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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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8월 18일 23:16

(어딘가에선 전투로 분주한 상황, 트윌핏트 앤 태팅스에 앉아 옷가게 주인과 무사태평한 잡담을 나누고 있다. 보아하니 백화점에서 산 모피 코트를 자랑하는 중.) ...이걸 보세요, 옷의 질감이 아주 우수하다니까요! 머글들의 기술력도 무시할 게 못 돼요. 가진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이런 일에 열심이에요. 분명 사장님의 옷가게도 모피 제품을 늘리면 좋을 거라구요...

LSW

2024년 08월 18일 23:26

@jules_diluti (퇴근길에 가게의 쇼윈도로 익숙한 베이지색 구름 같은-몽실몽실한-실루엣이 보이자 멈춰선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니나다를까 쥘 린드버그기에, '얼굴색 좋아 보이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jules_diluti

2024년 08월 18일 23:51

@LSW (문득 시야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사람이 있기에 옆을 돌아본다. 당신인 걸 확인하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갔던 손의 긴장이 풀린다. 지팡이를 주머니에 넣고 들어오라는 듯이 손짓한다. 환한 미소.)

LSW

2024년 08월 19일 00:14

@jules_diluti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이내 딸랑-하고 문틀에 달린 종 울리는 소리가 나고, 레아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가게 주인과 웃으며 인사 나눈다.) 둘이서 무슨 이야기 하던 중이었어요? 우리의 친애하는 쥘이 손님으로 온 건 아닌 모양이던데, 오늘은.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1:31

@LSW 가게에 들여오면 좋을 옷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레아도 아시다시피 제가 이런 쪽에 관심이 많잖아요. 다소 개선할 수 있도록 손을 보탠달까... 물론 지금 그대로도 좋지만요! (다소 젠체하는 기색으로 말한다.) 레아는 퇴근하는 중이었나 보네요. 식사 약속이 없는 날에도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지만요, 너무 늦게까지 밖에 있진 마세요. 난리도 아니에요.

LSW

2024년 08월 19일 01:50

@jules_diluti (태팅스의 주인과 쥘의 얼굴을 번갈아보다가) 하기사 요즈음은 조심해야 하는 시기죠. 잘 아니까 '걱정' 마요.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제법 안전하니까. (한편... 그렇게 말하고는 온 김에 옷을 고르려는 모양인지 옷이 걸린 옷걸이들 쪽을 보는데... 좀 헤맨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13:55

@LSW 오, 당신이 안전하다는 거야 두말 할 것 없죠. 최소한 저희의 친구들이 당신을 해치려 드는 일은 없을 거란 사실을요. 하지만 눈먼 주문은 누구에게나 해악을 끼칠 수 있고, 전쟁은 양쪽이 벌이는 거잖아요. (당신 곁에서 몸을 기울여 옷걸이를 뒤적인다. 당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거리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인다.) 그때 정보를 팔아넘긴 게 당신이라는 거, '저쪽' 사람들도 눈치챘을까요? (허리를 핀다. 가을용 갈색 트렌치코트를 뽑아내 당신의 몸에 견주어 본다.) 이건 어때요?

LSW

2024년 08월 19일 17:56

소극적 자살사고...?

@jules_diluti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쪽 물음이든.) 슬슬 그럴 때가 되기야 했죠... . (차라리 해쳐 준다면 좋겠다. 순식간에 눈먼 주문이 이 평화로운 고급 의류점으로 날아들어 재앙처럼 너와 나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거다. 그런다면 더 바랄 것도 없겠어. 쥘이 가까워지니 어쩐지 기침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속이 메스꺼워 간신히 밝고 산뜻한 얼굴로 표정관리를 하는 참이다.) 괜찮네요. 이걸로 할까. (실상 옷에는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기계적인 대답이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01:06

@LSW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 당신의 눈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사람의 마음을 어림짐작 하는 일에 꼭 레질리먼시가 필요한 건 아니다. 상대가 배반 직후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더더욱. 당신이 도덕주의자는 아닐지 몰라도 냉혈한만큼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레아 윈필드는 종내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순간, 그는 당신이 언젠가 저를 보며 느꼈던 충동을 통감한다. 당신의 마음을 두 손으로 헤집어 열어보고 싶다는 짓궂은 마음.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끄덕이며 가게 주인에게 옷을 건넨다. "네, 담아주세요." 당신의 옷을 대신 계산하며 그는 조용히 미소한다.) ...있잖아요, 레아. 내가 후회해야 (-혹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나요?

