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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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8월 18일 23:16

(어딘가에선 전투로 분주한 상황, 트윌핏트 앤 태팅스에 앉아 옷가게 주인과 무사태평한 잡담을 나누고 있다. 보아하니 백화점에서 산 모피 코트를 자랑하는 중.) ...이걸 보세요, 옷의 질감이 아주 우수하다니까요! 머글들의 기술력도 무시할 게 못 돼요. 가진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이런 일에 열심이에요. 분명 사장님의 옷가게도 모피 제품을 늘리면 좋을 거라구요...

Ludwik

2024년 08월 18일 23:36

@jules_diluti (창 너머로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다이애건 앨리에는 옛 추억 속 얼굴들이 많다… 들어갈까? 못 들어가겠다. 망설이던 중 옷가게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0:01

@Ludwik (옷가게 주인이 묻는다. "혹시 아는 사람이신가요?" 돌아보고 당신을 발견한다. 짧게 자른 고수머리, 타인이 면도해 준 듯한 턱. 그래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얼굴이 반가움으로 환해지더니 가게 밖으로 뛰어나간다. 목소리와 문의 종소리가 겹쳐진다.) 안녕하세요, 루드비크! 와, 이렇게 면대면으로 만나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안 믿겨질 정도예요! 다이애건 앨리는 어쩐 일로요?

Ludwik

2024년 08월 19일 00:56

@jules_diluti (쥘 린드버그는 마지막으로 ‘직접’ 보았을 때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직감이 든다. 너는 어쩌면 원래부터 그랬노라고. 황금빛은 빛나기도 하지… …) 전황을 듣고 왔어. 왠지 그러고 싶어서. … …

…방해됐지. 미안해. 이만 가 볼게.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9:13

@Ludwik 아잇, 아녜요. 어차피 할 일도 없었는걸. (당신의 팔에 매달리듯 가게 안으로 끌어들인다. 길게 늘어놓는 말은 청자를 감안하듯 '머글들이' 쓸 법한 단어로 점철되어 있다.) 바쁜 것도 실제로 총칼 휘두르며 뛰어다니는 열성분자들이나 바쁘지. 저희 같은 사람이 할 게 뭐가 있어요? 물론 루드비크의 어머니께선 루드비크가 여기 있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겠지만... ... (어깨 으쓱.) 비밀로 하죠, 뭐.

Ludwik

2024년 08월 19일 17:01

@jules_diluti (거절할 틈도 없이 가게 안에 들어왔다. 어색하게 서서 가게 주인과 화려한 옷들과 ‘머글식’ 모피 코트를 번갈아보는 그는 어머니가 어디선가 얻어온 낡은 반코트를 입고 있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당황해하는 듯했다.) 저, 저기… 그게… 미안해. (입에 붙은 말처럼 사과부터 내뱉는다.)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곳 같은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00:39

@Ludwik (정말 변했구나, 당신은. 새삼스레 속으로 되뇌인다. 미안하단 말을 죽어라 하지 않을 것 같던 당신은 어느덧 기세를 잃은 초라한 인간이 되어 있었고.) 에이. 언제까지 방 안에서 여생을 흘려보내실 셈이에요?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간 나와서 삶을 재개하셔야죠. (장난스레 대꾸하더니 팔랑거리는 걸음을 옮겨 진열된 코트를 하나 뽑아낸다. 당신의 몸에 대본다. 코트가 너무 크다. 눈짓을 보내자 가게의 주인은 급히 알맞은 사이즈의 옷을 가져오기 위해 계산대 뒤쪽으로 향한다.) 위대한 사람까진 아니라도 번듯한 아들, 번듯한 아버지... 뭐 그런 거요. 저도 언제나 이 옷이 어울리던 건 아니에요. 입다보니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 뿐이죠. 자, 요즘 지내는 건 좀 어떠세요?

