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은 시간, 마법부 중앙 홀의 승강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 대부분은 짙은 자두색 로브를 입고 있고, 로브의 왼쪽 가슴 부분에는 은사로 된 'W'가 새겨져 있다.
근 몇 년 간 재판대에 서는 마법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중 몇몇 재판은 비공식적으로 보다 '특수하게' 다루어졌는데, 이날의 마지막 재판에서는 테러리스트와 내통한 혐의로 기소된 순수혈통 유력가가 증거 불충분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형을 받았다. 이런 식의 '특수한' 재판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치밀한 인선이 필수였다. 위원뿐 아니라 서기 한 명까지도...
이디스는 지친 걸음으로 마법부 입구 근처를 서성이고 있다. 이대로 집으로 갈지, 어딘가의 펍이라도 들어갈지 고민하면서.)
@Edith
(누군가의 부탁인지, 뿌리가 싸인 꽃 몇 뿌리를 손에 든 그가 당신을 발견하고 휘파람을 분다. 학창시절처럼 있는대로 손을 흔들수 없는 대신이다.)이디스!
@Raymond_M 레이먼드? (근래 들어 오랜 인연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 잦은 듯했다. 지친 와중에 반가움이 적지 않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진짜 오랜만이네. 여기서 뭐 해?
@Edith
저쪽 삼거리 꽃집의 제이미 알지? 뭘 좀 사러 온 날 붙잡고 대뜸 손 좀 남냐길래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렇게 됐지.(그가 턱짓으로 품안의 꽃나무들-잎이 무성했다면 분명 시야를 가렸을 길이인-을 가리킨다.)대신 괜찮은 케이크를 준비해뒀다는데. 어때? 퇴근길이면 조금만 기다려주고 나랑 짧은 밀회를 즐겨보는건?
@Raymond_M (오며가며 안면은 있는 이의 이름이었다. 레이먼드의 턱짓을 따라 품안의 꽃나무들을 훑어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야 좋지. 도와줄까?
@Edith
하나 부탁할게. 아무리 나라도 다섯 개는 좀 무리거든. 이 붐비는 거리에 물건을 띄우기까지 하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안고가길 택했는데... 이쪽도 감당이 버겁긴 마찬가지였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야. 집어 가, 도저히 내밀 순 없다.
@Raymond_M (피식 웃으며 나무 하나를 받아 간다.) 목적지는?
@Edith
두 블럭 너머의 찰스네 빵가게. 흠, 지금 시간이라면 딱 마감 빵을 팔 때인걸. 우리가 먹는 게 케이크가 아니라 저녁식사가 될 수도 있겠어. 아, 혹시나 기다리는 가족은? 독립했던가?
@Raymond_M 좀 됐어. 지금은 혼자 사니까 자유를 만끽해도 되지. 그나저나 너는, 그동안 뭐 하고 지냈던 거야? (당신을 올려다봤다. 몇 미터 앞에 빵가게 간판이 보인다.)
@Edith
주로 여행? 그 외에는 파트타이머 신세지. 한 일년 전쯤부터는 거의 파BAR에서 고정적으로 일하긴 하지만. 한번 마시러 와. 바텐더들을 찔러서 안주 하나는 넉넉히 주라고 할테니. 직장생활 빡빡하잖아. 너는? 마법부 근무한다는 건 들었는데, 그 외에는 아는 게 없네.(그가 가게를 보고 있는 찰스의 이름을 부른다. 저쪽에서 오히려 허겁지겁 문을 열고 이쪽으로 다가온다.)절반쯤 일이 끝났네. 얼른 가자고.
@Raymond_M 꽤 멋진 공백기를 보냈구나, 레이먼드. 언제 한 번 찾아갈게. (사이.) 그게 다지 뭐. 전쟁 중이라고 법정을 거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일만 해도 바빠. (싱거운 답변을 한다. 당신을 따라 발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Edith
스트레스에 짓눌린다고 생각할때면 언제든 와도 괜찮아. 내 지인이라고 하면 나 없이도 넉넉하게 챙겨줄걸. 안주가 특히 맛있어.(찰스를 따라가 꽃뿌리를 화단 옆에 내려둔다. 그리고는 빵 봉지를 받아들고 나온다.)설마 거기 우리 동창생들이 드나드는 건 아니라고 부디 말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