LSW

2024년 08월 20일 05:16

@jules_diluti 사상 검증 시간인가요. 뭐, 옷값인 셈 치죠. (웃으며 가게 주인에게서 옷이 든 종이가방을 받아든다.) 좋고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쥘 린드버그 작가님도 그럭저럭 괜찮은 길을 택했을지도 모르죠. 위글 딜루티 같은 이름 대신. (그러나 만약이란 말은 없다. 시계는 언제나 현재를 가리킨다. 그것과 같은 이치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시대가 당신을, (당신 같은 괴물을, 늑대들을, 이 세상의 늑대들을, 양을 물어뜯는 늑대들을, 엷은 안개와 마른 잎새에 나부끼는 바람 그리고 잿빛 버드나무 가지 아래 마왕의 딸들을, 그런 것들을, 그리고 나를, 나라는 괴물을...) 빚어냈는데 내가 무어라 해야 할까요.

이미 돌이킬 수 없어졌는데... (머리를 쓸어넘긴다. 갑작스레 이 쇼핑백을 그에게 집어던지고 싶어졌다. 충동을 견디고자 긴 한숨을 내쉰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19:15

@LSW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구 할이었을 거예요.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성공한 작가'는 글솜씨 말고도 마켓팅과 예산... 그 모든 것의 총합이니까. 모든 세계에서 제가 성공했을 거라는 말은 어불성설이죠. 제게 성공을 가져다준 이 세계가 저에겐 최상의 세계예요. (잘라 말한다. 머리를 쓸어넘기는 당신을 바라보는 금색 눈은 드물게 웃음기가 없다.)

시대를 탓할 것도 없어요. 자책할 이유도 없죠. 그냥 생긴 대로 살면 그만인 거예요. 당신이 평화로운 세계였다고 해서 끝까지 상냥하고 존경받는 레아 윈필드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결국 언젠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갈라버릴 거면서. 돌이키고 싶어요? 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충동질하듯, 떠밀듯이 속삭여 덧붙인다.)

돌이키고 싶지 않잖아요, 레아.

LSW

2024년 08월 20일 23:47

조금 고어한? 상상 속 묘사... (비유)

@jules_diluti 아, 하하... (아마 쥘에게는 그저 검지 끝으로 살짝 미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거다. 최상이라고. 최상이라고......

지금 그 어느 순간부터 견딜 수 없는 건 레아 자신도 쥘의 말에 동의한다는 거다. '하고 싶은 대로 산다.' 여기 자유의지를 부여받은 인간들이 하는 행태를 보라! 그는 다른 세계를 상상하지 못한다. 어떤 세상에서든 당신도 나도 스스로의 의지대로 행동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각자가 생각하는 최선을 향해 달렸을 것이니...) 아...... (긴 한숨을 쉰다. 한숨의 형태를 한 신음이다. 배가 벌어지는 상처를 입고도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 흘러내리는 내장을 추스르지 못한 들개처럼 신음한다. 제대로 한 방 먹고 말았다.)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속이 좋지 않아서요... (쥘의 대답을 듣지 않고 가게 주인에게 인사하지도 않고 비틀비틀 가게 문으로 향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1:10

@LSW (가게 주인에게 당신 대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피냄새를 쫓는 사냥꾼처럼 당신의 뒤를 바짝 따라간다. 문을 어깨로 받아주며 쇼핑백을 들고 재잘재잘.) 표정이 좋지 않아요, 레아.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요즘 종종 우울해 보이셔서 혼자 두기 걱정돼요. 그렇게 자책하실 필요 없다니깐... 아, 술이라도 한 잔 하시는 건 어때요? 전 원래 웰빙을 추구해서 음주는 잘 하지 않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동행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떠들어대는 것을 그치지 않는다. 그냥, 그 레아 윈필드가 내가 떠민 탓에 안색이 안 좋아졌는데. 말없이 보내는 건 뒷맛이 좋지 않으니까. 당신은 이대로 가다간 어디선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릴 것 같다...)

LSW

2024년 08월 21일 18:40

@jules_diluti (그가 따라오는 것부터가 거슬렸으나 닭장에 들어온 조그만 들짐승에게 빗자루를 휘두르듯이 쫓아낼 정신머리가 없었다. 그런대도 요리조리 피해갈 것 같았다는 무력감이랄까. 그저 두피 전체를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머리가 쑤시는 통에 그에 집중할 수가 없다. 쥘이 뒤를 따르면서 그 보송보송하고 깨끗한 모피 코트와 특유의 좋은 냄새가 가까워지니 더더욱...)