Ludwik

2024년 08월 20일 15:02

부정적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

@jules_diluti … … (입술만 달싹거렸다. 할 말이 있었는데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얗다.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데만도 벅찼다. 쥘 앞에서는 언제나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할 것 같았다. 리본을 매달고도 스스럼없는 모습도, 황금 같은 미소도, 모피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무감각함도 죄다… 자신의 것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는 펜으로 사람을 이끈다. 네가 안내하는 방향이 옳은 건지 틀린 건지 이젠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너와 다르게 나는…’) 나는 패배자야. (속삭였다.) 버려진 개라고 할 수도 있겠지. …번듯한 아들도 아버지도 될 수 없을 거야… … 아마 영원히… … 남들한테 폐나 끼치고, 아무도 날 용서해 주지 않을 거고, 나… 나한테는 의미도 가치도… … (이것은 그 편지들의 연장선이다. 늘 털어놓고 싶었던 진심이기도 했다. 마른침을 삼켰다…) …미안해. 이런 얘길 듣고 싶은 게 아니었을 텐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01:08

사회의 퀴어혐오적 시선 언급

@Ludwik (...그러나 정말로 스스럼없진 않았다.) 루드비크, 나도 패배의 지척에 살았어요. 언제나. 그래서 당신의 마음을 잘 알아요. 내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면 나는 그저 한심하고 무능한 아들이었을 거예요. 학교에 다닐 때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서 뜻대로 행동하지 못했는걸요. 남자가 치마를 입는 건 이상하고,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더욱이 이상하다고, 당신이 말해줘서 알았어요... 사실은 어느 것도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데. (잠시 말이 없다. 그러더니 당신의 두 어깨를 잡아누른다. 눈빛이 확신으로 번득인다.) 이젠 달라요. 난 사람들의 생각에 적당히 맞춰주지만, 어디로 갈지는 나의 힘으로 정할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을 그 길로 이끌 거예요.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패배하지 않는 법을 아는 건 패배해본 사람들 뿐이니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01:09

@Ludwik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요? 아뇨, 루드비크. 저에게 당신이 필요한 걸요. 다시 한 번 중요한 사람이 되어보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 쓸모있단 감각을 원치 않으세요? (웃으며 속삭이다가 잠시 미소를 거두고 눈살을 찌푸린다.) ...일단 그 반코트부터 어떻게 해야겠지만요. 자! (옷가게 주인이 가져온 코트를 당신의 몸에 견주어 본다. 꼭 맞는다.)

Ludwik

2024년 08월 21일 13:47

@jules_diluti (고개를 든다. 빛나는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패배를 안다고, 공감한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다. ‘넌 나를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글을 쓰고 있으면서… 네가 뭘 안단 말이야?…’ 그런데 그게 적당히 맞춰 주는 것뿐이라고? 쥘 린드버그─위글 딜루티의 진실은 대체 무엇이지? ‘대령’은 그걸 알고 싶다. 또한 ‘너처럼 되고 싶다’.)

정말로…? (눈물이 떨어진다. 그게 더는 부끄럽지 않다. 어차피 그에겐 털어놓을 것은 다 털어놓았다.) 내가 너한테 필요해? 왜… 왜지? 프로파간다로 쓰기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그러나 기사단원이던 시절엔 도구가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루드비크는 도구로 쓰이는 것을 꺼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톱니바퀴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럼으로써 완전한 하나의 인민이 되고 싶었다… 항상 그것을 바랐었다. 제 몸에 꼭 맞는 코트를 내려다보다가 두 팔로 끌어안았다.) … …

Ludwik

2024년 08월 21일 13:47

@jules_diluti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고백한다. …영웅이 되고 싶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 …되게 해 줘. 율리우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00:15

@Ludwik (아! 그래, 바로 이 순간을 원했다! 프로파간다니 이용가치니 하는 것도 좋지만, 쥘 린드버그를 전율케 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 타인이 자신에게 판단을 온전히 내맡겨 자신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이 찰나에 있다! 열한 살의 줄리아에게 당신의 아버지는 잘못되었다고 속삭일 때가 그랬고, 열일곱 살의 핀갈에게 내가 당신의 길을 마련해주겠노라 호언장담할 때가 그랬다. 그리고 스물 한 살의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진정 영웅이 되고 싶은가? 반은 맞고 반은 아니지. 당신은 한 번도 대원수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리디큘러스가 불러낸 망상 속에서도 당신은 늘 누군가에게 보고를 올렸고, 치하받았고... 지휘할 사람을 요할 정도로만 자아도취적이고, 복종하길 원할 정도의 인정욕구가 있다. 그게 당신이다. 위대한 사명의 도구 되기를 꿈꾸는 자, '대령'! 얼마나 적합한 이름인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00:15

