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같은 복도에 서서 연습하는 후배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내다본다. 조금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당신 쪽 한 번 슬쩍 쳐다보았다 시선 거둔다.)
@2VERGREEN_ (그의 표정은 어둡다. 마치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혹은 가졌다가 놓쳐버린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당신이 시선을 돌리기 전 찰나, 눈이 서로를 마주한다.) 이게 누구야, 연회장에서 벌인 화려한 불쇼의 주인공이잖아? (일부러 더 크게 빈정댄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더 태워야할 게 남지 않으셨나?
@Julia_Reinecke 퀴디치 연습하는 거 구경하지. 7학년이나 되어서 후배들의 출전 기회를 빼앗기보다는, 올해는 좀 양보하려고. (복도에 난 창에 기댄 채로 다시 당신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그 빈정거림은 전혀 닿지 않는다는 듯이.) 네가 생각해도 화려했지? 강렬한 인상을 준 것 같아서 뿌듯하네. (그렇다고 자신 또한 빈정거리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2VERGREEN_ 재미있는 ‘볼거리’였지. (가볍게 당신이 한 일을 폄훼한다. 마치 당신이 서커스를 한 짐승이라도 된다는 듯이.) 꽃이라도 던져줄 걸 그랬나? 네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던져줄 수 있어. (지팡이를 까닥거린다. 금방이라도 주문을 쏠 것처럼.)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말이야, 마치. 왜 그렇게 까불어? 무슨 자신감으로?
@Julia_Reinecke 오, 아니. 사양할게. 꽃이 아니라 불꽃을 던져줄 생각인 건 아니지? (아무렇지 않은 듯 느리게 웃으며 대꾸하지만, 당신이 하는 양을 가만히 바라보다 슬쩍 제 손을 뒤로 돌려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지팡이를 잡는다.) 이걸 가지고 까분다고 말하기 부끄럽지 않아? 브라이언트나 칼리노프스키 같은 애들을 봐. 걔네에 비하면 나는... 얌전하지. (손에 더욱 힘을 주고 고쳐잡는다. 당장이라도 필요하다면 쓸 수 있도록.) 아니면... 내가 이렇게 구는 데에서 위협감을 느끼기라도 하나 봐, 라이네케.
@2VERGREEN_ 내가, 네게 위협감을 느낀다고?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푸핫, 웃음을 터뜨린다.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으며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한다.) 아, 미안. 미안. 너무 웃겨서 그만. (한 걸음, 당신에게 다가간다.) 친애하는 마치, 난 정말로 궁금한 거야. 브라이언트나 칼리노프스키가 해대는 헛짓거리야, 그들의 멍청함과 만용에 불과하겠지만, 너는 그보단 똑똑하잖아. 아니면 그것도 내 착각이었나?
@Julia_Reinecke 응. 적어도 내가 하는 짓들이 너한테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는 거잖아? 정말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으면 나한테 왜 까부는 것이냐고 묻지도 않았겠지. 아니야? (그 걸음에도 뒷걸음질치지 않는다. 오로지 하는 것은,) 착각이야.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똑한 적이 없었고, ... 영리하게 구는 게 너처럼 되는 거라면 멍청한 채로 살려고. (조소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것뿐이다.)
@2VERGREEN_ 있잖아, 마치. 벌레가 꿈틀대서 거슬려하는 게, 그 벌레가 위협적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냥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행동이 짜증나는 걸까? (가만히 당신을 내려다보고.) 아무래도 내가 널 너무 좋게 봐주긴 한 모양이네. (그것은 일말의 남은 미련이었을까?) 어쩔 수 없지.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조금은 덜 멍청하길 바랐는데 말이야. 전쟁 중이잖아? 누가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하지 않겠어, 계속 그러는 거?
@Julia_Reinecke 글쎄, 어느 쪽이든... 벌레 한 마리 못 참아서 네가 친히 이렇게까지 굴어주다니, 옛 친구로서 정말 눈물나게 고마울 뿐이야. (그것이 미련이든, 미련이 아니든 더 이상은 상관이 없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눈앞의 이 순간이고.) 알아.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너같은 사람한테 죽을 운명이라면 조금이라도 발버둥치다 죽어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 뭐라도 바뀔 지도 모르지.
