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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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W

2024년 08월 02일 20:47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연회장을 나선다. 손에는 편지봉투를 쥐고 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1:23

@LSW 아, 레아! 그거 지금 부치실 건가요? (편지봉투 말끄러미 바라본다...)

LSW

2024년 08월 02일 21:53

@jules_diluti (쥘을 돌아보며 멈춘다.) 아... 음, 아마도요. ...사실은 부칠지 말지 조금 고민되어서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3:41

@LSW (한 박자 늦게 봉투에서 눈을 떼어낸다.) 아, 음. 신기하네요! 레아가 이렇게 고민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요. 어떤 점에서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LSW

2024년 08월 03일 00:35

@jules_diluti (잠시 먼 곳을 바라보는 듯 하지만 잠깐뿐이다. 포스틴 린드버그가 엮여 있는 편지기에 나중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신중하게 말해야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말이 늦었다. 아마 두 박자쯤.)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 하죠. 쥘도 한동안 많이 고민했잖아요? 그 비슷한 거죠. 슬슬 그럴 나이도 됐는걸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00:55

@LSW 으음, 그렇죠.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리기 어렵겠네요. 머글 세계의 유명한 격언을 빌려서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고민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지만 무거운 고민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무겁다'잖아요?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허니듀크 초콜릿을 먹을지 고민하는 건 도와드릴 수 있지만, 미래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힘으로 결정해야 하는 거니까요! (어깨를 으쓱한다.) ...그래도 레아라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거라고 믿어요.

LSW

2024년 08월 03일 01:40

@jules_diluti (쥘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편지봉투를 주머니에 밀어넣는다.) 정말 좋은 조언을 들었네요. 그런데... (손을 주머니에서 바로 빼내는 대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손이 조금 떨린다.) 저를 너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보고 있는 거 아니에요? 할지도 모르죠. 잠깐 한눈을 판다던가, 그런 식으로.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2:11

@LSW 돌이켜 보았을 때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손을 세로로 들어서 미간 사이에 가져가 대더니, 조준하듯 팔을 쭉 뻗는다.) 후회하진, 않을 거예요. 지혜로운 사람보다 살기 편한 게 뭔지 아세요?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합리화를 해서라도. '모든 도덕주의자들이 견해를 같이하듯, 만성적인 자책감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니까'*.

* "멋진 신세계"의 서문, 올더스 헉슬리.

LSW

2024년 08월 03일 12:47

@jules_diluti (레아는 쥘의 손동작이 꼭 망원경을 쓰는 모습 같다고 느꼈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 다음에는 뉘우치며 반성하고 회개하라 하던걸요. (홀로 팔짱을 낀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4:23

@LSW (두 손을 천천히 내린다. 어깨 으쓱하고.) 아참, 그랬지. 그 문장은 잠시 까먹었나 봐요. 그런데 편지 한 장 보내는 것 가지고 뉘우치고 반성하고 회개할 게 있나요? 조금 과한 처사 같은데.

LSW

2024년 08월 03일 20:28

@jules_diluti

(그 말도 맞았다. 레아는 귀옆머리를 쓸어넘기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역시 그렇죠? ...저는 고통보다는 그 자책감에 눌려 있었나보네요. 쥘의 말이 맞아요. ...당신에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는데 내가 그러지 않을 수는 없죠. (빈 손으로 자신의 눈두덩을 눌렀다가 손을 뗀다. 숨을 느리게 들이쉰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23:54

@LSW 으음. (자책감과 고통이라니. 이렇게 갈등하는 당신의 모습을 처음 본다는 생각을 한다. 느끼는 것은 다소의 흥미와 걱정. 당신의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다, 조심히 말을 고른다.) 대체 무엇을 그렇게 고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해 봐요. 그 편지를 보냈을 때 잃을 것은 무엇이고, 얻을 것은 무엇인지. 왜 편지를 보내고 싶은 건지. 사람은 의무감만으론 살 수 없잖아요. 그걸 제게 말해준 게 당신이면서. 단순히 마음이 켕기기 때문에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후회할걸요?

