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ed: 2024년 07월 08일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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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wik

2024년 07월 08일 00:44

(아무렇게나 빠져나와선 낯설고 불안한 학교를 걷는다.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는 어느새 손에 쥔 채다. 산보는 정처없고, 처음 보는 건물에 적개심을 한껏 담아 노려보기나 할 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나야.’)

Edith

2024년 07월 08일 00:47

@Ludwik (밖에 나와 있던 차에 루드비크를 발견하고 조용히 다가온다.) 뭐해?

Ludwik

2024년 07월 08일 01:27

@Edith ... ...산책. (변성기가 오기 시작한 목소리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 있었다. 나지막하지도 명랑하지도 않은.) 그리고 고향 생각. 넌 뭐 하러 나왔어.

Edith

2024년 07월 08일 01:42

@Ludwik 나도 비슷해. 머리 좀 식히려고. (늘 그렇듯 단조로운 어조. 아직 앳된 목소리와의 조화는 묘하게 이질적이다.) 고향이 그리워?

Ludwik

2024년 07월 08일 20:51

@Edith (한참 침묵한다. 벽에 등을 기댄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그리워. 내가 없었던 이 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도 모르겠고. 영국 뉴스에서 가끔 나오긴 하지만... 대개 나쁜 내용밖에 없으니까. (천 년의 하중을 견딘 벽은 차갑고 딱딱하다. 어쩐지 몸이 불편해져 팔짱을 꼈다.) ...너라면 이해하지? (전혀 모르는 세상으로 가야 했던 너라면 알지 않겠느냐고, 그러니까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Edith

2024년 07월 08일 21:35

@Ludwik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자신의 무지를 느끼게 되는 상황이 낯설다. 또래가 아는 것을 그가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망설인다. 솔직히 말해야 할까? 그 답답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 곳을 벗어날 수 있어서 내심 기뻤다고? 눈치가 없지 않고서야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 없다.) ...이해해. 나도 언젠간 집이 그리워지겠지. (그래서 고른 대답이 이것이다. 진실과 거짓이 섞인 대답. 단지 옆 동네로 가기만 해도 느낄 보편적인 정서. 당신이 원하는 답은 아니겠지만.)

Ludwik

2024년 07월 09일 13:55

@Edith 언젠간? 그럼 지금은 안 그립단 거야? (‘그렇다면 너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까?…’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무도 없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넌 집이 가까워서 그런가. 참 좋겠네. …고향이 어디야?

Edith

2024년 07월 09일 21:00

@Ludwik 노스 이스트. 거기 가족이랑, 친구들이 있고... (얼버무리다가 목덜미를 문지른다.) ...모르겠다, 난 네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 할 거야. 너도 날 이해 못 할 테고. (그는 거짓말쟁이는 아니었지만 솔직함의 미덕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 이건 꽤 이례적인 답변이다.)

Ludwik

2024년 07월 10일 21:17

@Edith (잔잔한 절망이 몰려온다. 이미 그 감정에 익숙했던 루드비크로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팔짱을 고쳐 끼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노스 이스트가 어딘지 몰라. 영국 지리엔 밝지 않아서. 너만 괜찮으면… 나한테 이야기해 줘. 네 고향을, 그리고 네 가족이랑 친구들에 대해서. (듣는다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걸까? 이것은 희망의 발로일까?)

Edith

2024년 07월 11일 01:33

@Ludwik 별 거 없는데... (잠시 망설인다. 욕망과 열등감을 직면하는 것은 어렵다. 난 부끄러워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말해도 되잖아. 칼리노프스키라면 ’이런 거‘ 무시하지 않을 거고... 우습게도 그 또한 일종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자신이 벗어나려 했던 것을 인정받길 원했다.) 말 그대로,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이야. 난 아빠랑, 오빠랑, 동생이랑 살고 있고... 아빠는 탄광에서 일하셔. (부러 더 고저 없이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난 아마 중등학교에 갔다가, 졸업하면 그냥 적당히... 동네 어딘가에서 일했을 거야. (여기 안 왔다면. 덧붙인다.)

