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순식간에 살라먹히는, 한때는 '사람이었던 것'의 모습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었다. 피고 있던 담배를 짓밟아 끄고는, 충분히 누군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본다.)
@2VERGREEN_ (죽음을 먹는 자로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는 것이 있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 것이었다. 당신이 서 있는 방향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지팡이를 겨누고 말한다.) 계속 그렇게 생쥐마냥 구석에서 쳐다보지 말고, 앞으로 나오지 그래.
@Julia_Reinecke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어둠 속에서 발걸음을 내딛지 않고, 다시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다. 어둠 속에서 부싯돌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일렁이는 불꽃 너머로 제 얼굴을 보인다.) 지팡이는 좀 내려주면 안 돼? 딱히 널 공격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굳이 라이터를 든 것은 어떤 오기였고.)
@2VERGREEN_ 그렇다니 다행이네. 나 말고, 너에게 말이야. (가늠하듯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지다가 지팡이를 내린다. 여전히 집어넣지는 않은 채로 당신을 향해 다가간다.) 오랜만이네. 힐데가르트 마치. 요즘 마법 세계에선 소식 하나 없더니, 잘 지내고 있었나봐?
@Julia_Reinecke (굳어버린 듯이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뱉어낸 뿌연 안개 너머로 흐릿하게, 일렁이는 당신을 언제나의 그 눈으로 바라본다.) 좀 바빴어. 시대가 시대니까, 다치거나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 잘 지냈다고 얘기할 수 있으려나. (간극.) ... 너는?
@2VERGREEN_ 내가 못 지낼 이유가 어디 있겠어? 평범하게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지. (거짓말이다. 그는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단어 하나하나에서 그 '평범한 삶'을 비웃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지팡이를 까닥이고는.) ...... 널 보니까 생각나네. 최근에 말이야, 머글 서점에 들릴 일이 있었거든. 거기 네 이름이 있더라? (마치 그것을 칼처럼 당신에게 들이민다.) 내 친애하는 '아버지'의 이름과 함께 말이야.
@Julia_Reinecke 그래, 잘 지냈다면 다행이다. 학교 다닐 때보다 얼굴은 오히려 나아진 것 같네. (제 앞에 들이밀어진 지팡이만 아니면 언뜻 평범한 친구 사이의 대화처럼 보일 지도 모를 정도로 선선히 웃으며 말한다.) 아, 봤어? 나도 놀랐지 뭐야. 내가 아니면 해 줄만한 사람이 없다길래 덜컥 맡은 거기는 한데, 네가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머글 아버지'의 것이잖아? (태연한 낯. 거짓 하나, 아니, 나는 그 책이 반드시 당신에게 가닿을 것을 예감하고 매달렸다.)
@2VERGREEN_ 지독한 우연이지. 안 그래? 나도 내가 그걸 보게될 줄은 몰랐거든. (고개를 기울인다.) 왜 하필, 그게 그토록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을까. 왜 하필, 수많은 번역가들 중 그걸 네가 번역한 걸까. 왜 하필, 그 인간은 최후의 작품으로 그런 걸 쓴 걸까..... 우연이란 때로 신비롭고, 그만큼이나 엿같지. 그 덕에 네가 참, '잘 살아있다'는 건 알게 되었으니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마치? 어떻게 생각해?
@Julia_Reinecke 그러게. 어쩌면 우연 따위가 아니라, 조금 더 큰... 신의 섭리고 예정된 운명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희 아버지나 나 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낳은 결과일 지도 모르고.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그래. (천천히 말을 늘어놓고는 다시 발로 불을 비벼끈다. 시선을 여전히 아래로 내리깐 채로 묻는다.) ... 잘 쓴 책이야. 나도 지금껏 맡았던 것들 중에 제일 열심히 공을 들였고. 읽어봤니?
