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4일 23:34

→ View in Timeline

2VERGREEN_

2024년 08월 24일 23:34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 오르치데우스. (최후의 격전지가 보이는 어느 건물의 꼭대기에 올라 —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호그와트의 탑 위에 서 있던 시절을 잠시 떠올렸다. — 피어난 갖가지 색채의 꽃들이 제 손을 떠나 낙하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여름의 바람이 제 얼굴을 스친다. 꽃과 함께 눈물이 방울져 아래로 떨어진다. ⋯ 이것은 과거를 향한 길고 긴 그만의 애도가 될 것이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3:45

@2VERGREEN_ (머리 위로 꽃이 내린다. 그는 꽃을 손가락 사이에 쥐고 천천히 돌린다. 갖가지 색의 꽃잎, 그러나 축하의 의미는 느껴지지 않는다. 꽃의 형태를 한 눈물 같다...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잠시나마 오늘 그가 한 일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아.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04:27

@jules_diluti (힐데가르트는 진즉부터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언제나처럼 슬픔이 가득 담긴 초록색의 눈으로, 선선히 미소짓는다. 지팡이를 가볍게 한 번 더 휘두르자, 당신을 향해 갖가지 색의 이끼 장미가, 채송화가 쏟아진다. 그래, 그것은 꽃의 모습을 빌린 눈물이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9:47

@2VERGREEN_ ...생일도 아닌데요, 힐데. (중얼거리며 떨어지는 채송화의 물결을 바라본다. 한 송이를 받아들어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비비다가 순간이동으로 당신의 뒤에 나타난다. 밤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눈에 띄잖아요, 위험해요. 지금이라도 자리를 피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1:00

@jules_diluti (그가 그 말을 들었다면 이리 답했을 것이다: "앞으로 생일만큼이나 잊지 못하는 날이 될 건데." 그러나 중얼거리는 말을 듣기에는 당신은 너무 멀리 있다.) ⋯ 괜찮아. (돌아보지 않는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다가간다. 잡아줄 난간이 없는데, 두렵지도 않은지.) 누군가는 이걸 축하라고 단순히 생각할 테니까. (간극. 밤바람에 머리가 휘날린다. 꼭 그 때처럼.) ⋯ 알아봤구나? (이게 나만의 거대한 추모라는 걸. 눈물이라는 걸. 기쁨 따위는 담고 있지 않다는 걸.)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1:13

@2VERGREEN_ 꽃의 모가지가 툭툭 떨어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 (꽃을 떨어뜨린다. 앞으로 뛰쳐나가 당신의 손목을 쥐고 뒤로 당긴다.) 위험해요! 난간도 없잖아요. 앞으로... (당황했는지 말이 꼬인다. 흩날리는 꽃비를 보자 언젠가 참석했던 인어 군락의 장례식이 떠오른다. 기름떼로 덮인 바다와 둥둥 떠있는 생명체들과... 눈을 질끈 감았다 뜨더니 어물거린다.) ...앞으로 당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질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죽는 건 아깝잖아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1:40

@jules_diluti (당신이 제 손목을 붙들자마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당신을 바라보며 작게 웃는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 마냥 천진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뛰어내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 놀랐구나? 미안. (그러나 그는 그 바다를 모른다. 당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있잖아, 쥘. 내가 다른 사람한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넌 똑똑하잖아, 사람도 많이 만나봤고. 너라면 좋은 답을 내줄 것 같아서⋯. (이것은 *자조*가 아니다. 조언을 구하는 것이기라도 한 것 마냥,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13:08

@2VERGREEN_ (당신이 웃고 나서야 안도감이 드는지, 눈을 맞추며 비슬비슬 힘없이 따라웃는다.) 그냥요. 고래는 눈을 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멀리 가버리잖아요. 그게 생각나서... 하하, 바보같은 짓이었죠? (손목을 놓고 다시금 뒤로 물러난다. 정말이지 바보같다! 이제 와서 친구 한둘 더 잃는 게 무슨 대수라고. 이제 와서...) 귀가 필요한 사람에게 귀를 빌려주세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겐 치료를 해줘도 되겠죠. 사정이 있는 사람을 숨겨주거나, 어디 괜찮은 곳에 기부하는 것도 괜찮을 거예요. (말하더니 괜스레 불안해진 얼굴이 된다.) ...제가 누굴 도와주라곤 말하지 않은 거예요, 아셨죠?

