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_M 레이의 눈 밑에 1미터짜리 다크서클이 있는데 그냥 보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힘 좀 내 보세요. (한껏 고개를 젖혀서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키가 더 커지셨네요! 졸업 후 농구 선수가 되실 계획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jules_diluti
(괜히 제 눈가 더듬.)1미터라니, 과장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뭐... 퀭해졌을 수는 있겠지. 어젯밤에도 잠을 설쳤단 말이야. 너희를 볼 생각에 들뜨지 않을 수가 있어야지.(한 걸음 떨어진다. 그러다 목 빠지겠네.)이게 다 잘 먹고 잘 자는 탓이지. 그런 의미에서-샌드위치 하나 하겠어? 몇 개 챙겨왔거든.(손수건에 감싼 샌드위치 세 개중 한 조각 내민다.)
@Raymond_M 고마워요, 까치발을 서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당신이 물러서자 너스레를 떤다. "고마워요", 가벼운 인사와 함께 샌드위치를 한 조각 받아든다. 혹여 폴라리스가 주제로 언급되지 않게끔 화제를 고르는 태도가 신중하다.) 그래서, 졸업 후엔 뭘 할지 계획이라도 있나요? 여행이라거나. 이러다간 정말로 레이먼드 메르체가 농구 선수가 될 거라고 했다고 얘기하고 다닐지도 몰라요.
@jules_diluti
별 말씀을, 친애하는 율리의 목이 부러지게 둘 순는 없지. 안그래?(장난스럽게 당신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뒤에서 보면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별말씀을.' 저도 하나 집어 입에 문다.)아직은 고민중이야. 솔직히 이야기하면, 갑자기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거든. 맙소사, 이런 기분은 1학년때나 마지막으로 느낄줄 알았는데! 쥴은 계속 글을 쓸거지?
@Raymond_M 가이가 3센치 높이의 깔창을 주기로 했어요.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말한다. 꿀꺽 삼키고 엄지로 입가의 부스러기를 툭툭 닦아낸다.) ...어쨌든! 순간이동을 쓸 수 있다는 게 제일 편할 것 같아요. 드디어 어른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글도 계속 쓰고 있으니, 이제 제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죠. (당신을 바라본다. 언젠가부터 길이 갈라진 친구를.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다물어버린다. 미소.) ...있잖아요, 레이먼드. 당신과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정말이에요.
@jules_diluti
3센티로 되겠어?(눈을 갸르스름하게 뜨고서.. 당신의 머리높이를 괜히 가늠한다. 장난이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순간이동이라...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막 뛰는 것 같거든.(나직하게 키들거린다. 그러다가 당신의 그 다음 말이 들리면, 그는 입을 다문다. ...아주 오래, 단어를 고른다. 그리게 깜빡이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간신히 웃음, 비슷한 것을 지어보인다. 결국은, 당신과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그가 속삭인다.).......나도 그랬어.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입술을 깨물었다가... 이내 허탈한 숨을 뱉는다. 봐, 내가 무슨 소리를 하든 변명이잖아.)내게는.... 그걸 지킬 힘이 없었어. .......미안해, 율리.
@Raymond_M (고개를 좌우로 가로젓는다. 생각에 깊이 잠긴 얼굴.) 레이가 사과할 건 아니죠. 어쩌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엔 진심이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진심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레이가 겪은 일들이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이기적인 아쉬움인 거예요. (당신을 보며 머뭇대는 웃음을 짓는다. 어깨를 으쓱하고.) ...당신이 보여준 꼭대기의 풍경이 어지간히 아름다웠어야죠! 그래도 윌리엄이 폴라리스를 잘 이끌어간다니 너무 염려 마세요. 저보고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더라고요.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종종 취미 삼아 드럼을 만져요. 레이가 알려준 대로. (...) 레이는 요즘 아예 드럼을 안 치나요?
@jules_diluti
글쎄... 율리, 난 아직도 그때 내가... 뭘 하지는 않아도 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고 생각해.(오욕은 개인의 일이다. 슬픔이나 분노도 그렇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일. 그러나 이것은... 그와는 다르지. 이것은 '우리들'의 일이다. 짧은 숨. 그가 속삭인다. 그럼에도,)....나는 네게 네 언어가 음악이 되는 순간을 주겠다고 했잖니.....(그러나 망설임의 언어는 더는 비어지지 않는다.)믿어야지. 리암은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베스트 베이시스트였는걸. 최근에는 가사도 쓰기 시작한 것 같던데.(그가 괜히 제 손바닥-장갑에 싸인-을 바지춤에 닦는다.)아니, 최근에는... 그러고 보니 거의 못 쳤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일들의 연속이니 뭘 할 수가 있어야지. 그 덕에 이번 방학 때는 너희에게 편지 한 통 못보냈잖아. 대신 셰익스피어를 많이 읽었지.
