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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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Guys

2024년 08월 02일 20:30

(그리핀도르 테이블 맨 끝에서 손바닥만한 책을 뒤적거리며, 한 손으로만 식사하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글씨를 들여다보느라 포크가 헛손질을 반복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1:11

@HeyGuys 가이, 포크로 공기라도 찍어 먹으려는 게 아니면 식사부터 하시는 게 어떨까요? 건강이 상하는 것보다야 맨드레이크와 캉캉 댄스를 추는 게 낫죠.

HeyGuys

2024년 08월 02일 21:36

@jules_diluti 난 질소만 마셔도 배부른 체질이라... 잠깐, 그 맨드레이크 얘기 혹시 소문났어? (퍼득 고개를 들고 당신을 본다.) 안 되는데, 내 춤 실력이 소문나선... 음, 식사 말이지. 알겠어. (그제야 책을 덮는다.) 쥘이었군. 어때, 방학은 잘 보냈고?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3:32

@HeyGuys 저런, 그렇게 먹다간 있는 키도 빠져요. 잘 됐네요. 저한테 한 5센치만 주시지 그러세요? 방학을 아주 속 편히 보냈는데도 좀처럼 안 크더라구요, 저는. (어깨 으쓱하더니 멈칫하고.) ...가이가 직접 춘 거였어요? 전 맨드레이크를 춤추게 해서 교수님이 소리질렀다는, 와전된 이야기를 들어서...

HeyGuys

2024년 08월 03일 03:48

@jules_diluti 안 돼. 이거 공중 부양 마법으로 떠 있는 거란 말이야.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그는 지금 앉아 있다.) 그 용도로 개조한 신발 깔창이라면 빌려줄 수 있지. 비결은... 로스트 비프야. (자기가 포크로 다 헤집어놓은 로스트비프 접시를 당신에게 밀어준다.) ...묵비권을 행사하겠어. (그리고 시선을 피한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3:22

@HeyGuys 그러면 한 3센치 정도만 키울 수 있는 깔창으로 부탁드려요. 혹시 이거 저 먹으라고 주시는 건가요? 예술 작품인 줄 알았네요. "고기의 해체를 통해 날 것의 죽음을 표현하다"... 뭐 그런 거요. (포크로 헤집어진 로스트 비프 접시를 내려다보다가.) 그래서, 그래서. 무슨 책을 보고 계셨던 거예요? 교과서 치고는 작아 보이던데.

HeyGuys

2024년 08월 03일 23:18

@jules_diluti 내 일반 마법 자유 과제를 그걸로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 문장 제법 예술가 같았어, 쥘 작가님. 하지만 이건 그냥 소화 잘 하고 많이 먹으라는 내 학기 첫날의 배려야. (친절한 태도로 새 포크까지 가져다준다.) 그냥 시집? 그런 책도 읽어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넌 시도 좋아해?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01:15

@HeyGuys 하지만 제 취향은 아닌 문장이에요. 저는 좀 덜 추상적인 작품을 좋아해서. 우와, 고마워요. (당신이 새 포크를 가져다주자 순순히 고기를 입으로 가져간다. 우물거리다 삼키더니.) 네, 물론이죠! 소네트, 현대시... 다양하게 읽고 있어요. 시라면 대체로 매혹적으로 느껴져서요. 그나저나... (눈을 빛낸다.) 우리 가이가 푹 빠진 시집은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한데요? 하나만 들려주세요.

HeyGuys

2024년 08월 04일 03:56

@jules_diluti 추상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 시가 네게 어떻게 느껴질지 잘 모르겠는 걸. 아마 너도 이미 아는 시일 거야. 명백히, 문학에 대한 관심은 나보다 네가 더 깊으니까... (읽던 페이지를 도로 펼친다. 낭독하기를,) *그리고 나는 그 눈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 모두를—*
*당신을 공식화된 문구로 고정시키는 눈들을,*
*그리고 내가 공식화되고 핀 위에 펼쳐질 때*
*그때 어떻게 내 생애와 습관의*
*모든 꽁초들을 뱉어내기 시작하겠는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마음먹어 보겠는가?* (T.S.엘리엇, J.알프레드 프루프의 연가)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7:53

@HeyGuys (음식을 씹으며 당신이 낭독하는 시에 귀를 기울인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더니 음식을 삼키고 냅킨을 집어들어 입을 닦는다. 샛노란 눈은 꽤나 진중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상대를 수집된 곤충처럼 핀 위로 펼쳐보이는 대신, 있는 그대로 자리에 두는 시선.) 들어본 것도 같네요. 어디 보자... (과일 바구니에서 복숭아 하나를 집어든다. 향기롭고 털이 보송한 과실을 만지작거리다 당신에게 툭 던진다.) 당신은 삶의 모든 즐거움 앞에서도 권태를 느끼나요?

