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_Reinecke ('그래도 비웃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문득 주저하는 기색으로 도로 다문다. 대신 힘없는 미소가 떠오른다. 먼 발치에서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jules_diluti (멀리서 손이 흔들리는 것이 보이자 시선이 저절로 돌아간다. 꿀처럼 샛노란 머리카락이 보이자, 당신임을 알아차린다. 당신의 얼굴에 피어오른 것은 힘없는 미소. 그는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난 솔직히 연극도 마음에 안 들었어. 우리가 광대야 뭐야? 그런 건 난쟁이나 벨라들에게 맡기라고. 걔네가 그런 건 또 잘 하잖아? 마스코트지." 누군가 계속해서 지껄인다.)
@Julia_Reinecke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책의 마지막 장이 손 끝에서 빠져나갈 때의 상실감, 그것과 비슷한 낙담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른다. 손이 힘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잠시 주저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에 힘을 준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으로 연극을 제안했던 건 "마왕"인데요, 마왕에 대한 발화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줄리아. (당신을 지목해 동의를 구하는 것은 오기에 가깝다.)
@jules_diluti ('마왕'. 당신이 그 단어를 언급하자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다. 웃던 아이들은 웃음을 멈추고, 당당히 지껄이던 아이도 입을 다문다. 당신을 보는 시선에는 경계가 깔려 있다. 적대를 하기에는, 당신은 위세가 존재했으므로.) ...... 내일 수업은 어떨 것 같아, 다들? (그는 당신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주제를 돌리기를 선택한다. 모두가 그의 말을 받아 제각기 떠들어댄다. "아, 몰라. 벌써부터 과제 생각하면 짜증나." "야, 그래도 선택 과목 두개 듣는 거면 양호하지." 이러쿵 저러쿵.)
@Julia_Reinecke (...그리고 모든 것, 그가 끼친 모든 영향이 한낱 모래성처럼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당신이... 한때는 그의 가장 자랑스러운 저작이었던 당신이. 익숙한 낙담이 찾아오고, 그는 탈력감과 더불어 회의를 느낀다.) 줄리아. (당신이 대답할 때까지.) *줄리아.*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요? (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으며.)
@jules_diluti (무리의 시선이 한순간 당신과 줄리아 사이를 오가다, 그대로 사라진다. 제각기 떠드는 무리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당신에게로 간다.)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 쥘. (여전히 당신을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어조는 차갑다.) 듣고 있으니까. 왜 네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해?
@Julia_Reinecke (아, 바로 이 지점에서 할 말이 사라져버린다.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피부로 느껴질 뿐이요, 마땅한 증거는 없는 탓에 짚어 말하려고 하면 초라해진다... ...) 이전만큼 가깝지 않게 느껴져서요. (띄엄띄엄...) 당신은, 더이상 후플푸프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저를 반가워하지도 않으니까. 혹시 제가, 당신과 멀어질 일을 했나, 해서... ... (말끝이 흐려진다.)
@jules_diluti ...... (작게 한숨을 내쉰다.) 걔들이 먼저,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잖아. '내' 인간관계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고, 왜 그런 애들과 어울리냐며 화를 내고. 자꾸만, 나를 자기 멋대로 하려고...... (이것은 명백한 책임 전가다. 그러나 그의 세계에서는 진실이기도 하다. 무언가 화가 난 목소리로, 더 말하려다 그대로 입을 다문다.) 됐어. 이런 이야기,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쥘. 네가 싫은 게 아니야. 그럼 된 거지?
@Julia_Reinecke 그런 게 아니에요. 그렇게 따돌릴... 친구들이 아닌데, 아마 그냥, 안타까운 것 뿐인 것 같은데.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한 손으로 반대쪽 손목을 만지작거린다. 어쩌면 당신, 혹은 당신의 아버지같은 모습으로 그는 주저한다.) ...줄리아, 나는 당신이 밝아져서 다른 사람들과 친근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어떤 저작은 제 손을 벗어나네요. 제가 싫은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나는 "보다 완전한" 피조물을 원했다.)
