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8일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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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es_diluti

2024년 08월 18일 23:16

(어딘가에선 전투로 분주한 상황, 트윌핏트 앤 태팅스에 앉아 옷가게 주인과 무사태평한 잡담을 나누고 있다. 보아하니 백화점에서 산 모피 코트를 자랑하는 중.) ...이걸 보세요, 옷의 질감이 아주 우수하다니까요! 머글들의 기술력도 무시할 게 못 돼요. 가진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이런 일에 열심이에요. 분명 사장님의 옷가게도 모피 제품을 늘리면 좋을 거라구요...

2VERGREEN_

2024년 08월 18일 23:31

@jules_diluti (가게 앞을 지나던 중,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곧장 가게의 문을 벌컥 열고 당신 곁에 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안녕, 뭐 중요한 대화 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18일 23:55

@2VERGREEN_ 으아, 깜짝이야! (번개라도 맞은 듯 소스라치다가 당신을 돌아본다. 눈 껌뻑이더니 안도의 미소와 함께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네요, 힐데였구나. 전 다른 사람인 줄... 당연히 힐데에게 내줄 시간은 얼마든지 있죠! 마법 세계엔 어쩐 일이에요?

2VERGREEN_

2024년 08월 19일 00:04

@jules_diluti 무슨 죄 지은 거라도 있는 사람 마냥 놀라고 그래. 난 너 안 잡아먹는데. (싱긋, 웃으며 당신의 어깨를 붙들고 자신의 방향으로 조금 더 가까이 끌고온다.) 오랜만에 서점에 좀 들렀다 오는 길이야. 이 세계의 책은 머글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우니까. ... 너는 뭐 하고 있었는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01:04

@2VERGREEN_ *당신은* 절 잡아먹지 않겠죠. (조그맣게 궁시렁거리지만, 당신이 끌어당기는 것에 반항하진 않는다.) 저야 뭐... 뭔가 빅 이벤트의 기운이 느껴지길래. (손 허공에 휘적거리고.) 적당히 거리 두고 지켜보려 나왔죠, 뭐. 그런데 당신이 하필 이 시국에 마법 세계에 있으니 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여기 머무시는 동안엔 저랑 붙어계시는 편이 좋아요, 힐데.

2VERGREEN_

2024년 08월 19일 01:18

@jules_diluti 너 잡아먹으려 하는 사람도 있나 보네. (다른 손님을 맞으려 자리를 뜬 옷가게 주인의 자리에 앉아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며 침묵한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웃음은 한순간 비소로 변한다.) 그래, 네가 설득한 '내 후배들'의 손에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결말이 있겠어? 정말이지, 난 이제 내가 아는 얼굴이 나한테 지팡이를 겨누는 일은 끔찍해서 못 견디겠거든...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12:26

@2VERGREEN_ (눈을 데굴 굴리는 낯이 곤혹스러워 보인다. 죄책감보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기색에 가깝다. 결국 끙끙거리며 입을 연다.) 히이이일데,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제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라고 설득하진 않았어요. 물론 절 마냥 곱게 보실 수 없단 점은 백 프로 이해해요. 하지만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닌걸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런 일에 손댄 친구도 있고. 무엇보다 다들 절 알기 때문에, 저랑 같이 다니면 별 일 없으실 거예요! (방긋 웃어보인다.) ...머글 세계에 머무는 편이 제일 안전하시겠지만요.

2VERGREEN_

2024년 08월 19일 13:32

@jules_diluti '네 발은 좋지만, 두 발은 더 좋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평등하다.' (툭 내뱉는다. 느리게 눈을 깜빡이다 손을 들어 두어 번 마른 세수를 한다. 작게 웃는다.) 너희는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고, 네가 세상이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옳다고 설득했겠지. ... 그래, 나도 너한테 유감은 없어, 쥘. 피치 못할 사정을 가진 친구들일랑 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 네 친구들인 동시에 내 친구들이기도 하니까, 설마 모르겠어? (그리고 금세 웃음이 멈춘다. 입꼬리가 떨린다.) ... 어차피 모든 것이 끝나면 그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될 거야. 나한테 무언가를 정리할 잠깐의 말미를 허락해주면 안 될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19일 16:48

@2VERGREEN_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한 마디도 부정하지 않는다. 늘어뜨린 눈매는 거의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늘상 짓던 미소를 똑같이 드리운 입매만 아니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해요. (짧게 사과한다. 그것이 가장 '적당한'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리고 물론이죠!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사실 저도 이 전쟁이 성급하게 끝나버리길 원치 않거든요. 지금으로선 불사조 기사단이나 오러국이 잘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그런데 뭘 정리하시려고요?