@2VERGREEN_ 네가 신 따위를 믿는 줄은 몰랐는데. 운명도 그렇고. (조소하고는.) 뭐라고 지껄여놨을지 궁금해서 몇 페이지 읽긴 했지. 주절주절. 주절주절. 결국 아무것도 이겨내지 못한 패배자의 두서없는 변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데. (태연한 낯으로 대답하지만, 거기에는 미묘한 증오가 섞여 있다. 여전히 떨치지 못한 감정이. 죽였음에도 따라붙는 어떤 찌꺼기가......) 겨우 그깟 게 유작이라니. 우습지 않아? 그걸 그렇게 열심히 번역한 너도, 참 안쓰러워.
@Julia_Reinecke 몰라, 마음이 힘드니 어딘가 매달릴 곳을 찾고 싶어지더라. 신이니, 운명이니, 그런 거. (가만히 당신의 말을 들으며, 뒤에 있는 벽에 몸을 툭 기댄다. 그 속에 서려있는 증오를 읽는다. '하지만 난 네 모든 말이 아무 것도 이겨내지 못한 나약한 이의 필사적인 자기방어로 들리는데.' 생각은 입밖으로 내지 않는다.) 안쓰럽게 여겨주다니 고마워. 번역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 내 실수 하나로 묻혀버릴까봐 두려웠어. ... 그 시간 동안 하나도 우습지 않았어. 값지고, 귀하고, 단단하게 다가왔으니까.
@2VERGREEN_ (만일 그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당신에게 그 다음으로 날아오는 것은 말이 아닌 살인 저주였겠지. 그러나 당신에게는 다행히도, 그는 레질리먼시 능력이 없었다.) ...... (여전히 지팡이를 당신에게 들이댄 채로.)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마치. 예전에는 나름 좋았던 것 같은데. 나보고 마음껏 미워해도 된다고 했었지. 네 잘못이 아니라고. 그 때 내뱉었던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나보지? 결국 너는, 그 패배자를 택했잖아. 자기 삶조차 이겨내지 못한, 끝까지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그 한심하기 그지없는 인간을 말이야.
@Julia_Reinecke (이상하지. 단 한 번도 당신이 레질리먼서가 되리라고는 가정해본 적 없었다. 그 나약한 당신의 것으로 남의 마음을 파고드는 게 가능할 리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너를 용서하고 불쌍히 여기는 것과, '생존자'의 편에 서는 것이 양립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그 편에 서는 게 더 당연한 일이야. 내 눈에는 그 사람이 훨씬 더 강해보이니까. (어떤 단어는 유독 힘을 주어 짓씹듯이 발음한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지팡이 끝과, 당신을 번갈아 바라본다. 원래대로라면 제 지팡이가 있었어야 할 옷주머니가 허전하다. 이대로 주문이 날아오면 어떻게 몸을 피해야 할 지에 대해 사고한다.)
@2VERGREEN_ 강하다고, 그 사람이. (지팡이를 당신의 코앞까지 들이댄다. 마치 그 끝으로 당신을 찌를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궁금한걸. 네가 생각하는 '강함'이란 게 무엇인지. 결국 그 인간은 시체가 되어서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네 손에 들어간 그 하찮은 것밖에 남기지 못했는데. 아, 그러고보니 너는 모르지? 그 인간이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해? 알려 줄까? 얼마나 하찮고, 별볼일 없게 죽었는지. 얼마나 한심하게 나자빠졌는지. (뾰족한 지팡이 끝이 당신의 턱을 찌른다. 이대로 어떤 주문을 날리든 치명상일 터다.)
@Julia_Reinecke 내게 있어서 강함은 네 나약함과 정확히 동치되는 말이야. 그 사람이 겪은 모든 수모와 수난과 고통이 곧 강인함을 증명해. 네가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제 왼팔을 들어, 지팡이를 쥔 당신의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얇은 천이 바람에 흩날린다. 두렵다. 두렵지만 말하기를 멈출 수는 없다. 꼭 그때처럼.) ⋯ 그 사람이 죽었다는 걸 들었을 때, 당연히 네 짓일 거라고 생각했어. 어때, 이제 속이 시원해? 평생 널 괴롭게 만든 사람이 네 앞에서⋯ 별 볼일 없이, 한심하게 죽어버려서?
