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8월 02일 21:56

→ View in Timeline

Kyleclark739

2024년 08월 02일 21:56

방학 때 계곡에 다녀왔는데, 물이 시커먼 색이었다. 죽음을 먹는 자가 들어가면 익사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어. 갈래? (방학 때 어딜 다녀왔어? 후배들에게 대충 거짓말을 하고 돌려보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2일 22:31

@Kyleclark739 이런, 카일! "그 단어"를 얘기하면 안 된다니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을 먹는 자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아요. 지독한 유머 감각은 여전하시네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3일 00:08

@jules_diluti 죽음을, 네 글이 보고 싶어. 먹는 자.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00:30

@Kyleclark739 심통꾸러기. (가볍게 대꾸한다. 그러나 기분이 상한 기색은 아니다. 당신 건너편에 앉더니.) 아직 미완성이에요. 클라이막스를 위해선 로맨스가 필요한데, 그 부분이 어렵더라고요. 카일은 요즘 만나는 사람 없어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3일 10:39

@jules_diluti 땅속에 있다. 책 펴. (그의 원고로 보이는 것을 뚫어지게 보았다.) 네 원고도 좋고 시중의 책도 좋고. 항쟁을 다룬 책, 혹 독재를 향한 사랑을 다룬 책.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3:27

@Kyleclark739 저런, 유감이에요. 그런 농담 재미없는 거 알죠? 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라고요. (당신의 시선으로부터 원고를 슬그머니 감추며 이야기한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아세요? 어디 나오는 말인지.

Kyleclark739

2024년 08월 03일 13:39

고문

@jules_diluti 유감스러우라고 한 거야. (시선은 그가 감춘 원고를 여전히 따라갔다.) 알아, 돼지농장 첫 장면에 나온 말이다. 고문받아 죽은 주인공이 돼지로 환생했을 때 그가 죽기 전 했던 말을 다시 읊어보는 부분. (몰랐으므로 아는 대로 말했다.)

jules_diluti

2024년 08월 03일 14:34

@Kyleclark739 아-니에요. 정말이지, 이 거짓말하는 못된 버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러나 본인 역시 재미있단 기색이다. 몸을 앞으로 슬그머니 기울이고는.) 조지 오웰, '1984'. 재밌으니까 꼭 읽어보세요. 미래의 독재 사회를 상상한 책인데, 당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헬리콥터, 그런 것들로 당원들을 감시하거든요. 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만들어서 불온한 개념들은 지워버려요. 생각 단위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거예요. 어때요? 괜찮은 방법 같나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3일 20:58

@jules_diluti 나는 빅 브라더를 사랑한다. (검지로 그를, 그 너머를 가리켰다.) 빅 브라더도 우리를 사랑한다.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통제를 당한다면, 혹 이미 당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통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자신이 없어. 이미 통제를 당하고 있단 가정 하에 내리는, '통제에 대한 견해'가 그럴듯해봤자 얼마나 그럴듯하겠어? (그는 혼자 미친 것처럼 줄줄 뱉더니 말을 멈췄다.) 뇌 썩는 거 같아. 빨리 작가로서의 네 생각을 말해. 더 괜찮은 생각을.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00:06

@Kyleclark739 언어를 통한 생각의 통제는 혁신적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은 언어를 통해서만 실체를 가지니까요. 예를 들어 "분노"나 "불안감"이라는 단어, 혹은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사전으로부터 삭제한다면, 우리의 후손의 후손은 분노나 불안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예요. 기껏해야 동요하면서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겠죠. 어쩌면 저희도 그런 통제의 산물인지도 모르고요. (당신을 물끄럼 바라본다.) 카일의 심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4일 00:37

@jules_diluti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 때야 있지. 그건 통제 밖에 자리해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 아닌, 감시망을 기껏 벗어났는데 뭔가 막막해서 다시 독재자를 찾는 기분이다. 사실 그간 그냥 역겨운 느낌일 뿐이었는데 네 말을 듣고 확신했어. (그의 말이 다시 미친 사람처럼 길어졌다.) 나는 통제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사람이야. 언어를 의심해본 적이 없거든. 측은함, 분개와 고독, 믿음, 소망, 사랑. (그는 탁자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에 반해 너는 글을 쓰니까, '통제에서 벗어난 정도'까진 아니어도 언어를 의심하고 그것의 붕괴 내지 재구성을 상상할 수 있는... 그들 입장에선 제법 다루기 성가신 일원일 것 같아.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13:08

@Kyleclark739 셰익스피어가- 아, 셰익스피어는 머글 세계에서 유명한 옛날 영국 작가예요- 만들어낸 단어나 표현이 1700개나 된대요. 한 사람이 민족 전체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거예요. 통제를 이룰 수도, 통제를 깨뜨릴 수도 있는 게 언어죠. (당신의 칭찬을 감사히 받겠다는 듯 빙그레 미소짓는다.) 의심하세요, 카일. 당신은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채로운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분개와 고독, 슬픔 외에도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마음의 물결이 존재해요. 그걸 포기하고 다시- 당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재자 밑으로 기어들어갈 셈인가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4일 21:22