LSW

2024년 08월 04일 03:13

@jules_diluti (레아는 문득 쥘의 눈을 마주본다.) - (그가 순한 양을 닮았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단순히 밝은 곱슬머리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는 채로 후회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고민'을 들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친절한 친구에게 '미안한 점'이 있다면, 일을 저지른대도 자신이 그에게 죄책감 갖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곧 잃어버리게 될 것'을 생각하는 건 일종의 강박이고, 어떠한 기대다...) 그러니까... (어쩐지 입안이 말랐다.) 쥘은 편지를 보내는 쪽이 좋겠다, 그런 건가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4:06

@LSW (조금 불안한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당신의 불안정한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인지한 결과기도 했고... 본인의 미래에 대한 예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세상에, 이젠 정말 저까지 신경쓰이기 시작했어요. 레아 윈필드가 다른 사람에게 대신 결정해주길 부탁한다고요? 이게 제 보가트가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대체 무슨 편지길래 이렇게 평소답지 않은 거예요? 자꾸 제 의견을 신경쓰시질 않나... 저랑 관련된 편지는 아니죠?

LSW

2024년 08월 04일 15:29

@jules_diluti 그럴 리가요. (눈을 내리깔았다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러면, 방금 전까지 그랬듯 얼추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다.) 미안해요, 신경쓰이게 해서. 정말 별 일 아니니까... 선택을 쥘에게 맡기고 싶은 것도 아니니 이야긴 여기까지만 할게요. (머리를 다시 쓸어넘긴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9:08

@LSW (듣고 싶었던 답, 즉 부정을 듣자 어깨의 긴장이 슬그머니 풀리고.) 좋아요. 급한 게 아니라면 천천히 생각하고 진행해보는 게 좋죠. 하지만 편지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오면, 언제든지 제 귀가 열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한쪽 눈을 찡긋한다.) 그래서! 요즘 좀 어때요? 아버지랑 사는 건.

LSW

2024년 08월 04일 20:47

@jules_diluti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편지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오지는 않을 걸 알았다. 그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건 그래서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신경써주셔요. 할머니와 살 때만큼은 아니지만...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좀더 사람답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좋은 일만은 아니에요.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건 그런 거잖아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23:11

@LSW 일이 바쁘실 테니까요, 신경을 쓰기 쉽진 않겠죠. (점잖게 수긍했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솔직히 이런 말은 좀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은 맨날 일이 바쁘다고 하시고. 그러면 이해해드릴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의 세계는 부모님인데, 부모님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어쨌든, 레아가 잘 지낸다니 다행이지만요.

LSW

2024년 08월 04일 23:55

@jules_diluti (생각에 잠긴 쥘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새삼 느낀 건데, 쥘은 '공감하는 말하기'를 참 잘 해요. (하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어지는 건 부정이다.) ...아버지께서 절 신경써주시면 좋았을 거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곧 어른이잖아요. 몇 년 안에는 직장을 가져 독립해야 할 거고. 그래도... (머뭇거리다가)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01:34

@LSW 그거 아세요? 당신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1학년 때 레아가 했던 말을 저는 아직 기억하고 있거든요. 다른 사람과 마음까지 함께하는 게 공감이고 그거야말로 능력이라고. 그래서 제 능력을 갈고 닦았어요. (눈을 내려깔고 웃는다.) 노력 많이 한 거예요, 이거. (이어진 말엔 고개를 슬그머니 기울인다. 언제 찌푸렸다는 듯 천진하게.) 하지만 비겁하다는 건 진심이에요. 매번 저를 위한 말이라고 서두를 떼는 어른들을, 저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LSW

2024년 08월 05일 02:01

@jules_diluti (그제서야 떠올렸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건 새삼 이상한 기분이다.) ...잘 했네요. 저는 그때 별 생각 없이 친해지려고 했던 말인데, 좀 부럽기도 하고. 그리고, '쥘을 위해서다'. ...아버지... 마르쿠스 씨를 말하는 거죠? 어쩌면 포스틴 씨도.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09:35

@LSW 부모님이라면 하게 되는 말이죠. (자신의 부모님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는 미묘한 낯으로 어깨를 으쓱인다.) 널 위해서다. 언젠가 너도 날 이해하게 될 거다. 네가 사춘기여서 그렇다... 헨이 말하길, 그건 이해와 책임 전가를 동시에 하기 위한 발화라고 하더군요.