@2VERGREEN_ 이거 놔. (당신이 붙잡은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당신이 피하지 않았다면, 지팡이의 날카로운 끝이 당신의 턱에 생채기를 냈을 것이다.) ...... 글쎄. 어떤 것 같아? (당신을 바라보는 헤이즐색 눈이 희번뜩하니 빛난다. 마치 광기가 어린 것만 같다.) 어떤 것 같아, 그 더러운 피를 죽인 기분이? 속이 시원한 것 같아? 행복해 보여? (그러고는 웃는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듯 가벼운 웃음이, 점차 커진다. 이내 그는 고개를 젖히고 거리가 떠나가라 크게 웃는다.) 어땠긴! 정말 짜릿했지, 짜릿했고말고! 내 평생 그렇게 통쾌한 순간은 없었을 거야. (하하하하하! 너무 웃은 나머지 눈에는 눈물마저 맺힌다. 그상태로 당신을 보며.) 왜, 내가 뭔가를 거기서 느끼길 바랐어? 그래도 내 부모인데, 후회하기를 바랐어? 그런 거야? (마지막 말에는 어쩐지 힘이 들어가 있다. 꼭 소리를 지르듯이.)
@Julia_Reinecke (느릿하게 눈을 감는다. 피할 생각일랑 없었으므로, 작은 흠집이 난 턱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 어떤 것 같냐고? (그리고 다시 눈을 떠, 어둠 속에서 형형히도 빛나는 당신의 눈을 마주 본다. 당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어지는 것은 침묵이다. 끝없는 고요이다. 응답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때가 되어서야 천천히 말을 잇는다.) 모르겠다. 무언가 느끼기를 바라거나, 후회하기를 바란 건 아니었어.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추락할 만큼 멍청한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을 늘어놓으면 늘어놓을 수록 다시금 공포는 마비된다. 익숙한 감각이다.) 축하해. 지금은 통쾌하겠지. 하지만 이내 넌 네 선택 때문에 그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그러니까,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 둬.
@2VERGREEN_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다시 당신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크루시오.") 시끄러워. (붉은 빛 광선이 당신을 향해 똑바로 쏘아진다. 그는 그것을 마치 채찍처럼 휘두른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 그렇게 말하면, 내가 눈 하나 깜짝하기라도 할 것 같아? 그 더러운 피는 죽었어. 이제 더 이상 나한테, 그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짓씹듯이, 단어 하나하나를 힘을 주어 말한다. 그때마다 주문의 세기가 강해진다.) 그 인간은 죽었어! 살아남은 건 나야. 승리한 건 나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네가 그 기분을 알아? 네가 그 감정을 알아?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한 번 더, 채찍질하듯 지팡이를 휘두르고.) 너는 항상 그랬어. 힐데가르트 마치. 너는 결국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그런 주제에 입만 살아있지. 아니야?
@Julia_Reinecke (저주의 정체를 깨닫자마자 눈동자가 크게 요동친다. '피해야 하는데.' 동시에 도망칠 수 없으리라고, 그 짧은 순간에 깨닫는다. 느껴본 적 없는 격통이 몸을 가로지른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타오르는 고통. 이내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로 비명을 지른다. 눈물이 배어 나온다. '⋯ 그렇다면 왜 넌 내 말에 동요하는 거야?') ――!! (더 최악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더욱 거세지는 주문에 몸을 비튼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그러므로, 이것은 오기다.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당신을 올려다본다. '아니, 넌 졌어.' 어떤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선득하게 당신을 좇는 푸른 눈.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으므로. 당신이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두르자마자 몸을 잘게 떨고는, 무언가를 말하는 듯 입을 뻐끔거린다. 도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2VERGREEN_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통에 몸을 뒤틀면서도, 그 푸른 눈은 감기지 않는다. 부서지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의 의지의 상징이다. 이제는 몇 년 전의 일이 된, 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직 그가 제대로 된 어둠의 마법을 익히지 않았던, '쏘기 주문'과 '화상 저주'를 지금의 '크루시아투스 저주'처럼 난사하고 다니던 그 시절에도.) ...... (이를 으득, 하고 간다.) 조용히 해. (당신의 눈을 향해 지팡이를 들이댄다. 금방이라도 찌를 듯이, 파내버릴 듯이.) 항상 네 그 두 눈이 싫었어. (*우리는 닮았지. 검은 머리에 풀을 닮은 색조를 한 눈을 가지고 있으며,*) 주제도 모르고 치켜뜨는 네 눈이 말이야. (그 닮음이, 그 다름이, 닮았으나 같지 않았던 그 차이가, 그래서 결국 당신과 그가 선 곳만큼 벌어져버린 이 거리가, 싫어서.) 이걸 파버리면, 네가 좀 더 분수를 알게 되려나?