('메스꺼워...' 말을 되는 대로 내뱉는다.) 술... 술 좋죠. 그런데 그랬다가는 쥘에게 못할 말을 해버릴 것 같아서. 술 잘 해요? 전 취할 만큼 마실 생각 없는데 당신도 못하면 차라리 어린이들마냥 버터비어나 기울이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하하. (사회생활하다 보면 술을 마시게 될 때가 있었는데, 주량이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생각과 말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는 경험은 끔찍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왜 불사조 기사단원들 중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LSW

2024년 08월 21일 18:41

@jules_diluti 웰빙이라니 거참 무병장수하겠어요. 욕도 얻어먹고. 건강하게 먹느라.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6:15

@LSW 주량이 좋진 않죠. 취할 만큼 마셔본 적도 별로 없어요. 지금이야 몰라도 몇 년 지나면 욕 먹는 것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걸요. 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짓인데, 자기파괴적 행동이나 일삼으면 무슨 의미겠어요? (당신과 팔짱을 끼더니 길을 따라 끌고 가다시피 한다. 목적지는 건너편에 있는 바.) 가는 동안 잘 고민해 봐요. 버터비어를 먹을지 파이어위스키를 먹을지. 못할 말 해도 상관 없으니까. 친구들에게 욕먹는 게 억울하긴 해도 나름 익숙해 졌거든요... 그런데 궁금하긴 하네요. 제가 왜 싫으세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당신을 바라본다. 웃고는.)

"싫지 않다"는 식의 변명은 하지 말고요, 예? 피차 알고 있잖아요. 어쩌면 그게 우리의 우정이었는지도 모르죠. 서로 마뜩찮아 하는 것. 그런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당신에겐 충분히 솔직했다고 생각하고.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6:15

@LSW 굳이 따지자면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는 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에이, 그러면 꼴불견이라고 생각했을 거면서. 안 그래요? (바의 문을 한 손으로 밀어젖힌다.)

LSW

2024년 08월 23일 13:47

@jules_diluti (비틀비틀 끌려가다시피 따라갔다. 쥘의 말들은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중이었다. 그냥 때때로 어떤 단어들이 들어와 쿡 꽂혔을 뿐이다. 잘 살아보자던가, 자기파괴적 행동이 어쩌고. 변명이 저쩌고. 실내의 공기는 바깥보다는-어쨌든-답답할 수밖에 없어서 숨이 조금 막혔다. 기분 탓이겠지만. 무슨 정신으로 자리에 앉은 건지 모르겠다. 파이어위스키를 주문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내 보지 않았던 쥘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이 그러는 건 꼴불견이죠. 그런 건. 스스로 다 선택해 놓고서 그러는 건...... (주정뱅이가 취해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테이블에 팔꿈치를 댄 채로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는다. 술도 아직 마시지 않았는데 머리가 아프다.)

있잖아요. 역시 전 귀여운 리본을 달고 드레스를 입고서 춤추는 쥘이 좋았나봐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0:07

성역할 고정관념

@LSW (기억 속의 당신이 내추럴 리버스 턴을 한다. 샹들리에가 빛을 난반사한다. 당신은 아이에게 어른이 될 것이냐 묻고,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냥 쥘이 하고 싶은 걸 해요. 내가 누군지 이해해줘요. 그러면 나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흘러갔다. 추억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뜨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루드비크는 남자가 리본 매는 건 이상한 짓이라던데요. 그래서 관뒀어요. 이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레스 입고 싶은 마음보다 커서요. 춤은 지금이라도 출 수 있지만... 있잖아요, 나는 당신이 내게 레질리먼시를 써도 상관 없었어요. 레아 앞에선 늘 솔직했거든요. 말했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라고.

(파이어위스키를 두 잔에 나누어 따르고, 한 잔을 당신의 앞으로 밀어준다. 자기의 몫을 들고 건배를 청하듯 고개를 까딱한다.) 후회 안 해요. 그러니 당신도 후회하지 마요. 이제서야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 것 같네요.

LSW

2024년 08월 24일 01:44

@jules_diluti (쥘의 잔에 자신의 것을 부딪친다. 레아는 당신이 지금 무엇을 떠올리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 머리 위의 샹들리에가 그랬듯이 유리잔이 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이곳은 왈츠 음악 대신 사람들의 목소리가-끊임없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어질어질하다. 한 바퀴를 빙글 돌기라도 한 것 같다. 이 바의 주인이 가게 환기를 잘 하지 않아서일까?)