@Ludwik 그거 아세요, 루드비크? 당신과 저는 한때 같은 목재를 지팡이로 쓰곤 했어요. 월계수. 영예를 추구하는 자들의 나무. 그런 점에서 저는 당신을 이해해요. 나의 꿈은 오브라이언이지 빅 브라더가 아니거든요. 우리같은 사람은 나폴레옹도 카이사르도 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영웅은 될 수 있죠. (당신이 코트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고 짤막하게 웃는다. 그의 손이 당신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툭툭, 짧게 치고 거두어진다. 확신으로 빛나는 눈을 맞추고 덧붙이기를.) 당신이 이용당할 자리를 정하고, 당신을 이용하는 자들을 이용하세요. 그러면 비로소 쓸모있는 사람이 될 겁니다. 제가 그랬듯이, 분명... 빅 브라더를 사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Ludwik

2024년 08월 22일 21:36

@jules_diluti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여전히 소년이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어른 남자’는 아직 되지 못한 성싶다. 그저 신경질을 부리듯 주위의 누군가에게 명령하고 싶어했고, 동시에 인정받고 싶어했다. 자랑스러운 아들, 위대한 사명의 도구, 모두가 사랑해 주는 우주 비행사 같은 것이 되어서, 자기보다 위대한 자의 칭찬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살인마저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게 깨진 지금, ‘너는 내게 쓸모를 주겠다고 했다. 확신으로 빛나는 눈을 하고서 나를 바라본다. 불사조 기사단원 모두가 날 꺼리고 증오했는데, 너는 내게 다정하게 대해 줬어…’

쥘 린드버그의 달콤한 말에 흔들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Ludwik

2024년 08월 22일 21:37

@jules_diluti (이전에 쓰던 월계수 지팡이는 아즈카반행이 결정되었을 때 압수당했고, 여태껏 돌려받지 못했다. 빼앗긴 영예를 다시 한 번 추구할 수 있을까? 정말로?…) 하지만 그럼, 변절자로 낙인 찍힐 텐데… … (변절자 취급은 이미 당하고 있지 않던가?) 그, 그러다 날 버리면 어떡해? 이용당하기만 하고 버림받으면? (한때 그는 광견이었고, 지금은 버려진 개다.) 더… 더 설명해 줘. (더 듣고 싶다. 쓸모있는 사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좀 더… …)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00:08

@Ludwik (그는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이 이토록 비참한 수렁 속에 빠질 때까지 다른 사람들은 무어라 했을지. 세실은 그를 지탄하고 경멸했을 것이다. 마음의 약함은 상상조차 못하는 사람이니까. 멜로디는 결코 동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동료 간의 살인을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올곧다. 에스마일은, 잘 모르겠다. 같이 아파하기나 했겠지. 물론 당신을 성심껏 위로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같이 별을 보고, 같이 강가를 걷고, 오랜 추억을 곱씹는 착하디 착한 친구들. 그러나 그들은 전부 틀렸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그런 미온적인 위로가 아니야. 그건 시간 죽이기일 뿐이다. 당신은 목적 의식을, 칭찬을, 타인이 부여하는 확신을 필요로 해. 출소 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아니!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는 종내에 같은 사람이다! 달라질 수가 없는 부류의 인간이다! 속으로 한바탕 웃음이라도 터뜨리고 싶어진다. 당신이 제 손아귀에 떨어지기까지 모두가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어찌나 기꺼운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00:08

@Ludwik 어차피 그쪽에서 변절자 취급은 당하고 있잖아요. 불사조 기사단은 결코 당신을 다시 두 팔 벌려 환영해주지 않을 테고, 그들이 승리한들... 루드비크에겐 뭐가 남을까요? 타인의 승리와 타인의 영광? 그걸 동경하며 가까이 다가가봤자 루드비크에게 떨어질 건 경멸하는 눈빛 뿐이겠죠. 나는 그런 모습을 두고 보지 않을 거고, 당신은, 버려지지 않을 거예요. 필요한 존재니까. (확신을 담아 한 마디씩 발음한다. 거짓 선지자는 빛을 등지고 당신을 보고 있다.) 당신은 '상징'이 될 겁니다. 길 잃은 탕아라 해도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다는 증명. 체제의 배반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오히려 그들에게 순교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줄 뿐이거든요. 그래선 안 되죠. '저쪽'을 배신한 사람에게 큰 포상을 내리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00:09