@2VERGREEN_ (그렇다면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닮았기에, 다르기에 당당하게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너의 모습을. '나'의 모습을.)
@Julia_Reinecke ― 그렇게 하면⋯. (밭은 숨을 몰아쉰다. 말이 끊어진다. 제 눈 앞에 그 날카로운 끝이 거의 닿일 듯이 다가와도 눈을 감지 않는다.) ⋯ 네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구르고, 구르고, 주문으로 얻어맞으며 육신으로 저주를 배우던 시절, 당신이 아직 충성의 징표를 받지 못해 초조해 마지않던 몇년 전 그때에도 그랬다. 당신은 항상 흔들렸고, 불안했고, 불쌍하게도 나를 죽여 없애면 당신 속의 그 파도가 사라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았다.)
하나 알려줄까. 난 그래도 항상 네 그 두 눈을 사랑해⋯. 난 여전히 그게 흔들릴 때마다, 그래⋯. 그 안에서 예전과 같은 다정과 불안을 읽어. ('하지만 줄리아, 그건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도 멈추지 않아.' 끝없이 남을 고문하며 차라리 죽음이라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빌게 만들어도, 끝끝내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서, 전부 죽여 없어버린다고 해도 당신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Julia_Reinecke 난 네가 두렵지 않아⋯. (거짓 둘, 아니. 나는 당신이 두렵다. 아프다. 아플 것이다. 분명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싫다. 당신이 고통을 선사했던 많은 이들이 으례 그랬듯, 당신 앞에만 서면 속이 울렁이고 심장이 제멋대로 뛰어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너를 연민해. (아니, 넌 봐야 해. 우리가 선택한 갈림길을. 우리의 닮음과 다름을. 나의 모습을. 그리고 '너'의 모습을.) 그러니까, 할 수 있으면 해 봐.
@2VERGREEN_ ...... (지팡이의 끝이 당신의 눈에 닿기 직전, 손을 멈춘다. 한순간 두 쌍의 푸른 눈이 서로를 마주한다. 당신은 과연 이번에도, 저 차가운 헤이즐색 눈동자 아래서 일말의 다정과 불안을 읽었을까?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당신의 말에 한쪽 입꼬리가 뒤틀리고, 그 눈동자가 심연보다도 더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도? 지팡이가 당신의 눈 위쪽을 찌른다. 주문을 외는 목소리는 나긋했다.) 섹튬셈프라. (그는 성 뭉고 병원의 치료사가 누군가를 치유할 때 보여줄 법한 섬세한 손길로, 천천히 지팡이를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부드럽게, 힘을 주어 당신의 여린 살을 파내듯이. 거기에는 당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겠다는 어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굳이 사양할 이유는 없지. 안 그래?
@2VERGREEN_ 친애하는 힐데. (부러 가증스러울 정도로 다정하게 당신을 부른다.) 멍청한 힐데. 순진한 힐데. 그렇게 말하면 궁금해지잖아. 네가 언제까지 그런 말을 지껄일 수 있을지. 언제까지 그 바보같은 순진함을 간직할 수 있을지. (지팡이를 떼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웃는다.) 어때? 다시 이야기해보겠어? 날 연민한다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이야.
