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3일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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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03일 15:40

(어딘가에서는 피비린내가 나고 신문에서 가깝고도 먼 죽음을 이야기 하는데, 어딘가에서는 고운 꽃향기가 나고 가깝고도 먼 사랑을 이야기한다. 테이블 한 켠에 앉아 있는 웬디 곁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저 사람 유명한 선배야?" "그보다는 저 '친위대'가 유명해…" "오우… 좀 화려한데…" "냅둬, 좋다는데…")

어머, 얘. 신입생 치곤 큰 편이구나. 이름이 뭐니? (눈이 마주친 친구들에게 실없는 장난을 걸고 있다.)

LSW

2024년 08월 03일 21:25

@WWW (우디는 인형놀이를 하고 웬디는 안 하길래 다행인가 싶었는데 대신 사람놀이?를 해서... 좀 피곤한 눈빛으로 슬쩍 본다.) 사람은 의자가 아니에요, 웬디.

WWW

2024년 08월 04일 09:26

@LSW (사람놀이)
어머, 처음엔 발닦개를 하겠다길래 그걸 말린 게 이거란다... (...) 그쪽에 있는 트라이플 좀 밀어주련?

LSW

2024년 08월 04일 13:59

@WWW 그러니까 사람이 발닦개가 되겠다고 해도 사양하는 게 맞다고요.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을 모양이다. 그보다 신경쓸 것이 많기도 했다. 트라이플이 든 그릇을 우디의 앞까지 밀어준다.) 요즘은 티라이플이라고 안 하네요.

WWW

2024년 08월 04일 19:52

@LSW 그래서 사양했잖니? 후후. (그래도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들이나 교수들이 보기에 좋은 모양은 아니라고 생각해,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몰려 있는 아이들을 해산시켰다. 필요 이상으로 이목을 끌기 전에 끊어내는 타이밍이 제법 좋았다. 얌전히, 우아한 태도로 레아의 옆에 앉는다.) 어머나, 그거 되게 예전에 한 농담 아니니? 가끔 그렇다니까, 우리 레아는. 재미있어··· 후훗. 아무튼, 차가 따로 있으니까, 티라이플일 이유도 없지.

LSW

2024년 08월 04일 21:14

@WWW (이쪽으로 시선이 조금 쏠렸다가 흩어지자 레아는 홍차가 담긴 찻잔을 들었다. 이제는 <우디 우드워드>에게서 예전의 그 어리숙하고 맹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다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감상이 들었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인 한편...) ...하루종일 평생 이런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지내고 싶네요. (신경줄이 느슨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차를 홀짝인다.)

WWW

2024년 08월 05일 12:53

@LSW 그렇지? (웬디 주변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우디일 때나 웬디일 때나 한 가지 다르지 않은 것은, 어쩐지 함께 긴장이 느슨해지고 마는 그 순수함―어쩌면 유치함과 궤를 같이한다―에 있다. 트라이플을 한 입 입에 넣는다. 더이상 스푼으로 레아를 가리키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시대에 태어난 게 우리 잘못은 아니잖니. 받을 수 있는 보호는 다 받는 게 좋지 않으려나. 가끔 일찍이 기사단이 되겠다는 친구들을 보면, 흠, 그 용기나 기사도는 대단하지만 나로서는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하니?

LSW

2024년 08월 05일 22:38

@WWW (별 일 없던 양 테이블 가운데 놓인 크럼펫 바구니로 포크를 뻗었다. 그러면서 웬디에게 몸이 가까워지면 조그맣게, 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한다.) 저도 가상하다고 생각해요. 그 용기는. (떨어진다.) 하지만 역시 스스로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싶어요. 조금 비겁하더라도. ...프러드 아시죠, 그 애처럼요.

