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10일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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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0일 03:39

……. (저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려 애쓰던 한 그림자는, 상황이 정리되고 휘말렸던 아이들의 부상을 돌보고 있었다. 우는 아이에게는 인형을 들려주었고, 두려움에 크게 우는 아이에게는 진정 물약을 건네어 주었으며, 다친 아이의 뼈를 맞추고 상처를 돌보았다.
조용하되 그만큼 더 많은 목소리를 들었다. 반응이 느리지만, 거의 모든 부름에 응했다. 눌러 쓴 후드 그림자 아래로 가려진 낯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온정임은 분명하다.
소년은 당신의 기척을 느끼고 한 박자 늦게 돌아본다.)

HeyGuys

2024년 08월 10일 04:22

@WWW (어두운 곳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제 정말로 내 걱정은 필요 없겠네...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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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0일 04:49

@HeyGuys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망설이지 않고, 두려워 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며 끌어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이번엔 그 두 다리로 서서, 당신을 향해 걸어갔다.
두 팔을 뻗는다. 몇 년 전 갈색 머리와 갈색 눈의 소년을 마주했던 당신에게 해주고 싶었고, 자신이 폭풍우 속에 갇혀 있던 그 순간에 감히 받고 싶었고, 비 오고 천둥이 치던 그 때 그 어린 날, 만화책을 펼쳐두고 숱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 밤에 하고 싶었던 것처럼…….)

HeyGuys

2024년 08월 10일 05:49

@WWW (가이는 그 순간 어쩐지 울고 싶어진다. 자기보다 한참 작은 체구의 친구가 사람들을 돕겠다고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그 도움이 자신에게까지 닿은 이 상황이... 끔찍하게 부끄럽고 괴롭다. 누가 저 단단한 심지를 변질시킬 수 있을까? 너는 항상 너였지.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네가 되고자 하는 것 그 자체로 너였어...) 언제 이렇게 훌쩍 컸냐, 내 친절한 친구... (기꺼이 팔을 벌려 끌어안는다. 이런 접촉이 어색한듯 엉거주춤하고, 다리는 금방이라도 도망갈 것처럼 움찔거린다. 그래도 애써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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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0일 17:32

@HeyGuys (다크플레임마스터나, 웬디나, 윌리엄이나, 윈스턴… 그 모든 존재로도 수식할 수 없는 고유의 '우디'가 있다면 무엇일까? 가이가 한 순간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소년의 그 부분이 있다면.) 오, 친구.
……그치만 가이가, 훨씬 더 큰데에….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실없이 나오는 농담. 마치 도망치지 못하게 가두듯, 꽉 끌어안은 두 팔을 놓지 않는다. 가늘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어린아이가 섧을 때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듯, 오래 쌓아둔 말이 터져나온다.) 있잖아, 우리 처음에… 연회장에서어… 모자가 했던 말 기억 나? 나 사실 생각했는데… 모자한테 말했어. 가이랑, 음, 같은 기숙사 가고 싶다고. 왜냐하면, 가이는 용감하고, 상냥하고, 내가 아는 것 중에 제일 멋진 친구고… (그 당시 우디의 인간관계 폭이 극도로 좁았던 것은 차치하고)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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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0일 17:33

@HeyGuys 폭풍우가 무서울 때 손을 잡아준다며언… 가이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런 생각도 했어. 가이가 무서울 때도… 내가 손 잡아줘야지이… 그런 거.

HeyGuys

2024년 08월 11일 03:02

@WWW (조용히 당신의 말을 듣는다.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다. 그가 받을 자격이 없는 애정이다...) ...그래서 지금 손잡아 주러 온 거야? (실없이 키득대는 소리가 따라붙는다. 바람빠지는 소리로 멈춘다. 이처럼 용감하고 다정한 친구 앞에서 가이는, 적어도 부끄럽지 않으려면, 자신도 일부분 속내를 드러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먹먹하게 잠긴 목소리가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말문을 뗀다.) 나는 용감하지도, 상냥하지도, 멋지지도 않아. 그때 너와 함께 있으면서 나는 한 번도 진심인 적이 없었어. 그냥... 그냥 무서워서 그랬어. 너는 내 첫– 친구였고, 난 너와의 관계를 망치기 싫었어. 무서워서 떠는 너를 돌보지 않으면 너도 나를... (말이 끊긴다. 끔찍하게 수치스럽고 지난한 발화.) 네 마음은 나에게 과분해, 친구. 나는 네가 손잡아 줄 만한 사람이 아니야. 두렵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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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1일 16:51

@HeyGuys (아니, 다른 누구도 아닌 '가이 버트랜드'여야 했다. 같은 해 같은 6월에 생일이 있는 가이여야 했다. 같은 그리핀도르의 가이여야 했다. 눈에 띄게 키가 커져 그림자 속에도 채 다 몸을 숨기지 못하는 가이여야 했고, 사람을 멀리하지만 언젠가는 사람들 속에 섞여 유쾌한 웃음을 짓던 가이여야 했다. 우디의 실없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이여야 했고, 함께 만화책을 보며 밤새 소곤거리다가 부모님 발소리가 들리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 자는 체 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잠들던 날 밤의 가이여야 했다.
그 모든 순간 당신은 나의 친구였다. 소년, 가이의 친절한 친구, '우디 우드워드'가 가만히 미소 짓는다. 가이의 품에 고개를 기댄다.) 그게 용감하고 상냥하고 멋진 거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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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1일 16:57

@HeyGuys
망치기 싫으니까, 더 나쁘게 끝내버리기 싫으니까아… 먼저 떠나버릴 수도 있었어. 나르을, 외면할 수도 있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었어어. 지금 가이가 하는 말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 예상할 수 없으니까아, 모진 말을 들을 지도 몰라서, 무서우니까아… 그러니까 말하지 않을 수도 있었어어.
그치만 가이는 안아줬어. 솔직히 말해줬어… 그러니까아… 아주 용기 있는 거야… 상냥하고 멋진 거야. (옅은 웃음소리가 흐른다. 같이 책을 보며 키득거리던 그 날의 천진한 웃음소리처럼. 소년은 자라지 않고 그때의 그 말간 낯으로.) 나는 가이가 '두려워 해서' 손을 잡고 껴안는 게 아니야. 내가 가이를 많이 좋아해서어… 가이는, 가이도 내 첫 친구니까. 그러니까아… 그런 거야.
(*제발 두려워 하지 말고 나를 안아. 이것이 재난이라고 해도 너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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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中 ,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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