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 (때마침 휴가를 받아 지나치던 길이었고 잠시 머무를 여유가 있기에 그렇게 하던 참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손을 흔들며 웃는다. 가만 보기에 참 평화로운 풍경인데 몹시도 기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부모가 저 인형사의 정체를 안다면-적어도 무엇이 옳은지를 아는 부모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에게서 아이를 떼어놓을 텐데. 아이를 썰매에 태워 영영 먼 세계로 데려가버릴 눈의 여왕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느긋하게 다가가서 손뼉을 두어 번 친다.) 인형극 잘 봤어요. 앵콜 공연은 따로 없나요?
@LSW (마녀의 허벅지 위에 앉은 아이는 조금 전까지 극에 사용되었던 인형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렸다. 왕관을 쓴 윈터Wynter. 그것은 10년도 더 된 낡은 인형이었음에도 빛바래지 않았다.
마녀는 우아하게 미소 짓는다.) 돌아온 카이와 겔다에겐 숨겨진 이야기가 더 있단다…. 들어보련?
@LSW (인형을 쥐고 있는 아이는 검은 머리카락과 가지런한 푸른 눈동자로 레아를 응시한다.)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간의 턱을 넘는 순간… 카이와 겔다는 깨달았단다. 자신들이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걸 말이야. 그 모든 모험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탓에….
"언제 이렇게 자라버린 거지?" "모르겠어... 어떡하지? 나는 어른이 되는 법 같은 건 배운 적 없는데." 카이와 겔다는 혼란에 빠졌단다.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돌아왔는데도 그만, 무섭고, 또 두려워졌지. (고개를 들어 레아를 바라본다.) 아가, 네가 만약 카이와 길다를 오래 기다린 '할머니'였다면. 그들에게 어떤 말을 건넸을까?
@WWW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서 아이의 눈을 피했다.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우선은 어서 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할머니들은 그렇거든요. 제아무리 손주들이 장성해도...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어요. 그 웃자란 아이들을 돌보는 건 그 다음이겠죠. 그러니까... (마녀의 그 하얀 눈을 마주하는 것이 거북스러웠다. 속을 들여다보이는 것만 같은 그 기분 말이다. 당신은 레질리먼서가 아닐 텐데.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모든 모험을 겪으며 너희는 어른이 된 거란다." 같은 이야길 하지 않을까요. 카이와 겔다는... 그 모험 자체가 성장이었으니까요.
@LSW 그래……, 그게 우리 레아 할머니의 대답이라는구나. 어떻게 생각하니? (아이는 크고 푸른 눈을 깜박인다. 다른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의 말을 수긍하는 건지 반사적인 행동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의젓하고 조용하다.
윈터 인형 옆에는 인형극에 사용한 카이와 겔다 인형이 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마녀에게 허락을 구하고 겔다 인형을 집어든다. 마녀는 이에 맞추어 레아에게 할머니 인형을 건넨다.
아이가 묻는다.) "할머니는 언제부터 어른이셨나요?"
@WWW (저기. 내가 언제부터 할머니였던 건데. 아직 앞날 창창한 스물하나인데.
하지만 아무리 께름칙한 꼬마라고는 해도 결국엔 꼬마 앞이라 항의하지 않고 얌전히 인형을 받아든다... 어른들의 말싸움은 어린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으니까. 어른은 배신해서 죽음으로 몰고 가도 괜찮지만 아이의 마음은 지켜 줘야 한다는 뭐 그런 아무튼 이중적인 그거다. 긁힌 게 아니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부터요.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때부터는 어른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안 그러면 1인분을 못한다고 여겨진답니다. 우리 인형사 할머니께서 카이와 겔다 역을 훌륭하고 멋있게 해내는 것과 같은 이치죠. (부드럽게 웃는다.) 이쪽은 2인분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1인 7역도 하실 수 있어요. 주로 1인 2역이었어도. (다시 말하지만 안 긁혔다.)
@LSW (만약 그 마녀가 레질리먼시고, 그게 아니더라도 타인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어… 화났나?' 따위의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레아의 속을 알 길 없는 웬디는 속을 알 수 없는 태연한 낯으로 즐겁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인형사 할머니라고 부르기 전까지는 그랬다. 안 즐거운 건 아닌데 약간 덜 즐거워졌다.)
어머… 내가 언제부터 할머니였니? 난 아직 앞날 창창한 스물 하나란다, 아가……. (물론 머리가 좀 하얗긴 하지만. 그치만. 아 이쪽도 긁힌 거 아니다. 진짜 아니다 아무튼 아님.
어른들 사이에서 모종의 눈빛이 오가는 사이, 아이가 겔다 인형을 약간 흔들며 묻는다.) "그럼…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됐는데 졸업하면 어떻게 해요?"