@jules_diluti 다채롭나? 독재자가 만든 규칙의 항목이 많다고 해서 그걸 지키는 사람이 자유로워지지는 않아. (그는 다만 비관하고 있지 않았다.) 쥘 린드버그. (그는 아주 긴 문장에 들어서기 전 말을 한 번 가다듬었다. 다만 입밖으로 나온 건 비교적 짧은 문장이었다.) 나는 편안해. 지금 이곳에 빅 브라더가 있다면 사랑할 수 있고 오래 전 썼던 시를 다시 쓸 수도 있을 것도 같아. 네 기분도 말해.

jules_diluti

2024년 08월 04일 23:57

총살의 간략한 언급

@Kyleclark739 윈스턴도 머리를 총알이 관통하는 동안 편안함을 느꼈죠. 빅 브라더를 사랑하면서요. (당신은 모를 소설의 결말부를 뇌까리더니 정신을 차린다.) 저는 편안하지 않아요. 졸업을 앞둔 지금, 저는 무수한 꿈들로 끓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져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인생이 너무나도 기대돼요... ... 카일, 우리의 세계에는 빅 브라더가 존재하지 않아요. 아직은요. 그러니 포기하지 마세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5일 00:45

총살의 간략한 언급

@jules_diluti 빅 브라더는 존재한다. 총알이 내 머리를 관통하는 동안 나는 구태여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를 내던지지 않아도 됨을 깨닫는다. 나는 포기할 수 있어, 내가 내게 주는 탄환 같은 자비야. (카일 클라크는 동료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지 않고 돌아온 스스로를, 어떤 투쟁의 현장에 크게 편승하고 싶지 않은 무료한 몸을 떠올렸다. 편안하고 메스꺼웠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팔꿈치를 한 번 만졌다.) 네 꿈을 이루는 단어들 중 몇 개를 빼앗아보고 싶어졌어. 너는 꿈이 너무 많아서 포기할 수 없는 거다. 포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거고, 꿈이 끓어올라 쉴 수 없는 거야.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02:33

@Kyleclark739 뭘 그렇게 서두르세요? 꿈을 이루고 나면,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꺾이고 나면 어차피 재미없는 어른이 될 텐데. 미래에 대한 갖은 기대로 끓어오르는 건 청춘의 특권인 걸요. 쉴 수 없다는 건 차라리 기뻐요. 포기할 수 없다면 발 닿는 데까지 뛰면 돼요. 글, 대중, 자신. 무엇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자, 카일. (두 팔을 벌리고 당신을 향해 빙긋이 미소짓는다.) 제게서 어떤 걸 가져갈 생각인가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5일 11:53

@jules_diluti 얼마 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지?

jules_diluti

2024년 08월 05일 14:10

@Kyleclark739 (손가락을 말아서 간략한 'O'자 모양을 만든다.) 셋값을 낼 수 있는 동안은요. 하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희망은 고집 센 말이라서 자꾸 주인에게 돌아오려고 하거든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5일 23:14

@jules_diluti 글. 30분만 가져가겠다. 네가 쓴 문장 하나를 줘.

jules_diluti

2024년 08월 06일 00:27

@Kyleclark739 (눈을 깜빡이더니 즉각적으로 흘러나오는 문장.) "나의 아버지는 고리대금업자였다. 사람들은 그를 삭이라고 불렀다."

Kyleclark739

2024년 08월 06일 00:50

@jules_diluti 삭이야? 이름이? (그는 종이에 그 문장을 받아적었다. 그리고 3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계속 써내려갔다. [나의 아버지는 고리대금업자였다, 사람들은 그를 삭이라고 불렀다.] ... [그는 이웃의 이빨 다섯 개를 팔아 이층짜리 집 한 채를 샀다] ... [천둥이 쳤다. 그는 아들과 함께 데이달린 씨를 구했다. 우산을 꽉 쥔 채였다.] ... [첩보요원을 구한 죄목으로 수감된 삭은 아들에게 토스트를 하나 달라고 하였으며] ... [총살이 아닌 질소형을 의뢰하였다.]) 읽어봐. (그는 '글'이라 하기에도 뭐한, 엉망의 무언가를 쥘 린드버그에게 보여주었다.) 30분 동안 어땠어?

jules_diluti

2024년 08월 06일 11:43

@Kyleclark739 음, 나쁘지 않은 걸요. 일단 흥미진진해요. 글 전반에 걸쳐서 긴장감도 유지가 되고요. 이웃의 이빨 다섯 개를 팔았다는 점에서 삭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드러나요. "천둥이 쳤다"로 전체 글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우산을 꽉 쥔 채"라는 구절로 삭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 결말에는 충격이 있군요. 좋아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제가 궁금한 거는요, 카일. 이 글을 통해 당신이 전달하고 싶은 게 있나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6일 22:30

