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고마워요. 쥘도 오늘 귀엽네요. (가슴에 손 얹고 상체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평소보다 인상이 풀어진 게 꽤 흡족해 보인다.) 역시 여기서 더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쥘이.)
@jules_diluti 저도 친구들과 춤을 두 번 췄답니다. 다들 잘 가르쳐 줘서 발을 밟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혹시 모를 걱정은 안 해도 좋아요. (오해를 굳이 정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러니까... 에스코트해주실래요?
@jules_diluti (조명과 춤의 한복판에 서서 정석대로 쥘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러는 동안 쥘의 얼굴을 바라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쓰는 어휘에 생각이 묻어난다. 그리고 쥘은 지금을 '붙잡아두고 싶은 순간'이라고 불렀다. 기쁘다고도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게 좋아요? 소원을 이뤄서 다행이지만.
@jules_diluti (세 발짝을 움직인 뒤에는 그 자리에 머물며 조금씩 스텝을 밟는다. 레아는 짐작한 말을 혼자 곱씹는 대신 묻기로 했다.) "친구가 되는" 건가요?
@jules_diluti 신기하네요. 부모님들끼리 아는 사이니까, 우리는 친해지는 게 맞잖아요. (내추럴 턴-오른쪽으로. 말하지 않은 것들은 전해지지 않는다. 방금 쥘의 말이 레아에게 전해지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근래 들어 쥘이 보이던 모습은 레아가 '싫어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 (첼로의 음이 길게 미끄러진다. 레아는 쥘을 보고는 맞잡은 팔을 든다. 그 팔 아래로 자신이 한 바퀴 돌려는 듯 하다.)
@jules_diluti (진심이 이끄는 대로... 그 말을 곱씹는 동안 노래가 계속 흐른다. 레아는 쥘의 눈을 바라본다. 춤이 이어진다. 내추럴 리버스 턴. 주위의 페어들도 일제히 약속이라도 한 듯, 하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빙글빙글 돈다. 누군가 실수라도 했는지 '앗,' 소리가 들리나 그건 금세 웃음으로 번진다. 그쪽을 돌아보지 않는다. 머잖아 곡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그럼 쥘은 앞으로 그렇게 할 거예요?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로요.
@LSW 대체로 언제나 그러고 있었어요. 그러지 않아 보일 때조차도. 전에 우리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나요, 레아?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괜찮은 식물. 잘 보이는 곳에 앉혀두기 좋은 인형. 당신은 우리가 식물이나 인형이 아니라고 말했죠. 맞는 말이에요. 나는 이제 인간이고자 해요. 물론... 내 마음이 원하는 거래라면,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렵지 않겠죠. (클라이막스. 당신에게 고정한 시선은 등 뒤에서 퍼지는 웃음소리와 무관하다.) 모든 관계는 일종의 거래잖아요. 레아, 당신은 무엇을 원해요?
@jules_diluti (어쩐지 입장이 뒤바뀐 것 같다. 레아는 그저 하던 대로 살아가고 있다. 관성적으로, 누군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형으로. 피노키오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아이는 어른이 된다. 그리고 레아는 얼음 궁전에서 영영 맞춰지지 않을 글자 퍼즐을 끼우는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그 낱말의 뜻은 영원Evigheden이다.) - (머리 위 샹들리에가 수많은 얼음 조각처럼 난반사한다. 수없이 많은 빛이 내려앉는다.)
@jules_diluti (곡이 점차 잔잔해진다. 머잖아 춤이 끝나고, 또다른 춤이 시작될 것이다.) 특별한 걸 바라지 않아요. 그냥 쥘이 하고 싶은 걸 해요. 내가 누군지 이해해줘요. 그러면 나도... 나로 있을 용기를 갖게 될지도 몰라요. (마지막 목소리는 작았다. 춤이 끝나고, 막이 내려오고, 사람들이 흩어진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