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es_diluti 줄리아 라이네케라고 해. 나도 부엉이가 있는데...... 아. 칸에 두고 왔네. 이름은 사포야. 저, 혹시 내가 아까 앉았던 칸으로 가도 될까? 어쩐지 불안해서......
@Julia_Reinecke 네, 물론이죠. (당신을 따라 흔들리는 복도칸으로 나선다. 덜컹거릴 때마다 이리저리 휘청이면서도 긴장감이라곤 보이지 않는 표정.) 저쪽 칸에서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오느라 무서웠겠어요. 뭐랄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
@jules_diluti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아까 왠지 모르게 숨이 잘 안 쉬어졌어서 그런 것 같아. 지금은 괜찮아졌어. 너는, (힐끔) 엄청 태연하네...... 안 놀랐어?
@Julia_Reinecke 놀랐죠. 그래도 기분 좋은 놀람이었던 것 같아요. 무서운 마녀가 나타나서 위기에 처해도 결국엔 멋진 요정이 구해주잖아요. (태연하게 꿈같은 소리를 한다. 살면서 무서운 일이라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던 아이의 태연자약함이다.) 숨이 잘 안 쉬어진다면... 기분 나쁜 놀람일 것 같지만요. 왜 그렇게 무서웠다고 생각하세요?
@jules_diluti (요정? 살짝 고개를 갸웃하지만 넘어간다. 고개를 젓고는.) 잘 모르겠어. 그냥, 아까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심장이 이상하게 뛰고 숨이 잘 안쉬어져서...... 그런데 갑자기 큰 소리도 나고, 열차 불도 꺼지고, 누가 '전쟁'이라는 말도 하고......
@Julia_Reinecke 전쟁이란 말이 무서우세요? (눈 동그랗게 뜨고 깜빡인다. 그에게 있어서 전쟁이란, 공습 경보와 날카로운 비행기 소리도 아니고, 살 타는 냄새 매캐한 건물도 아니며, 하물며 국제비밀유지법령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45년도의 테러 사건도 아니었으므로...)
그래도, 이야기 속에서 모든 좋은 일은 전쟁이 끝난 뒤에 찾아오잖아요. 꽃이 핀다거나. 영웅이 왕좌에 오른다거나. 클라이맥스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저희 세상도 전쟁이 다 끝났잖아요. 그러니까... 음...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는 의미에요. (어설픈 위로와 깊이 없는 미소.)
@jules_diluti 잘 모르겠어. (전쟁이 무서운가? 그렇다기에 줄리아 델피니 라이네케는 전쟁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것은 그의 아버지 대의 일이다. 전쟁이 무서운가? 물론 학교에서 세계대전이니 나치니 하는 것들을 배웠지만 그것을 진심으로 이해했던 적은 없다. 그에게 전쟁이란 현실보다는 역사, 경험보다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 런가? (당신의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확신하지는 못하는 기색이다.) 물론, 다 끝나긴 했지. 하지만, 음. 정말 모르겠어. 나도. 그냥, 내가 내가 아닌 기분이야. 그래도...... 고마워. (당신을 보며 고개를 조금 숙인다.)
@Julia_Reinecke (고개를 수그린 당신을 빠안... 히 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아!' 소리를 낸다.) 그러면, 당신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저는 언제나 무서운 일이 생기면 위글과 이야기를 나눠요. 그럼 위글이 저를 지켜주겠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래도 무서우면 누님들이나 아버지가 절 지키러 달려온다고 생각해요. (이것 보세요, 든든하지 않나요? 족제비의 앞발을 잡고 흔드는 시늉을 하며 작게 웃는다.)
부엉이가 있다고 하셨죠, 이름이 사포라고.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사포가 당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는 건 어려울까요?
@jules_diluti 아빠 책장에 있는 책에서 따왔어. (칭찬에 배시시 웃는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는 다소 망설인다.) 음. (아빠가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그것만큼은 제아무리 당신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의 말은 너무도 동화적이고, 순진해서, 믿고 싶으면서도 어딘지 괴리가 느껴졌다.) 잘, 모르겠어. 너는 위글이 어떻게 널 지켜줄 것 같아?
@Julia_Reinecke 꼬리를 잔뜩 부풀리고, 앞발을 넓게 벌려서 버티고, 이빨을 무섭게 드러내겠죠. 마법 세계의 동물이니까 갑자기 숨겨진 능력을 드러낼지도 몰라요. 엄청 크게 변신한다거나? (커다란 동물의 형상을 손으로 흉내내본다. 물론 전부 다 어린아이의 상상에 불과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듯 자신에 찬 투다. 당신을 뒤따라 당신의 짐- 그리고 사포- 가 있는 열차칸으로 들어가고.) 사포가 당신을 태우고 멀리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맞서 싸우는 것 말고, 도망치는 것도 방법이니까... 네, 좋은 것 같아요.