LSW

2024년 08월 05일 22:12

@jules_diluti (잠시 말이 없다. 쥘의 말들은 그저 부드러운 미풍인 듯 하면서 때때로 가장 깊은 곳을 찌르고 들어왔다. 언제나 들어왔던 말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다.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 거다." 문득 꺼내는 건 조금 다른 주제다.) 있죠, 이번 방학에 린드버그 부인께서 연락하셨어요. 혹시 쥘을 봤냐고. 당신이 며칠째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묻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입을 뗀다.)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23:47

@LSW 아. (어머니가 언급되자 다소 낭패스러운 기색이 된다.) 그랬구나. 미안해요, 어머니가 레아에게 연락하리란 걸 알았어야 했는데. ...사실은, 작년에 이미 한 번 집을 나왔었어요. 구조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는데... 좋더라고요. 혼자고, 조용하고, 내가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그냥 나일 수 있었던 시간이. 그래서 이번엔 좀 더 길게 시도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네, 저는 집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LSW

2024년 08월 06일 02:18

@jules_diluti 이젠 인형 소리를 농담으로라도 할 수 없네요. 저도 가출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데 비행청소년이 다 됐어요, 쥘.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까부터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그 '이상함'이 나쁜 의미냐면 잘 모르겠고, 좋은 의미냐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레아는 이제껏 말을 어긴 적이 없었다. 방학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린드버그 가족의 식탁에서 쥘은 얌전하고 귀여운 막내가 되는 것이 맞다. 그래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레아가 다른 아이들을 따라하며 모범적으로 굴었던 것도 매해 목장을 떠나가는 윈필드 부부의 차를 불러세우지 않았던 것도... .)

(그런데 올해의 쥘은 그러지 않았다. 작년에도 그랬다. 새삼스럽게도 그 간극을 느꼈고, 그래서,) ... (-또다시 질문이다. 그렇게 좋은 화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이해가 되던가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6일 12:07

@LSW 제가 집 밖을 나돌아다니며 어렵게 끌어낸 결론인데 다 가져가시려고 하다뇨, 레아 윈필드. 은근히 욕심쟁이네요. (놀리듯이 말하지만 책망하는 기색은 아니다. 문득 그는 자신이 아직 인형이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로부터 먼 길을 왔는데, 당신은 내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오래 참고, 세심하고. 타인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평가하고 재단하기를 멈추지 않는 친구. 그때는 당신이 그렇게 살아서 행복한지 궁금했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당신은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불행한 것도 아니며, 그저 이따금 참을 수 없어질 뿐이라고... ... 그는 그렇게 헤아린다.)

(조용히 입을 연다.) 대답부터 해드리자면, 네. 이해가 됐어요. 하지만 부모님이 바라던 방식은 아니었을 걸요. 제가 이해한 건 이거예요.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는 게 악이라면, 악은 마음의 약함에서 온다. 그러니 악하게 느껴지는 모두가 악의로 행동하는 건 아니라고.

LSW

2024년 08월 06일 22:43

@jules_diluti (쥘의 말에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친구끼리 이런 것쯤은 나눌 수 있잖아요. 전 그렇게까지 과감한 짓은 못 하고요. (레아는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편지가 잘 들어있는지 확인했다.)

그보다, '마음의 약함에서 온다.' 스스로가 강하지 못해서, 견디지 못해서 그도 아니면 무지해서...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피해의 형태로 떠넘기게 되는 형태인가요. 그렇다면 악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라는 결론이 나는데. (제대로 이해했느냐 묻는 듯 쥘을 바라보았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7일 09:47

@LSW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구조 버스가 아니더라도, 버스를 타고 한참 달리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창 밖으로 도시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꽤나 감명깊어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되고... 나중에 심란한 일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저도 아이작에게- 아, 그러니까 저희 친구 아이작이요- 배운 건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의 시선이 편지를 확인하는 당신의 손 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도로 떨어져나온다.) 네, 결국 세상 어딘가는 악으로 인해 고통받겠죠. '얕보이고 싶지 않다'. '사랑받고 싶다'. '저 사람보다 잘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그런데 노력으로 이기긴 힘들다.' 이런 것들이,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져서... ... 하지만요, 레아. 저희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바꿀 수 있어요. 이 세상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내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약한 사람의 위안이 되어 준다면... ... 그 사람은 덜 악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죠.

LSW

2024년 08월 07일 21:57

@jules_diluti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쥘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라서... 레아에게는 여전히 그를 순진하고 물정 모르는 꼬마라 보는 시선이 적잖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말을 하네요. 넓은 바다에서 한 바가지만큼의 물을 퍼낸다고 뭐가 바뀌지는 않아요. 그 물을 버릴 곳도 필요하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마셔 없애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언젠가는 지칠 거예요, 쥘. 그건 그저 상상일 뿐이니까 그런 생각은 그만둬요. 쥘이 어떻게 마음먹든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당신이 소모되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거든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8일 10:29

@LSW 저를 소진할 정도로 애쓰진 않을 거예요. 그냥 제 발 디딜 만큼의 좁은 땅, 그 정도만 밝혀 보겠다는 거죠. 어둠 속에서 촛불을 키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누구나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자격은 있으니까,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보다 행복해지기 쉬운 사람이니까, 딱 그만큼만 도와줄 거예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소중한 제 사람들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힘없이 웃는다.)