2VERGREEN_

2024년 08월 25일 15:56

@jules_diluti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바다는 넓고, 몸집은 크고, 고래는 헤엄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니까.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 무언가의 은유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멀어지는 당신을 한 번 바라보았다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잡혀 있었던 제 손목을 한 번 내려다보는 채로 당신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는다.) 돈은 별로 없어서, 어딘가에 기부하는 건 어렵겠지만⋯ (진짜다. 아마 당신이 알면 놀랄 정도로 없다.) ⋯ 그래도 나머지는 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이라 다행이다. 조언해준 것도 고맙고. (작게 미소지으며,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칼을 한 줌 손에 쥔다.) 내가 누굴 도울 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래, 넌 누굴 도우라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은 거야. 앞으로의 일은 내 독단인 거야⋯.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00:54

@2VERGREEN_ (그는 고래를 생각한다. 인간의 헤아림을 넘어서는 범위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고래를. 멀리멀리 헤엄쳤다가 언젠가 거짓말처럼 돌아오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당신이 쥔 머리카락은 고생을 몰라 푹신하고 부드럽다. 눈을 굴리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게요. 언젠가 제가 이런 말을 했던 걸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제 됨됨이에 대해서 무어라 생각하건 간에... 이 시대에 절망만 있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어두운 세상일지라도 약간의 희망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숨도 쉬고. (평소엔 거짓 희망을 책에 담아 팔아치우며 하던 말이다. 당신이 전달할 봉화는 그런 허깨비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 하길 택한다. 방향은 갈라졌고 갈 길은 멀다. 잠시 말이 없다가 반짝이는 도시를 내려다본다.) ...있잖아요, 힐데. 여기 참 천문탑 같네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04:46

@jules_diluti ⋯ 있지, 쥘. 위글 딜루티는 어찌 되든 좋아. 쥘 린드버그로 남아, 계속 네가 원하는 글을 써줬으면 좋겠어. (거짓 희망이어도 좋다. 허깨비여도 좋다. 어두운 세상일지라도 희망은 존재해야만 했다. 활자와 독자는 끝없이 마음을 주고받는다. 당신의 글이 허울이고, 기만이며, 거짓이라고 할 지라도⋯ 누군가는 그곳에서 작은 가능성을 읽어내고, 제 앞에 등불을 걸어낼 지도 모르는 일이니. 조금도 엉키지 않은 채 잘 정리된, 적당히 좋은 향기가 나는 머리칼을 공연히 괴롭히다 손을 놓는다. 당신의 마지막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거 물병자리 아니야?" 당신이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네요! 물병자리다. 바로 옆 저 별자리는 고래자리 같고요." 갈림길 앞에 선 우리는 결국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기를 택했다. ⋯ 그래도 여전히 별은 빛나고, 오롯이 절망으로 이루어진 시대는 존재치 않을 것이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15:48

@2VERGREEN_ 자꾸 그렇게 변명거리를 주시면 안 돼요, 힐데. 저 버릇 나빠져요. (소리내어 웃는다. 발을 살짝 옆으로 틀자 빛의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제 글을 본 사람들은 잠시의 위안을 얻은 뒤 일상으로 돌아갈 거예요. 거짓된 다정 속에 침몰하면서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자기를 위로하겠죠. 그건 기사단의 패잔병들에게 유리한 일은 되지 못해요. 책을 덮은 사람들이 문 밖에 등불을 걸러 나갈지, 아니면 깊은 잠에 빠질지 알지도 못하면서... ... 그런데도 당신은 나보고 글을 쓰라고 하는군요. 그럼 여기서부턴 내 독단인 거겠죠. (난간 아래를 물끄럼 바라보다 몸을 돌려 안전한 지면에 발을 딛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더니 미꾸라지처럼 도망친다. 경쾌한 외침이 밤하늘로 높이 올라간다.) 난 책임 안 져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6일 22:06

@jules_diluti 뭐, 용서할 수 없는 죄인에게도 변명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너한테 변명거리 하나 더 얹어주는 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그래. 그만큼의 위안이더라도 좋았다. 우리의 싸움은 아주 길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고 돌보고 장성할 때까지도 끝나지 못할 싸움이 될 지도 모른다고. 그는 감히 무거운 마음으로 예측한다. 어린아이가 자라는 동화가 필요하다. 어른들에게는 알량한 위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당신의 글이 필요했다.) ⋯ 참,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힐데가르트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웃는 채로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당신의 말이, 글이, 이제라도 진실된 것이 될 수는 없는 걸까. ⋯ 밤하늘에 당신의 목소리가 울린다. 아스란히 별이 지나간다. 그래, 독단이어도 좋아. 우리의 길을 걸어가자⋯.)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