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Guys (어떤 빨간머리와 대화하고 있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가이? 뭐 읽으세요? (의도적으로 가벼운 투.)
@callme_esmail 어... 시집? (당신이 말을 걸자 페이지에 손가락을 걸고 덮는다.) 안 어울린다고 말하진 말고. 나도 절절히 느끼고 있으니까...
@HeyGuys ...아뇨? 오히려 당신 느낌의... 사람들이 시집 많이 읽지 않나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누구 시집을 읽길래 덮기까지 하시는 거에요? 사포나 랭보라도 읽으시나? (다른 방향으로 흥미로워졌다... 기웃기웃.) 아무한테도 안 말할게요.
@callme_esmail 글쎄... (어깨를 으쓱한다.) 나 같은 사람들이라면, 스포츠 귀신이나 락스타들? 어떤 의미에선 노래 가사도 시긴 하지. (농담을 던지며 표지를 슥 들어 보여준다.) 꽁꽁 숨길 것까진 없고. 엘리엇 시집이야. 난 랭보는 취향이 아니던데... 읽어봤나 봐?
@HeyGuys (긴 머리니 강렬한 눈빛이나... 다시 생각하니 전반적으로 문학의 독자보다는 주연 같기도 한가? 잠깐 봤다가) 네, 비슷해요... 엘리엇은, T. S. 엘리엇 말씀이시죠? 옛날에 영어 시간에 들었는데,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그 사람. (고개 절레) 랭보는 저도 이름만 들어봤어요.
@callme_esmail 맞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다음 구절을 이어 암송한다. 이미 여러 번 읽어 외운 듯한 말투다.) 가끔은 감성이 좀 필요할 때가 있단 말이지... 그렇지만 랭보는, 뭐랄까, 감정이 지나쳐. 내가 읽기엔 그랬다는 뜻이야. 너는 다를지도 모르지. (...) 읽어볼래?
@HeyGuys 오... (감탄하고) 황무지는 "감성"같은 단어로 표현하기엔 좀, 어두웠던 것 같지만요. 랭보요? (선선히 고개 끄덕) 그런데 갖고 계세요? 아니라면 머글 도서관에나 있을 텐데.
@callme_esmail (짐짓 무심한 동작으로 손을 턴다. 자기 감상에 대해서는 이제 입을 딱 다물었다.) 갖고 있어. 기숙사에, 내 트렁크 안... 근데 짐을 아직 안 풀어서, 꺼내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언제 가져다주면 돼?
@HeyGuys (곧바로 아랫입술 내민다.) 암송만 하고, 포크스 씨의 감상은 없나요? 같이 머글 문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학교에 아주 많지는 않다고요. 싫으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글쎄요, 언제든? 아니면 그냥 같이 가서 책 먼저 꺼내고, 나머지 짐을 정리하시는 동안 제가 실시간으로 감상을 들려드릴 수도 있고요. (당신이 그를 자의로 방에 들여보낼 거라고 가정하는 데부터가 뻔뻔한 가정이다...)
@callme_esmail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미적거린다. 그리고 그 기색을 들키고 싶지 않은 듯 빠르게 다음 말을 잇는다.) 독서 감상 같은 걸 구체적으로 말해 본 일이 별로 없어서. 내 이야기는 볼품없을걸. 네 감상이나 들어보자. 그럼 식사 끝내고, 지금 바로 올라갈래? 그리핀도르 기숙사에서 간이 낭독회가 열리겠군. (그리고 그도 이 가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HeyGuys 원래 뭐든 할수록 실력이 느는 거라고요... 앗, 정말요? (긍정적인 쪽으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당신의 침대에 앉아 있다. ?) (주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리핀도르 7학년 남자 기숙사 방의 내부를 구경한다. 어쩐지 래번클로 쪽과는 또 다른 분위기일 것 같은데.) ...방이... 멋지네요.
@callme_esmail (붉은 휘장이 드리워진 사주침대 네 개. 창가와 책상 위에는 벗어던진 옷가지와 깃펜, 양피지 부스러기 같은 게 굴러다니고, 천장 부근에는 이상야릇한 빛깔의 연기가 희미하게 떠돈다. 가이의 침대 근처에는 도서관 책장 반 개를 짊어지고 온 듯한 책더미가 쌓여 있다. 그가 책의 숲을 헤치며 목적하던 한 권을 찾아낸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멋짐에 넋을 잃은 건 아니지? 자, 네가 찾던 랭보.
@HeyGuys (다른 건 둘째치고, 연기를 향해 코를 치켜들고 섬세하게 살짝 킁킁거린다. 저거 위험한 건 아니겠지...?) ...넋을 좀 잃었을지도요. 정말이지, 마지막으로 온 지 일 년 반 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동안 그리핀도르-스러움이 더 진화했어요... (책을 건네받고는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소리내어 읽는다.) ..."취한 배." 아르튀르 랭보.
"내가 무심한 강을 떠내려갈 때,
사공들에 의한 안내는 점점 희미해져 갔네;
"인디언"들이 요란스레 그들을 목표물로 삼았고,
색색의 말뚝에 벌거벗겨 못박았으니..."
음. 그렇군요. ...제가 예상했던 느낌은 확실히 아니네요.
@callme_esmail 뭘 예상했는데? (휘장을 펄럭거려 천장 위의 연기를 지운다. 대신 방학 동안 쌓인 먼지가 작은 구름처럼 일었다.) 콜록, 큼. 더 읽어봐, 갈수록 심해진다니까. (책을 보지 않고 뒤쪽의 구절을 읊는다.) *난 알고 있었지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 난 알고 있었지, 저녁녘, 붉게 달아오른 여명 그리고 비둘기떼들, 또 난 가끔 보았어,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HeyGuys ...모르겠어요. 프랑스나 랭보에 대해 아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특히 후자에 대해서는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 말고는 요절했다는 거나, 엄청나게 연상의 동료 시인과 사귀었다는 거나, 동성애자여서 탄압받았다는 것 정도? (뺨 긁적.) 한 사람에 대해 알기에는 좀 애매한 정보들뿐이지만... (...당신이 암송하는 것 듣고는 목소리 좋네요, 감상평이나 먼저 말했다.) 그런데 줄줄 외우시는데, 꽤 마음에 드신 것 아니에요?
@callme_esmail 나도 그를 잘 알고서 책을 읽은 건 아니야. 어떨 때는 배경 지식 없이 글을 글 자체로 받아들이는 게, 감상의 순수함을 지킬 때도 있으니까? (여전히 책더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반쯤은 건성으로 대답한다. 말의 핀트가 한 끗 어긋나 있다.) 마음에 들었다기보단... 뭐 이런 게 있나 싶어서... 좀 집중해서 읽었거든. 너도 할 일이라고는 스크램블 에그 만들기랑 책 읽기뿐인 방학을 보내 봐, 금방 나처럼 될걸. (책의 탑 안쪽에서 노란 머리통이 쑥 튀어나온다.) 뭐 더 읽고 싶은 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