WWW

2024년 08월 06일 16:46

@LSW 그렇지? 너라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니까. (후후, 눈을 접어 웃는 모양새는, 동질감 같은 것보다도 '내가 레아를 잘 보았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만족감에 가까웠다. 뻔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웬디도 목소리를 낮춰 묻는다.) 비겁하다는 건, 주변의 말? 아니면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LSW

2024년 08월 07일 01:29

@WWW (왼쪽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다소간 불쾌함의 표현이다. 뻔하게 '예상당했다'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에서, 뒤이어 '비겁한 사람으로 보인 것이 불쾌하다' 는 생각을 했다는 것도 깨닫는다. ...언제부터 이러게 되었지? 생각에 잠기느라 반응이 조금 늦다. 별 일 아닌 양 레아는 포크로 찍은 그 납작한 팬케이크를 입가로 가져간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죠. 사람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중요한걸요.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을 거고요. 뭐가 옳은지 정도는 잘 알고 있어요.

WWW

2024년 08월 07일 05:17

@LSW (미묘하게 움직인 레아의 눈썹을 보고 웬디는 레아의 기분이 언짢음을 기민하게 눈치챈다. 그것은 웬디가 일종의 '여자의 직감'…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는데, 그 이름의 적합성은 차치하고, 정확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레아가 굳이 티내려 하지 않듯, 웬디도 티내지 않는다. 다만 조금 장난을 쳐 보는 것이다.) 아하, 네가 비겁하다는 얘기는 아니란다, 레아. 너도 알지? (영 짓궂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불쾌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생각은 아니기에 얌전히 트라이플을 한입 삼키며 말을 고른다.) 레아, 흠……. 너한테 있어서 가장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뭐니? 예전엔 네게 반듯하게 구는 법을 가르쳐 준…(기억의 각색이 조금 들어갔다.) 그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LSW

2024년 08월 07일 21:41

@WWW (눈이 가늘어졌다.) 글쎄요. 요즘 들어서는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꿀과 버터 바른 크럼펫을 한 입 베어물고 우물거렸다.) 꼭 하나를 짚자면 기준 정도일까... 제가 배웠던, 뭐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기준이죠. 최소한의 도덕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려 살아가기가 어려운걸요. (최근 들어 이 마법세계에서는 그러한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생각하였으나... 이내 생각을 내리누른다.)

웬디는요? 제가 빵 부스러기를 내놓은 만큼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하는데.

WWW

2024년 08월 08일 03:53

@LSW 무엇이 옳고 그른지라…. (흥미롭다는 듯 눈동자를 굴린다. 웬디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괸다. 여차하면 테이블 위에 몸을 기울여 기댈 수도 있었겠으나, 그러지 않는 것은 이곳이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는 트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있잖니, 재미있는 사고 실험 하나 해보지 않으련? 네 의견이 궁금하구나. 내 얘기도 그 다음에 해 줄게.

LSW

2024년 08월 08일 03:55

@WWW (그를 돌아본다.) 요즈음 수수께끼 같은 것들에 꽂혔군요. 좋아요, 당신 실험쥐가 되죠.

WWW

2024년 08월 08일 05:16

@LSW 실험쥐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이왕이면 동심으로 돌아갔다고 해주렴. 인형놀이보단 낫잖니? (후후, 작은 웃음을 흘린다.)

아주 먼 미래에, 뇌를 통째로 고칠 수 있는 마법이 발명되었단다. 이건 아무리 머리가 으깨지고 고장나도 지팡이를 한번 휘두르면 고칠 수 있지. 그런데 약간의 부작용이 발생한 거야. 고장 났던 사람의 이름은, 흠... 대충 '제레미'라고 해볼까?
다음 중 무엇을 잃었을 때, '제레미'가 더이상 '제레미'가 아닐까? 무엇이 '제레미'를 같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니?

WWW

2024년 08월 08일 05:17

@LSW
첫번째, 도덕성 MORALITY. 더이상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동감하지 못한단다.
두 번째, 인식불능AGNOSIA.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단다. 눈으로는 사물을 볼 수 있지만, 그걸 식별하는 능력을 잃은 거지.
세 번째, 기억상실AMNESIA. 사고 전에 일어난 어떤 일도 더이상 기억할 수 없단다.
네 번째, 무감각APATHY. 제레미는 모든 욕망을 잃어버렸단다.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지.

