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wik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한 발치 떨어져 창밖을 바라본다.)
@Edith …학도병이란 말을 들은 적 있어? (돌연 묻는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될 수도 있을걸. 징집 절차는 아주 질서 있게 진행될 거야. 그러니까 질서는 중요하지. 안 그래? (이디스 앞에선 항상 대답을 갈구하게 된다.)
@Ludwik 들어봤어. (담백한 대답.) 그렇게 되길 원해? (고개를 돌렸다. 루드비크의 옆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전쟁 중에 질서를 유지하는 게 어디까지 가능한지 나는 몰라. 하지만 혼란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주겠지.
@Edith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면. 그리고… 그게 내 가족을 구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는 ‘순수혈통’이다.) 안정 속에서만 살 수는 없어. 평화로울 때면 몰라도 전쟁 중이면 특히. 너도 선택을 해야 할 거야. 머글 사회냐, 마법사 사회냐 하는 선택 말고. 무슨 뜻인지 알지?
@Ludwik ...가만히 있으면 네 가족은 안전할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지켜야 할 가족은 이곳에 없다.) ...물론 알아.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하지만 선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Edith …그 작자들의 테러엔 어느 누구든 휘말릴 수 있어. 마법 정부까지 테러당했단 거 너도 들었잖아, 우리 엄마도 거기서 일하시거든. (변명조였다. 왜? 대체 무엇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 이런 상황이라면, 내 생각엔 선택이 두 가지뿐인 거 같은데. 네가 생각하는 선택지들은 정확히 뭐야?
@Ludwik 하긴. (적당히 납득한 얼굴.) 모두가 전면에 나서길 택하진 않아. 모두가 영웅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고. 네겐 납득되지 않는 일이겠지만, –루드비크. 대부분의 사람은 소극적으로, 어쩌면 비겁하게 목숨을 부지하겠지...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전쟁이 휘몰고 간 땅에 부는 바람은 놀랍도록 평소와 같다.) ......만일 네 가족이 너와 다른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어?
@Edith 그게 사실이더라도, 그래도 난 네가… (‘네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바람이 불고 고수머리가 흐트러진다… … 그러는 동안 루드비크는 입만 꾹 다물었다.) …아니다. 음. 네가 ‘틀린 선택’만 하지 않는다면 괜찮아. 그리고 내 가족들도. (흑백논리.)
@Ludwik (어쩐지 다음에 올 말을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네 믿음이 무엇이든 보답할 자신은 없어.' -이디스는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했다.) ...옳고 그름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만일지도 몰라.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그였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적어도 '옳다'고 생각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오만이다: '난 살아남기 위해 얼마든지 비겁해질 수 있어.')
@Edith 그게 오만이라고?… 그럼 넌 완벽한 옳음이나 그름 같은 건 없다고 믿는단 거야? (이 역시 흑백논리다.) …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라 네가. …너희 아버지는 노동자잖아. 역사의 옳은 주인인 노동자.
@Ludwik 없다고 믿는 건 아니야. 안다고 믿을 수 없을 뿐이지. (어쩌면 합리화일 뿐이겠지만.)
... ...나도 아빠를 존경해. 그분의 신념도 존중하고. 하지만 그뿐이야. (피로가 쌓인 탓이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임은 분명했다. 마음 한켠에서 언젠가는 당신의 기대를 저버려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해왔을지도 모른다...) 여긴 네 환상 속의 공산주의 낙원 같은 곳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