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음료수 한 잔을 당신의 앞으로 슬쩍 밀어놓는다.)무슨 일이야? 근심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저 파릇파릇한 병아리들이 네 얼굴을 보고 울어버리겠는데?
@Raymond_M (당신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웃는다. 짐짓 미간까지 찡그려 보이며 장난스레 받아치는.) 제 얼굴이 아무리 어둡다 한들 레이의 영웅적인 부상만 하겠어요? 기차에서 아이들이 하는 소리를 레이도 들었어야 하는 건데. '안대 봤어? 기숙사 배정식에서 용과 싸우게 한다는 게 사실인가봐!' 라고 하더라고요.
@jules_diluti
이런, 그 애들에게 내 기숙사 배정식때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려줬어야 하는건데! 우리 때는 대왕 오징어와 싸워서 이겨야 했다는 말도 덧붙여서. 그래도 너무 찌르지는 마. 율리, 나 명치 아프다. 그렇잖아도 애들 시선이 내 뺨을 뚫어버릴 기세란 말이지.(의자 빼서 당신 옆에 자리잡고 앉는다.)그렇잖아도 길 잃은 신입생 하나를 안내하려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윽,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말야. 흠... 뺨에 그림이라도 그리고 다니면 좀 나으려나?
@Raymond_M 며, 명치요? 거기도 다쳤어요? -아, 비유구나. (눈이 둥그래질 뻔 했지만, 늦지 않게 비유라는 것을 깨닫고 미소를 짓는다. 턱을 한 손으로 괴며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이렇게 전처럼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자니 무거웠던 마음이 다소 가벼워진다고 생각하며.) 그 안대가 더 문제예요. 해적 같다고요. 이러다간 저희 밴드 이름이 해적선으로 오해받기라도 하겠어요.
@jules_diluti
흠, 이 안대에 자수라도 놓는 건 어때? 이참에 우리 밴드의 마크도 하나 만들어서. 사실 1학년때 이미 받아둔 게 있었는데 정신이 너무 없었던 거 있지. 항상 우리 포스터에 작게 그려지던, 드럼 스틱을 건 활 문양 말이야. 그럼 저 멀리서 날 봐도 우리가 '폴라리스'라는 걸 알 수 있겠지! 나 레이, 기꺼이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도록 하지요.(과장스럽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가 고개를 든다.)이정도면 굿 아이디어 아닌가?
@Raymond_M 으음, 굿 아이디어예요. 최소한 제가 생각한 "아예 폴라리스를 해적단으로 바꾸고 드럼 스틱을 이용한 졸리 로저를 걸자" 보단 훨씬 나은 것 같아요. (빙그레 미소한다. 당신이 과장스레 인사하는 모습을 보자 그 웃음도 조금 흐려졌지만.) ...레이... (입을 연다. '당신, 과하게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한참 주저하다가.) ...있잖아요, 혹시, 레이가 당했던 '사고'에 관한 기사... 봤어요?
@jules_diluti
...율리, 혹시 내가 널 많이 힘들게 했던가? 한 마디 한 마디가 막 박히는데? 가시가 따끔따끔 한데? 나 아파.(괜히 제 팔 문질거린다. 정말 뭐가 박힌 것도 아닌데.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그가 잠시 멈칫한다. 초록 눈동자가 도르륵 구른다.)...확실히, 예언자 일보를 말하는 건 아니군.(한숨.)율리, 그 미친 소리가 적힌 종이쪼가리 이야기하는거야?
@Raymond_M 알고 계시네요? "MAGUS"요... ... 네, 미친 소리죠. 터무니없는... ... 택도 없는 소리에요. 그런 일간지를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당장 저희 가족도 안 보는 걸요. 그래서 그런 기사가 났다는 사실을 아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어조가 조금 급해진다.) 하지만요, 레이, 그런 감정적이고 어리석은 말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어요. 정말로 있다고요... ... 심지어는 이 학교 안에도 있을 수 있어요. 아니,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 몸조심하셔야 해요. 아셨죠?
