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근처를 지나가다가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흠칫 굳는다.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슬슬 지나가다가... 바닥의 잡동사니에 발이 미끄러져 우당탕 넘어지는.) (...)
@callme_esmail (우당탕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입에 머금은 조소가 더욱 진해진다.) 이게 누구야. ‘잡종’ 시프, 아니신가. 어딜 그렇게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있어? 숨어야 하기라도 해야 하니? 쥐새끼처럼? (무리가 깔깔 웃는다.)
@Julia_Reinecke ...(후다닥 일어나며 당신 주위를 시선으로 훑는다. 여러 의미로 다행이게도, 무리에 누르는 끼어 있지 않다. 무릎 툭툭 털고는) 줄리아. 방학은 잘 보내셨나요? Wie geht's deinem Vater?
@callme_esmail (이어지는 독일어를 알아들은 것은 그뿐이다. 무리는 당신의 말을 무시하듯 낄낄대지만 줄리아의 표정은 그 순간 차갑게 가라앉는다.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으로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다가.) 우리 잡종께선 무슨 의도로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걸까? 역시, 연회장 한복판에서 거꾸로 매달리기라도 하고 싶은 걸까?
@Julia_Reinecke (...여러 번 당해본 일이지만 그때마다 금방 내려준 적도 없어서, 지금 곧바로 떨기 시작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훈련의 결과이다. 조금 피곤하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얼굴로,) 거짓말하셨네요. 저번에 분명 독일어 같은 건 기억에 없다고 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확실히 기억할 줄 알았다면 말하기 전에 좀더 숙고했을 것이다.)
@callme_esmail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네 멍청한 잡종 두뇌가 착각을 한 건 아닐까? (여전히 유쾌하다는 듯한 말투지만, 거기에 왠지 모를 한기가 흐른다. 지팡이를 가볍게 까닥이며.) 로코모토르 모르티스. (당신의 다리를 묶는 주문을 날린다.) 설사 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한들, 네가 그걸 따질 주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안 그래?
@Julia_Reinecke (눈이 크게 떠지는 한편, 이거 피할 수는 있겠는데, ...그래봤자 아마 여기서 피하면 다른 사람이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속으로 한숨 쉬며 다리가 서로 딱 붙어서는, 반동으로 비틀거리다 옆으로 주저앉는다.) 싸우려는 건 아니었는데요. 따지려는 것도 아니었고... (뭔가 더 말하려다 시선 내린다.) 갈 테니까 이거 놔 주시면 안될까요?
@callme_esmail 아니었다면, (쪼그려 앉아 당신의 이마를 지팡이로 꾹꾹 찌른다.) 묻지 말았어야지. 난 네가 그 정도는 학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내가 부족했던 모양이야, 그렇지? 에스마일 시프.
@Julia_Reinecke (지팡이 끝이 머리 쪽을 향하자 몸이 굳는다. 교묘하게 주위에 당신의 "친구"들이 둘러싸고 서 있기는 하지만- 이쯤되니 그들도 영문을 모르고 조금 긴장하는 분위기.) 줄리아, 아니, 라이네케, 사람이 많잖아요. 이러지 마세요. 심각한 징계를 받으실 수도 있고... (말만 들으면 이성적이지만 공황에 빠지기 직전의 얼굴이다.)
@callme_esmail (힐끗 긴장한 제 무리를 보다, 지팡이를 뗀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뭘 이런 걸 가지고 심각한 징계까지야. 어디까지나 친구끼리 치는 가벼운 장난이잖아, 안 그래? (웃으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무리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왜 이렇게 겁을 먹어. 누가 보면 내가 너에게 용서받지 못할 주문이라도 쏘는 줄 알겠다. 시프.
@Julia_Reinecke (주위의 무리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왁자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그도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따라 한 박자 늦게 입꼬리를 올린다. 당신이 만족할 만큼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를 쓰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감사합니다. 제대로 배웠어요. 당신 아버님 이야기는 다시는 안 할게요. 저는... 저는 그냥, 당신이 걱정돼서. 용서해 주세요, (횡설수설하다 한 손이 가슴께를 움켜쥔다. 결국 공황이 왔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callme_esmail (생글생글 웃던 낯은 당신이 ‘아버님‘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순간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주변의 무리는 그 변화를 감지했는지, 아니면 순전히 당신이 공황이 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나 둘 웃음을 그치고 서로를 바라본다. 그는 짐짓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한다. 그리고,) 어머, 시프? 왜 그래? 괜찮아? (목소리만 들으면 진심으로 놀란 것 같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무리는 알고 있지만.) 갑자기 얘가 왜 이런담, 이리 와. 병동 부인에게 가자. 피니테. (당신의 주문을 풀고, 어깨를 세게 붙잡아 강제로 일으켜 세운다.) 데려다 줄게. (눈짓으로 애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는, 어깨를 밀며 당신을 끌고 가려 한다.)