...그리고 거기엔 레아도 포함돼요. 레아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당신이 어떻게 마음먹든 제가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요.

LSW

2024년 08월 08일 17:16

@jules_diluti (지금 레아가 왼쪽 눈썹을 올리는 건 쥘이 자신이 한 말을 돌려줬기 때문이다. 레아는 그의 행동에 큰 의미가 없다고, 여전히, 생각했다. 스스로를 위해서만 그 불을 써도 모자란 시기다. 어쩐지 초라해지는 기분이라서 그는 자신의 왼팔을 잡는다. 레아는 할 생각이 없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쥘은 말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문득 드는 생각 하나는, 이 사랑스러운 친구의 촛불을 "꺼트려도" 지금과 같이 굴 수 있을 것이냐-라는 고약한 호기심이다.)

좋아요. 저도 그 촛불을 쬘게요. ...할 수 있다면... 쥘을 돕고 싶어요, 가까이에서. 그런데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8일 19:41

@LSW (낙담하고 회의할지라도 그저 빛이 약간 흔들렸을 뿐, 단 한 번도 완전히 꺼진 적 없는 촛불을 든 소년은 여전히 천진하게 웃고 있다. 당신을 향한 이 웃음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겠으나... ... 시선이 당신의 왼팔 위에 잠시간 머무르더니, 발을 옮겨 벽에 기대 앉는다.) 그러면 말해줘요, 레아.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친다. 물끄럼 바라보고는.) 당신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어떤 일을 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즐거운지. 조금이라도 알려주세요. 그리고 같이 찾아봐요.

LSW

2024년 08월 08일 23:29

@jules_diluti (한참 쥘을 내려다보던 레아는 시간이 좀 흘러서야 그 곁에 엉덩이 붙여 앉는다.) 예전에 할머니와 목장에서 살았다고 쥘에게도 말했던가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주문을 써 보았는데 패트로누스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것 말고는 정말로 감이 잡히질 않아서. 가이가 발바닥으로 박수치는 것도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09일 01:07

@LSW 지나간 추억이라 그런 걸까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소년은 완곡하게 묻고 있었다. 소매를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흠, 가이의 발바닥 박수도 통하지 않다니 강적이네요. 그거 말고 호그와트에서 즐거웠던 순간은 없어요? 전 그거 생각했거든요. 보가트를 상대로 리디큘러스를 처음 성공했던 순간.

LSW

2024년 08월 09일 02:36

@jules_diluti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아서 소용없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제 보가트는... 잘 모르겠지만 리디큘러스를 쓴 모습은 '우스웠지' 긍정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쥘의 말대로 지팡이를 들고 허공을 겨눈다. 주문을 외워도 변화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레질리먼시를 쓸 때가 조금 즐겁긴 한데... (레아는 쥘을 곁눈질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9일 11:29

@LSW ... (삐그덕.) 레질리먼시요? 생각을 읽을 때요? 오... 그럴 수 있죠. 저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더없이 즐거우니까 이해가 가요. 궁금하잖아요, 어떤 삶을 살아와서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감각을 떠올려서 시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벌써 그 정도로 레질리먼시가 익숙해졌는지는 몰랐네요. 대단한데요?

LSW

2024년 08월 09일 23:27

@jules_diluti 제가 하는 건 그냥 약간 들여다보는 정도예요. 숙련자는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심지어는 지팡이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환상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그 사람의 삶과 감정과 생각을 알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는 게 좋은데... (레아는 쥘을 힐끗 보았다.) 아직 제대로 써본 사람은 없어요. 그나마 프러드가 있는데 그 애는 오클러먼시를 꽤 잘 해서 제가 훤히 들여다볼 수도 없고. (쥘의 말에 고민하다 지팡이를 든다. 그리고 주문을 다시 써 보지만, 뚜렷한 변화가 없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10일 02:59

@LSW '레질리멘스!' 뭐, 그런 주문이었던 것 같은데. 오클리먼시 사용자는 어떻게 하죠? '오클리멘스'? (되물으며 지팡이의 끝을 제 눈으로 좇는다. 음, 생각에 잠긴 소리를 내더니.) 저도 특별 수업 얘기를 들었을 때 관심이 가긴 했는데요, 역시 저는 상대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고 싶은지, 거짓말을 한다면 왜 하는지. 그 맥락까지 이해하는 게 좋은 거라서요. 언젠가 레아가 보가트 수업에 대해 했던 말처럼, 그 사람이 힘든 순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볼 수 있잖아요.