@2VERGREEN_ 뭐라도 바뀔지도 모른다, 라. (잠시 무언가를 곰곰 생각하는 듯 지팡이로 제 손을 톡톡 두드리더니, 기습적으로 주문을 날린다.) 디펄소.
@Julia_Reinecke (급히 쥐고 있던 지팡이를 꺼내들고 막으려고 해보지만,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당신이 바란 대로 밀려나지는 않았지만 큰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진다.) ... 젠장, 이렇게 폭력적일 필요 있어? (중얼거리고는 곧장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서는 지팡이를 겨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싸우자는 뜻이 아니잖아!
@2VERGREEN_ 프로테고. (방어 마법으로 한 번 당신의 공격을 막고는, 이어서 공격을 시도한다.) 아니었어? 그럼 뭘 하고 싶었는데, 마치? 눈물 겨운 포옹? 화해? (역겹다는 표정이다.) 로코모토르 모르티스. (’다리 묶기 주문‘과 함께 ’쏘기 주문‘을 동시에 날리고.)
@Julia_Reinecke 대화. 너 진짜 유치해보이는 거 알아? (익숙한 듯이 주문을 막아내고는 숨을 고른다. 입을 몇 번 달싹인다. 눈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가득하고,) 처음 마법을 배워서 신나 주문을 써대는 어린아이처럼 굴지 말고. 에버르테 스타툼! (그러면서도 지팡이를 고쳐 잡고 다시 주문을 날린다.)
@2VERGREEN_ (몸을 움직여 주문을 피한다. 빗맞은 주문이 복도에 서 있던 갑옷상을 쓰러뜨리자, 거친 쾅 소리가 난다.) 그게 대화를 하려는 태도였어, 마치? 나는 또, 싸우고 싶어 안달난 줄 알았지. 스튜페파이. (붉은 광선이 당신을 향해 쏘아지고.)
@Julia_Reinecke (아, 젠장. 망설여서는 안 됐는데. 번쩍이는 빛을 보자마자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막아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공격을 회피하기보다는 충격에 대비하려는 것에 가까웠다.) ... 싸우고 싶어서 안달난 건 네 쪽이 아니고? 하하, ... 고작 나같은 것 때문에 이렇게 반응할 정도로 나약한 줄은 몰랐는데. (나동그라지며 벽에 강하게 부딪힌다.)
@2VERGREEN_ (당신이 벽에 강하게 부딪히면,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가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두른다.) 인카서러스. (밧줄이 나타나 당신의 몸을 칭칭 감으려 달려든다.) 입 조심해. 힐데가르트 마치. 너는 '잡종'이잖아. 무슨 짓을 당해도 아무도 널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것이 과연 당신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네 혓바닥을, 어디까지 놀릴 수 있을 것 같아?
@Julia_Reinecke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젠장, 진짜 최악이네... (간신히 밧줄에 완전히 감겨버리기 전에 몸을 굴려 피하며, 반동으로 몸을 일으킨다.) 임페디멘타! (당신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야...) 라이네케, 그렇게 굴면 다른 애들이 너를 강하고 지고한 순수혈통으로 봐줄 것 같아? 잡종들을 다 잡아죽여도 그런 날은 안 올 거야.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할 만큼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2VERGREEN_ 프로테고. (날아오는 주문을 방어 마법으로 쳐낸다. 주문과 주문이 부딪치며 불꽃이 튄다. 튕겨낸 주문이 벽에 맞아 산산히 부서지고.) 플라그란테! (다시금 지팡이로 '화상 저주'를 날린다. 그러고는,) 상관 없어! (거의 주문과 동시에, 크게 외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껄이지 마. 내가 순수하지 않더라도, 지고하지 않더라도 (지난 방학을 떠올린다. 계속해서 구르고, 구르고. 주문으로 얻어맞고. 마치 그것이 통과 의례라도 된다는 듯. 무시당하고, 조소 속에 놓이고. 그럼에도 그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그래서 어떤 취급을 받더라도,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마구잡이로 지팡이를 휘두른다. 말 그대로 주문을 당신에게 난사한다.) 너희 편에 서는 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아!
@2VERGREEN_ 왜인지 알아? (공포의 존재가 되고 싶다. 다른 이들을 두렵게 하고 싶다. 약한 것은 싫다. 누군가를 떠안는 것도 싫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도 싫다.) 너희가 (사랑도, 평화도, 보호도, 돌봄도, 당신들이 자랑스레 외치고 실천하려 드는 그 모든 가치가―) 역겨우니까!