2VERGREEN_

2024년 08월 19일 17:16

@jules_diluti ... 됐어, 고작 사과받고 싶어서 한 말도 아닌데. 그게 네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시야에는 드리운 입매보다 늘어뜨린 눈매와, 여전히 빛나는 노란 눈이 들어온다. 일순간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렇게 당신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것처럼 굴 때마다 마음이 일렁였다.) ... 이 전쟁이, 모르가나 편의 승리로 일찍 끝나버리는 게 너희한테는 이득 아니야? (더이상 '우리'가 아니다. 명백한 타자화와 함께, 당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00:39

@2VERGREEN_ "너희"라는 말이 어디까지 포괄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있죠, 힐데... 그들이 왜 우리의 좋은 친구 핀갈을 필요로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불사조 기사단과 죽음을 먹는 자의 전력이 비등하니까. 그 정도의 전투원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네들의 자존심을 한 수 접고도 남거든요. 마찬가지로 선동가는 치세보단 난세에 유용한 존재예요. (희망은 절망 속에서 제일 빛난다. 극단적인 사상은 사회의 그늘에서 가장 쉽게 전파된다. 두 손을 모으고 당신을 말끄러미 바라본다. 낯빛은 더없이 진지하고.)

지금이 누군가에겐 기회의 시대예요. '결함'이 있어도 가치를 증명한다면 발 붙일 땅을 얻어낼 수 있죠. 한편으로 당신이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이 순간을 놓쳐선 안 되고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00:40

@2VERGREEN_ 지금이야 불온한 출판물 하나하나를 추적할 여력이 없다지만, 혹여 '마왕'이 실제로 집권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부턴 잡초를 정리하기 시작할 걸요? 공포 정치와 밀고의 나날이 이어질 거라고요. (그가 당신의 논문에 관해서 알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 뿐인 걸까? 그것은 알 수 없겠으나.)

2VERGREEN_

2024년 08월 20일 06:27

@jules_diluti ⋯ 너희는 참 잔인해. (짧은 말로,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힌다. 그 말은 당신까지 포괄한다고. 너와 나는, 같은 편에 서서 동일한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내 눈에는 여전히 모두가 예전과 같은 친구들일 뿐인데. 그들의 눈에는 그저 체스 말 따위로 보이는 거잖아. 그것도, 언제든지 희생해버릴 수 있는 마이너 피스로. 따지자면 네가 비숍, 핀이 나이트려나. (턱을 괴고 테이블에 기댄다. 당신의 낯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래, 어둔 날이어야 별이 밝지⋯.)

난 너처럼 책을 출간할 생각이 있는 것도, 프로파간다의 일선에 설 생각도 없는데⋯ 그래도 조언은 감사히 들을게. (입이 쓰다. 어쩐지 당신이 제 논문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 알아도 좋다. 그 이름은 누이에게서 변절을 전해 들은 날 기실 충동적으로 정한 것이었다. 당신과 나누었던 책에 등장하는, 같은 성씨를 가진 이에게서 따온 것이었으므로, 차라리 알아챘으면 좋겠다고.)

2VERGREEN_

2024년 08월 20일 06:28

@jules_diluti 그런데 말이야, 넌 '결함'이 없잖아. 아무리 가족들이 저항하는 편에 서 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네 한 몸 눕힐 자리는 마련할 수 있었을 텐데. 꼭 발 붙일 땅을 얻어내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했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22:24

정상가정 이데올로기

@2VERGREEN_ (그리고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재뉴어리'는 그가 학창시절 당신의 이름을 가지고 힐데가르트 옥토버니 디셈버니 말장난을 치던 기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이 이토록 갈라졌음에도 기억은 남으니, 어쩌면 우린 계속해서 서로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실상 끊어낼 생각도 없다. 목적을 위해 거짓을 떠들어 댈 뿐 나라는 사람은 변치 않았는데, 우정이 끊어져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최소한 그는 그렇게 믿었으며... 당신을 말가니 웃는 낯으로 바라볼 뿐이다.)