HeyGuys

2024년 08월 05일 03:42

@jules_diluti (턱. 숙련된 손놀림으로 그걸 받아 쳐내려다가, 순간 위로 띄워올려 도로 손에 쥔다. 블러저용 몽둥이를 쥔 것마냥 과일을 가만 들여다본다.) 일상의 작은 즐거움에서 삶을 지속할 이유를 찾는 사람이 있을 거야. 반면 거대한 신념에 투신하는 것이 자기 삶의 목표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에게 권태는 먼 이야기고, 그들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 있어. 바쁘단 말이야, 즐거움을 빛바래도록 놔 두기엔. (결국 당신의 말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아니... 맞나?)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12:18

@HeyGuys 신념에 투신하거나 바쁜 상태로도 권태로울 수 있어요. (그의 시선이 몇몇 동급생들의 얼굴 위를 차례차례 옮겨가다가 마지막으로 당신의 얼굴에 머무른다.) 매 순간이 작은 즐거움으로 차있어도 권태에 짓눌릴 수 있고요. 이브는 권태로워서 선악과를 먹었을 거예요. (바구니로부터 본인 몫의 사과를 집어든다. 새빨간 표면을 이리저리 살핀다.) 조심해야겠네요, 가이. 맨드레이크와 캉캉 댄스라도 추지 않으면 충동적으로 과일을 입에 댈지도 몰라요. 지루함과 지겨움은 사람을 미치게 하니까.

HeyGuys

2024년 08월 06일 02:22

특정 집단을 향한 편견

@jules_diluti (복숭아를 껍질째로 베어문다. 입안이 까끌거리고, 과즙은 어울리지 않게 달다.)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인 비유네. 넌 마법사 집안 애면서 성경 이야기 같은 걸 다 알고. (농담을 한 마디 끼워넣은 뒤, 말을 잇는다.) 어떻게 삶을 지루해할 수 있겠어? 포탄과 폭죽, 만찬과 저주가 오가는 이런 때에? 이브에게는 풀 한 포기조차 자신만을 위해 조성된 낙원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단 말야. 투쟁은 피로할지언정 권태로울 수 없어. 그걸 지겨워하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나는 거야. 그들은 그걸 알고 있지. 그래서... (말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잠깐의 간격. 문장이 바뀌어 있다.) 넌 조심해야 하는 상태야?

jules_diluti

2024년 08월 06일 12:10

@HeyGuys 나름 성경도 읽었답니다? 5학년 때인가, 하라는 표준 마법사 시험 공부는 안 하고 머글 세계의 베스트셀러란 베스트셀러는 전부 섭렵했지요. (자랑스럽게 말하더니 사과를 한 입 베어문다.) 어떤 자극도 오래 지속되면 질려요. 권태는 낙원에도 찾아오지만 지옥의 밑바닥에도 깃들죠. 머리 위로 살인 저주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 어둠의 표식이 떠있어도 두려움조차 못 느낄만큼 모든 게 지겹다고 느낄 수 있단 얘기예요. 피로와 권태는 맞닿아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의 말도 맞아요. 권태가 찾아오는 순간이 모든 게 끝장나는 순간이겠죠. (뜸을 들이더니.) 전 괜찮아요.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거든요.

HeyGuys

2024년 08월 08일 00:40

@jules_diluti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말로 걱정하는 게, 단지 말뿐일 거란 생각은 안 드네. 네 주변이든, 누구든. 권태로움에 미쳐가는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해줘. 전쟁의 잔혹함에 무뎌지고 있다면, 반대로 일상의 다정함에서 새로운 감정을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복숭아 심을 주문으로 소멸시킨다.) 자...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여기로 흘러온 거지? 좋아하는 시 구절? 아깐 내 이야기를 했으니까, 이번엔 네가 들려줘. 좋아하는 시 없어, 린드버그 작가님?

jules_diluti

2024년 08월 08일 10:39

@HeyGuys 그렇죠. 시대의 문제 앞에서 사랑 속으로 숨으면 안 되지만, 사랑의 문제 앞에서 시대 속으로 숨어도 안 되는 거예요. 가이는 아직 다정의 미학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당신의 말에 눈을 감고, 음- 짤막한 소리를 흘린다.)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시인이 쓴 시예요.

"나의 탄생을 주관한 / 천사가 말했다. / '기쁨과 웃음으로 만들어진 / 작은 존재여 / 가서 사랑하라, / 지상에 있는 /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HeyGuys

2024년 08월 10일 14:11

@jules_diluti 글쎄다... (부스스 웃는다. 곧 말을 멈추고 당신의 낭독에 귀기울인다.) 네가 좋아할 만한 시네.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감상은 짤막하다. 그는 자신이 느낀 바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네가 추구하는 작품성과도 맞닿아 있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10일 21:30

@HeyGuys 이 시인의 삶도 녹록치 않았거든요. 동생을 먼저 폐결핵으로 떠나보내기도 했죠. 사람들은 그를 몽상가와 미치광이 취급했지만, 그는 한 송이 들꽃 속에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찾길 그치지 않았어요. 그래서 좋아하는 시예요. (웃고는.) 전 그 정도로 고생하고 싶진 않지만... 네, 추구하는 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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