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이것도 프로파간다의 일환이야? (당신의 스케치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빤히 바라본다. '이런, 정말로 저런 동상이 세워진다면⋯ 봄바르다로 터뜨려버리고 싶은 걸 참을 수 있을까?')
@2VERGREEN_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냅다 종이를 구겨버린다.) 언제 오셨어요? 프, 프라이버시 좀... 예술가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요! 별 거 아니에요. 그, 그냥. (눈치 보고.) 미래 구상....?
@jules_diluti 응. 이미 다 봤는데, 굳이 구길 필요까지 있었을까? 그리고 프라이버시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거야, (그리고 당신의 손에서 구겨진 종이를 빼앗아 펼친다. 흠, 흐으음. 이상한 소리를 내며 한참을 고민하다⋯) 깃펜 남는 거 있어?
@2VERGREEN_ (다소 민망한지 자리에서 움찔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당신의 물음에 어리둥절한 기색이 된다.) 깃펜이요? 있죠. 왜요, 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 ("여기요", 별다른 의심 없이 공작새 깃펜을 꺼내서 건넨다.)
@jules_diluti (테이블에 구겨진 종이를 놓고 손으로 당기며 제대로 펼친다. 구깃한 자국이 남은 그것을 한참 바라보며 제 입가를 두드리다,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글 잘 쓰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림도 잘 그린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 넌 재능이 많구나⋯. (마법사 남녀의 머리 위를 타고 오르는 족제비와 너구리를 그린다. 썩 잘 그리지는 못한 터라⋯ 더욱 하찮다. 한 순간에 프로파간다가 낙서로 전락한다.)
@2VERGREEN_ 손 쓰는 건 다 얼추 잘 해요. 오..... (원체 쉽게 주의가 분산되는 성격인지라, 열심히 구상하던 프로파간다가 낙서가 되어가는 동안에도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한다. 이어 명랑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더니 아예 자신의 깃펜으로 동상 옆을 유영해 지나가는 혹등고래를 그린다. 이 순간 두 사람은 그냥 낙서에 몰두하는 열한 살 아이들이나 다를 게 없게 된다.)
@jules_diluti ⋯ 그러면 뭐 만드는 것도 잘해? 이런, 난 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천지네. (어린아이처럼 짓궂게 웃으면서 혹등고래 옆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몇 마리를 그린다. 이런, 하늘을 유영하는 해양 생물이라니 이토록 동화 같은 풍경도 또 없겠지만⋯.) 훨씬 보기 좋다. (동상 아래로 선 몇 개로 구성된, 단순한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복슬거리는 머리칼에 옆에 서 있는 족제비의 모습까지, 누가 보아도 열한 살의 쥘 린드버그다.)
@2VERGREEN_ 저도 당신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걸요, 힐데. 조카는 이제 단 걸 먹어도 될 나이인가요? (당신은 그동안 많이 슬펐나요?...) ...아이작에게 압화를 만드는 법을 배워서 종종 만들었어요. 힐데가 후플푸프였다면 휴게실에서 책갈피를 나누어주는 저희를 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위글, 그리운 위글의 그림 앞에서 짤막한 웃음을 터뜨린다. 열한 살의 자신 옆에 열한 살의 당신을 그린다. 비가 오면 머리가 잔뜩 부풀어오르고, 아직 지팡이를 부숴먹기 전이지. 옆에는 올빼미도 그려야겠다. 엘이 살아있을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