결함이 왜 없어요. 당신처럼 약초학에 뛰어나다면 모를까, 제 마법 실력은 객관적으로 훌륭하지 못한걸. 키가 크지도 않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도 않아요. 나는 말이죠, 어머니께 입이 닳도록 들으면서 컸어요. 너도 언젠간 손주를 데려오겠지. 우리 쥘이 언제 결혼을 할까. 네가, 네가, 네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0일 22:25

정상가정 이데올로기, 자기합리화

@2VERGREEN_ 아~! 누구는 그러기 싫은 줄 알아? 그런데 내 능력으론 그렇게 살 수 없어요. 네? 대단하신 누님들은 알 턱이 없죠. 나만의 힘으론 결혼도 못해, 낙하산 없인 괜찮은 곳에 취직할 수 있을 리도 없어.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한 집안의 시원찮은 막내로 '생존'하는 건 내 성미로 못 견뎌요! 내겐... 영예가, 보람이, 행복 없는 삶이. 그저 충분치 않았던 거예요, 힐데. 그러니 말해주세요. 제가 뭘 해야 해요? (목소리가 애원조로 떨어진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론 충분치 않나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0일 23:27

실존하지 않는(혈통) / 실존하는(인종, 성 정체성 및 지향성) 요소에 의한 차별 언급,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jules_diluti 쥘 린드버그. 너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알아? (조소한다. 당신은 변했다. 고작 이렇게 행동할 바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는 이제사, 당신에게 던졌던 위로를 후회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넌 이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든, 그 아무도 널 함부로 죽이지 못하는 '고귀한' 피를 타고 태어났어. (숨을 들이마쉰다. 목소리가 떨린다.) 그것만 그런 것 같아? 흰 피부도, 밝은 머리칼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전부 다 특권이야.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네 영혼의 성별과 육체의 그것이 일치하는 것도, 결혼을 꿈꿀 수 있도록 여자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 누군가를 그런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어느 세계가 찾아와도 네가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널 죽일 사람은 아무도 없어.

2VERGREEN_

2024년 08월 20일 23:28

심리적 압박감을 유발할 수 있는 발화

@jules_diluti 네가 뭘 해야 하냐고? 모르겠다. 난 모르겠어. (그리고 당신의 애원은 제게 닿지 않는다.) 애초에 네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손에 쥐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탐욕스러운 까마귀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걸 어떡하겠어. (그는 그것이 당신의 천성이라, '성미'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선택이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당신의 영혼은 아직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고 믿고 싶어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안, 너는 계속 지금처럼 굴면 돼. 너희는 어떤 동물보다 우월하므로 더 평등하다는 사상을 곰팡이처럼 퍼뜨리면서 천천히 내 목을 조르면 돼. 지금껏 잘 해 왔잖아?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지. 미안해 하지 마. 그대신, 살아가며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마주해. 발 없는 말이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를 생각해. 네 행복을 위해 남의 삶을 살라먹었다는 것을 깨달아. 이제 됐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0:25

커밍아웃, 정상성에 부역하는 소수자의 2차 가해성 발화

@2VERGREEN_ 알아요, 특권인 거. 당신이— (피부색이 어둡고 까만 머리에 소리 높여 외치진 않을지언정 자신의 뜻을 굽히는 법은 없고 사랑이 너무 많으며 머글 태생에 성별이란 알 수 없는 미스테리라고 주장하곤 했던 당신이,) 보는 세상과 제가 보는 세상은 아주 다를 거란 거. 아주 잘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도 아주 오래 전의 얘기예요. 기껏해야 열한 살 무렵이었을 걸. 그 다음부터는 마음을 정했죠. 난 내가 가진 걸 아낌없이 이용하겠다고. 그 모든 게 내게 주어진 특권이니까.

하지만 당신이 말한 그 수많은 '바꿀 수 없는 것들' 중 어떤 건 제가 바꾸어 낸 결과물이에요. 당신이니까 얘기해 주는 거예요, 힐데가르트. 어딜 가서 말을 옮길 사람은 되지 못한단 걸 아니까. 저는요, 여자만 사랑하진 않아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0:26

커밍아웃, 정상성에 부역하는 소수자의 2차 가해성 발화

@2VERGREEN_ 상대의 성별이 무엇이고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이 좋아할 수 있어요. 하물며 성적인 끌림조차 느껴본 적이 없는 걸. 그런데 그건 잘못된 거라고 하잖아요. (말이 점점 빨라진다. 주변을 흘끔대는 눈빛은 화가 난 것처럼, 동시에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인다.) 남자가 리본 매고 드레스 입는 건 철모르는 어린 시절에나 허락된 기벽이고,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게 자연스럽고,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지 않으면 이상한 거라고 보니까. 더럽게 까탈스럽네, 근데 너희가 정 원하면 맞춰줄게. 이렇게 된 거란 말이에요! 당신은, 당신들은 왜 그렇게 못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소리를 치더니 가쁜 숨을 고른다. 시선이 주저하듯 당신의 왼쪽 손목에 매여진 무지갯빛 증표 위에 머무르다가.)