@Raymond_M ('나'와 '당신' 사이에 더는 '우리'가 없는데, 우리는 언젠가 다시 같은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그렇게 묻지 않는다. 그저 작게 웃는다. 그것은 체념과 수용의 미소.) 이미 주셨는걸요. 그냥, 그건 제 길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야죠. 좋은 시간이었어요. 좋은 우정이었고요. 베스트 드러머와 베스트 베이시스트랑 함께하던 여름 방학을 저는 잊지 못할 거예요. (당신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와, 셰익스피어요? 좋아하는 작품이 있어요? 저는 '한여름 밤의 꿈'을 좋아하는데. 레이의 누나가 생각나는 구절이 있거든요. "오, 헬레나, 여신, 숲의 정령, 완전 무결한 사람, 신성한 존재여! 아, 당신 눈을 무엇에 비교할까? 수정도 흐린 편이라네... ..." (그는 당신의 누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4년도 넘었으므로.)
@jules_diluti
(그 모든 시간이 이제는 '지나간 것'으로밖에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러나 잡은 손을 놓은 것은 그다. 이제 와 무슨 말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햄릿을 좋아해. 좀 비극적인 감이 있지만... 셰익스피어 특유의 말장난이 돋보이는 구간이 많아서. 태양볕이 과분합니다.I am to much in the Sun.* 같은 거 말이야.(태양Sun과 아들Son의 발음이 같으므로 아들 노릇 하기 싫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어지는 말에 소리내 웃어버린다.)아, 그 문장 마음에 드네. 이번에 쓰는 편지에 네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누님이 요새는 좀 우울해하셔서 말이야. 괜찮은 농담이라도 알아? 네가 최근에 쓰는 이야기도 좋고.
@Raymond_M 햄릿은 멋진 작품이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말장난을 많이 해서 좋아요. 비극에도 익살꾼이 한 명씩 나오는 것도 있고요. 그나저나 레이먼드의 누님께서 우울해 하시다니... ... (피아노를 치던 손, 당신과는 또 다른 인상이었던 얼굴을 떠올린다. 슬픔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던가? 잘 모르겠다. 기억이 흐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멋대로 빛을 덧씌운 것 같기도 해서. 불확실하게 중얼거린다.) ...그런 모습 상상도 안 가는데. 아,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요? 좀 유치하긴 하지만. (말하기 전부터 입가에 가벼운- 다소 힘없긴 하지만-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고양이들을 뭐라고 부를까? *미야웅틴meow-ntain.*"
@jules_diluti
슬픔이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냥... 지난 해에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 할머니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보니... 힘든가봐.(물론, 이 문장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우울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묘사하는데 공을 들이지는 않는다.)괜찮으면 편지 한 장 써줄래? 알잖아, 내 누님. 내 친구들을 여전히 좋아하니까.(이어지는 말에 눈을 끔뻑.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오, 율리. 네 속에 아투르라도 들어간줄 알았어! 그렇지만... 그거 마음에 드네. 이번 편지에는 꼭 써먹어봐야겠군.
@Raymond_M 그렇구나. 그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힘드실 것 같네요. 제가 응원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볼게요. 그런데... 그 정도로 구린 농담이었어요?! (아투르에게 비유당하자 짐짓 경악한 표정을 짓다가,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젓는다. 후플푸프 기숙사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줄지어 누워있는 오크통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장난이에요, 저도 구리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음, 레이먼드. (오래된 나무 표면에 손바닥을 얹고 당신을 돌아본다. 주저하는 미소를 지으며 머뭇머뭇 입을 뗀다.) 여기서 연주하던 거 기억나죠? 혹시 한 번만 더 드럼을 쳐볼 생각은 없어요? ...마지막으로요.
@jules_diluti
(눈가가 가늘게 휘어진다. 그가 제 입술 위에 검지를 세워 꾹 누른다.)쉿, 그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내 친구 율리가 상처받을거야!(물론 농담이다. 그러다 당신의 걸음이 후플푸프 기숙사 앞에서 멎으면... 그의 표졍이 어딘가 이상야릇해진다. 형용하기 어려운 얼굴을 한 채 그가 당신을 돌아본다.)...율리?(그러다 당신 말이 떨어지면... 여전히 제가 배열해 둔 그대로인 오크 통을 손바닥으로 쓸어본다. 그리고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최대한 쾌활한 어조로 말하기 위해 노력한다.)율리, 나한테는 이제 스틱조차 없어. 뭘로 이걸 두드릴 수 있겠어? 내 손바닥으로? 그럴 순 없잖아.(그는 문득 제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굳은살도, 흉터도.)