(맑은 소리가 쨍 하고 울려퍼지며 골까지 뒤흔든다. 소리는 한순간이었는데 진동이 계속하여 머리를 울린다. 후회하지 말라고. 후회하지 말라고! 추호도 뉘우친 적이 없다. 진실로 없었다. 그랬다면 진작 바위에 머리를 짓찧었던가 제 발로 오러들을 찾아가 체포해달라며 울부짖었을 테다. 그러므로 돌아본 적이 없다......) ...옛날에 당신에게 그랬잖아요. 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그거 쓸 생각이 있기는 한 거예요? 오래 전의 약속이니 이제는 그리 상관도 없다만.

LSW

2024년 08월 24일 01:48

@jules_diluti 그러니까... (입가로 컵을 가져간다. 쓰고 화끈한 액체가 목을 넘어간다. 아직 술기운이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두서없이 중얼거린다.) 그때는 제가 했던 아무것도 아닌 말 한 마디에 귀여운 옷을 입었잖아요. 나는 그냥 보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니까, 당신 머릿속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요. 지금 당신 속은 빤해서요. 당신이나 나나 똑같으니까.

(비슷하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니까...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돌아가서도 같은 선택을 할 테다.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없다. 유리잔의 음료를 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똑같으니까... ...쥘, 제가 이해되나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당신에게 왜 그랬는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눈만 굴린다. 시선이 올라온다. 다소 절박해 보이는 푸른 눈은 이해를 갈구하고 있다. 아마도-비슷한 자에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3:57

@LSW 한때는 쓸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돌아보는 법을 모르겠어... 언젠간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도 어차피 진심이 아닌 이야기를 보고 싶진 않을 거잖아요. 쓰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 정도겠죠. (잔을 쭉 넘긴다. 목구멍이 뜨겁게 지져지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언제라도 껄끄럽다.)

(한동안 말이 없다. 푸른 시선을 마주하다 대뜸 웃음을 터뜨린다. 별로 즐거운 기색은 아님에도. 잔을 내려놓고 깍지를 낀 손을 무릎 위에 얹는다. 당신을 빤히 응시한다.) 있잖아요, 며칠 전에 힐데를 만났어요. 제가 모든 걸 잃고 괴로워하며 잘못을 빌길 원하냐고 물었죠.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원망하지 않는대요. 그 모든 일 뒤에도... 그 얘기를 듣고 정말이지, 기분이 끔찍한 것 있죠? 증오는 괜찮아요. 내게 더는 마음을 주지 않는 자의 미움은 닿지 않을 뿐이니까. 하지만 선함은, 상냥함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3:58

@LSW (잠시 말이 없다.) 거북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을 이해할 것 같았어요. 빛나는 모든 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그들의 사랑에 몸을 의탁하진 못하는 당신이. 괴로울 줄 알면서도 기어코 빛나는 것들을 손 안에서 부수고, 볼품없어진 조각들을 보며 무용했노라 비웃는 당신이... 어리석다고는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는 알 것 같아요. (다시금 미소.) 도망치려는 거잖아요.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여기, 턱밑까지... 올라오는 충동을. 그때의 나는 마냥 선하진 않았어도 꽤나 순진하고 당신을 곧잘 믿었으니, 궁금했겠죠. 배신당한 다음에 짓는 표정을.

(기지개를 쭉 켠다.) 아,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요! 지금낀진 당신이 언제 다시 날 배신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무서웠는데. 내가 정말로 당신의 먹잇감 신세는 벗어났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여요. 자, 한 잔 더?

LSW

2024년 08월 24일 04:22

@jules_diluti (그의 말이 맞다. 거짓말에는 이골이 났다. 가짜에 관심이 없다. 레아가 쥘의 동화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레아는 눈을 느리게 깜빡인다. 조금 취한 것 같아보이기도 하고, 쥘의 이야기를 소화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보이기도 했다. 레아는 힐데가르트를 생각한다. 아직은 힐데가르트에게 자신의 속에 든 것을 내보이지 않았다. 내보인다면, 쥘에게 그랬던 것과 같은 말을 할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쥘이다. 순박한 너구리가 아닌 약아빠진 족제비란 말이다. 동지의 가죽을 벗긴 코트를 입고 있는 영악한 짐승이다. 짐승이라고. 명예를 좇으면서도 결코 고귀해질 수 없어 나와 다를 바 없는 천박한 짐승이라고...)

