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두려움을 다시 마주한다고요. 굳이?
@jules_diluti 쥘의 두려움이 더 사소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덜 끔찍하긴 하죠. ...구경해도 돼요?
@jules_diluti 몇 번째에 성공하나 세고 있을게요. -부담 주려는 건 아니니까. (뒤따라 들어가서, 옷장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선다.) 그러니까... 응원이라고 봐도 좋아요. 꼬마들은 공포에 맞설 힘이 없지만 어른은 그렇지 않거든요.
@LSW 또 그 꼬마 소리. 두고 보세요, 제가 이번엔 기필코 성공하고 말 테니까요. (지팡이를 앞으로 곧게 가리키고, 숨을 들이마신다. "알로호모라." 옷장 문의 잠금이 풀리며 보가트가 튀어나오고, 우드워드 교수님의 형상으로 변해 그의 글을 줄줄이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리디큘러스." —휙, 보가트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한다— "리디큘러스." —이어서 그의 어머니. 누나. 로즈워드 교수님. "리디큘러스!" —잠시 레아의 얼굴로도 변했다가—)
리디, 리디큘러스! (—펑, 하고 피냐타가 터지듯 색색의 종이가 흩날린다. 박수 소리가 쏟아진다. 그의 글을 칭찬하고, 추켜세우고, 사인해달라고 청하는 사람들— 그중엔 그의 아버지도, 당신도 있다. 마침내 성공이다.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헐떡이며 지팡이를 내린다. 당신 눈치 슬금 보더니 웃고.) ...이런, 민망하네요.
@jules_diluti (뒤에서 지켜보다 콜로포터스 주문을 외운다. 보가트가 되돌아간 옷장이 잠긴다.) 이거 저도 사인해주겠느냐고 물어야 할 분위기인데. "사인해줄래요?" 다 큰 쥘 린드버그.
@jules_diluti 잊는 건 생각해보죠. (짤막하게 답하고는 홀로 팔짱을 낀다.) 보가트는 그런 점에서 참 흥미로워요. 그걸 상대하고, 직면하고 무찌르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어쩌면 거의 대부분을 보여주잖아요. 유머는 사람이 세상을 대하고 문제에 대처하는(cope with) 방식인 반면 공포는 외부 자극을 피하려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니까. (쥘이 했던 건 한 마디뿐인데도 말이 많았다-제법 들떴다는 뜻이다. 헛기침한다.) ...어쨌든 쥘을 조금 더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이게 당신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jules_diluti ...사실대로 말하자면 좀 불쾌했어요. 하지만 수업이니 어쩔 수 없죠. ('조금' 보다는 '제법'이었으나 그걸 의식하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보가트를 쥘도 보았을 거란 생각을 하니 기분이 가라앉는다. 목소리가 느릿해진다.) ...더구나 보가트는 여럿이서 있을 때 대응하기가 쉽다잖아요. 만약을 대비해 그런 식으로 이때까지 수업을 해온 거겠죠.
@jules_diluti ... ...제가 무서웠어요? (다른 거 죄다 흘려듣고 그것만 귀에 들어왔다.)
@jules_diluti (4학년 학기 초 대연회장에서 이야길 나눌 때 그가 지나가듯이 언급한 것에서 짐작하기는 했다. 당시 그의 말대로 레아는 쥘을 그리고 쥘에게 드는 감정들을 '참고' 있었고... 지금도 사실 별반 다르지는 않다. 의외라 느낀 점은 쥘이 그것을 입 밖에 냈다는 것이다.) 그랬군요. ...제가 쥘의 첫 고난이었다, 이런 뜻인가요?
@jules_diluti (눈을 두어 번 깜빡인다.) 아뇨.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도 '그랬군요' 정도로만 대답할 수 있지만 예의상 그러지 않을게요. (이건 나름의 농담이다... 그러나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자신의 뒷목을 만지작거린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쥘의 두려움이 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에는 저보다 더 큰 두려움이 있었으니까요. 그게 보가트라는 형태로 나타난 거고. (하고는 또 생각한다.) ...쥘에게 전 그런 사람이에요? 의지할 수 있고 낯설고... 그런 것들이요.
@LSW 저도 여기서 "아마도요"나 "그러게요" 정도로만 대답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게요. (농담에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이쪽의 얼굴에는 엷은 웃음기가 서려 있다.) 당신에게 많은 걸 배운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죠. 마냥 편하고,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이고... 그런 사람에게 의지된다고 느끼는 게 '보편적'이잖아요. 저는 그렇지 않나봐요. 다른 사람들이 제게 바라는 모습을 레아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낯선데, 애써서 부응할 필요가 없는 건 되려 편안해요. (빠안.) 오독인가요?
@jules_diluti -아뇨. 정확히 봤어요. (생각보다 순순히 인정했다.) 편안하다고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쥘 린드버그의 앞에서는 내내 써 오던 가면을 내려놓아도 되는 것인가,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대할 때는 내내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해를 끼칠 마음이 들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말해 레아 자신도 쥘을 어느 정도는 편안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쥘의 안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시 연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전 예상가는 쪽이 훨씬 편하거든요.
변칙적인 건 꾸준히 신경써야 해서. (굳게 닫힌 옷장을 응시한다. 그런 점에서 레아 자신의 보가트는 아마 한동안은 그런 모습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