@Julia_Reinecke 프로테고! (온 힘을 다해서 맞선다. 주문과 주문이 맞부딪혀 불길한 소리를 내고, 지팡이를 있는 힘껏 잡은 손이 떨려올지라도.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을 때까지 저항한다.) 넌 네가 달라진 것 같지? 아니야, 넌 똑같아! 1학년 때의 '그 날'에서 하나도 자라지 못했어. 비겁하고, 약해빠졌어! (단말마처럼 무언가를 외친 그 순간 깨닫는다. 아, 이건 내 능력으로 막을 수 없어. '아프다, 아플 거야. 분명 그때처럼―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순간적인 판단으로 최대한 몸을 뒤로 빼며 눈을 질끈 감는다. 버텨야 한다.) ... 겁쟁이. 그 편에 서는 것이 훨씬 낫다고? 아니, 착각하지 마... 넌 선택한 게 아니야. 넌... 우리 편에 설 수 없을 만큼 나약한 거야. (작은 소리를 내며 지팡이가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화인이 선득하게 남은 어깨를 감싸며 이를 악물며 더듬더듬 말을 잇는다.)
@Julia_Reinecke ... ... 라이네케, 너보다 차라리 네 자랑스러운 '머글' 아버지께서 훨씬 더 강하겠다... (지금이라도 피해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 머리로는 인지하면서도 스스로조차 이 순간에도 말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잇새로 새어나오는 앓는 소리를 끝끝내 참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2VERGREEN_ (당신의 지팡이를 발로 걷어차 당신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 제 지팡이를 당신에게 똑바로 겨눈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 크게 오르내리는 가슴에는 조금 전 내질렀던 비명이 담겨 있다.) 그 인간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그 약해 빠진 인간이. 너무도 약한 나머지 홀로 서기는커녕 자꾸만 주변 사람들까지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인간이, 강하다고.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두른다.) 플라그란테. (당신이 피하면 또 다시, 그것마저 피하면 또 다시, 당신이 맞으면 또 다시, 고통스러워서 뒹굴면 또 다시. 계속해서―) 어디 한 번 계속 지껄여 봐. 힐데가르트 마치. 더 이야기 해 보라고. 내가 약해? 내가 달라지지 않았어? 내가 겁쟁이야? (당신이 한 말을 조롱하듯 따라한다.)
@2VERGREEN_ 너희 편에 서지 않는게 어째서 나약하다는 거야. 나약해빠진 인간들과 함께하는 건 너희잖아. 안 그래? 그게 너희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잖아? 쳐내야 할 버러지들마저 안고 가는 거. 그래서 모두를 수렁에 빠뜨려버리는 거. 그거야말로 너희 장기잖아. (언어에는 점차 증오가 스며든다. 마지막 문장쯤 가면 거의 이를 갈고 있다.) 아니야?
@Julia_Reinecke (어떻게든 피해내면 또 다시, 지치지도 않나 싶으면 또 다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면 또 다시, 끝나지 않을 듯이 계속해서― 격통 속에 그러쥐었던 손바닥에는 제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흐르고, 비명을 질러댄 목은 완전히 실음해버린 지경이었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것도.) ... 부족해? 몇 번이고, ... 몇 번이고... 이야기해줄게.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이 세상이 흐려진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해버리는 게 조금이나마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밭은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제자리를 잃은 목소리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 나약해. 넌... 겁쟁이야. ... 맞아,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당신의 팔을 붙잡는다. 하이얀 셔츠의 자락에 피가 번진다. '어떻게든 너에게 내 흔적을 남길 거야, 줄리아.')
@Julia_Reinecke ('언젠가 내가 너에게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처럼.') ― 내 삶을 다해서... 지켜낼 거야. 넌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넌 실패할 거야, 반드시. (천천히, 더듬더듬.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 네 근원도... 이곳에 있어. 율리안 라이네케와 넌 다르지 않아... 넌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 사실에서는 벗어나지 못해. (이제는 정확히 작열감의 근원을 찾지도 못하는 주제에. 온 힘을 다해 당신의 팔을 강하게 붙들고, 다른 팔을 들어 당신의 목을 감싸 제 앞에 지근거리까지 끌어당긴다. 그리고는 아주 해사하게 웃어보인다.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Julia, Meine liebe Tochter..." ... 안 그래? ("율리아, 사랑하는 우리 딸..." 가능성에 거는 것이다. 어느 날 당신이 들었던 말이거나, 아님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거라고.)