LSW

2024년 08월 24일 04:27

@jules_diluti 맞아요. 알고 싶었어요.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 잔 더 하자는 말을 흘려들은 건지 아니면 대답하길 미루는 건지 무어라 중얼거린다.) 기뻤는데 최악이었고, 왜 나에겐 이런 얼굴을 숨겼던 건가 싶고, 그때 당신은 이렇게까지 볼품없지 않아서... ...계속 말하고 있잖아요, 순진해서 귀여웠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나도록 계산하는 것도. (가슴이 서늘하게 두근거렸다. 피를 타고 퍼지는 알코올 탓이 컸을 것이다, 아니면 쥘이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던가. 레아는 양심도 없이 술을 따라달라고 하는 양 그 사이 비운 컵을 쥘에게 내민다.)

그래서 지금은 잡아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이렇게 짚으니까 기분이 좀 나쁜걸요. 먹잇감 신세에서 해방시켜주는 건 좀 재고해볼게요.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당신이 좋아서... (중얼거리다가 문득) 사랑고백은 아니니까 그, 의미는 알아서 잘 생각하고.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15:03

@LSW (낄낄거리며 당신의 잔을 한가득 채운다. 반쯤 비웠던 자신의 잔도 도로 채우자 병이 똑 비워진다. 잔을 맞부딪히고 다시 술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딸꾹, 취기가 올라오는지 어깨가 들썩인다. 이쪽도 주당은 되지 못한다...) 오해 안 해요. 당신이 사랑을 어떻게 해요. 하더라도 상대가 불쌍하지... 사랑하는 만큼이나 금방 망가뜨릴 텐데. 결국 당신이나 나나 자란 적 없던 거예요. 난 칭찬받으면 마냥 좋아하는 열한 살이고, 당신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험하게 다루다 부숴버리는 열한 살이죠. 당신이 조숙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겉껍데기만 빨리 자라버리면 속은 영 어린애로 남는지도 모르겠어.

뭐 어때요. 행복하면 그만이지. 세상에 남부럽지 않게 잘 살면서도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성공과 긍지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난 백 번이고 전자를 택할 거고, 당신은 성공을 위해서라기보단 긍지가 몸서리치게 싫어서 전자를 핑계삼아 도망칠 위인이니까... (딸꾹.)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15:03

@LSW 그래도 나라면 그거보단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것 같애...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시하잖아요. 고작 그거 받고 팔았다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얼마나 안달나 있었는데. 그 정도 정보를 위해선 마왕님네 저택 기둥뿌리 하나 정도는 넘겨줄 수 있었을걸. 당신이 좀만 더 시간을 끌었어도... (초점이 풀린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세상은 도처에 쾌락과 즐거움 뿐이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당신에겐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죠. 이해해요! (제자리에서 느리게 앞뒤로 움직인다.) 절 잡아먹을 거라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건 그냥 궁금해서.

LSW

2024년 08월 24일 17:41

@jules_diluti (눈을 반쯤 뜨고 턱을 괸 채로 쥘을 본다. 이번 컵은 몇 모금만 홀짝이고 별로 마시지 않았다.) 글쎄요. 사냥법은 생각 중이에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취해서 앞뒤로 움직이는 쥘이 오뚜기 같다.)

쥘, 쥘... 저는 당신이 불쌍해요. 당신이 받는 찬사는 진짜 칭찬이 아니니까. 시대를 잘 타고나서 적절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어필했을 뿐이지... (마른 웃음을 짓는다. 미소가 금세 바스라진다. 이상하게 가슴에 무언가 얹힌 것 같아서, 명치께를 두어 번 두드린다.)

당신은 위대한 인물은커녕 좋은 사람도 못 되어서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할 거예요. 지금도, 하하, 다른 사람들 시선부터 생각하잖아요. 남들 보는 게 이상하다고 드레스도 안 입고. 있죠, 전 돈에는 관심 없어요. 인정받자고 판 게 아니라고요. 무시하던가. 당신이 목말라 있는 관심이며 칭찬 좀 받자고 그런 게 아니에요, 난... 나는......(말을 주워섬기다 보니 문득 목이 멨다.)

LSW

2024년 08월 24일 17:48

곤충 학대(핀셋으로 신체를 분리하는 묘사)

@jules_diluti 쥘, 나는... ...난 행복해요. 원하던 세상이 와서... 지긋지긋한 꼴을 더 보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해 죽겠어요. 그런데 또 보고 싶어요... 당신처럼 영악한 족제비 말고... (어느 샌가 눈가가 젖어 있었다. 뺨이 축축해진다.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고. 다 망가뜨릴 거라고. 그의 말이 맞다. 상상만 해도 좋았다. 머릿속에서 빛이 순간 눈을 멀게 할 듯이 번쩍인다. 정말로 좋았다. 예쁘게 잘 깎인 크리스털 장식품을 깨뜨리며 그 반짝임을 보고, 나방이 불길로 뛰어들기 전에 그것을 잡아 핀셋으로 머리를 떼어내고, 그런 것들 말이다...)