(다시금 당신의 얼굴 위로 도피한다. 이어진 말은 숫제 애원이다.) 사람에겐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라는 게 있어요, 힐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0:29

사회 문제를 투쟁하는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화

@2VERGREEN_ 제 한계가 아주 낮은 인간인 건 죄송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긁어모은 돈이나 이룩한 영예나 다 잘못했다고 읍소하며 땅바닥에 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난 그렇겐 못 살아요... 나보다 악하고 나보다 무서운 인간들도 많은데, 왜 어둠의 마법 한 번 써본 적 없는 제가 이렇게 비판받아야 하나요? 다른 사람들처럼 체제에 순응하면 당신과 친구들이 다치진 않을 건데, 왜 싸워놓고서 불평하는 건데요?!

2VERGREEN_

2024년 08월 21일 16:04

커밍아웃, 정상성 이데올로기

@jules_diluti ⋯ 마지막으로 죄책감을 느낀 게 기껏해야 열한 살 무렵이었다고. (차가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이마를 붙잡은 채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조소한다. "그러니까,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네 손으로 세상을 움직여보고 싶다고 했지. 그래, 애초에 네가 바란 세상은 이런 거였구나. 너는 그때부터 걸신들린 선동가가 될 작정이었구나. 나약해보이는 활자로 사람과 세상을 바꾸어달라고, 희망과 용서를 노래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하며 너를 신뢰하는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그래. 날 여전히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준 건 고마워. 그런데 하나만 말하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리를 살짝 숙여 당신의 앞에 다가가자 검은 머리칼이 앞으로 쏟아지고, 그림자가 당신을 가린다. 마치 이 안에서는 무엇이라도 이야기해도 될 것처럼⋯ 당신을 내려다보며 지근거리에서 천천히, 나지막히 힘주어 말한다.)

2VERGREEN_

2024년 08월 21일 16:05

커밍아웃, 정상성 이데올로기

@jules_diluti ⋯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애초에 사랑이 무어지? 다른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사랑이 뭔데?' 하고 토론할 때, 나는 진심으로 질문하고 싶었어.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서로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을 나는 느껴본 적 없어. (당신의 시선을 느낀다. 이내 도피하는 것을 눈치챈다. 아니야, 아니라고. 넌 봐야 해. 제 왼팔을 들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당신의 눈앞에서 그 얇은 것이 흔들린다.) ⋯ 너를 바꾸기 위해서, 세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서, '정상'이 되기 위해서 했을 네 노력을 호도하려는 건 아니야, 쥘. 하지만⋯ 때론 모든 모욕과 수치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숨쉴 수 없는 사람도 있어. "더럽게 까탈스럽네! 근데 너희가 정 원하면 맞춰줄게." ⋯ 그렇게 너를 지워가며 살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것도 네가 가진 재능이라고.

2VERGREEN_

2024년 08월 21일 16:05

정상성 이데올로기, 책임전가

@jules_diluti (간극. 여전히 다정한 손길로 당신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린다. 어느새 냉소는 지워지고, 얼굴에는 슬픔인지, 연민인지 모를 것이 가득 담긴 채로.) 쥘, 나는 있잖아⋯ 네 한계가 아주 낮은 것에 대해서 사과 받고 싶은 게 아니야. 모든 것을 땅바닥에 내던지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라는 게 아니야. (손을 멈춘다. 당신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슬픈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이다.) 나도 다른 애들 앞에서는 누울 곳 보고 드러눕는 비겁하고 나약한 위선자니까. ⋯ 하지만 너보다 악하고, 너보다 무서운 인간들이 많다고 해서 너의 과가 선善이 될 수 있을까? (⋯ 눈물이 고이고, 목소리가 떨린다. 그래, 쥘 딜루티 린드버그가 되는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으므로.)

