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어머니 편지? (쥘의 위로 그림자가 진다. 편지를 빤히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든다.) 안녕.
@jules_diluti 린드버그 씨는 아직 걱정이 많으신가 보네.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너도 이제 성인인데 말이지. 하긴 부모님들이란 다 그런가.
@jules_diluti 아, 아직 생일이 안 지났구나. 그래도 곧이네. 독립할 생각이야? (푸딩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3년 째 얼굴을 못 보고 있다면 아무래도 그렇겠지. (태연하게 말했지민 약간의 자조가 섞여 있다.)
@jules_diluti 글쎄... (확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몰라. 내가 어떻게 지내는 지 알면 좋아하진 않을 거라. 내 이기심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네. (몸을 기울여 등받이에 완전히 기댔다.) 넌 졸업하면 어쩔 생각이야?
@jules_diluti 그래, 잘 되면 좋겠다. 응원할게. (당신이 너무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지나가듯 생각했지만... 동시에 제가 간섭할 바는 아니라고 여긴다. 격려의 진실됨은 무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가족 입장에서 난 거의 가출한 셈인 걸. 게다가 머글 세계로 따지면 귀족쯤 되는 애들이랑 어울리고 있잖아. 기겁을 하겠지. (부러 농담조에 가깝게 말한다.)
@jules_diluti ...내가 여기 오지 않았으면 다녔을 학교에는 ‘너희’ 기준으로 불량 청소년이라 불릴 만한 녀석들이 수두룩했어. 철자가 이상한 이름에, 입은 거칠고,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 수업은 예사롭게 빠지는 애들. 어차피 대부분은 아버지를 따라 탄광으로 가게 될 거니까, 더 수준 높은 학문은 쓸모가 없었지. 그건 이상한 게 아니였고 누군가는 그걸 자랑스러워 해. ’너희‘가 자랑스러워하는 걸 누군가는 부끄러워하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드물게 길어진 말에 묘하게 날이 서 있다. 더 이상 그 집단에 속해 있다고 말하기 민망한 상황에서도 그의 일부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방금 말한 전부를 벗어나겠다며 여기에 왔는데... 이런 면에서 그는 여즉 딜레탕트다.)
@Edith (입을 열었다 다물더니 낭패스러운 기색이 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죄송해요, 이디스. 몰랐어요.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면에서 세상엔 제가 알지 못하는 타인이 너무나 많네요. 살아온 세계의 한계일까... ... '귀족들'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편협하고 자기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은 황폐하죠. 저는 그저, 부모님께서 이디스를 걱정하실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잠시 뜸을 들인다.)
...그러면 이디스도 부끄러워요?
@jules_diluti ...아니야, 내가 예민했어. (어색하게 머리칼을 매만졌다. 민망하거나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혼란스러웠다.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맞는지, 꼭 한쪽을 버려야만 하는지, 그게 가능하기는 한지...)
...어느 쪽이? (굳이 되묻는 이유는 회피하고 싶어서에 가까울 것이다.)
@jules_diluti ...허. (날숨과 함께 웃음이 비져나왔다. 그러고는 한동안-아니, 잠깐이었던가?- 잠잠했다.)
(비슷한 질문을 제 입으로 했던 적이 있다. 내가 한심해 보이느냐고. 그나마 비슷한 조건의 상대에게 인정받아 합리화해보려 했던 것 같은데 잘 안 됐다. 여전히 그는 ‘너희’가 되지 못한다.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꽤 오래 괴로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히려 머릿속을 차분하게 했다.) 그래, 어쩌면. (당신의 시선을 마주한다.) 보아하니 평생 벗어나지 못 할지도 모르겠다. (언제 흔들렸냐는 듯 너무나 태연하게. 그건 문제가 안 된다는 듯이...)
@Edith (그 순간 그는 당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뭍과 바다의 경계, 아주 위태롭고 발밑으로 모래가 쓸려나가는 곳. 그래서 뭍 위에 남으려면 다리에 힘을 주고 많은 것들을 등져야 하는 장소에. 그리고 자신은 그것에 대해 어떤 말도 얹을 자격이 없다고. 그래서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이디스가 저를 친구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한테 이디스는 친구니까요. 선택은 당신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너무 괴롭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시 뜸을 들였다가 시선을 마주한다.) 이디스를 괴롭게 하는 기억을 잊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jules_diluti 섭섭하네. 당연히 너는 내 친구지. (낮게 웃었다.)
오블리비아테라도 쓸까? (부러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그렇게 아름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순과 추함과 번민에서 벗어나기를 포기하는 것. 괴롭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편하게, 안전하게 살자고 선택하는 것.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 그래도 아직 그렇게까지 비겁해지고 싶진 않네. 잊는다 한들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문득 당신에게 묻는다.) 너는 그런 기억이 있어? 괴로워서 잊고 싶은 것.
@Edith 음... ...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다. 침묵은 예상보다 길어지고.)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돌이켜 보니 괴로운 기억은 있지만 잊고 싶은 건 크게 없네요. 결국 그것들조차 지금의 절 이룬 거니까요. 예를 들면 지금은 이디스에게 발음 운운하며 평가한 게 무례했단 걸 알아요. ("미안해요," 덧붙이고는 자신의 뺨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린다.) 하지만 민망하다는 이유로 그걸 잊었다간 다시 섬세하지 못한 인간으로 돌아가버리지 않겠어요? 부모님께 혼났던 일도, 결국 그것 때문에 독립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거라 잊고 싶진 않아요.
@jules_diluti 나도 비슷해. 그냥... 가능하면 도망치고 싶진 않네. (‘이미 너무 많이 도망쳤으니까.’) ...넌 좋은 사람이 될 거야, 쥘. (무심하게 뱉은 말은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