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W
정말? 하긴, 마법사들은 뮤지컬보다는 오페라 파인 것 같긴 하더라.(슬쩍 뒤에서 말을 얹고는, 눈이 마주치면 깊숙하니 웃는다.)교수님 의견이 좀 엉뚱하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아주 못할짓은 아닌것 같거든. 우리는 음악을 아는 영혼이잖아? 어때, 잘 지냈어? 난 호그와트가 그리워서 어제 밤잠을 다 설쳤는데.
@Raymond_M (레이먼드의 우안을 가리는 안대에 눈길이 머물렀다가 떨어진다.) 밤잠 설칠 것까지야. ...저는 잘 지냈어요. 안부를 전하자면... 얼마 전 저희 목장에 당신처럼 밤색 털 가진 양이 태어났거든요. 레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누굴 닮아서 메에에ㅡ하고 노래부르는 걸 보면 폴라리스에 대체 멤버로 들어가도 될 것 같던데. 그런데 춤은 영 못 추더라고요.
@LSW
오, '레이'라고? 그거 나쁘지 않은데? 나중에 그 양 사진도 보여줄래? 날 닮았다면... 아마 아주 잘생겼겠지?(장난스러운 투로)그 애와 함께 너도 들어오는 거라면 기꺼이 환영할게. 아시다시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동물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아직 못 배웠거든. 어때? 우린 언제나 입부생을 환영해.
@Raymond_M 안타깝지만 금요일 저녁에 헨과 신문을 읽거든요. 화요일은 월요일 다음 날이라 비워두는 편이고. 시간이 영 안 되네요. (춤과 노래에 그다지 흥미가 없던 것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잘 돌려 포장한다. '레이'의 사진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보여주겠다고도 말했다.) 음악을 아는 영혼이기만 하면 된다는 거 정말이군요... 양까지 입부할 수 있다니. (레이먼드를 빤히 보다가) ...뭐, 홍보 전단을 돌리거나 밴드부실 비품 점검 같은 것까진 도울 수 있어요. 취지가 좋으니까요, 폴라리스는. '좋은 일이죠.' 모두가 어울리며 음악을 한다는 건.
@LSW
그래? 이상하네. 헨은 우리 창립부원인데. 슬프네. 내가 너희 집 레이를 들이려는 것보다는 레이와 함께 네가 우리 밴드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거라고 생각해 준다면 어때?(그러다가 이어지는 말에, 눈썹을 지그시 밀어 올린다. 짐짓 놀랐다는 투로.)그렇게 생각해주고 있다니 기쁜데. ...그렇지만 음악에 흥미가 없는거라면 됐어. 그런 건 음악의 부산물이지 그 외의 어떤 것도 아니니까. 음악에 흥미가 생긴 이후에 우리의 취지에 통감한다면 그때 말해줘. 기꺼이 너를 환영할테니.
@Raymond_M (그건 미처 몰랐다. 변명을 들켰나? 하지만 겉은 침착하다.) 초대장은 잘 갖고 있을게요.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말하죠. (살짝 고개를 꾸벅인다. 다시, 눈길이 레이먼드의 눈가에 간다. 그처럼 얼굴의 일부를 잃은 사람을 안다. 학습한 예절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어쩌다 다친 거예요? 눈은. (그리고 그는 신문을 챙겨보는 편이다. 신문에 이름은 실리지 않았으나 아마 레이먼드의 대답으로 나름의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LSW
그 대답이면 충분해.(그리고 그는, 싫다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다. 음악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사랑은 강요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게 음악을 대하는 그의 첫번째 원칙이니까.)7월자 신문에서 요란스럽게 보도했었지? 열렬하신 차별주의자들께서 기어이 다이애건 앨리에 테러를 벌이셨다고. 슬프게도, 거기 끼어있던 3학년이 나였거든. 운이 좀 나빴지.(그러나 그의 말투는 마치 소설속 무용담이라도 이야기하는 듯 하다.)
@Raymond_M 그랬군요. ...(예의 그 밴드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레아는 잠시 할 말을 고른다.) 많이... 아팠겠어요. 그건 '운이 나빴다' 정도로 끝날 말이 아니에요. 눈은 좀 어때요, 안대를 벗을 수 있을 거래요?
@LSW
(그가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 튀어나가는 질문은, 그가 제어한 것이 아니다.)그럼 레아, 내가 어떤 표현을 빌려야 하지? 그럴만 했다? 비극적이었다?(초록 눈동자가 일순, 형형한 기색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다. 그의 목소리가 이내 누그러든다.)몇 년 이러고 살아야 할거라곤 하더라. 시력이 아예 날아간건 아닌데, 너무 강한 빛과 열에 노출됐다고. 지금 벗어도 아무것도 안보이는 건 아닌데, 잘못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하더라.