Ludwik

2024년 07월 11일 15:41

@Edith (루드비크가 온 ‘장막 너머’의 세상에선 노동자의 삶이 칭송받았다. 그는 비록 폴란드에서 머글 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고, 단둘뿐인 주변인 중 삼촌에게서만 노동자의 삶을 간간이 전해들을 수 있었으나, 바로 그랬기에… 노동계급을 ‘동경’했다. 절망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 자리엔 감탄만 남았다.) 와, 너희 아버지 되게 멋진 분이네. 탄광 노동자면 엄청난 거잖아? 인민의 생활을 떠받치는 역할! 알렉세이 스타하노프처럼! (주워든 신문에서 많이 본 말을 떠벌거리더니 이내 곰곰 생각한다.) 너도 호그와트에 입학하지 않았으면 탄광 일 비슷한 걸 했을까?

Edith

2024년 07월 11일 22:51

성별 고정관념 언급

@Ludwik (당신이 하는 말은 낯설지 않다. 아버지를 비롯한 탄광촌의 기성세대들은 노동자로서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합의 힘은 강력했고 이디스는 그들이 환호하던 순간을 기억한다(*1969년 파업). 루드비크의 말처럼, 사회를 떠받치는 것은 바로 우리라고 했다. 그의 유년기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를 꽤 오래 괴롭히게 될 정체성.) 알렉세이... (끔뻑.)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마워. (당연하게도 기분이 괜찮았다. 그는 부끄러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내가 곱게 자란 어퍼 애들보다 못할 게 뭐야?'. 그렇지만...) 모르겠어. 어렸을 때 나도 크면 광부 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여자는 못한다고 했거든. 호그와트 가는 것도 처음엔 반대하셨는데... 어떻게든 왔어. (어깨 으쓱하고) 넌 뭐 하고 싶은데? 군인?

Ludwik

2024년 07월 12일 20:59

성별 고정관념 언급

@Edith 스타하노프가 누구냐면 소련의 유명한 광부야. 엄청 열심히 일해서, 정해진 생산량 기준의 14배나 되는 석탄을 캐냈다고 그랬어. 대단하지? (떠벌거린다.) 너희 아빠도, 너도 스타하노프처럼 될 수 있으면 진짜 멋질 텐데. 음… 그치만 여자가 남자랑 똑같이 육체 노동을 하는 건 힘들긴 하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자한테 트랙터를 몰게 하고 석탄을 캐게 시키는 공산주의 정권은 잘못된 거’라고… 그런 건가?) 광부 안 할 거면 이 다음에 커서 무슨 일 할 거야? 뭐, 난 당연히 군인. (어련하겠다.) 우리 삼촌이 조선소에서 일하셔서 조선 노동자가 되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역시 군인이 되고 싶어. 육해공 중 어디에 갈지는 좀 고민되네.

Edith

2024년 07월 13일 13:32

특정 직업군 폄하가 될 수 있는 발언

@Ludwik 대단하긴 한데, 그 사람이 그렇게 유명해? 그냥... 광부잖아. (상상해 봤다. 기껏해야 일당을 좀 더 받아서, 그날 저녁 식사가 드물게 호화스럽거나, 옆집 토미 아저씨가 “이봐, 오늘 일 쳤다며?” 하고 낄낄 웃고 갈 거다. 즐겁겠지. 그러니까, 딱 그 정도. 그의 아버지가 노동자로서의 성취 때문에 사회적으로 추앙받을 일은 없을 테다.) 글쎄... 앞으로 마법을 배우게 될 거니까, 마법 사회에서 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형으로 말했지만 실은 솔직한 바람이다. 어쩐지 속이 콕콕 쑤신다. 가족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루드비크도...) 네가 영국군이 되고 싶어하진 않을 거고... 졸업하면 폴란드로 돌아갈 거야?

Ludwik

2024년 07월 13일 15:17

@Edith …영국에선 그럼 안 유명해? (약간 충격받은 기색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지식인’보다, 광부와 용접공, 군인과 농부가 훨씬 더 귀중하고 대단한 사람이야. 그래서 나도 군인이 되고 싶은 거고. 물론 “여왕 폐하 만세!” 따위를 외치는 영국군 말고 폴란드 인민군의 장교가 되어야지. (어깨만 으쓱한다.) 졸업하려면 한참이니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너도 7학년쯤 되면 마법사 사회에 질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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