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그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지도 오래되었고, 포위가 시작된 뒤부터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처럼 마법부 건물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서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지만 전투에 뛰어들 수도 없었다. 누구 편에서 싸워야 한단 말인가?… 오늘 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택한 것이─잠들 수 없던 밤이면 늘 그랬듯─ 독서다.)
(반파된 어느 카페 앞에 앉아 시집을 펼쳤다. 가로등에 의지해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영어로 번역된 조국의 시¹였다.)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꽤나 풍요로워.
여기서 사람들은 의자와 슬픔을 제조하지,
가위, 바이올린, 자상함, 트랜지스터.
댐, 농담, 찻잔들을.
어쩌면 다른 곳에서는 모든 게 더욱 풍족할 수도 있어,
단지 어떤 사연에 의해 그림이 부족하고,
브라운관과 피에로기, 눈물을 닦는 손수건이 모자랄 뿐.
(…)
그래, 알고 있어, 네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쟁, 전쟁, 전쟁.
하지만 그 사이에는 늘 휴지기가 있게 마련이지.
주목!─사람들은 악해.
쉬어!─사람들은 선해.
주목하는 동안 황무지가 만들어지고,
쉬는 동안 피땀 흘려 집들이 지어져,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에 재빨리 정착하지.
(‘이것은 휴지기가 될까? 그동안, 사람들은 어떻게든 정착을 하고? …그리고 나도?’)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기 지구에서는 그 무엇도 작은 흔들림조차 허용되지 않아.
(그곳까지 읽고는 시집을 덮어버렸다. 두 눈을 감고 속삭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기 지구에서는 그 무엇도 작은 흔들림조차 허용되지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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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여기Tutaj〉
@Ludwik ...(고개를 기울인다. 시의 문구들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보다도,) 루드비크. 당신은 왜 계속 떠나질 않습니까?
@callme_esmail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전쟁의 끝을 보고 싶어서. …그러면 뭘 믿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왜? 변절자가 돌아다니는 거 싫어?…
@callme_esmail (‘우리는 살인자다. 살인자로부터 “당신이 살기를 바란다”는 말을 듣는 살인자라니, 이보다 우스운 연극도 없다. 고골도 이런 이야긴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답한다.) 정말이지 너는 최악이야. (그 전에 투정부터 부린다.) …너는. 너는 항상 나의 악몽과도 같았어. 제기랄, 콱 죽어버리지 그러냐, 돼지 같으니… … (그러나 진심이 아니다. 진심을 담아 하고 싶었던 말은,)
…말하러 갈게. (약속이었다. 살겠다고, 이유를 찾겠다고… 두려움과 부끄러움은 영영 제 안에 남아 있을 테지만─또한 에스마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와 방식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겠다고… …) 그러니까, …옆에 있어. … …아냐. 이 말은 잊어도 돼. 그냥… 내가 말하러 갈 때까지 살아 있기나 해.
그게 다야, 에스마일.
@Ludwik (...죽어버리라는 말에는 여상하게 웃다가 옆에 있으라는 말에 놀라는 관계라니. 우리가 동료이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동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한밤중. 오래된 가로등 빛은 멀리 있는 달보다는 조금 밝고, 당신이 덮은 시집의 표지를 내려다보다 마른침을 삼킨다. 웃지 않으며, 말한다. 그는 이 순간을 잊지 않을 것이므로.) ...네. 최선을... 다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