@jules_diluti
(당신의 어깨를 그의 손이 붙든다. 천천히 이야기 하라는 것처럼. 혹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개소리가 논리의 옷을 입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걸 포기하지. 알아, 나도. 이 세상에는 제 사유를 타인에게 의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마법사회에는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율리, 너는 나를 이미 알잖아. 3년동안 내가 뭘 해왔는지 봤잖아.(그는... 싸웠다. 끊임없이 지껄여댔다. 너희들이 뭘 하는지 보라! 나는 결코 입을 닫지 않을것이다. 그가 연하게 웃는다.)조심할거야. 나를 다치게 하지 않도록, 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그러니 율리,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어? 그저... 신의를 요구하는거야.(어쩌면 우정을. 혹은 안도를.)
@Raymond_M 말이란 건 위험해요. 정교한 칼날처럼 사람들의 감정을 깎아내 휘두르죠. ('마법 세계 안쪽으로 침입한', '안이한 습성', '전문가들은 불안을...' 감정적인 언어로 덧칠되어 있었던 신문 기사를 느리게 되새김질한다. 당신이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을 느끼며 가빴던 숨을 천천히 다잡는다.) 당신은 싸웠죠. 계속 드럼을 치고... 사람들을 움직여왔어요. 레이의 입을 통해 무대에 올릴 때, 사람들은 제 글에 움직여줬고요. 그러니까... 약속할게요. (당신의 손을 잡고 희미하게 웃는다.) 레이먼드 아서 메르체가 제 목소리가 되어주는 한, 저 역시도 신의를 지킬 거예요. 이 말을 좋은 곳에 쓰려고 하면서. (뜸.) 하지만 조심하셔야 하는 건 진심이에요. 요즘 호그와트 분위기가 좋지 않아요... ...
@jules_diluti
그래. 이미 그건 광기요, 감정을 깎는 게 아니라 시대를 깎아내려고 하고있지.(그리고 그 첨단에 서있는, 가장 첫번째 대상은 그다. 하찮은 잡종, 머글본 마법사.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사람을 위축시킨다. 입을 다문다.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압제에 순순히 굴복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기를 선택했다.')내가 했지. 내 주변의 이들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어. 율리,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은 나를 파괴할 수 없어.네가 그렇게 나를 믿어주는 한은.(소년이 눈을 맞춘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물론이지. 자, 그럼 좀 좋은 이야기를 해볼까. 이번 폴라리스의 첫번째 공연 컨셉 같은 건 어때? 아니면 곧 있을 무도회도 좋지. 청춘이잖아?
@Raymond_M (그렇다면 나는 왜 당신을 염려하게 되는지. 답은 알고 있다. 하나는 안대에 가려져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 눈을 마주한 채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입가에 미소로써 떠오르는 것은 연약하지만 쉽게 깨어지지 않는 감정, 즉 희망이다.) 레이가 저보다 겁이 없는 것 같아요. (낮게 웃고 고개를 내린다.) 사실 저, 글을 그만 써야 하나 싶었거든요. 제가 너무 못 쓰는 것 같아서. 그런데 폴라리스 때문에 계속 해야 할 것 같아요. 레이가 노래로 부를 때면 제 글이 그렇게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데다, 사람들도 좋아해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아까 윌리엄이랑 새로운 노래를 하나 만들었어요! 터무니없지만 들어보세요. 가제는 "역사 시간에 빗자루를 타고 도망친 14살 학생"이고요.
@jules_diluti
내가 겁이 없기는? 나도 얼마든지 겁을 먹고 무서워 하는걸? 그냥... 그럴 때마다 너희가 생각날 뿐이지. 여전히 네 생각도. 믿음을 배신하지 말아야지 하고, 되뇌이지. 내가 전하는 언어는 내것이 아니라, 나를 믿어준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도. 율리, 그럼 이상하게 모든 것이 놀랍도록 괜찮아져. 나는 그걸 믿는거야.(그럼 소년의 얼굴에 떠있던 옅은 먹구름마저... 깨끗하게 걷힌다.)그래서 최근에 내게 그 이야기를 안했구나. 평소에는 내가 묻지 않아도 먼저 이야기해줬잖아.(잠시 뜸,)어쩌면, 그 노래는 호그와트 학생들 사이에서 길이길이 물려줄 유산으로 남을 수도 있겠어. 율리, 널 믿지 못하겠다면 네 이야기의 목소리가 되는 날 믿어. 그마저도 믿지 못하겠다면 네 가사를 흥얼거리는 학생들의 흥얼거림을 믿어. 우리는 더 나은 음악을 만들거고, 더 나은 호그와트를 만들테니까. 그리고 다음번에는... 혼자 앓지 않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Raymond_M 그렇죠. 무서워해도 좋고, 아플 땐 아프다고 해도 좋아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영웅담 삼아 뽐낼 필요도 없어요. 저흰 그리핀도르가 아니고 후플푸프잖아요. 그저... 무너지지 마세요, 레이. 당신이 절망하는 건 상상이 가지 않지만, 당신 어깨 위엔 당신 하나의 목소리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고개를 든다. 다감한 신의가 담긴 눈길이 당신의 얼굴 위에 머무르고. '폴라리스'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헤아린다.) ... ... 우리 모두가 당신의 뒤에, 그리고 당신의 곁에 있는 거예요. 그러니 서로를 믿어요. (웃더니.) 뭐어, 레이가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누워 있지만 않는다면요? 그런 사람을 앞에 뒀는데 어떻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겠어요?