@jules_diluti (당신의 그런 태도에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마치 질렸다는 것처럼.)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 ‘너도’ 지금의 내 모습은, 별로야? 나한테 도대체 뭘 바랐어, 쥘? 내가 네 완벽한, 더할 나위 없는 창조물이 되길 바라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거냐고. (잠시 침묵했다가.) 그렇다면 미안하네. 너를 실망시켜서 말이야. 겨우 그 말 하려고 부른 거라면, 더 나눌 말은 없을 것 같아. 이만 가볼게.
@Julia_Reinecke 제가 당신을 루드밀라에게 소개시켜준 건, 이런 전개를 위한 게 아니었어요! (목소리는 높아지고 말은 빨라진다. 당신 앞을 가로막으며 위태롭게 일렁이는 감정을 쏟아낸다.) 그게 상황을 타개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열쇠였으니까. 그 뿐이라고요. 이런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어요. 당신도 알고 있죠? 빗자루를 충분히 길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렁스키 페인트를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하다는 걸. 나름의 매듭을 지어야 해요. 이런 식으로, 왜 간섭하고 화내냐며 책임을 전가하기만 하면- 언젠간 모든 게 붕괴하고 말 거라고요! (내가 만든-) 지금의 당신 모습이! ...
@jules_diluti ...... 그러길 네가 바라는 게 아니고? (목소리가 싸늘하다.) 난 더이상 너를 신뢰하지 못하겠어. 쥘. 날 그때 버로우 애들에게서 구해준 건 고맙지만, 거기까지야. 처음부터 네가 짠 판이었잖아. 루드밀라가 나를 구해준 것도, 그래서 친해지게 된 것도 말이야. 나중에 루드밀라에게 들었어. 네가 그때 부탁했다며. (헛웃음을 짓는다. 미소가 차갑다.) 그런 주제에, 지금 와서 내 모습이 네 마음에 안 든다고 이러는 것도 웃기지 않아? 너에게 난 뭐야, 쥘? 네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인형? 네 동화 속 주인공?
@Julia_Reinecke 그런... 그런 게 아니에요, 줄리아. 그런 게 아니라... (눈빛이 일렁이고, 목소리는 장작 잃은 불꽃처럼 사그라든다. 고개를 모로 돌린다.) "제가 짠 판"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최소한 그 패거리가 당신을 괴롭힌 일에는 개입하지 않았잖아요. 나는 그냥... 당신을 구해주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당신이 직립하기 전 훼손당하는 일이 없게. 그래서, 싫어요? 지금의 당신은 살아있어서 기쁘지 않던가요? ...나는 당신을 위해 최선을 바랐을 뿐이에요.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jules_diluti (아, 이런 당신이 정말 싫다. 주눅 든 목소리, 흔들리는 눈빛. 강하지 않은, 나 하나에도 이렇게 움츠러들어버리는, '약한 모습'이...... 끔찍하게 역겹다.) 그래. 쥘. (가만히 당신을 바라본다.) 넌 최선을 다했겠지. 그러니 받아들여. 이게 네 '최선'의 결과야. 이게 네가 구상한 동화의 결말이라고. 받아들이고, 이제 그만 나를 내버려 둬.
@Julia_Reinecke (고르지 않던 숨이 천천히 느려진다. 들썩이던 어깨가 가라앉는다. 개암빛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는 그럼에도 당신이 밉지는 않다고, 그저, 그저.) 줄리아. (나직한 발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하지만, 어조만큼은 분명하다.) 나는... 더 강해질 거예요. 제가 지나간 페이지들을 확실히 짚고 나아가면서. 하지만 당신은 변하지 않는 이상 계속 그렇게 위태롭겠죠. 이것 하나는 말해둘게요. 언젠가 제가 당신보다 강해지고, 당신의 무릎이 꺾이면, 그땐... 다시 제게 도움을 청해도 좋아요. 도와줄게요.
@jules_diluti (말없이 당신을 쳐다본다. 시선은 마치 더 내려갈 온도가 없는 것처럼, 차갑게 식는다.) ...... 그럴 일은 없어. (두 손을 꼭 쥐고, 다시금 뒤돌아 천천히 걷는다. 그의 무리를 향해서. 그가 없이도 돌아가지만, 그는 간절히 필요로 하는 그 무리를 향해서. 그곳으로 이어준 당신, 그를 간절히 돕고 싶어하는 당신, 그런 당신을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