@Ludwik 당신에게 살해당한 로즈워드 교수님은 이미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기려지고 있어요... 그가 죽은 영웅이라면 당신은 산 영웅이 될 겁니다. 위대한 마법사의 혈통은 방황하되 결코 멸망하지 않는다는 증명*. 그리고 올바른 길로 돌아온 사람은 우리가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는 증거. 그러니까, 버려질 걱정일랑 하지 않아도 돼요. 저희의 손을 잡은 이상 저흰 당신을 무너지게 두지 않습니다. 설령 당신이 그걸 원한다 해도 말이에요.

* 파우스트, "인간은 방황하더라도 결코 멸망하지 않으니"

Ludwik

2024년 08월 23일 20:02

@jules_diluti (쥘 린드버그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듯, 루드비크 칼리노프스키도 그렇다. 프로파간다를 빚어내는 펜에 쉬이 휩쓸리고 거짓 선지자를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정말로 진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확신 그 자체다. 믿음과 믿음의 대상 없이는 제 삶도 없다. 그런데 작가는, 종이 위에 새로운 삶을 창조하고, 타인의 삶을 뒤흔들어놓는 존재다─악마가 실로 그러하듯!─. 쥘 린드버그는 훌륭한 작가였다. 책 속 혁명과 전쟁을 선망하는 그에게 작가란 거부할 수 없는 존재다…)

네 손을 잡을게.

(돌아온 탕아의 완성이었다.)

Ludwik

2024년 08월 23일 20:02

@jules_diluti (‘이건 단지 이용하는 거야.’ 변명하듯 생각했다. ‘어차피 쥘도 자기가 쓰는 모든 글을 믿지 않는다. 헨 또한 목적을 이행하고자 알맞은 수단을 택한 자신이 전혀 수치스럽지 않다고 했어! 나도 저 애들처럼 할 수 있을 거야. 더는 내 삶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왜? 왜 망설여지지? 내가 아직도 머글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 …네 손은 잡을 거지만, 머글들을 욕하는 일은 못해. (그는 머뭇거리며 덧붙인다. 우스운 일이다. 이미 마음은 쥘의 편으로 가 있었는데도.) 그건… 그건 못해. 난 폴란드인이니까. 철의 장막이 존재하는 한은 그래. (다시 말해 그 외의 모든 것과 그 이후의 모든 것은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0:41

@Ludwik (믿음에 필요한 것은 근거가 아니다. 종교의 장으로 몰려가는 인간 중에 신이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다만 연단 위에 선 사람이 확신을 잃는다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일 더하기 일이 삼이라는 소리를 하더라도 내가 그 말을 믿으면 반드시 날 믿는 사람이 생겨난다. 그런 믿음을 반증하는 것이 바로 눈앞의 당신이었다. 돌아온 탕아!─ 출소 후 무기력하게 고장나있던 게 고작이었던 당신이 표출한 분명한 의지 앞에 환희한다. 그것이 꼭 죽음을 먹는 자들에 합류하는 쪽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의 영향 아래 놓인다는 그 사실이, 참으로 즐거워서...

수치란 없다. 가책도 없다...)

그럴 필요 없어요, 루드비크. 불사조 기사단을 욕하는 것도, 머글들을 욕하는 것도.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0:41

@Ludwik 당신은 이미 "돌아온 자"니까. 이미 떠나온 곳을 앞장서서 욕해봤자 작위적으로 느껴질 뿐이겠죠.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삶을 되찾은 사람처럼 굴어요. 나머지 이야기는 우리가 만들면 그만이니까. (흥얼거리면서 중절모들을 죽 훑어본다. 하나를 골라 당신의 머리 위에 씌워본다. 금세 다시 가져가고.) 몇 가지만 물을게요. 일단, 바버라 로즈워드를 죽인 걸 후회하나요? 종종 악몽을 꿔요? 그를 죽인 순간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나요?