@jules_diluti
(그럼, 그가 작게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제 뒷머리를 어루만진다. 잠깐 망설이다가.)강한척 하는 건 그냥... 오래된 습관이야. 내 가족이 너무 자주 아프다 보니 생긴 거. 알잖아, 나는 그런 사람에 비하면 정말로 괜찮은걸. ....그렇지만 여기서 '정말로 괜찮다.' 같은 소리를 했다간 헛소리 그만하라고 할 거지?(더 할 생각도 없다. 과장되게 펼쳤던 어깨에 조금, 힘이 풀리는 것이 보인 것도 같다. 그가 양 손바닥을 펼쳐 들어보인다.)역시 넌 못 속여 넘기겠다. 이기지도 못할 것 같고. 알겠어, 네 몇 마디에 내 어깨가 이렇게 무겁고 가벼워질줄은.(그는 언제나 제게 애정과 호의를 지닌 존재들에게 약했다. 유구하도록 아주 오랫동안.)뭐... 괜찮아. 그때는 내가 어리광을 부려야 할 타이밍인 것 같으니 바짓가랑이 좀 붙들고 늘어져 보지 뭐.
@Raymond_M (가족이 아팠나요, 하고 되물으려다 문득 당신의 누나가 생각난다. 당신과 그렇게까지 닮진 않았어도 눈매가 비슷한 웃음을 머금던. 다리는 조금 아파도 피아노 위를 움직이는 손이 찬란한 선율을 끌어내던... 고개를 살짝 흔들어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레이, 가족의 밝은 분위기를 책임지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저도 조금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쉬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호그와트에선 쉬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작게 웃고는.) 잘 아시네요. 저는 그렇게까지 모진 말을 못하니까, '레이는 거짓말쟁이네요' 라거나, '손 쓸 수가 없을 정도의 헛소리네요' 라고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약속? 친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지언정 결코 완전히 포기하진 않기로.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린다.)
@jules_diluti
(쉬고 싶을 때가... 있던가. 가끔은 힘에 부쳐서 모든 걸 그만 두고 싶을때가. 골방에서 앓는 소리를 참는 데에도 진력이 났다고 느끼는 때가... 그러나 생각이 닿기 전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서야 온 몸을 휘감아 도는 피로감이 있다. 그가 모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율리, 날 이렇게 풀어주다간 결국 네가 없이는 못사는 몸이 될지도 모르겠어...(진심으로 어리광을 부려도 받아주는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건... 이상한 기분이다. 진심이라는 건 언제나 한없이 무겁고 아득한 구원久遠性에 가까운 개념이었는데... 이렇게 쥐고보니 한 없이 가까워진다.)...방금 다 말하지 않았어?(어라, 나 뭐 잘못들었나. 과장스럽게 제 귀 툭툭 두드린다.)약속. 쥘은 내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면 한 번은 돌아봐 주기로.(새끼손가락 건다.)약속 어기면 바늘 백 개?
@Raymond_M 네, 레이. 약속 하나에 약속 하나씩 교환하는 거예요. (돈으로 살 수 없으나 마주 교환할 순 있는 것. 깨어진 자리엔 아픔이 남고... 약속에 대한 오래된 수수께끼를 곱씹다가 미소를 짓는다.) 바늘 백 개면 좀 아프겠는데요. 그거로 찔렀다가 안 그래도 골골거리는 레이가 꼴까닥 하면 어떡해요? 전 마음이 약해져서 모른 척 할지도 몰라요. (새끼손가락을 풀더니 당신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자, 이제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해요. 이제 저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