당신은 행복해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19:57

@LSW ... ... 그러면 우리는 서로를 불쌍해하는 셈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한바탕 터뜨린 웃음소리는 바람에 일제히 울리는 풍경風景 같다.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모를 일이나.) 나는 당신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오래오래 곁에 두고 간직하질 못하고... ... 망가뜨려 버려서 불쌍해요. 인정받자고 판 게 아니라고... ... 돈을 원한 게 아니라고... ...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기껏 그렇게 주변을 파괴했으면 행복하기라도 해야지. 이렇게 자꾸만 울어, 왜... ...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당신은 곧잘 메스꺼워했다.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뺨이 축축해졌다. 그게 참 이상해서, 이상해서... 골똘히 고개를 기울이며 휴지로 당신의 얼굴을 닦아낸다. 학창시절과 다름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당신 할머니라면,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실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많이 웃으세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19:58

@LSW (그리고 몸을 뒤로 젖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팔이 옆으로 힘없이 늘어진다. 혀가 술기운에 꼬인다.) 네, 나는 행복해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어요? 진짜 찬사든 가짜 칭찬이든. 시대를 잘못 타고난 예술가보단 잘 태어난 사람이 낫지... ... 작가는 말이에요, 책이 불티나게 팔리면 그만이에요. 사람들은 내게 열광하죠.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든 이름을 남기든, 나는 상관이 없어요... 정말로! 그냥 한평생 부족할 것 없이 살다 명 채우고 가면 그거로 족하단 말이에요. 욕을 하든가... 말든가...

(손을 느리게 휘적인다. 당신을 슬그머니 곁눈질한다.) 당신이 바라는 건... 천진난만하고, 솔직하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는... 리본을 맨 어린아이였겠지만, 나는 알지.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당신이 가만 두지 못했을 걸요. 조각내서 손아귀에 가뒀겠지... 그러니까 말이에요. 나는 당신이 나를 불쌍하다고 하는 이 순간이... 죽도록 행복한 거야.

LSW

2024년 08월 25일 00:34

@jules_diluti (종소리 같은 요란한 웃음에 머리가 지잉- 울리는 탓에 인상을 찡그렸으나 그의 말에 웃고 만다. 웃을 수밖에 없다. 당신이 그랬으니까, 당신이 지금이라도 많이 웃으라고 하니까, 그래서 눈물이 아니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머리가 멍해지는 거고, 젠장할...) 날 불쌍해하지 마요. 당신이랑 비슷한 취급 하지 말라고요. 왜 그렇게 잘 알아, 나를... (기운 없이 중얼거린다. 눈물이 입으로 들어가 짠맛이 났다.)

(내 손을 빠져나간 작은 족제비야. 이제는 구태여 붙잡지 않을 것이다. 내내 당신이 마뜩찮았고 눈엣가시였어도 가치가 없어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어딘가 텅 빈 기분이다. 내내 그래왔지만, 그래서 기어이 쥘의 모피코트를 붙잡고 만지작거린다.)

LSW

2024년 08월 25일 00:34

@jules_diluti ...있죠, 당신은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데, 뭔가 하나 빠져있어요. 쥘을 보면서 때때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황금별로 올라가길 포기해버린 것 같다고. 아직은 태어난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서 괜찮지만. 그게 꺼진 다음 당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샐러맨더는, 죽은 다음 하늘로 올라가지 않잖아요. 그냥 죽어 버리지. 사람들은 당신에게 열광하는 게 아니고 당신 말에 푹 빠진 거니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1:10

@LSW 당신도 알잖아요. 우린 딱 서로를 마음 편히 좋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있고, 서로의 선택에 동조할 수 없을 정도로만 다르다는 걸. 당신이 날 불쌍해하면 나도 당신을 불쌍해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짜여져 있어요. (자신의 잔을 손끝으로 밀어서 넘어뜨린다. 반 잔 가량 남아있던 술이 쏟아져 웅덩이로 고인다. 그 위에 뺨을 대고 엎드린다. 자신의 모피코트를 만지작거리는 당신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냥 눈엣가시인 거예요. 평생... 서로를 이해하고 싫어하고 지탄하면서. 한 달에 두 번 식사 자리를 함께하면서 살아가겠죠.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에서 마음 편히 춤 한 곡 추는 건 다 지난 얘기니까... 우린 후회하지 않을 거고,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그리고 또다시 소리내어 웃는다.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1:10

@LSW 그거 아세요? 제 패트로누스 말이에요, 족제비가 아니었어요. 샐러맨더도 아니었죠. 박쥐더라고요. 우습지 않아요? 난 너무 빨리 날아다니길래 족제비려나 했는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그래도 박쥐는 귀여워요. 보송보송하고... 황금별에 가지는 못하지만... 불이 꺼져도 죽지는 않으니까. 당신이 바라는 건 하나도 이루어주지 않을 거예요. 오래 살 거라니까요, 오래...