LSW

2024년 08월 11일 00:44

@jules_diluti 오클리먼시는 주문이 없어요. 레질리먼시도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약간의 흰소리를 했는데,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사람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생생하게 체험하는 게 더 좋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어쩐지 말이 늘어졌다.) ...솔직하지 않잖아요, 사람들은.

내가 아는 걸 직접 듣는 건 확인받는 기분이라 재미있어도... 내게 숨기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고.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이렇게 다른 길로 새버린 건진 모르겠는데, 저는 그래요. 당장 저도 쥘에게 다 말하지 않은 게 있고 당신도 제게 그럴 거잖아요. (숨을 내쉰다.) 그냥 그런 사람 사이의 장막이 있다는 게 때때로 이상하게 느껴져요.

jules_diluti

2024년 08월 11일 18:04

@LSW 그렇구나. 그러면 오클리먼시는 그냥... 정신에 힘을 주고 버티는 건가요? 그거 참, 뭐랄까. 철학적이네요. (어깨를 으쓱하더니 대화 주제를 상기시킨다.)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순간이 레질리먼시를 사용하는 것이니, 그걸 파고들어 보는 중이었어요. 저는 타인이 제게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좋다고 했고, 당신은 타인이 솔직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이상하게 느낀다고 했죠. 레아를 행복하게 하려면 인간들이 벌들처럼 군집의 정신(hive mind)을 가지고 있어야 하려나요. (작게 웃는다. 당신을 향해 몸을 기울이더니 속삭인다.) 그럼 비밀 하나만 말해 볼까요. 저는 생각보다 거짓말을 많이 하지만, 단 한 번도 악의를 가지거나 속이려는 목적으로 하진 않았어요.

LSW

2024년 08월 11일 20:05

@jules_diluti (눈썹을 올렸다 내린다.) 그래 보여요. 악의와는 거리가 먼걸요, 당신. (새삼스럽게도 우리는 같지만 다르다. 레아 자신의 거짓말은 대부분이 그 두 가지에서 발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굳이 악의를 가져야 할 만큼의 결핍이, 그러니까 '약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요. 제게는 다른 사람이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파고들 이유예요. 그건... (말을 고른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그렇게 알아가는 과정도 나름 즐거웠어요. 요즈음 들어서는 거기서 피로감이 드는 탓이려나. ...쥘이 저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저도 쥘을 완전히 알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당신 말대로 사람들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숨김없이' 내보인다는 건 믿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jules_diluti

2024년 08월 11일 21:30

@LSW (당신의 말을 곰곰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자유 의지로 제게 설득당했으면 좋겠어요. 타인을 남김없이 알아버린다는 건 매력적이긴 하지만, 결국 책의 마지막 쪽을 확인하고 덮어버리는 느낌인 걸요. 남아있는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내보이게 되고, 정신이 연결되면... 나는 분명 아주 지루해지고 말 거예요. (당신을 바라본다.) 그런 세상을 원해요? 모두가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고,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그래서 자유 의지조차 남지 않는 세계? 거짓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아서 진실하겠다는 약속조차 무의미해지는 세계를 바라는 거예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뭐가 그렇게 피로하고, 뭐가 그렇게 두렵나요? 레아는 꼭 속고 패배하는 게 무서운 사람처럼 굴어요. 저는 이전부터 당신 마음의 빈자리가 궁금해서 오래도록 지켜봤지만, 여전히 그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거든요.

LSW

2024년 08월 11일 22:46

@jules_diluti (입을 벙긋인다.) 학교생활을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았거든요. 곧 졸업식이라 그런지 결론이 났어요. (그러고서 입을 떼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당신은 알고 지내기에 '이득'이 있는 사람이므로 레아가 굳이 먼저 연락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하게 느꼈다. 학교에서 있던 것처럼 솔직해질 일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무엇이 그렇게 무섭느냐면,) 저는 누군가 제게 거짓말하는 세계가 싫어요. 내가 좋다면서도 이해해달라는 말이요. ...다른 걸 향해 등 돌리는 걸 보기 싫어요. 그건 속는 거잖아요. 내가... 지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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