@Julia_Reinecke (많은 이들이 들었다면 치를 떨 만큼 다정하게, 걱정을 가장한 목소리에도 안도감이나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벌벌 떨며 일으켜 세워져서는 저항 없이 그대로 이끌린다. 다만 주위에 빙 둘러져 드리우던 그림자가 흩어진 것만으로도 숨을 조금 편하게 쉬고, 사람이 없는 복도 쪽까지 나와서야 정신을 약간 차린 듯, 눈을 세게 감았다 뜬다.) ...병, 동은 안 가도 괜찮, 아요, (발뒤꿈치를 끌며 걸음을 멈추려 한다. 여긴 어디지?)
@callme_esmail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횃불을 제외하면, 꽤나 어둑한 복도다.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마리도 지나지 않는, 호그와트에서도 꽤나 외진 곳. 그는 당신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지팡이를 휘두른다.) 레비코르푸스.
@Julia_Reinecke (첫 음절을 듣자마자 헉, 소리 내며 숨을 들이킨다. 이번엔 지팡이까지는 꺼냈지만, 역효과로 몸이 허공으로 쑥 올라가며 그것을 떨어트리고 만다. 발버둥치며 드문드문 애원을 흘린다. 놓아 달라, 잘못했다, 뭐 그런 말.)
@callme_esmail (떨어진 지팡이를 발로 밟는다.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해볼까. 에스마일 시프.
@Julia_Reinecke (자기가 밟힌 것처럼 움찔한다. 그대로 부러트리면 아마 상당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하고, 당신은 충분히 그렇게 할 사람이니까... 거꾸로 매달려 당신을 향해 깜빡이는 눈이 공포와 혼란에 차 있다.) ...어떤... "이야기"요?
@callme_esmail 무슨 이야기인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네가 먼저 이야기했잖아. 내 '아버지'(이 단어를 발음할 때 그의 눈에는 증오가, 그의 얼굴에는 경멸이 서렸고.)에 대해서 말이야.
@Julia_Reinecke ...당신의... (이해하려 애쓰는 듯 몸을 뒤챈다. 고개를 꺾어 당신의 유독한 연두색 눈을 마주하면 익숙한 증오다. ...어떤 병실에서 본.) ... ...아. *아.* 맞아요, 줄리아, 저 당신 아버지에 대해 할 말이 있었어요. (그 말과 함께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팔을 늘어트린다. 어조가 기묘하게 평온해져 있다. 마치 다른 것이 "에스마일 시프"의 얼굴을 잠시 빌린 것처럼. 자신이 매달려 있는 것이 당신의 주문이 아니라-)
미안해요. (미안하다, 줄리.) 잊고 있었구나. (그저 역사라는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이루는 하나의 실타래인 것처럼.) 당신이 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죠?
@callme_esmail (평상시였다면 어김없이 당신의 입에 '랭록'이든 '실렌시오'든 걸어버렸을 것이다. 그에게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역린 중의 역린이었으니까. 그것은 하나의 금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첫 번째 규칙. 줄리아 라이네케에게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 물론, 그것을 지키는 사람은 드물지만.) ...... (그러나 어째서일까.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은, 꼭. 당신이 아닌 것 같아서. "에스마일 시프"가 아닌 것 같아서. 마치 이 순간만큼은, 당신이 동화 속, 신화 속에 나오는 진짜 '마녀'인 것만 같아서. 대답 대신 가만히 당신을 본다. '압도당한다'.)
@Julia_Reinecke (...짧지 않은 말을 마칠 때쯤엔 식은땀을 뚝뚝 흘리고 있다. 이미 그전에 한참 긴장과 공포에 질려 체력이 소진되었고, 버틸 수 있는 것보다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으며, 말의 내용 자체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짧은 침묵이 흐른다. 이제는 당신의 입에서 무엇이 나올지 그가 두려워할 차례이다. 당신이 휘두르는 폭력에 압도당하고, 눈물과 피에 젖어, 서러움과 절망에 떨며, 이미 수십 차례 그랬듯이...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리베라코푸스Liberacorpus. "육신의 해방"이라는 뜻의 해제 주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땅에 강하게 부딪힐 충격을 각오하지만 당신은 그가 추락하기 전 마법으로 그를 받친다. 부드럽기까지 한 움직임으로 몸이 복도 바닥에 늘어진다. ...어째서죠? 무엇이 바뀌어서... 나는 결국 당신에게 닿았습니까? 가만히 선 당신을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그대로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