@Raymond_M (눈을 몇 차례 감았다 뜬다. 이건-분명한-이상신호로 느껴졌다.) 그렇담 조심해요. 시력을 잃는 것,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하고는 잠시 천장을 보았다가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요. 제가 다소 성급하게... 무신경하게 말했던 것 같아요.
@LSW
알고 있어. 잠깐이지만 정말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으니까.(쓴웃음이 찰나, 입술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가 손을 휘젓는다.)됐어. 그 정도면 충분히 사려깊었지. 나는 이미 내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디까지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 알고 있어. 주변을 봐. 다들 너보다 더한 걸 묻고 싶어서 몸이 달아있잖아. 정말로 이정도는 괜찮기도 하고. 그래도 슬슬 빠져나가긴 해야겠네. ...사람 피하기 좋은 곳 알아? 지금 나한테는 친구와 정적이 시급해.
@Raymond_M (입을 반쯤 벌린다. 사실 자신도 레이먼드가 말하는 그 '주변'과 다르지 않다. ...다시 입을 다문다.) 이 시간대라면 시계탑 안뜰이 조용할 거예요. 아니면 스톤 서클로 가는 목조 다리도 괜찮죠. 거긴 밤이면 바람이 회오리쳐서 귀신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나요. 갈래요?
@LSW
이참에 귀신과 친구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난 이왕이면 아름다운 장소가 좋아. 덜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선정을 부탁해도 되겠지?(그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당신의 보폭을 배려하는 것도 잊지는 않았겠다.)너희 집은 목장을 하는 거야?
@Raymond_M (레이먼드를 힐끗 보고는 걷는다.) 네. 도싯 홀워스에 있어요. 호그와트가 고즈넉하고 위엄이 있지만 거긴 조금 다른 의미로 아름다워요. 나중에 눈이 다 나았을 때 오면 레이를 소개해줄게요. 그떄쯤이면 뿔이 늠름하게 자란 숫양이 되어있을 거니까. (대답해도 좋고 그러지 않아도 좋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안뜰에 다다른다. 옅은 안개가 퍼져 검은 호수가 희미하게 보인다. 다시 시선이 레이먼드의 눈가에 가 닿는다.) ...다른 가족들은 괜찮아요?
@LSW
어렴풋이 들어본 적 있어. 바다가 무척 아름답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맞나? 바다를 보며 자라는 양들이라니. 행복하겠어. 동물들하고는 친해? 그래도 시기는 좀 땡겨줘. 아마 내 눈이 완전히 다 나았을 때쯤에는... 호그와트 졸업장을 받은 이후일테니까. 운이 좋아도 1년이 넘게 걸릴 거라고. 레이와 레이의 만남은 좀 일러도 좋지 않겠어?(장난스럽게 묻는다.)뭐... 괜찮아. 내 누님은 그냥... 찰과상을 좀 입었을 뿐이고... 부모님이 많이 놀라셨지. 할머니나. 부득불 병문안을 오겠다는 걸 가까스로 막았다니까.
@Raymond_M 뭐, 그러면. 한참 뒤로 하죠. (하늘을 보았다가 고개를 내린다.) ...본인 이야기는 안 하네요, 레이먼드. 분명 기사에는 그 3학년생이 중상을 입었다고 실려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LSW
오, 레아. 제발. 호그와트 동창의 집을 졸업하고서야 방문하게 할 작정이야? 난 기대감에 질식하고 말거라고!(한 눈이 깜빡.)글쎄, 반드시 해야하는 '내' 이야기가 더 있어? 궁금할만한 이야기는 전부 했다고 생각하는데.(천연덕스럽다. 제 턱가를 문지르며 그가 의아하게 묻는다.)아니면 그때 겪었던 일에 대한 영웅담이라도 이야기할 타이밍? 흠... 내가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거짓말이다. 그의 특기는 언어를 빚는 것이다.)
@Raymond_M 하지만 눈이 덜 나은 채로 이리저리 오가는 것도 힘들 텐데... 그래요. 이번 여름방학에 오세요. (하며 자신의 팔을 잡는다. 손가락 끝으로 몇번 두드리다가) 있죠, 레이먼드. 목장에 '와도 된다' 고 한 건 친구의 영웅담이나 들으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 건 영웅담도 못 되죠. 제대로 반격하지도 못했을 거면서.
@LSW
네 말이 맞아. 그건 일방적으로 '당한' 거지.(그러나 그의 말투에서 모멸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증오조차도. 그저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레아, 나는 래번클로가 아니야. 돌려서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있을정도로 영리하지도 못하지. 그러니까 묻는거야. 네가 생각하는 '내가 해야 할 말'이라는 게 대체 뭐야?
@Raymond_M (자신의 팔을 두드리던 손길이 멈춘다. 그의 왼쪽 눈을 바라본다.) 화가 난다거나, 복수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 해봤어요? 했다면-... 작은 충고를 하나 하려고 했죠.
