 당신을 떠올린다. ⋯ 나무 아래에 앉아 눈물 흘리던 당신과 함께 기대앉았을 때의 온기를 떠올린다.) ⋯ 속상해 죽겠어, 정말.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20:05

@2VERGREEN_ ...... 너는,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벙긋거리다 그대로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자신조차도 모르겠는 탓이다.) ......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신경 쓰지 마. 필요했던 일이었으니까. (흉을 한 번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핀갈, 인면어, 무어라 부르든 간에 그와의 관계를 한 차례 갈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거기에 후회는 없었다. 잠시 손을 내렸다가.) ...... 그 때, 내가 널 상처입힌 날...... 왜...... (그리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20:12

@Julia_Reinecke ⋯ 세상에 '필요한' 상처나 고통 따위는 없어. (그 상처를 남긴 이가 누구인 지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감히 그 라이네케에게, 제게 남은 것과 같은 흉을 남길 수 있는 이는 몇 없으니⋯. '핀갈 모레이. 다시 만나기만 해 봐라. 가만히 안 놔 둘 거니까.') ⋯ ⋯ 왜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는지 묻고 싶은 거야? 아니면⋯.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20:23

@2VERGREEN_ ...... 그래.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을 시인하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왜, 그랬던 거야? (그러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그 말 한마디가, 당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가서, 너무도 크게 퍼져서, 상상도 못할 공포를 그에게 불러일으켜서, 가슴이 너무도 아파서, 무슨 감정을 느껴야할지 모르겠어서......) 대답해 줘.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23:17

@Julia_Reinecke ⋯ 혹자는 사랑이 우리를 괴롭게 만드는 거라곤 해. 하지만 나는 달라. 나는 누군가를 친애하기 때문에 행복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가. (손을 뻗는다. 어느 날 그 복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따스한 손으로 흉터가 남은, 당신의 눈가를 조심스레 문지른다.) 너도 행복하길 바랐어. 넌 내 친구니까. ⋯ 너를 마주하고 있는 모든 순간에 네 행복을 기도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간극. 미소짓는다.) ⋯ 이제 어디로 갈 거야?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5일 23:53

@2VERGREEN_ (시선을 살짝 내리깐다. 당신의 사랑은 치가 떨리기보단 공포스럽다. 버겁다.) 나도 몰라. ...... 어딘가로 가게 되겠지. 아마 이 땅을 벗어나진 않을 거야.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 친구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텐데. 모르지 않잖아. 나는 공공의 적이야. 아니, 이제는 아닌가. ‘우리’가 이겼으니...... (헛웃음을 짓는다.) 그걸 후회하지도 않아. 유감스럽지. ...... 그래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힐데가르트 마치. 네 그 맹목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왜, 어째서...... 그럼에도......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04:18

@Julia_Reinecke 그렇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다행이다. (당신을 따라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작고 길게, 아주 길게, 숨을 내쉰다.) 네가 옳은 일을 했다는 것은 아니야. 모든 죄를 부정하고, 네게 면죄부를 내리겠다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작고, 다정한 목소리로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뇌었던 말을 속삭였다.) “괜찮아? 길을 잃은 것처럼 보여서.” (그리고 당신의 앞에 손을 내민다. 검은 머리에, 헤이즐빛의 눈을 한 소녀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내 맹목은 그 아이에서부터 시작된 거야. 모든 짐을 진 채로도 누군가를 돌보고자 했던 어리고 여렸던 너로부터. ⋯ 고마워. 네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도 존재치 않았을 테니까. (당신에게서 비롯된 사랑이라면, 결국 당신 속에 내재된 그것이라면. ⋯ 그래도 버거울까?)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6일 05:57

@2VERGREEN_ (당신이 내민 손을 한 번, 당신을 한 번. 그렇게 번갈아 바라본다. 눈을 깜빡인다.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이해하려는 것처럼. 당신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는 것처럼. 어려운 외국어를 들었을 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듯이......) ...... 그건. (당신이 그 말을 기억할 줄 몰랐다. 그때조차도 그리 대수롭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에게 다정이란 습관이었으니까. 체화된 것이었으니까. 그 말이 당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나였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 아이는, (여러 차례 입을 벙긋거렸다가 다문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던 탓이다. 죽었다고 해야하나? 그저 불안했을 뿐이라고 해야하나? 그 필사적인 다정은, 사실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지?)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6일 08:23

@2VERGREEN_ ...... 아.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앙금과 상념의 사슬을 끊은 것은 결국 그 자신이란 말인가? 그 나약하고, 작고, 어리고, 여리고, 불안에 차 가득 떨던, 언제나 지워버리고 싶었던......) ......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21:28

@Julia_Reinecke ⋯ 그래, 모든 게 다 너였어. (어렸던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 불안과 우울으로 호흡하며,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의 아버지를 사랑했다. 다정을 익혔다.

— 그러나 힐데가르트는 반문한다. 그것은 후천적인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그 필사적인 다정은 당신의 영혼 깊은 곳에 새겨져 있던 본능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고. 누군가는 평생 동안 사랑을 업으로, 운명에 아로새긴 채 태어나는 걸지도 모른다고⋯. — 습관처럼 그것을 타인에게 건넸고, 혹자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지도 모르지만⋯.) 너는 내가 이 세계에 와서 만난 첫 번째 조건 없는 선의였으니까. (어린 새가 자신을 보호하는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와 첫 숨을 들이쉴 때, 처음 눈에 든 그것을 어미로 생각하고 조건 없이 따르는 것처럼. 당신이 손을 맞잡지 않으면 그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가 당신을 가볍게 끌어안는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21:28

@Julia_Reinecke 당연하지, 줄리아. 한 점 거짓 없는 진실이야. (웃었다.) 네가 그 아이를 구했어, 그 아이가 너를 구한 것처럼.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7일 05:03

잔인한 묘사(비유)

@2VERGREEN_ (그의 손이 잠시 허공을 부유한다. 그러다가 그대로, 당신을 붙든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 다음에는 절실하게.) ...... 나는, 그 아이를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토막내고 태우고 묻어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래. 그 다정은 그의 본능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율리안과 단 둘이서 남기 전, 그는 사랑받았으며...... 사랑했다.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다정이, 그 사랑이 그를 지옥으로 끌고갔을지언정. 그래서 회복 불능 판정을 받을 정도로 닳고 닳아버렸을지언정. ...... 하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던 모양이지. 끝내 꺼뜨릴 수 없었던 불씨가. 그 온기가.) ...... 고마워. (그것은 당신이 살려낸 것이다.) 고마워. (당신이 끄집어낸 것이다.) 고마워......

Julia_Reinecke

2024년 08월 27일 05:04

@2VERGREEN_ (결국 그 모든 것의 시작이 그였더라도, 그것이 당신이라는 타인을 경유해 다시 돌아온 것일 뿐이더라도. 그 과정만이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당신에게 선의를 건넸더라도 당신이 그것을 돌려주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기에.) 고마워, 힐데가르트. (그는 당신을 꼭 붙들었다. 품 안은 따스하고도, 축축했다.)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