LSW

2024년 08월 08일 16:23

@WWW 동심으로 돌아갈 때는 한참 지났는데. 아무튼... (인형놀이라... 레아는 우디가 한창 '인형놀이'에 빠져 살 때를 그렇게 기꺼워하지 않았지만, 요즈음 웬디가 가볍게 별 고민이 없는 듯 사는 것도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좋아요. 재미있는 문제네요. 어느 쪽이든 꽤 치명적이지만 이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기억이에요. 도덕은 그가 속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지켜야 하는 규범들이니까, '공동체 속에서의 제레미'는 죽었을지언정 도덕성을 학습하고 따라할 수는 있어요.

이걸 실인증이라고 하던데,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촉각까지 인지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제레미에게는 당장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다 한들 과거에 배웠던 것들이 있어요.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제레미'는 죽었지만.

LSW

2024년 08월 08일 16:43

@WWW
세 번째로, 기억을 잃어버린 제레미는 더 이상 제레미라 부를 수 없어요. 기억은 감정과 긴밀히 얽혀 있고 그 사람의 생애 전반에 걸쳐 그가 한 행동들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의 성격 밑바탕을 이루는데 제레미는 이때까지의 '제레미다운'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었잖아요. 적어도 물려받은, 타고난 성격과 특징은 남아있을 거래도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통째로 도려내졌는걸요.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세상에 욕망이 없는 동물은 없어요. 아주 기본적인 식욕과 수면욕까지 잃어버렸다면... 생물로서의 제레미는 죽은 거예요. 다른 사람의 돌봄이 없으면 머잖아 목숨을 잃겠죠. 그런데 저는 기억이 욕망을 유발한다고 보거든요. 욕망 자체를 잃어버린다고 기억까지 없어지지는 않아요. 여기까지는 그냥 결함이 생긴 제레미라고 볼 수 있고요.

WWW

2024년 08월 09일 05:20

@LSW 어머, 이런 때 어울리는 격언이 있지.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란다.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그러면 '제레미'가 같은 사람으로 남는 데에는 '기억'이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제레미' 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되었을 뿐, 그러니까, 그의 '일부'가 죽었을 뿐이고, 여전히 제레미라고 생각한다는 걸까…? (흥미로운 듯 턱을 괴고 레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웬디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제레미'가 아니라 '레아' 라면 어떠니? 그 기준이 좀 바뀔 것 같아?

LSW

2024년 08월 09일 23:26

@WWW 그 대상이 제레미가 아니라 제가 되어도 생각은 같아요. 기억이 없어져도 몸은 그대로라 신체적인 기능은 수행할 수 있겠지만 예전과 같은 독서 취향이 없어지겠죠. 전 만화책을 보며 웃는 레아 윈필드는 상상이 가지 않아서요. (하며 레아는 웬디를 바라본다. 의중을 가늠하는 듯이.)

이 이야기가 우디 우드워드와 관계 있나요?

WWW

2024년 08월 10일 16:44

@LSW 너는 네게 기준, 그러니까 도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비교 선상에 놓고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네. (우후후, 하는 웃음을 흘렸다. 웬디는 자신의 손끝끼리 맞댄 포즈를 한 채로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그 애'가 아는 걸 모를 때가 있고… 반대로 내가 아는 걸 모를 때가 있어. 종종 나랑 그 애를 한 사람 취급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다른 사람인 거지? (가늘게 눈을 뜬다.) ……얘, 너. '레질리먼시'를 쓸 수 있다고 했지?
뭘 좀 부탁해도 될까? 어쩌면 그게 네가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는 걸.

LSW

2024년 08월 11일 01:47

@WWW (웬디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레아는 부탁하겠다는 말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확히는 '다르면서 같은 사람'이요. 저는 웬디가 '우디 우드워드' 라는 대분류 아래의 소분류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웬디 당신은 우디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종종 느꼈어요. 그러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뭘 하면 될까요?