@WWW (그제서야 아이를 바라본다. 말인즉 그웬돌린의 부정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딱히 어떻게 되지는 않아요. 천둥이 치거나 하루아침에 내 집이 폭삭 주저앉지도 않고요. 그냥 아이인 그대로, 몸만 커버린 카이와 겔다인 채로 세상으로 나가는 거죠. -그래도 보호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테니까 괜찮아요. 그게 할머니의 역할이니까. 다른 어른들의 마땅한 역할이죠. (할머니 인형을 들고서 그것의 고개를 까닥까닥 움직인다.) 할머니가 없다면, 음. ...영영 아이의 심장을 가진 채 살아가는 어른이 되는 거예요, 우리 꼬마 친구도.
@LSW (마녀는 레아가 인형에 시선을 두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레아가 인형을 흔들지만, 아이는 인형이 아닌 레아의 두 눈에 시선을 두고 있다. 흔들림 없이 곧게, 거기에 꽂혀 있다. 무르고 푸른 눈동자가 깜박이며, 겔다 인형이 힘없이 무릎 위에 놓인다.
아이는 어딘가 털어놓고 싶은 곳이 필요했던 듯, 예고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엄마가… 엄마는 더이상 저를 보러 올 수 없대요. 아주 먼 곳으로 간 거래요. 전쟁 때문인데, 전쟁 때문이라고 그래서 저는 아빠네 할머니랑 같이 살아요. 근데 아빠랑 할머니랑 싸우는 걸 들었는데 불사조 기사단 때문이래요. 그게 저 때문인 것 같아서… 저도 카이랑 겔다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배운 거니까 어른이 될 준비가 됐어요. 저는 빨리 졸업을 해서, 그래서 어른이 돼서 엄마를 찾고 싶어요. 그럼 아빠랑 할머니가 덜 싸울 것 같아요."
@WWW (그웬돌린의 시선이 신경쓰이는지 평소보다 귀옆머리를 쓸어넘기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손깍지를 고쳐 끼는 등의 자잘한 동작이 조금 있었다.) 멋진 마음가짐인걸요. 우리 친구는 아빠랑 할머니를 신경써서 엄마를 찾으러 가겠다고 한 거니까, 참 상냥해요. (적당히 고른 마음 없는 말들이다. 웃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이래저래 더 배울 것도 많고 익혀야 하는 것도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할 거랍니다. 카이와 겔다처럼 순식간에 몸이 쑥 커버리는 일은 자주 없거든요. 그때까지... (목에 무언가 걸렸다. 잠시 말을 멈춘다.) ...그때까지 엄마를 기다릴래요? 엄마도 우리 친구를 보고 싶어할 거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와줄 거예요.
@LSW (마녀는 레아의 웃음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 웃음이란 아이 앞이라 의식적으로 꾸며낸 것인지, 오래 '배워서' 체화한 것인지, 아니면… 아마도 그럴 일은 없겠으나 '진심'인지가 모호하다고. 그러니 당신은 참 능란한 거짓말쟁이구나.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로구나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깨닫기에도 미묘할 정도의 동질감을 느꼈다.)
(아이가 말한다.) "……사실 거짓말이라는 거 알아요. 아빠랑 할머니가 저를 생각해서 한 거짓말인 거.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돌아가셨을 거라고 해요. 그런데… '돌아오지 않아서 볼 수 없는 거'랑, '죽어서 볼 수 없는 거'랑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어요. 제가 영영 만날 수 없다면 그 두 개는 같은 거 아닌가요?" (아이는 자신의 옷자락을 꽉 말아쥐거나, 손깍지를 고쳐 끼거나, 자꾸 귀 옆머리를 쓸어넘기거나 한다.)
@WWW (명백히 기분이 나빠졌다. 비슷한 행동거지, 비슷한 생김새-아니, 생김새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고 레아는 믿었다-어딘가 비슷한 말들.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에 레아는 무심코 그웬돌린을 곁눈질한다. 인형극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러니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꼬마에게까지 이 마녀가 그의 특기인 임페리우스 저주를 써 이렇게 말하게 하는 건 아닌가 해서. 희미한 두통이 닥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꼬마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몹시 불쾌했다.)
...돌아가신 것은 돌아가신 것이지만, 그저 돌아오지 않는 건 어딘가에 살아계신다는 뜻이에요. 영영 볼 수 없어도 어딘가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서 살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리 자신의 말에 뼈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레아에게 실상 그 두 가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를 짚는다.)
@LSW (원한다면 마녀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도 겠지만 수확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네버랜드', 마녀는 예기치 않은 레질리먼시에서 대부분 그런 공상과 쓸데없는 정보값만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오클루먼시와 닮은 듯 다르다.
마녀는 생각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배움이 빠르다'고. 좋든, 좋지 않든. 구태여 이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은 것은 마녀이지만 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이의 의지다. 아무렴, 레아의 속을 한 줌 알 길 없는 마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의 뺨을 감쌌다.) ···아가, 여길 보련.
(마녀는 몸을 숙이고, 레아에게 들리지 않는 자리에서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속삭인다. 아이의 표정이 변화한다. 한 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걱정스러운 듯 눈썹이 내려갔다가··· 이내 눈을 감는다.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것 같지만,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어둠으로도 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어딘가 편해 보였다.)
(다음 순간, 마녀가 레아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