2VERGREEN_

2024년 08월 21일 16:05

정상성 이데올로기, 책임전가

@jules_diluti 너는⋯ 네가 스스로를 바꾸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고 있잖아. 네가 그 손으로, 네 입으로, 너와 내가 진정으로 발 붙이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내가 이 정도 이야기도 못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01:38

@2VERGREEN_ 당신 정말 지독한 사람이네요, 힐데가르트!

glph.to/t8vzox

2VERGREEN_

2024년 08월 22일 23:58

@jules_diluti 너를 판결할 사람은 내가 아니야, 쥘.

glph.to/ktvfzv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23:11

@2VERGREEN_ ('신성한 불이여! 이 불에 휩싸이는 이는 이 세상에서, 착한 이들과 함께 스스로 복됨을 느끼리라. 모두 한몸이 되어 일어나서, 찬양하라. 공기가 맑아졌으니, 영혼이여, 호흡하라!'* 천사들이 흩뿌리는 애정의 불꽃을 견디지 못하고 심장도 간도 탄다며 살갗이 오그라드는 고통을 호소하던 메피스토펠레스 같이. 그는 견디지 못하고 몸을 움츠린다. 문득 뇌리에 스치는 것은 당신이 죽는 게 무서워서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맞서길 거부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당신은 고통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때로 죽음을 환영할 심산이기까지 했다. 그보다는 나같은 인간조차 지팡이 끝에 둘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 저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 당신의 선함이고 또 과오로군요. 그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메스꺼웠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가 도로 또렷해진다. 아주 잠시지만 그는 당신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다. 그 사실이 두려웠다.)

* "파우스트", 괴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23:11

@2VERGREEN_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로 당신의 포옹 안에 갇혀 있다. 잠시 후 거칠지 못한 동작으로 당신을 밀어낸다. 부드럽게. 팔 하나만큼의 거리를 벌린 뒤 알 수 없는 상실감이 일렁이는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본다. 이윽고 입을 연다. 목소리가 떨린다.) 바보같은 소리... 힐데, 당신이 나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한다면, 그런 짓만큼은 하면 안 돼요! 아시잖아요? 그 누가 날 죽이려 한들 괜찮아요. 겁은 나겠지만 외롭진 않을 거예요. 그것까지 감수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신처럼 우리를 위해 슬퍼해주는 사람의 말을 등지는 건... 그건.

(그는 헛숨처럼 헐떡이며 웃음을 삼킨다. 아니, 울음기인가. 모르겠다. 구두 뒤축으로 심장의 여린 부분을 밟아 없앤다. 회개의 여지를 지워버리려는 듯이 발을 쾅 구르고 옷가게에 두었던 짐꾸러미를 품 안으로 쓸어담는다. 뒤를 돌아보면 당신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한없이 깊고, 깊은, 끝을 알 수 없는 슬픈 녹색 눈을 하고서.)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23:12

@2VERGREEN_ (한참 말이 없다가 힘주어 말을 잇는다.) ...나를 나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그게 나는 참 싫어. (돌연 입고 있는 모피 코트가 살갗을 스치는 감각이 역겹다. 그것을 참고 미소짓는다.) 다음에 만날 땐 차라리 저주해주세요. 우릴 위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힐데?

2VERGREEN_

2024년 08월 24일 01:55

@jules_diluti (나는 당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실상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비겁함이라 설명하고, 에스마일 시프는 위선이라 힘주어 말하면서도 제가 천천히 죽어가기를 요청했고, 핀갈 모레이는 허탈하게 이를 박애라 부르며 힐데가르트 마치다운 일이라 설명했다. 줄리아 라이네케는 이를 나약함이라 경멸하는 동시에 두려워했고, 이제는 또 다시 당신이다. 쥘 린드버그는 이를 선함이고, 또한 과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 기실 그 마음이 무어라고 설명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글쎄, 네가 원한다면. 노력해볼게. (아니, 그는 영원히 당신을 저주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당신이 부드럽게 자신을 밀어내는 대로 밀려난다. 여전히 당신을 바라본다. 한없이 깊고, 깊은, 끝을 알 수 없는 슬픈 녹색 눈을 하고서, 떨어진 나뭇잎 한 장에 요동치는 당신의 노란 눈을 바라본다. 이 빛들은 여전히 기억에서의 그것과 달라지지 않은 채, 흐려지지 않은 채 여전해서⋯)

2VERGREEN_

2024년 08월 24일 01:55

@jules_diluti 잘 가, 쥘. (그는 당신의 등을 떠민다. 배웅한다. 고해는 끝이 났으나, 과오를 씻지 못한 죄인은 세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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