@Julia_Reinecke (일순간의 정적. 당신의 눈이 고요히 침잠하는 것을 바라본다. 그래, 당신은 믿지 못하겠으나⋯ 힐데가르트는 마지막으로 목도한 그 어두운 빛에서 일말의 불안을 읽었다고.) — 너 제정신, (거짓 셋, 나는 당신이 하지 못할 것이라 속단하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당신의 말마따나 바보같은 순진함이었다. 이내 단말마는 타는 듯한 고통에 의해 끊어진다. 그 손길에서 영원히 남을 상흔을 남기겠다는 의지를 읽는다.) ⋯ ⋯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아픔에 비명을 지른다. 제 기억 속에 너무나도 선명히 남아, 익숙한 고통을 다시 느끼는 것은⋯ 끔찍하고 몸서리 칠 수밖에 없는 일이라. 몸을 뒤틀며 제 손으로 피가 터져나오는 상처를 꾹 눌러보지만, 얼굴을 타고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이 멈추지 않는다. 당신은 이전과는 다르다. 그 날, 당신의 손에 율리안 라이네케와 함께 율리아 라이네케도 살해당했다.
@Julia_Reinecke 즉: 이전과 같은 자비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울지 않는다. 눈물이 맺힌 남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팔로 몸을 받치고 일으킨다.) (심장이 세차게 뛰고, 온몸이 떨린다. 말 사이로 섞이는 새된 호흡의 소리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 글쎄, 당신도 겪어보았으니 그 감각은 알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 손에 죽어도 좋아.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어.') 어쩌면 좋을까⋯ 전부 다 죽여 없애버리겠다고 했는데⋯ (웃는다. 무엇이 웃긴 건지. 미쳐버린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거라고, 광기가 뒤덮은 시대에 정상인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할 지도 모른다고. 조금 창백해진 낯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광소한다. 말 그대로, 마녀의 웃음소리다.) ⋯ 이렇게 노력하는 데도⋯ 자꾸만 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응, 율리아⋯?
@Julia_Reinecke (도망가야 한다. 빠르게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시는 제 눈으로 무언가를 보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가리지도 못하는 곳에 고통을 상기시키는 흉터가 남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VERGREEN_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진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래. 이번에는 확실히, ‘흔들렸다’. 그것은 명백한 균열이었다. 숨길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그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견딜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 것처럼. 혹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이.) ...... 웃기지 마. (당신을 거칠게 밀친다. 몇년 전, 그 복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혹은 그보다 더 전에, 외면하고 싶은 질문을 자꾸만 눈앞에 들이미는 당신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이를 으득 갈고,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당신을 노려본다.) 웃기지 마!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지팡이로 당신을 똑바로 겨누고 외쳤다.) 크루시오! (그러나 주문은 성공하지 못한다. 지팡이 끝에서는 미약한 빛조차 나오지 않는다.) 크루시오, 크루시오, 크루시오! (그 외침은 점차 절규와 비슷한 무언가로 흘러갔다. 지팡이는 평범한 나무 막대기로 변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잠잠하다.)
@2VERGREEN_ 크루시오, 크루시오! 젠장, 제기랄! (지팡이를 몇 차례 크게 휘두른다. 거기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그것은 발악에 가까웠다. 분풀이에 가까웠다. 그는 지팡이를 곧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세게 쥐었다가, 마지막으로 한 차례 휘두르고는 그대로 손을 내린 채 멈춘다.) 웃기지 마. 웃기지 말란 말이야. 네가...... 네가 무슨...... (내뱉는 숨에는 물기가 섞여 있었다. 거친 숨결 사이로 미처 삼키지 못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대로 당신을 응시한다. 뒷걸음질치는 발이 다이애건 앨리의 바닥에 부딪치며 작은 먼지가 튕겨나갔다. 그것이 마치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한 번 멈추었다가, 그대로 뒤를 돌아 달려나갔다. 피 흘리는 당신을 내버려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