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21일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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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1일 02:12

(어느 마법 세계 변두리, 그웬돌린 네버랜드는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막 인형극이 끝난 참이었다. 어떤 아이는 웬디의 품 안에 앉아 있고, 어떤 아이들은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재잘거렸다. 상냥한 낯과 부드러운 손길로, 작고 무른 아이의 뺨을 어루만진다. 다음 순간, 먼 발치에 서 있던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1일 11:16

@WWW (멈칫, 가던 길을 멈추고 당신의 시선을 의식한다. 잠시 주저하는 듯하다가 밝게 웃으며 당신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부러 활기차게 부풀린 목소리.) 웬디~! 아, 이제 이 이름이 아닌가. 그웬돌린? 이렇게 불러야 하나요? 하하. 전국 순회 중인 줄 알았는데, 기별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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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1일 17:42

@jules_diluti 편하게 부르렴, 아가…. (마녀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아이는 솜사탕처럼 곱슬거리는 베이지색 머리카락을 하고 가지런히 미소 짓고 있었다. 밝은 갈색 눈이 다가오는 쥘을 올려다 본다.) 지나가던 길이란다. 네가 여기 있다고 들었으니,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02:39

@WWW 이 애는, 뭐랄까... 꼭 어린 시절의 저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안절부절 못하는 웃음은 잠시에 불과하고, 금세 정다운 낯으로 아이에게 묻는다. "이름이 뭔가요, 꼬마 친구?" 대답을 듣자 그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더니 허리를 핀다.) 절 만나고 싶다면 그냥 기별을 주셔도 돼요. 웬디에게 내어줄 시간이 없을 리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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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2일 04:24

@jules_diluti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준June이라고 대답했다. 쓰다듬을 받으며, 그 손길이 익숙한 듯 눈꼬리가 아래로 처지도록 사근사근 미소 지었다.) 듣기 좋은 말이구나… 그런 것 치고는 통 얼굴을 못 봐서,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지 무어니. (준이 마녀의 무릎 위에서 내려가고, 웬디는 그 양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갈색의 두 눈동자가 쥘의 손길을 기대하며 올려다 보았다.) 그래서 아이가 되어버린 줄 알았더니… 무사했구나? (목소리에는 그 자신도 깨닫지 못할 만큼 정말 미묘하게 '아쉬움'이 묻어나 있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19:02

@WWW 아이 참, 무슨 그런 말을 하세요. 눈 색부터가 다르잖아요, 웬디. 사람이 어려질 수 있을 리도 없고. (재차 불안한 웃음을 터뜨린다. '네버랜드'의 조건: 어른이 되지 말 것. 그러나 소년은 자라 청년이 되었다. 두 손을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었다가 도로 꺼낸다. 어느 틈에 감춘 것인지, 반지 없는 왼손 약지가 매끈하다. 손을 들어 자신의 두 뺨을 쓸어내린다.) 그래도 제 얼굴이 많이 삭진 않았어요?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거든요. 아직 아이라고 봐줄 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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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2일 19:32

@jules_diluti (쥘이 더 쓰다듬어주지 않자, 준은 조금 시무룩한 기색으로 어깨에 힘이 빠졌다. 그 찰나의 간극을 놓치지 않은 채 마녀가 준을 부드럽게 당겨 안는다.)
그래, 아직 젖살도 채 빠지지 않았잖니… 후후. (쥘에게 하던 것과 같이 상냥한 손길로 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준은 천진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것은 마녀가 바라던 완벽하게 이상적인, 그리고 한때의 당신과 웬디였던 순간을 반추한다….)
너는…, 우리는 아직 꿈을 꾸고 있지. 너는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작가가 되는 꿈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 울지 않아도 되는 꿈을. (준의 통통하고 사랑스러운 볼살 위로 마녀의 손끝이 닿는다. 눈물자국처럼, 눈꼬리에서부터 긴 선을 그린다.) 그러니 딱 지금까지가 좋겠는데…….

jules_diluti

2024년 08월 22일 20:28

@WWW (한 발짝 떨어진 채로 준과 당신의 화목한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당신이 차라리 나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버리고 이만 내게서 손을 떼줬으면 하는 마음 절반, 그리고 당신이 나를 정말로 가치없다 여겨 대체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 절반. 만일 그런다면 나는 어찌해야 할까... 준의 볼살 위로 눈물자국을 덧그릴 때에 그는 당신이 손톱을 세울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꼭 그 아이가 저라도 되는 듯이.) ... 달라질 필요 없잖아요? 우리의 꿈은 머지않아 전부 이루어질 거예요. 전쟁은 끝나고, 웬디의 네버랜드는 실현되겠죠. 그러면 더이상 염려하실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말은 조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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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2일 22:27