Ludwik

2024년 08월 24일 22:14

@jules_diluti (텅 비어 있던 마음이 점차 믿음으로 차오른다. 제 안의 모든 불안과 의심, 회의주의를 없앨 수 있을 때까지 쥘 린드버그─위글 딜루티의 부드러운 말을 듣고 있고 싶었다. 쥘의 말에 집중하는 표정은 멍하지만 희열에 차 있었고, 그건 결코 삶의 의지와 의미를 잃은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되찾아가고 있었다.

품의 코트를 의자에 걸쳐두었다. 무심하고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자 옷가게 주인은 황급히 코트를 갈무리해 보기 좋은 상자에 포장하러 갔고, 루드비크는 주인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우물쭈물하던 청년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진 것 같다.) “행복해지는 것”… (행복해지고 싶었다. 제발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쥘이 제 몸을 마네킹처럼 다룰 때도 가만히 있었다.) 맞아… 나는… 나는 범죄자가 아니야… … 왜냐면 후회하니까…

(회개한 죄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이가 사랑하는 서사.)

Ludwik

2024년 08월 24일 22:15

@jules_diluti 맞아, 후회해!… … 그분은 내게 다정하셨는데, 내, 내가 쏴 죽였어, 그런데도 마지막에 내 손을 잡으려고 하셨어… (아직도 그 꿈을 꾼다. 총을 들이대며 울음과 고함을 터뜨리는 루드비크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시선을 보내던 ─ 지팡이가 아니라 제 손을 내밀려고 했던 바버라 로즈워드. 루드비크는 그와의 일화를, 살인할 때의 심정을,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음을 죄다 털어놓았다. 어느샌가부터 로즈워드 교수가 아투르 아스테르에게 저주를 쏘았던 것은 지워졌다. ‘루디오’와 파니 로즈워드,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사정만 남았다. 이것은 작가의 손을 통해 서사가 되리라.)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23:54

@Ludwik 맞아요! 그분은 우리를 정말, 정말 사랑하셨어요. 루드비크... 떠올려 보세요. 입학하기 전부터 로즈워드 교수님을 알고 있었죠? 개인적으로요. 그분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정말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비정하셨나요? 아니에요, 아니셨을 거예요. 그분께서 불가피하게 학교 안에서 지팡이를 드셨을 때도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잖아요. 방법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진실되셨죠. 마법 세계가 반으로 갈라져서 싸우고, 한 명의 제자가 다른 한 명의 제자를 살해하는 그 참상을 이만 멈추고 싶으셨을 뿐인데.

"대령"이 로즈워드 교수님을 따라잡기 전, 저 역시 그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요.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거짓이다. 그는 만난 적이 없고, 이것은 방백이나 다를 게 없다. 짐짓 한 손을 가슴팍에 얹고 안타까운 어조로 말을 잇는다.) 교수님께선 당신을 용서하셨을 겁니다, 루드비크. 당신도 보셨잖아요. 마지막 순간 그분이 내민 것은 지팡이였나요, 손이었나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23:54

@Ludwik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잇는다.) ...하지만 당신을 탓하시진 않을 겁니다. 당신은 오랫동안 그분의 죽음을 앓았어요. 전쟁조차 당신의 인간성을 전부 앗아가진 못했죠. 제게 보낸 두터운 분량의 편지지, 저는 그 내용을 기억해요. 당신은 친우에 대한 살인과, 그 당시에는 적이었던 파니 로즈워드에 대한 살인을 동등한 무게로 두었죠.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당신은 살인을 정당화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후회하고, 죗값을 치뤘습니다...

(정작 치룬 죗값은 바버라 로즈워드가 아닌 친우에 대한 살인에 대한 것이었으나, 그는 그 부분을 교묘하게 건너뛰고 감상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둡고 좁은 방 안에서. 괴로워하며... 수 년을 괴로워하며! 그건 당신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었어요, 루드비크. 그래서 아팠던 겁니다. 이제 모든 게 괜찮습니다... 모든 게 괜찮아요. 그렇지요? (그리고 당신과 눈을 맞춘 채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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