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복도를 걷다 고개를 들면 맞은편에 당신이 있다. 우뚝 제자리에 멈춘 그는 주변을 살핀다. 당신이 어울리는 무리가 지금 없는지 보는 것이다.)
@isaac_nadir (무리는 없다. 다들 수업이라도 간 건지, 아니면 그를 버려두고 놀기라도 하는 건지. 어느 쪽이건 간에 지금 줄리아는 그저 혼자다. 어쩐지 평상시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조금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하다.)
@Julia_Reinecke (이제 와서 못 본 척 마저 걸음을 옮기기도 난감하다. 어쨌거나, 한동안은 친구였지 않은가... 아닌가? 평상시보다 침잠한 분위기에 그는 고민한다. 이후의 문장은 그의 확대해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 너 힘들어 보인다. 수업 가려는 거라면 차라리 쉬는 게 좋아 보이는데. (그는 작은 소리로, 그러나 깊게, 심호흡한다.) 혼자 뭐 하니?
@isaac_nadir (무리와 있었다면 날카롭거나 빈정거리는 말이 튀어나왔을 상황. 그러나 무리 없는 줄리아는 그저 조용히 대답한다.) ...... 난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차갑지만, 날카롭지는 않다. 빈정거리거나 놀리는 기색도, 쏘아붙이는 어조도 아니다.) 내가 꼭 누군가와 같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 (이때는 조금 날카로웠지만.)
@Julia_Reinecke (당신의 말이 끝나면 허, 하는 소리가 치고 나온다.) 누가 같이 있으랬니? (받아치는 말에도 다시 불퉁함이 깃든다.) 네가 떨어지면 큰일 날 것처럼 늘상 한 무리로 다니길래 그랬을 뿐이잖아. (그는 줄리아의 무리가 있건 없건 그들을 향한 불호를 감출 마음이 없다.) 뭐 하냐고 물었을 뿐이야, 난.
@isaac_nadir ...... (당신을 한 번 노려본다. 그러나 노려보는 시선에도 어쩐지 힘이 없는 것 같고. 다시 시선을 돌리며) ...... 그냥, 생각할 거리가 좀 있어서. 혼자 있고 싶었어. 그게 다야. (한참 동안 입을 다물었다가.) ...... 그런 기분 알아? 속이 답답한데, 어딘가에는 풀어야겠는데, 그래도 안 풀리는 거. 메쓰껍고, 울렁거리고, 가장 기분이 좋아야 할 때도 불안해서...... 아니야.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Julia_Reinecke (당신은 부정으로 말을 맺었으나 그는 그 이전에 들린 음성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았다.) 알아. (그는 생각한다, 너랑 내 경우는 무척이나 다를 거야, 줄리아.) 난, 내가 아닌 사람을 가장할 때 그러던데. (사이. 그는 느리게, 하나하나 약하게 힘을 실었다.) 모방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 모습이기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늘 점검하면서 지내면. 이건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나도 그런 기분을 느껴. (길게 침묵이 있다.) 너는? (답을 요구하며 그는 바란다: 너도 나와 같으면 좋겠어. 너도 그 애들과 지내는 게 힘들다고 해줘. 줄리아, 널 그 애들처럼 싫어하고 싶지 않아.)
@isaac_nadir ...... 모르겠어. (그러나 그는 당신의 대답을 부정한다. 시선을 돌리며, 당신을 외면하며.) 그런, 쪽인지는. 그냥 언제나 그래. 항상. (루드밀라와 만나기 전부터, 훨씬 이전부터. 언제나. 그렇다면 그는 언제나 그가 아닌 누군가를 가장해야 했던 걸까?) 긴장되고, 불안하고, 답답하고, 소리 지르고 싶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왜 내가 이래야 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해서. 내가 왜. (마지막 말은 당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쏟아붓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