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7월 08일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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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8일 11:49

(책상 위에는 마법약 책과 양피지, 손에 든 것은 입학하기 전 다이애건 앨리에서 샀던 깃펜이다. 무언가를 양피지에 썼다가,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jules_diluti

2024년 07월 08일 12:24

@Julia_Reinecke (당신 어깨 너머로 빠안... 빠안 보다가, 아차, 엿보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생각하고는 옆으로 옮겨 앉는다.) 고민이 많아 보여요, 줄리아.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8일 12:37

@jules_diluti (자연스럽게 의자를 비키며 당신에게 더 넉넉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아, 과제 중이었어. 그 마법약 있잖아. 약 제조법은 썼는데, 해독약 방안에 대한 쪽이 어려워서......

jules_diluti

2024년 07월 08일 14:40

@Julia_Reinecke 아, 저도 제조법은 썼는데, 해독약은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 약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다 건망증에 걸려서 해독하기를 까먹은 게 아닐까요? 뭐어, 잊어버릴 정도의 기억이면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 같긴 하지만요. 여차하면 리멤브럴을 쓰면 되고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8일 15:19

@jules_diluti 아무래도 직접 떠올려야 할 것 같아. 그러다 약을 실수로 먹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지만...... (조금 전의 발레리를 떠올린다.) ...... 하지만 중요한 기억을 잊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뭘 잊어버릴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걸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는 게, 무섭지 않아?

jules_diluti

2024년 07월 08일 17:58

@Julia_Reinecke (고개 갸우뚱하더니, 잘 모르겠다는 듯 푸스스 웃는다.) 발레리처럼 건망증에 대한 지식을 잊는다 해도 다시 배우면 그만이잖아요? 가족이라거나, 제 이름이라거나. 정말정말 중요한 기억은 몇 개 되지 않고, 그런 건 '망각 주문' 정도가 아니면 잘 날아가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으음, 어쩌면 제가 살면서 간절했던 적이 별로 없어서 기억에 대한 미련이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8일 18:54

@jules_diluti (잠시 생각하더니) ...... 그럼 있잖아, 쥘. 망각 주문을 쓰면 그런 기억들도 전부 날아갈 수 있어? 뿌리박힌 것처럼 깊은, 아주 깊은 기억들도 말이야.

jules_diluti

2024년 07월 08일 22:42

@Julia_Reinecke 예를 들면 어떤 걸까요? 줄리아가 줄리아라는 것, 제가 저라는 것?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다가.) 네에, 아마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망각 마법으론 모든 걸 지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깊은 기억을 지우려다간 자칫 바보를 만들 수도 있을걸요. 저희 수준에서는 어림도 없고요. 7학년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왜요, 없애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나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8일 22:53

@jules_diluti (그냥 떠올렸을 뿐이다. 아빠를 슬프게 하는 것, 그걸 그렇게 '마법처럼' 지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러다간 바보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 아무것도, 아니야. (손을 만지작거리고.)

jules_diluti

2024년 07월 09일 10:04

@Julia_Reinecke 나쁜 기억이 있나요, 줄리아? (당신의 얼굴을 갸웃거리며 들여다본다. 입가에 떠오르는 조금은 슬픈 미소.) 오래도록 괴로운 기억은... 잊기 쉽지 않아요. 덮을 뿐이죠. 더 좋은 기억들이 그 위에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쥘 린드버그는 트라우마의 의미를 모른다.) 나쁜 기억이 수면까지 떠오르지도 않는 순간이 올 거예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09일 13:08

@jules_diluti (당신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다. 그것이 차라리 '그의' 나쁜 기억이었다면 나았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말처럼 덮일 수도 있었을까?) ...... 정말, 그럴까? (손을 꾹, 눌렀다. 그렇다면 어쩌면, 언젠가는......)

jules_diluti

2024년 07월 09일 20:39

@Julia_Reinecke 아픔이 당신을 잡아먹도록 두지 말아요, 줄리아. (또 손이구나. 당신이 초조할 때마다 보이는 버릇. 언젠가는 저 손도 편안히 늘어뜨리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쉽게 잊어버린다.) 타인의 아픔이 당신을 잡아먹게 하지도 말고요. 줄리아는 너무 착해서... (그리고 그저, 미소.)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0일 01:00

@jules_diluti (고개를 젓는다.) 나는, 그렇게 착하지 않아, 쥘. (그는 자신이 죄책감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아빠가 방 안에 틀어박혀서 울 때, 귀를 막고 싶었던 것. 아빠가 밖에 나오지 않길 바란 것. 나와서 그를 끌어안지 않길 바란 것. 아빠가 없을 때 더 행복했던 것...... 목록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지금도, 그런걸. (아빠가 행복하기 바라는 것은 자신이 괴롭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를 위함이지 아빠를 위함이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대로 입을 다물고.)

jules_diluti

2024년 07월 10일 12:16

@Julia_Reinecke ...있잖아요, 제게는 헨이라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애는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데도 생각을 중간에서 멈춰버리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듣기 싫어할까봐. 줄리아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보기엔 줄리아가 엄청나게 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줄리아는 본인이 착하지 않다고 해요. (고개를 기울인다. 얼굴에 떠오른 것은 순수한 궁금증.) 착하지 않다면 누굴 위해 애쓰고 있는 거예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0일 16:56