@Raymond_M 왜 칠 수 없어요? 오크통은 드럼보단 젬베를 닮았고, 젬베는 손바닥으로 칠 수 있는 걸요. (읏차, 소리를 내며 오크통 하나를 제 앞으로 끌어오더니 수직으로 바로세운다. 거기 기댄 채로 당신을 물끄럼 바라본다. 하얀 장갑 아래에 감추어졌을 당신 노력의 증거를. 그에 반해 매끈한 제 살갗으로 오크통의 표면을 문지른다.) 제 연주 실력은 레이에 비해 형편없고, 그나마도 5년 전부턴 작사에 열중하느라 드럼 자체를 연습해 본 적 없지만... 레이가 하지 않겠다면 저라도 쳐볼 거예요. 식초 뒤집어쓰는 게 싫으면 멀찍이 피해 계세요. (그리고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게 뒤집고, 오크통의 표면을 세차게 내리친다. *퉁.* 이어 박자는 점차 빨라지고 긴박해진다. 어느 순간 식초가 폭포수처럼 터져나오자 그는 웃음을 터뜨린다.)
@jules_diluti
(높고, 낮은 소리. 한때 제가 음율의 높낮이를 맞춰 정렬해 두었던 오크통이... 1년여만에 소리를 낸다. 그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당신이 던 그 자리에는 제가 서있어야 할 것 같기도, 어린 시절의 제가 서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음악은 시작된다. 한때 그것이 그 누구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로 시작되었던 것처럼. 그가 사랑한 음악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며. 심장 곁에서 그를 충동질한다. 자꾸만 입이 벌어졌다가 닫힌다. 누군가 말한다. 넌 그 무대 위에서의 풍경을 기억해, 그렇지? 한 번도 잊지 못했잖아. 이따금은 꿈 속에서도 그 장면을 봤잖아. 그래서 연주가 절정에 다다랐다가 막바지로 떨어지면, 마지막 음절과 박자가 되어 후플푸프의 식초통을 터뜨리면, ...레이먼드는 웃지 못한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간다. 당신의 앞으로. 여전히 식초가 분수처럼 터지는 그곳으로. 당신과는 달리... 차라리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jules_diluti
그의 손이 통, 당신의 앞에 놓인 오크통을 두드린다.)율리, 나 약속을 어겨서 벌 받는거야?(당신을 잡겠다고 했다.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겠다고 했다. 혼자 무엇이 될 수 없다고 자조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한번 더 오크통을 두드린다. 퉁, 묵직한 소리가 울린다.)아니라는 걸 아는데...(목이 메인다. 그는 안으로 곱아드는 목소리를 간신히 펼친다. 심장이 아리다.)왜 난 지금 울 것 같지.
@Raymond_M (1977년의 어느 날 이후 기숙사 앞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던 '소음공해'의 부활이다. 정렬은 흐트러지고, 무계획적이고, 무질서하게, 오로지 터져나오는 식초의 물보라만이 그대로인 채로. 한 명이 즐거운 듯 터뜨리는 웃음소리와, 울 것 같은 표정의 다른 하나를 가운데 두고. 멀리서부터 웅성거리며 다가오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조금도 신경쓰지 않은 채로 당신을 곧게 마주보는 두 눈이 반짝거린다.) 그건 말이죠, 사실은 레이먼드도 이게 그리웠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울진 마세요, 레이. 울고 싶다면 식초가 눈에 들어간 척 해요. 오늘은 즐거운 날이니까. 졸업 후엔 마음껏 약해져도, 다시 연주하는 일 없어도 괜찮으니까, 오늘만큼은. (퉁. 오크통을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어깨가 신이 나 들썩거린다.) 한바탕 멋진 추억을 남기고 가는 거예요. 마지막으로요.
졸업까지 버티느라 수고 많았어요, 레이. 우리를 떠난 당신을 우리는 오래 전에 용서했어요.
@jules_diluti
(당신의 다정은 그를 울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그래, 우리가 울어야 할 날은 오늘이 아니다. 오늘은 웃어야 할 날이지. 그가 숨을 들이킨다. 그래, 나는 오늘이 그리웠다. 이렇게 당신과 마주보고서 우리들의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날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이따금은 하는 일도 없이 이 앞을 맴돌곤 했다. 그가 당신의 말을 따라 읊는다.)오늘만큼은.(챔배를 두드리듯, 그가 손바닥으로 오크통을 두드린다. 드럼스틱으로 했던 것처럼 능숙하지 못하지만, 그때처럼 화려하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으로 어떤 것들은 충분해진다. 둥, 두둥, 심장소리처럼 오크통이 웃는다. 그가 웃음을 터뜨린다. 기어이. 나는 이제야 비로소...)...어른이 될 준비가 된것같아.(어른이 된다는 것은 찬란했던 유년에 안녕을 고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그 상실을 품에 안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jules_diluti
한참을 듣지 못했던 소리가 온 몸을 저릿하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 음절이 떨어질 때,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네 말이 맞아. 정말로, 멋진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