@jules_diluti ('전하고 싶었던 것,') 이빨 다섯 개를 팔 때는 '삭의 본성'이었던 것 같다. 이웃을 구할 때는 '삭의 용기'였던 것 같고, 수감되어 아들을 만났을 때는 '삭의 남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가 질소형을 의뢰했을 때는 '삭의 죽음'이었는데, 지금은 나도 뭘 전하려고 했는지 까먹었어. 나는 분명,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까먹은 거야. 정말 30분만 가지고 있었어. 이야기는 다시 네게 돌아갔고. (쥘 린드버그 너머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네 이야기는 뭐였지? 너도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나?

jules_diluti

2024년 08월 07일 09:41

@Kyleclark739 그러니까, 삭의 다층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거군요? 하기사 인간이니까요. 이웃의 이빨 다섯 개를 뽑을 땐 더없이 사악해 보이는 인간도 누군가를 구할 땐 용기있어 보이기 마련이죠. (곰곰...) 하지만 그보단 이야기 전반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이 더 강렬했어요, 저는. 좋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카일에게 제 문장을 빌려드리길 잘 했네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는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업보와 용서의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고리대금업자 "삭"의 딸. 그리고 삭으로 인해 모든 걸 잃고 죽은 사람의 아들. 회개한 삭이 용서를 빌러 찾아가자 죽은 이의 아들은 그를 죽이고,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8일 16:41

@jules_diluti 삭의 죽음이 두 개가 됐어. (그는 삭의 딸과 죽은 삭, 그리고 그를 죽인 분노한 누군가의 아들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죽자 삭의 딸은 어떤 반응을 보였지? 슬프지만 업보니까 받아들였나? 혹은... 분노해서 복수에 다시 복수를 끼얹으러 갔다든가. (잠시 침묵.) 하지만 네 입으로 업보와 용서의 이야기랬잖아. 혹시 삭의 딸은 아버지의 업보를 대신 받게 돼?

jules_diluti

2024년 08월 08일 18:53

@Kyleclark739 글쎄요, 그건 스포일러지만. 제가 그 딸이었다면 겁부터 났을 것 같아요.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그 아버지의 돈을 먹고 자란 절 죽이지 않으리란 확신이 없잖아요. 살인자에게 증오를 느끼더라도 두려움 때문에 갈등하고 주저하게 되겠죠. 복수를요. 그 지난한 괴로움이 일종의 업보라고 생각해요. (당신을 바라본다.) 카일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8일 20:54

@jules_diluti (잠시 생각했다.) 내 글은 아주 상관 없는 이야기들을 붙여놓고 '마치 그런 것이 인생이다'라며 핑계를 댄 느낌이라면 네 글은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쓴 느낌이야. 서로 상관 없는 이야기들을 붙여놓으려면 뻔뻔하기만 하면 되지만, 상관 있는 이야기들을 붙여놓으려면... 똑똑해야 하나봐. (잠시 침묵.) 크게 없어. 너는, 저기서 딸에 가까워, 아들에 가까워?

jules_diluti

2024년 08월 09일 00:55

@Kyleclark739 명백히 딸이죠. 저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카일. 그런 위치에 가까워 본 적도 없고요. 평생을 부유함과 혜택 속에서 살아왔어요. 어쩌면 그 업보가 절 따라잡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요. 그래도, 음. (미소를 짓는다.) 제가 이 이야기를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맺는 건, 사람들이 제게 관대함을 베풀어주기를 바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Kyleclark739

2024년 08월 09일 02:23

@jules_diluti (그는 웃었다.) 너 객관화 잘 되는구나. 작가는 독자들 머리 위에서 뒤흔드는 역할이라 그런가. 네가 있는 자리 위의 발코니가 있다면, 거기까지 올라선 사람 같아. 다만... (뜸) 업보를 받는 순간 그것이 업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더 괴롭지 않겠어? 관대함이 오면 즐기고 업보가 오면 그 단어를 지운 채, 원망만 하면 될 것을.

jules_diluti

2024년 08월 09일 11:05

@Kyleclark739 배우에겐 배우의 역할이, 극작가에겐 극작가의 역할이 있는 셈이죠. 물론 인생은 가련한 그림자고, 자기가 맡은 시간만은 뽐내듯이 무대 위에서 뽐내지만 막이 내리면 잊혀지는 배우라고들 하지만*... ... 모든 인생이 연극이라고 해도 배역을 깨닫고는 있어야 해요. 카일도 자기 배역이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눈을 깜빡이다 어깨를 으쓱한다.) 원망하는 거로 삶이 끝난다면 초라한 패배자 같잖아요. 그런 건 사절이네요.

* "맥베스", 셰익스피어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