@jules_diluti (누구를 위해 애쓰고 있냐고? 곧바로 떠오르는 얼굴은 한 남자의 모습이다. 제 것과는 다른 갈색 머리카락, 제 눈과 똑같은 헤이즐넛 색 눈동자. 머리카락은 자주 헝클어졌고, 눈동자에는 쉽사리 눈물이 차올랐다.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는 듯, 저 멀리 바라보는 시선은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줄리아는 자신을 옥죄는 이 답답함의 원인을 몰랐다. 그저 습관적으로 손을 긁으며, 말했다.) ...... 아빠에 대해서 했던 이야기, 기억나, 쥘?

jules_diluti

2024년 07월 10일 21:25

@Julia_Reinecke (수업 시간에는 줄곧 몽상에 잠겨있어 글줄 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에게도 천부적인 재능이 하나 있다면,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엷은 웃음을 머금은 채 당신이 늘어놓았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되풀이한다. 책을 펼쳐서 읽는 듯이.) 아버지요? 그럼요. 온화하고 다정하신데다가, 시인이라고 하셨어요. 좋은 사람이라고도 하셨고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0일 22:57

@jules_diluti (고개를 끄덕인다.) ...... 응. 아빠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잠시, 침묵한다. 표정은 어딘가 깊이 가라앉은 사람처럼 보였다.) ...... 아빠는 많이 슬픈 분이기도 해. 그래서, (손을 긁는다.) 나는, 더 노력해야 하는 거야. 아빠를 위해서. 아빠가......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jules_diluti

2024년 07월 11일 01:04

@Julia_Reinecke 하지만 그건... (눈을 빠르게 깜빡인다. 하지만 그건 잘못됐어요, 라는 말이 목젖 언저리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조심스레 말을 고르고.) ...하지만 그건 이상해요... 아버지가 슬플 순 있어요. 하지만 자식이 그걸 알게 해선 안 돼요. 그건 아버지의 역할이 아니에요... 줄리아, 당신은 항상 슬퍼 보여요. 아버지의 표정을 닮아가는 걸까요? 줄리아가 아버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줄리아를 위해선 누가 노력해주나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1일 16:09

@jules_diluti (고개를 숙인다. 입을 꾹 다문다.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 아빠는 노력하고 있어.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정말이야.' 어째서 이 말을, 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까?) ...... 노력하고 있어. (겨우 천천히, 말을 내뱉는다.) 정말이야. 아빠는 노력하고 있어. 네가, 몰라서 그래. (긁는 것이 더욱 심해진다. 그는 간절하게 당신을 바라본다.) 아빠는...... (울 것 같다.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든다.) 아빠는......

jules_diluti

2024년 07월 12일 00:58

@Julia_Reinecke 어어, 울지 마세요. 제가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어쩔 줄 모르고 절절매다가, 두 손을 뻗어 줄리아의 손을 잡는다. 당신이 이런 도움은 필요없다고 했지만. 최소한, 긁는 게 멈출 때까진...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손등을 느리게 토닥인다. 이대로 눈을 마주치면 당신이 우는 걸 보게 될 것 같은데, 다른 누군가가 우는 모습을 보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곤 했다...) ...줄리아, 나는 그냥, 당신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비록 아무것도 모르지만, 듣다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있죠... 당신이 아버지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그냥, 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줄리아는 꼭 필요한 결론을 정해두고, 그렇게 믿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2일 17:15

@jules_diluti (작은 손이 당신의 손 아래서 꼼지락거리다 멈춘다. 당신의 손은 따뜻하다. 그 온기는 꼭, 그를 달래고 안아주는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의 혼란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정말로 아빠는 노력하고 있어. 그냥 힘든 것 뿐이야. 아빠는, 그냥 조금 아픈 것 뿐이야. (그는 마치 앵무새처럼, 주변에서 들은 말을 따라한다. 그의 아버지가 한 말을, 따라한다.) 아빠는 나를 사랑해. 내가 아빠를 사랑하는 만큼. 그냥, 때때로...... 가끔씩...... (그는 그것을 명확하게 묘사하지 못한다. 무엇이 그의 아버지를 힘들게 하는 걸까?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 나는, 그러니까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아빠를 위해서라면, 그러는 거잖아. 원래 다들, 그래야 하는 거잖아......

jules_diluti

2024년 07월 12일 23:47

@Julia_Reinecke 저는 안 그래요... ...! (목소리의 끝은 흡사 외침처럼 올라간다. 명치께가 답답해지는 기분과 함께 생각한다: 당신을 잡고, 당기고, 끌어내서,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기어코 보고 싶다고. 이런 감정은 무엇일까? 그는 찡그리는 것과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입을 달싹이다 어렵사리 말을 잇는다.) 줄리아,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건 아버지가 든든한 사람이어서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건, 어머니가 저를 안아주었기 때문이에요. 사랑은 무조건적인 것이지만 한편으론 보이지 않는 조건들이 있어요. 지켜야 하는 게 있다구요. 그런 게 바로 부모의 조건이에요. 세상의 모든 건, 주고 받는 거고... ... 원래 그런 건 없어요. 없어야 해요... ... 줄리아! 저는 당신의 아버지를 만나본 적 없지만 어쩐지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마도 그건 당신이,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으니까... ...

Julia_Reinecke

2024년 07월 13일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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