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그가 후플푸프 기숙사 입구에 때마침 도착한 것은 순전한 우연에 불과했다. 당신을 보자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이게 누구야. 아까 연회장 반대편까지 날아갔던 주인공 아니신가.
@Julia_Reinecke 그래요, 누구 덕분에 그랬죠. 연기력 뛰어나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 (찡그리며 당신을 돌아본다. 손으로 오크통을 가볍게 두드려 길을 연다. 통- 통- 통통통.) "선량한 약자" 연기.
@jules_diluti (조소를 흘린다.) 비결이 궁금해, 린드버그? 별로 어렵진 않아. 내가 가장 역겨워하는 것들을 한데 버무리면 되거든. (또는, 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혐오스러운 과거를 불러오던가.)
@Julia_Reinecke (싫어하는 것을 닮아간다는 게 정말이었군, 그는 생각한다. '혹은 닮은 것을 싫어하거나.' 이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은 주문을 또다시 맞기 싫은 탓이므로, 나름 효과적인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휴게실로 가는 길이 열리고 그는 허리를 굽혀 그 안으로 들어간다.) 와, 재수없어. 그렇게 여기저기 싸움 걸고 다니다가 실수로 "낙인"을 드러내도 전 몰라요. (당신의 팔뚝에 마왕이 내린 낙인이 있다는 소문을- 당신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언급하며, 표식이 있을 자리를 가늠하듯 제 팔을 한 번 툭 친다.)
@jules_diluti (그 역시 그에 대해 그런 종류의 소문이 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그 문신을 받지 못하였으나, 그 뒤로는 마치 문신을 받은 것처럼 두 팔을 모두 꽁꽁 싸매고 다녔다.) 글쎄. 어떨까? (이번에도 그는 두루뭉실하게 당신의 말에 대답하고.) 다들 좀 얌전히 있어주면, 나도 굳이 '소란'을 일으키진 않을텐데 말이야. 왜 다들 쥐죽은듯이 있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생각해?
@Julia_Reinecke 쥐구멍에 쥐약을 밀어넣고서 견디지 못한 쥐들이 튀어나오면 "왜 '쥐죽은듯이' 있지 않았냐"고 탓하다뇨, 줄리아. 악취미네요. (인적 뜸한 휴게실로 들어선다. 당신을 돌아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제가 당신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건 진심이에요. 저는 연약한 글쟁이라서 당신과 두 번 충돌했다간 배겨내지 못할 것 같거든요. 목숨은 부지하고 싶은데, 협조해 주시겠나요?
@jules_diluti 꼭 네가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쥘 린드버그. (탐탁치 않다는 표정을 한다.) 정말로 나와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면, 그에 맞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불사조 기사단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는 녀석과 붙어다니는 게 아니라.
@Julia_Reinecke 우정이란 말이죠, 줄리아-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모두를 내팽개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 학교에는 당신의 행보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도 많다고요. 그들을 전부 끊어냈다간 전 고립되고 말 거예요. 그게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겠어요? (가슴 위에 손을 포개고 슬퍼하는 시늉을 한다...) 피차 같은 기숙사고 졸업할 때까지 봐야 하는데, 불필요한 충돌은 줄이자는 거죠. 어차피 저는 당신이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서 높은 순위도 아니잖아요.
@jules_diluti 그러니까 한 마디로, 겁쟁이란 뜻이네. (가볍게 코웃음치고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당신을 바라본다.) 글쎄. 그래서 내가 얻는 이득이 뭐가 있는지부터 말해준다면, 좀 들어줄 의지가 생길지도 모르겠는걸. (어디 한 번 이야기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이고.)
@Julia_Reinecke 흠, 그러게요. 무엇이 좋을까요? 지금의 당신은 별로 제 위로를 필요로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제가 제 집안의 돈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데. 아. 아니면 이건 어때요? (당신의 귓가에 몸을 기울이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무어라 소근거린다. 잠시 후 고개를 떼어내며 웃는다.) 이 정도면 저랑 "평화롭게 지내는" 정도의 대가로 충분하지 않겠어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줄리아 라이네케.
@jules_diluti (당신의 이야기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짓다가, 서서히 표정이 달라진다. 무언가 화가 난 것 같기도, 놀란 것 같기도 한 얼굴.) ...... (똑바로 당신을 본다. 조금 전의 태연해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경계하면서도 궁금해하는듯한 표정이다.) ...... 너.......
@Julia_Reinecke "대체 무슨 생각이야?" 라고 물어보시려는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웃으며 말을 잇는다. 어조에서 확신이 묻어난다.) 저 린드버그예요, 줄리아. 가장 자신있는 건 말과 글. 이 정도는 도와드리고도 남는다고요. 그리 힘들일 필요도 없어요. (한 손을 내민다. 악수를 청하듯이.) 그래서, 허락해 주실 건가요? 딱 한 번 더 '개입'하도록.
@jules_diluti (당신을 분노와 의아가 섞인 시선으로 길게 바라보다가, 그 뒤로도 한참을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잠겨 있다가― 당신이 내민 손을 잡는다.) ...... '개입'이라...... (잠시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예전에 네가 네 지팡이에 대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지. 월계수라니 한 번도 너랑 어울린다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그 다음 말은 암흑에 잠겼다. 다만 눈에는 조소가 어려있다. 마치 '재미있네. 재미있어.' 라고 말하는 것처럼.)
@Julia_Reinecke (올해 들어 당신의 손을 이렇게 맞잡을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묘하게 뿌듯한 감각에 빠져들었다가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당신의 조소하는 듯한 눈을 마주하고 난감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변한 적이 없어요, 줄리아. 단 한 번도요. 이따금 흔들리긴 했지만 쥘 린드버그는 언제나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었어요. 아마 당신이라면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겠죠. (당신의 손을 놓는다.) 그러고 보니 당신도 지팡이가 바뀌지 않았던가요?
@jules_diluti 그래, 린드버그. 너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지. (여전히 조소가 어린 얼굴로 말한다. 그 말은 꼭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당신이 정체되어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 (이어지는 질문에 약간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재작년에. 오리나무 지팡이가 언젠가부터 말을 안 듣더라고. 그게 다야.
@Julia_Reinecke 칭찬 고마워요. (정체되어 있다는 암시를 못 알아들을 리도 없건만, 칭찬으로 받아들일 셈인지 퍽 뻔뻔스레 대꾸한다.) 웬디나 우드워드 교수님에게 보여드리면 문제가 뭔지 봐주셨을 수도 있지만... 뭐, 새로 산 지팡이가 잘 맞아보이니 다행이네요. 저도 지팡이를 잘 다루게 된 건 기껏해야 3년 됐어요.
@jules_diluti (잠시 햇수를 거슬러 올라가본다. 4학년 때라. 그때 당신은 낙담하여 주눅들지 않았던가? 당신은 분명, 그를 붙잡으며 애타는 눈으로 말했었는데. 그런데....... 눈썹을 까닥인다.) ...... 의외라고 해야 하나. 분명, 그때 너는 상당히 움츠러있었던 것 같은데.
@Julia_Reinecke 아, 그 뒤에. 거의 학년말에 가까웠죠.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치더니 손을 튕긴다.) 아. 보가트 수업. 분명 그때였어요. 수업이 끝나고 따로 리디큘러스 연습을 했는데, 그때 직시했거든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 뒤로는 망설이거나 주저한 적이 없었어요. (행간에는 이런 글자가 적힌다: 나는 당신의 아버지와 달라요. 그러니까, 나를 미워하진 않아 주셨으면 좋겠는데. 덧붙인다.) 정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