@LSW
아 그런...원론적인 이야기. 걱정해주는거야? 내가 어느날 눈이 돌아서... 혼자서라도 그들을 잡으러가겠다고 호그와트를 박차고 나가지 않을까 하고말이야.(웃으며 손 내젓는다.)그럴리가 없잖아.
@Raymond_M 걱정이 아니에요. 알아보는 거죠. 학교를 뛰쳐나가는 건 무모함을 넘어서 만용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레이먼드가 당장 그럴 만큼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이제 한쪽 눈도 없어서 싸우기도 어려울 텐데 무슨 수로 어른 마법사를 상대로 분투하려고요.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전 미래를 말하는 거예요, 레이먼드. 언젠가 당신이 아름드리나무처럼 성장하고 회복해서 안대를 벗은 후를 말하는 거예요.
@LSW
내가 개인의 악의로 인해 이런 부상을 입었다면 그렇게 말했을지도 모르지. 난 성인이 되어서 반드시 그 사건의 범인을 잡을거고, 복수하지 못해도 그를 반드시 재판에 세우겠다고.(그의 눈이 일견 차분해진다.)그러나 레아, 이게 개인의 악의에 관한 문제던가? 각자의 개개인이라는 인간들이 벌인, 사회의 안전망따위의 문제로 퉁 칠 수 있는 문제인가?(그가 제 머리카락 끝을 어루만진다. 지난 해만 해도 멋을 낼 정도의 기장이 있었던 머리카락은 불꽃으로 잔뜩 오그라들어 대부분을 잘라내야 했다.)사회의 절반쯤이 암암리에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지. 당장 사라지라고.(코웃음을 친다.)레아, 그런 걸 복수라고 부를 수 있나?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태풍과 해일에 맞설 수 있나? 그래서 나는 네 물음을 모르겠다. ...어쩌면 너는 이걸 답이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Raymond_M (악의와 사회를 언급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어떤 것을 감지한다. 유달리 그 녹색 눈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해했어요. 어느 정도는. ...그런데 당신이 태풍과 해일에 그저 휩쓸리기만 할 위인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복수라는 단어를 잘못 고른 걸지도 모르겠네요.
@LSW
내 친구는 그들이 사회의 압제로 우리를 깔아뭉갰다면, 사회의 귀퉁이가 그들을 짓누르게 하리라고 얼러대더군. 그것에 비하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 걸 결의할 수 있나 싶지만... 적어도 보여줘야지. 우리가 뽑는다고 뽑히지 않고, 짓밟는다고 짓이겨지지 않으며, 꺾인다고 그치지 않는다는 걸. 몰랐어, 레아? 저 친애하는 차별주의자들께는 내가 인간 하나로 여기 버티고 서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소하고 충분히 거슬리는 일일거라는 사실을. 심지어 목소리를 내기까지 한다면 더더욱이 그렇겠지. 씁쓸하고 재미있는 일이야. 그렇다면 너는 어때? 무용하고, 덧없고, 바꾸지 못할지 모르는 일에 인생의 일부를 할애하겠다고 구는 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지?
@Raymond_M (여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의 말대로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마구잡이로 꺾여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자랐다. 뒤집힌 뿌리에 비가 내려 새 흙이 덮였다. 이 작은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레아는 그것을 안다. 그와 비슷하면서 같은 일을 해 온 투사를 안다. 정말로 잘 알았다. 그래서...) - 아름답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에스마일이 말하더군요, 당신 같은 부류들에게선 눈길을 뗄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래서 그에게 동의해요.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겹쳐 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럼 계속 그렇게 해요. 내가 신경쓸 바도 아닐 뿐더러 당신이 하는 일은 올바르니까... 옳은 일이 맞으니까.
@LSW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인다.)너희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그는 영웅이 아니다. 투사가 아니다. 성공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씀바귀와 가시넝쿨을 닮은 실패를 안다. 너무나 잘 안다. 제가 뱉는 모든 말이 흩어지고 부서지는 광경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을 부연하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그 어떤 기대도 짊어지지 않으므로 그 어떤 무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섬려한 애정이 그의 머리맡에 하루 이틀쯤 머물다 가곤 한다고...)걱정 마.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거니까. 그래도 기쁘네. 그거, 응원한다는 뜻이지?(실없이 웃는다.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알아듣겠다는 것처럼. 조금은 뻔뻔스럽고, 조금은 천연덕스럽고, 또 조금은애정을 담은 빛이다.)
@Raymond_M ...그렇게 생각하세요. 응원이라고. 안 그래도 곧 폴라리스 공연이 있다면서요. (말하며 귀옆머리를 쓸어넘긴다. 어떤 점에서는 응원일지도 모른다. 빛은 가깝고도 멀다. 그리고 레아는 이 빛이 손에 쥘 수 없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다면 이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꺼졌으면 좋겠다고... 그런 걸 바라게 되는 것도 못난 마음인가 생각하게 된다. -상념이 끊어진다.) 이야기, 재밌었어요. 그러면 다음에 봐요. 레이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