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52

→ View in Timeline

isaac_nadir

2024년 08월 18일 23:52

(그는 오늘 구매해야 하는 목록을 훑으며 도로를 걷는다. 바쁜 걸음에 맞춰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이 흔들린다. 이미 가게 몇 군데를 들렀는지 가방에서는 작게 달그락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Ludwik

2024년 08월 18일 23:56

@isaac_nadir (그리고 그는, 도로 곁가에 서서, 뷰파인더와 제 시선을 맞춘 채 무언가를 찍고 있다. 카메라의 방향은 하늘인지 건물인지…)

isaac_nadir

2024년 08월 19일 23:28

@Ludwik 저기, 미안한데 좀 지나갈게요. (옆을 지나치면서는 대충 내뱉지만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면 느리게 뒤돌아본다.) ... 루드비크? (렌즈가 향하는 방향으로 자기도 고개 돌린다.) 여기서 다 보네, 지금 뭘 포착하려는 거니?

Ludwik

2024년 08월 20일 14:31

@isaac_nadir (렌즈가 향하는 방향은 오래된 건물과 잿빛 하늘이다. 곧이어 ‘찰칵’, 셔터가 눌린다. 그제야 카메라를 내렸다.) …나디르?… … 언제 런던에 왔어? 브라이턴 쪽이 더… 안전할 텐데…

isaac_nadir

2024년 08월 21일 00:23

@Ludwik 오늘 오전 중에. (시선은 하늘에서 건물로, 카메라로, 다시 건물로, 그리고 당신을 향해 움직인다. 그가 궁금했던 것은 건물과 하늘 중 초점이 쏠린 것이 어느 쪽일지였고 그는 나름대로 당신이 둘 모두를 한꺼번에 찍었으리라 결론 내린다.) 브라이턴, 응. 안전하긴 한데, 사야 하는 게 런던에만 있더라고. 파울라가 내 안위까지 고려할 사람은 아냐. (화방 주인도, 사진관 주인도.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우리 런던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여긴 왜 찍고 있었니, 특별한 장소라도 돼? 건물이 오래되어 보이는데.

Ludwik

2024년 08월 21일 13:41

@isaac_nadir 그냥 뭐든 찍고 싶었어. 아무거나… 조용하고 변함 없는 것… (전쟁과 무관한 것을.) 나중에 너희 사진관 가서 인화하면 보여 줄게. … …그때쯤이면 이 전쟁도… (오래 침묵한다.) 끝났으려나.

…네가 사야 할 것을 사고, 전쟁도 끝나면 말이야. 같이 브라이턴에 돌아갈래?… … 왠지 그때는 바다가 보고 싶어질 것 같아서.

isaac_nadir

2024년 08월 22일 03:11

@Ludwik (그는 전쟁이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과 무관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좋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끝나는 대로 보자. 연락할게. (그러나 친구와 약속을 잡는 것은 싫지 않다. 그것이 허황된 것처럼 느껴져도. 당신의 말에 그는 문득 바다를 떠올린다. 어느 바다인지 그도 모른다.) ... 넌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기분을 해소한 적 있니? 그러니까, 어디에서든, 조금이라도.

Ludwik

2024년 08월 23일 10:15

@isaac_nadir (우리에게 있어서 전쟁은 끝나고도 끝나지 않은 것이 되리라. 결코 무관할 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응. 하루빨리 갈 수 있으면 좋겠네” 하고 덧붙였다. 이윽고 고향 이야기에,) 그단스크 말이지?… 그곳의 바다도 아름답지. 브라이턴보다 훨씬 더. … …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단스크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립지 않아서가 아니다. 수치스러워서다. 무언가를 이루긴커녕 무너져내린 채로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 어디에서든, 조금이라도 향수를 해소하지는 못했어.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아. … …넌 돌아가고 싶나 봐?

isaac_nadir

2024년 08월 24일 06:52

@Ludwik ... 응. 돌아가고 싶어. 그런데 실은, 고향이 있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말은... 장소는 없었단 거야. (그에겐 시간이고 사람이기에. 그는 당신이 찍은 건물을 바라본다. 조용하고 변하지 않는, 아무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오래된 건물. 그 적막과 그의 조부모 집의 고요함을 비교하면 둘이 같게 느껴진다.) 넌 왜 돌아가고 싶지 않니? 나조차도 그단스크에 가보고 싶은데. 아는 얼굴을 만나는 게 싫으니? (물어놓고 답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또 당신이 브라이턴에서도 그렇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함께 알 것 같아서 그의 목소리는 잦아든다.)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시작된... (뭐든지.) 시작된 장소 아냐?

Ludwik

2024년 08월 25일 16:13

@isaac_nadir (‘조용하고 변하지 않는, 아무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오래된 건물’. 폴란드 각지에 세워져 있는 안전지대가 꼭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셔터를 눌렀더랬다. 루드비크가 단 한 번도 속해 본 적 없는 곳. 아니, 기실 그는 폴란드 머글 사회에도 속한 적 없었다. 허용된 적 없는 조국이다.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에게 있는 것은 장소뿐이다 ─ 아이작 나디르에겐 시간이고 사람인 반면에.)

아는 얼굴 같은 거 없어. (툭 뱉었다.) 많은 게 시작된 곳이지만, 내겐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으니까. … …그리워하지만 내 것이 아닌 조국. 무슨 뜻인지 이해해?… (마음 깊숙한 데서는 여전히 이해를 요했다. 그래서 물었다.)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isaac_nadir

2024년 08월 27일 03:16

@Ludwik ... (그는 쉽사리 답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가 너무나도 이해할 것만 같았기 때문에. 우리가 속할 수 있을지도 몰랐던 곳, 그러나 결코 그런 적 없는(그럴 일 없을). 침묵. 나의 부분을 이루는 것이 나의 것이 아님을 아는 일은 그에겐 외로움의 감각과 같다. 그는 당신의 말에서 같은 외로움의 흔적을 찾는다. 무시하기엔 가깝고 갖기엔 멀다. 당신에게 자리 없는 장소만 있다면, 그에게 있는 것은 기억에 없는 시간과 연락도 잘 되지 않는 단 한 명뿐이다. 그것을 과연 조국이라 부를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을 던지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 몇 번이나 더 있을까? 내가 속한 적도 내게 속한 적도 없다고 느끼는 일은.)

isaac_nadir

2024년 08월 27일 03:18

@Ludwik (실은 그의 소외와 당신의 소외는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의 존재만큼은 지겹도록 선언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나도, 실은 나도 그래. (그러니 우리의 향수는 영원하지 않은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돌아갈 수가 없는 거잖아. 아냐? 간다 해도, 우리의 그 대상이 되어줄 수는 없으니까. (선망한다는 것은 실제와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이므로.)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