@Julia_Reinecke (너와 나는 다르지 않아. 그러나, 동시에 아주 다르지.)
https://posty.pe/8fdb41
@2VERGREEN_ (숨을 몰아쉰다. 거친 호흡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타고 입으로 뱉어진다. 심장이 세차게 뛴다. 소리 지른 몸은 덜덜 떨린다. 그는 생각한다. 이것은 분노다. 이것은 증오다. 이것은 결코 불안이 아니다. 두려움이 아니다. *나약함*이 아니다.)
...... (그러나 어째서일까. 가슴이 답답하다. 저주를 맞고 바닥에 나뒹군 것은 너인데, 고통을 받은 것은 너인데, 그러므로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지르고 괴로움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된 것은 너인데…… 그러므로 나는, 후련해야 마땅한데, 즐거워야 마땅한데, 잔인할 정도로 기뻐야 마땅한데.
왜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 걸까?)
@2VERGREEN_ 그럼 그것들도 전부 죽여버리면 되겠네. (이를 으득 간다, 지팡이를 쥔 손은 힘을 지나치게 준 나머지 힘줄이 솟는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서, 전부 죽여 없애버릴 거야. 그래서 더는 그 누구도 내 앞에 나타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그 누구도 그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증명하지 못하도록.)
(목소리에 스며든 증오가 차갑다. 그것은 말하기보다 토해내는 것에 가까웠다. 눈에 눈물이 맺힌다. 헤이즐색 시선이 당신을 똑바로 향한다. )
@2VERGREEN_ 그렇게, 만들 거야. (한 방울, 결국 눈물이 떨어진다.)
@Julia_Reinecke (서늘한 목소리를 듣고만 있는다. 그것은 불안이다. 그것은 두려움이며, 또한 나약함이다. 흐려진 시야에는 당신의 분노가 보이지 않고, 울리는 귓가에는 당신의 증오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순간 기쁘다, 당신이 후련해하지도, 기뻐하지도 않아서.)
(입을 달싹여보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말할 것도, 토해낼 것도 없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가 아니더라도, 어떤 순간이 올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아 더 이상 수렁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 그 순간을, 죄와 무고를 동시에 증명할 그 순간을 단단히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죽지 않으매, 영원히 살아 당신에게 상흔을 남긴 저주처럼 날아가 결국 닿을 것이다.)
@Julia_Reinecke
(일곱 해가 지났다. 나는 함께 보낸 시간 동안 희망을 깨달았고, 당신은 홀로 보낸 시간 동안 증오를 깨달았다. 그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아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낯선 세계에 발을 들였던 첫날, 당신이 제 손을 잡아주었던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당신이 울지 않아도 됐을까?)
...― (그러므로 힐데가르트 마치는 줄리아 라이네케를 연민한다. 증오하지 않는다. 단단히 무언가로 묶인 왼팔을 뻗어 당신의 눈가를 쓰다듬는다.)
@2VERGREEN_ (눈물을 훔치는 손은 따뜻했다. 그를 바라보는 당신의 표정도.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증오도 아니었다. "줄리아...... 넌 정말 불쌍한 애야." 당신이 내뱉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너는 지금, 나를 연민하고 있는 거야?)
치워. (당신을 거칠게 밀친다. 이번에는 지팡이도 쓰지 않는다. 지팡이란 결국 후천적인 학습이다. 본능 위에 덧씌워진 습관이다. 아무리 그가 부정하려 해도, 11살 이후에야 물들기 시작한. 그러므로 지금 그의 행동은 조금 전 당신에게 온갖 주문을 날리며 밀어낼 때보다 더욱, 본능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2VERGREEN_ (그러나 그 모습이, 그 증오에 가득 차 이를 가는 모습이, 한순간 울음을 참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면 단순히 착각일까?)
...... (가만히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홱 뒤돌아 걷는다. 바닥을 내리찍는듯 거칠고 무거운 걸음걸이가 서서히 멀어진다. 형상은 점차 줄어들고, 작아지더니, 모퉁이를 돌아 그대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