LSW

2024년 08월 25일 03:47

@jules_diluti (밀색 머리카락 일부도 함께 쏟아져 젖어가는 것을 보았다. 저 술이 다 피였더라면 누군가 축배를 들었을 텐데.) '그리고 춤은 끝나지 않는다.' ...많이 취한 것 같아요, 쥘. 취했어요. (외투 만지던 것을 그만두고는 쥘의 뺨과 축축한 테이블 사이에 손을 넣어 그의 머리를 올려주려 했다. 그러다 문득) ...정말 못된 족제비라니까. 하하... 그래. 오래 살아요. 박쥐든 족제비든 오래오래. 어둠 속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벌을 받은 채로 오래오래... (울적하게 중얼거리며 그만두었다. 그를 마주보고서 자신도 뺨을 테이블에 댄다. 손을 뻗어 보송보송한 뒤통수 쪽 머리카락을 헝클인다. 슬슬 잠이 왔다. 그렇게 밝지도 않은데 머리 위 주점의 조명이 눈부셨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턴을 도는 것 같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마치 어떤 오래된 노랫소리와도 같아서......)

LSW

2024년 08월 25일 03:53

@jules_diluti (희미해져가는 기억 속에서 우리는 춤을 춘다. 당신은 노란색 드레스를, 나는 정장을 입었다. 그런 옷차림들은 한때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치부된다. 무도회의 조명 아래서 손을 맞잡고 제법 괜찮아 보이는 페어가 되어 홀을 누빈다. 내추럴 리버스 턴. 그리고 샤세. 머리 위의 샹들리에가 난반사하고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 걸 해요. 그리고 날 이해해줘요. 그러면 나도......)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9:44

@LSW (뺨이 축축하다. 하지만 물기가 아니라 술이다. 그는 불현듯 기분이 아주 유쾌하다. 파이어위스키의 금빛 거품처럼 웃음이 폐부에서부터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다. 당신이 저를 일으켜 세우려던 것을 그만두고 덩달아 테이블에 엎드리자 희소를 터뜨린다. 꼭 열한 살이 된 것 같다. 아니, 당신은 열한 살 때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으니 그보다 어릴까... 아무도 취객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고, 당신이 머리를 헝클이는 손길을 가만가만 받아내며 눈을 감는다. 시대는 지독한 병증이고, 굴복하는 인간, 열망하는 인간, 투쟁하는 인간, 의문하는 인간, 절망하고 부서지는 인간이 각기 병상에 누워 있다면, 후회하지도 못하는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술집의 노랫소리가 커진다. '울창한 밤나무 아래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아니, 노랫소리가 아니라 기억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걸 해요. 그리고 날 이해해줘요. 그러면 나도...)

커서 뭐가 되고 싶었어요? (대뜸.)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09:45

@LSW 그러니까... 이런 사람이 되기로 정하기 전에. 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요. 그 전엔... (기억을 더듬고는.) 진짜 옛날엔, 양이 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양탄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이건 네 살 때였나...

LSW

2024년 08월 25일 13:49

@jules_diluti 하고 싶었던 건 없어요. 그냥 할머니네 목장에서 언제까지고 지내고 싶었어요. 쥘이 아직도 양이 되고 싶어하는 꼬마였다면 그 목장에서 잘 키워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젠 속이 시커먼 목자로 자라버렸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으나 그들의 마음은 팔딱이는 작은 심장인 채로. 그대로다. 몸만 커버린 이들을 인도할 자 어디에 있는가. 당신은 양이 되고 싶다 하여 지금은 눈먼 자들을 이끄는 목자가 되었다. 나는 돌아갈 곳을 잃고 떠돈다. 우리는 카이와 겔다였던 적이 없다. 하물며 윈스턴과 줄리아였던 적도 없어. 그저 풀린 눈으로 세상을 헤매며 병들어가는 군중 중 하나였다.)

