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7월 27일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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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01:18

얘, 괜찮니? 안색이 왜 이런담. (친구들의 상태를 살피며, 교수님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반경 내에서 돌아다닌다.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후배나 친구들에게는 이따금 품에 봉제인형을 안겨 주었는데, 그때에만 유독 말없이 맹한 낯을 했다.)

HeyGuys

2024년 07월 27일 04:48

@WWW 나도 하나만. (여기서 제일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제에, 새파란 후배들과 함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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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04:53

@HeyGuys "…아,"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후배들 사이에 우뚝 서 있는 가이의 모습이 조금… 웃음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멍한 표정으로 가이의 낯을 올려다 보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사자 인형을 내밀었다.)

HeyGuys

2024년 07월 27일 04:58

@WWW 흠. (눈썹을 들었다 내린다. 사자 인형을 받아들고, 자기 얼굴 옆에 댄다. 옹기종기 모여 선 후배들에게) 어때, 친구들. 닮았어? 우디가 나 닮았다고 이런 걸 쥐여주네. ("털 색부터 다르잖아!" "북실북실한 건 닮았어.") 그렇다네, 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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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05:48

@HeyGuys ('우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그러니까, 이제 기껏해야 1학년이 끝나가는 그 후배들이 인형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잠시 두려움을 잊고 제각기 떠들었다. 인형을 쓰다듬는 아이도 있었고, 장난을 치느라 인형 대신 가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도 있었다. '우디'는 말없이 미소 지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본다. 머글 태생 아이 한 명이 다른 아이들을 향해 재잘거린다. "그치만 사자는 겁쟁인데! 용기를 찾으러 오즈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머글들 동화 얘기일 걸? 비들 이야기 같은 거.")

HeyGuys

2024년 07월 27일 05:55

@WWW (연회를 준비하느라 기껏 다듬었던 머리칼이 마구잡이로 헝클어지는데도 마냥 웃는다. 오히려 장난치기 편하도록 쭈그려 앉기까지 한다.) 너희는 그 이야기를 몰라? 이런, 인생 단단히 손해봤군. 들어봐, 옛날옛날에... (상투적인 도입부. <오즈의 마법사>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들려준다. 아이들은 이야기 중간중간 흥미 넘치는 추임새를 넣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사자의 용기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그의 마음 속에 본래부터 있었지. 겁쟁이라고 말은 했지만, 실은 아주 용감한 사자였던 거야. 나처럼? (찡긋. 늘 그렇듯이 실없는 장난으로 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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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06:20

@HeyGuys (불안에 떨던 아이들은 가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곧 침착해졌다. 숨을 죽이고 이야기에 몰입하던 말간 눈들은 결말을 들으며 반짝였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오즈는 사기꾼이야." 냉소적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용기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라잖아, 바보-" 하는 아이도 있었다.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면,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우디'도 마냥 즐거워져서··· 애틋한 시선으로 그 광경을 보다가···, 가만히 눈을 감고 웅크린 두 무릎에 고개를 묻어 숨겼다. 어린아이처럼.)

HeyGuys

2024년 07월 27일 11:42

@WWW (아이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당신에게 시선이 스친다. 교수님들 중 하나를 흉내낸 근엄한 목소리로 애들 대화에 끼어든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머글 동화도 재미있다는 거겠지. 자, 아해들아. 내가 이야기를 더 들려주면 자러 갈 거니, 아님 더 해 달라고 나를 졸라댈 거니? (아이들이 웅성웅성, 동시에 소리높여 떠들기 시작한다. 그는 반 걸음 뒷걸음질 쳐서, 우디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난 잠잘 때에 듣기 좋은 동화를 많이 알지. 천둥번개가 치는 밤에라도 순식간에 곯아떨어질 수 있는 얘기들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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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7일 16:28

@HeyGuys (그 손길에 가만히 머리를 맡긴 채로, 우디는 어느 날의 밤을 떠올린다. 쏟아지는 빗물과 우렁찬 천둥과 눈이 시린 번개를 두고 이불 속에서 떨고 있을 때, 토르와 로키와 위그드라실을 얘기해주던 푸른 눈의 상냥한 친구를 떠올렸다. 지금은 숲속이 아니고, 혼자가 아니었고, 두렵게 할 폭풍우도 몰아치지 않으므로… 우디는 파묻은 고개를 돌려 가이를 보며 가만히 미소 지었다.) …듣고 싶어어. (그것이 이야기인지 친구의 목소리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느릿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HeyGuys

2024년 07월 28일 02:11

@WWW 흠. 우리 친구가 듣고 싶다고 하네, 얘들아. 안타깝게도 너희에겐 선택권이 없게 됐다. 내가 이런 밤에 하는 이야기는 하나뿐이거든. (쓰다듬는 손길은 느리고 규칙적이다. 어렸을 적, 폭풍우와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는 또래 아이를 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그때 그가 천둥의 신, 영웅과 형제의 이야기를 선택한 건... 모두가 개인적인 불안을 가진다. 나는 네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어, 그뿐이야.) 너희는 저 천둥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 아까 머글 동화 얘기했던 애가... 그래, 너. 만화도 자주 보니? 망치 하나로 천둥을 자유자재 다루는 신이 있는데 말야... (조곤조곤 말소리가 이어진다. 과장된 연극조 없이 느릿한 템포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학생들은 하나둘씩 졸린 눈을 끔뻑인다. 저학년생들에게 담요를 둘러주고, 당신에게도 하나 건넨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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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8일 04:20

@HeyGuys (그리고 나는 너의 그런 상냥함을 오래 좋아했던 것 같아. 두려움에 떠는 작은 친구를 위해 기꺼이 천둥의 신과 형제의 이야기를 달달 외우고, 밤새 작은 이불 속에서 졸음도 목마름도 잊어버린 채로 즐겁게 소곤거릴 수 있는, 그런 상냥함을 속절없이 다정하게. 처음 사귄 친구였고 그래서 더욱 애틋했는지.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쏟아져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도, 신기하지, 나는 그 순간 들은 네 목소리를 아주 오래 기억했다는 게. 무섭고 두려운 순간 나도 모르게 네게 시선이 머물렀다는 게.
안대에 채 감추지 못한 한쪽 눈을 두 팔로 가린다. 우디는 자신의 소매가 눈물로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담요를 끌어당긴다. 슬그머니 가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가이….
만약에… 아주 만약에. 가이가 영웅이 되며언. 그럼, 어쩌면… '만인의 그 친구There is the guy for everyone'라고 불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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