@jules_diluti 전쟁이 끝나도, 모든 곳이 네버랜드일 수는 없잖니···. 흔해 빠진 곳이 되면 누구도 그걸 원하지 않을 거야. 그래선 안 되지. 네버랜드는 가치 있고 특별한 곳이잖니. 그렇게 해서, 그곳에 들어가고픈 이들이 간택 당하길 바라야 할 텐데. (볼에서 손을 거둔다.)
아주 어릴 적부터 전쟁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한 줌 평화를 쥐어준들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지. 차라리 전쟁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나오면, 어쩌면 좋겠니? 또다시 서로를 헐뜯고 햘퀴고 속이고 배신당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죽고 다치고···. 그런 곳은 네버랜드도 뭣도 아니야. 그러니 책임감을 가지고, 그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것이어야 할 텐데 말이야. (두 팔로 아이를 감싸 안았다. 틈없이 다정한 포옹이지만, 동시에 창백한 두 팔은 아이를 가두는 형태였다. 준은 전쟁 이야기에 조금 두려워 하다가도, 웬디의 포옹에 애써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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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2일 22:27

@jules_diluti 그러니까, '우리'를 위한 완벽한 네버랜드가 필요하잖니···, 누구도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아름다운 공간. (그리하여 내가 당신들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
마녀가 당신을 바라본다.) ······아가, 네 입으로 말해보렴. 미움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23일 00:59

@WWW ...미움은, (반사적으로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숱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미움은 마음의 약함으로부터 온다. 폭풍우로부터 온다.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두려움으로부터, 원망으로부터.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다시는, 두 번 다시는 타인의 의지에 휘둘리지 읺겠다는 뜨거운 눈물로부터 온다. 인형으로 나서 인간을 질시하는 두 눈으로부터 온다. 존재를 입증하겠다는 강박, 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욕심으로부터 기인한다... ...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당신의 품에 갇힌 아이를 바라보고, 심기를 어지럽히는 말 한 마디에 당신이 그 아이를 으스러뜨릴까 염려한다. 결국 단출하게 답한다.)

...미움은, 뜻대로 되지 않는 상대로부터 오죠. 그러니 말 잘 듣는 아이와 그 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펴 주는 어머니 사이에선 미움이 있을 수가 없어요. 선택받은 이들로 이루어진 당신의 네버랜드는 안전할 거예요. (그리고 애써 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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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3일 20:52

@jules_diluti 나는 네게 언제나……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고 했었지. (모여 있던 아이들은 이야기가 길어지고 해가 기욺에 따라 하나 둘 걸음을 돌린다. "다음에 또 재밌는 얘기 해 주세요! 웬디." "언니 진짜 예뻐요. 얘기 재밌었어요. 준 내일 봐!"
……아이들이 모두 흩어져도 마녀는 준을 놓아주지 않는다. 작고 부드러운 아이의 어깨 위에 자신의 고개를 가까이 하면서, 마치 아끼는 인형을 끌어안고 놓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굴면서, 눈매가 가늘어지도록 소리없이 웃었다. 탁한 녹색 눈동자에 쥘이 비친다. 웃자란―마녀의 시선에서 볼 때― 쥘을 응시하는 그 눈빛은 고요하고 적나라하다. 전신을 고급 모피 코트로 감싸 둘러도 채 감출 수 없이, 쥘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려는 것처럼.)

지금 네가 네 입으로 한 말을 잊지 말렴…….

jules_diluti

2024년 08월 24일 01:12

@WWW (이 순간 그는, 상대가 레질리먼시를 할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인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는 기분이다. 문득 떠올린다. 아, 내가 오클리먼시를 익히려던 거. 당신 때문이었지. 당신에게 속내를 들킬까봐.)

(그는 충동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손을 뻗어 준의 손을 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당신의 품에 갇혀있지 않도록. 그러는 와중에도 당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에선 얼핏 숨길 수 없는 두려움이 배어나온다. 떨리는 미소와 함께 변명한다.) ... ... 아이들은, 집에 갈 시간이잖아요. 그웬돌린. 이만 보내줘요.

전 당신을 배반하지 않을 거고, 후회할 일도 하지 않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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