있죠, 쥘은 좋은 아빠가 될 수 없을 거예요. 다이애나를 사랑하지도 않잖아요. 그럴 리가 없지. 이런 사람이 어떻게 좋은 아빠가 돼...

jules_diluti

2024년 08월 25일 23:08

@LSW 제가 어쩌다 불운하게 단명하고 양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목장으로 갈게요. 잘 키워주세요. 레아랑, 레아네 할머니랑... 헨은 저보고 세실네 목장으로 가라고 하던데, 그랬다간 털을 깎아준답시고 저주를 맞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당신의 할머니는 없다. 당신은 목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이 모든 말은 무의미한 불협화음cacophony에 지나지 않다. 눈이나 가슴에서 빼낼 거울 조각이라도 있다면 달라졌을까?)

천성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자신의 물음과 당신의 물음에 동시에 답하며 잔을 손끝으로 톡 건드린다. 잔이 데구르르 굴러간다.) 그래도 결혼에 사랑이 필수적이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그냥 약속이죠. 서로간의 약속을 깨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유지되는 작은 동맹... 난 당신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 학창시절에 했던 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연기하면 되잖아요. 잘 하면서...

LSW

2024년 08월 26일 01:50

@jules_diluti 원래는 조만간 목장을 처분할까 했는데 이러면 조금 미뤄야겠는데요... (하여튼 세실 이야기에 웃고 만다. 레아는 굳이 테이블을 구르다 떨어지는 잔을 붙잡지 않았다. 이윽고 쨍그랑! 날카로운 불협화음에 술꾼들이 이쪽을 돌아보았다가- "또야?" 또 취객이 깨뜨렸겠거니, 심드렁하게 시선을 돌려 제각기의 음주에 다시 열을 올린다. 우리는 절망향kakotopia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불행과는 거리가 먼 삶이니 흥청망청 즐기며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다...) 그런데 말이죠, 그 연기라는 거. 저는 피곤해서 더 못 하겠더라고요. ...당신에게만 말하는 거지만 조만간 다른 연기를 시작할 거예요. 그래서 전 그걸로도 벅찰 예정이에요. 아주 오랫동안. 어린아이에게 할애할 여력이 없네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15:02

@LSW 그래도 남겨둬야 하지 않겠어요. 그 목장... 추억같은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긴 한데, 나이 먹어서 은퇴하고 나면 돌아가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는 이곳이 진실로 편안했다. 잔 깨지는 소리 정도는 나야 사람들이 돌아보고, 그마저의 관심도 금세 사라져버리는 이곳은 80년대의 수정궁이다. 도처에 쾌락이 있다.)

(그는 갈레온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1갈레온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던 술집 주인은 시선을 거두어간다. 이토록 쉽게 면죄될 수 있는 세상!─ 그는 삶이 기껍다. "이거 하나가 불사조 기사단 두 개 정도의 값이네요," 갈레온을 엄지와 검지 사이로 흔들며 키득거린다. 이내 당신에게 시선을 둔다.) 다른 연기라면 어떤 건데요? 또 뭘 해보시려구... ...

LSW

2024년 08월 26일 15:58

@jules_diluti 아하, 저 그렇게 오래 살 생각 없어요. 그래도 노란 양 한 마리는 키워보고 갈까 싶지만... (정확히는 베이지색이지만. 시선이 쥘의 손가락으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또 좋다고 웃더니, 주머니에서 갈레온 동전을 꺼내 술 웅덩이에서 탑을 쌓기 시작한다.) 연기까지는 아닌데... 하하. 제가 불사조 기사단 본부를 팔았다고 소문내려고요. 헨에게 기사를 써 달라고 할 거예요. 누가 팔았는지 정도는 다들 알아야지. 그게 맞지... 그리고 돈 때문에 팔았다고 하는 거야.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우리 같이 욕 먹어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6일 17:22

@LSW 와아. 당신 진짜, 명줄 깎아먹으려고 작정했군요. (질린 얼굴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리 한 켠에서 이걸 어떻게 써먹어 볼 수 있을까─ 예컨대, 돈 몇 푼에 무너지는 '기사단'의 부패함이라거나─ 생각을 굴리다가 헨이 어련히 하겠지, 하고 손을 떼기로 한다. 눈을 굴려 기사단 열세 개 어치의 갈레온 탑을 바라본다.) "같이" 욕먹는 건 사절이에요, 전 빼주세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 살아남은 이들이 죄다 당신을 저주하고 보복하려 들 텐데. 자기들이 패배한 이유를 당신에게 뒤집어씌우려 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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