WWW

2024년 08월 11일 02:32

@LSW 그래, 내가 모르는 걸 '그 애'는 알고 있을 지도 모르잖니. 있지, 나는 '그 날 밤' 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거든? 그런데 너희가 '우디'라고 부르는 그 애는 알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애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아도, 떠올릴 수는 있잖니. 그 애에게 물어봐주련? 우후후…….
(웬디는 잠시 단락을 끝맺었다. 슬슬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생각으로 수저를 내려 놓았는데, 레아의 말에 고개가 기울어진 것도 그 즈음이었다. 기분 좋게 머금고 있던 미소가 서늘하게 굳어버리는 것도. 즐거워하던 시선이 가라앉는 것도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 방금 뭐라고?

LSW

2024년 08월 11일 03:57

@WWW 웬디 당신은 우디의 일부라고 했어요. (하며 지팡이를 꺼내든다. 그에게서 허락을 받았으니 언제든 주문을 쓰려는 양. 그러니까- 이건 웬디의 기분이 나빠진 듯하여 그가 말을 물리기 전에 행동하려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물어봐줄 수 있어요. 웬디가 원한다면, 아마 우디도... 원할 테니까.

WWW

2024년 08월 11일 17:17

@LSW (웬디의 시선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우디에게는 기쁜 말이겠지만… 웬디에게 있어 레아의 말은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이라면 웬디는 당장 레아를 훼손하려 들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는 것은, 지금 이곳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조금 전까지 제법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었고, 지금 바로 무엇인가를 '부탁'한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웬디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내밀한* 부탁이었는데, 웬디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말을 후회했다…….
웬디는 잠시 레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른 곳을 본 채 깊은 숨을 들이쉰다. 턱.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고 가늘게 내뱉었다. 그 일련의 행동이, 아무튼 부정적인 반응이, 레아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반은 알고 반은 모르는 채로.)

WWW

2024년 08월 11일 17:19

@LSW 시끄러워……. (웬디는 레아에게 초점을 두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타인이 보기에는 연회장을 보며 한 소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레아를 향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상 그 발화는 소란한 머릿속에 대고 하는 말이다.) 시끄러워!
(다시 레아를 쳐다보며,) 방금 그 부탁은 없던 걸로 할까? 후후... 레아 윈필드, 네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대로는 부탁하는 의미가 없는 걸……
식사는 다 했니? 나중에 보자. 그때는 네가 '잘' 생각했기를 바랄게.

LSW

2024년 08월 11일 18:10

@WWW (방금 전은 웬디의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고, 또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꾸준히 떠들던 다른 학생들과 이 공간을 가리켜 시끄럽다고 할 리가 없어서, 그래서...) 말을 꺼내놓고 그만두려고요? (자리에서 일어난다. 웬디가 어디로 가든 그를 따라갈 모양인 듯 했다.) 그러면 제게 '보여주면' 되잖아요. 제가 틀렸다는 걸.

WWW

2024년 08월 11일 23:51

@LSW ……. ……! ……. (웬디는 몸을 돌리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소란한 연회장을 빠져나간다. 인적이 드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언젠가 당신과 게임을 하려 했을 때 멈춰 선 적 있는, 인적이 드문 복도, 그 자리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따라온 레아를 쳐다보았다. 서둘러 뛰어가는 동안 웃음이 무너져 있었다. 처음 보는 웬디의 낯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상처 받은 것 같기도 했다.)
…… 레아 윈필드. 너는 너무 끈질겨. 끈질긴 데에 비해 너무 미지근해. 섬세하지만 상냥하지 않아. 너, …….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못됐구나. (상처를 주려는 것처럼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에 도리어 상처입는 것은 자신이고 만다. 나는 그런 끈질기고, 미지근하고, 섬세하지만 상냥하지 않고, 못된 당신조차 많이 아끼고 좋아했던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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