@jules_diluti 도망치는 것도 방법...... (어쩐지 당신의 그 말이 가슴 깊이 남는다. 어린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사포가 자신을 태우고 멀리멀리 날아가버리는 것을 생각한다. 그 누구도 자신을 붙잡지 않는 곳으로, 멀리......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편, 어쩐지 발목이 붙잡힌 듯한, 그래서 자꾸만 끌어내려지는듯한 감정이 든다. '하지만 내가 그러면 아빠는 어떡하지?') ...... 내가 도망쳐도 될까, 쥘? 무언가 무서운 것이 쫓아오는데 내가 도망쳐버리면, 그게 아빠에게로 가진 않을까?
@Julia_Reinecke 그럼요, 도망쳐도 되고 말고요. 아버지는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강하고 든든한걸요. 원래 그런 거예요. 제가 아버지 뒤에 숨는 게 맞지, 아버지가 제 뒤에 숨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아버지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제가 싸워봤자 뭐가 달라지겠어요? (방글방글 웃다가 잠시 눈을 깜빡인다. 어딘가 아주 무겁고 힘든 기색의 당신을 알아차린 탓이다.) 괜찮아요?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아서요.
@jules_diluti ......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 그냥...... (당신의 말을 계속해서 생각한다. "아버지는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강하고 든든한걸요.", "아버지가 제 뒤에 숨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 쥘, 너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셔? 물어봐도 돼? (알고는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 정도는. 하지만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다른 애들에게 부모님이란 어떤 존재일까. 그것을. 그러면 무언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Julia_Reinecke 음- 말씀드리는 건 어렵지 않죠. 아버지는 엄청 커요. (고개를 젖혀서 큰 사람을 올려다보는 시늉을 한다. 동시에 두 팔을 벌려서 체구에 비해 넉넉한 소맷단을 보여준다.) 그래서 저도 금방 클 거라며 커다란 교복을 사주신 거구요. 웃는 일이 잘 없으시지만, 제가 하는 말은 언제나 듣고 계셔요. 그만큼 절 사랑하신다는 거죠. 마법 정부에서 일하시는데, 새해가 되면 직장 동료들이 제 앞으로 선물을 엄청 보내주세요! 아, 하지만 좀 엄하기도 하셔서, 말씀은 거역하면 안 돼요. 얼음장처럼 차가워지시거든요. (빠안.) 줄리아의 아버지는 어때요? 틀림없이 줄리아를 닮아서 상냥하고 온화한 분이실 것 같아요!
@jules_diluti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의 말을 경청한다. 크고, 정부에서 일하면서, 당신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하는 말을 거역해서는 안 되는 사람. 그러나 그 모든 모습은 자신이 아는 '아버지'라는 존재와는 달라서......) ...... 네, 가 아는 아버지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 우리 아빠는 작가인데, 주로 시나 희곡을 쓰셔. 그리고, (언제든지 떠나버릴 것 같은 사람. 깨질 것처럼 섬세한 사람. 때때로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사람. 자주 울고, 자주 숨이 막힐 정도로 나를 끌어안는 사람. 그가 있는 곳의 공기는 언제나 무겁고, 숨이 턱 막혀 온다. 분명 그는 당신의 표현대로 상냥한 사람인데도, 온화한 사람인데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좋은 분이셔.
@Julia_Reinecke 당신 표정이 슬퍼 보여요. (당신을 주의깊게 살피던 그가 긴 침묵 끝에 건넨 말이다. 묻어나는 감정은 염려, 그리고 당황스러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므로* 어린 쥘의 세계는 좁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공기를 눅눅하고 무겁게 만드는, 깨어질 것처럼 연약한 아버지를 상상할 도리가 없다. 그저 눈앞의 당신을 갸웃거리며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서 누님이 저에게 그러듯 어깨를 토닥여줄 뿐이다.) 시나 희곡을 쓰는 작가라니,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멋있어서 저도 한 번 뵙고 싶을 정도인걸요.
* 『안나 카레니나』, 레오 톨스토이 중.
@jules_diluti ...... (당신의 위로에도 그의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약간 세게 피부를 문대는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므로 대화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닿지 못한다. 그저 각자의 길을 가는 두 개의 평행선처럼, 달릴 뿐이다.) 고마워. (그러므로 이 말은 그저 상투적인 답에 불과했다. 줄리아는 이럴 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Julia_Reinecke (당신이 손을 만지작대다 문지르자,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고맙다는 말에는 미소로 답하고.) 있죠, 줄리아. 그건 일종의 습관인가요? 긴장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손을 세게 문지르는 거요. 그게 당신이 진정하도록 도와준다면 나쁘지 않지만, 피부가 상할 수 있어서 걱정돼요. 괜찮다면 제 손을 잡으시는 게 어때요? 아니면 사포를 끌어안아도 좋고요. (아, 그리고 제게 어머니가 주신 핸드크림 마법약이 있어요. 좋은 향기가 나고 피부가 부드러워진대요... 조잘대며 주머니를 뒤져서 작은 튜브를 꺼낸다. 당신에게 손을 달라는 듯 손짓하고.)
@jules_diluti 잘, 모르겠어. 그냥 정신을 차려보면 이렇게 되어서...... (이어지는 당신의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에게,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두 손은 순순히 내밀었다. 호의를 거절한다면 당신이 상처받으리라 생각한 걸까?)
@Julia_Reinecke 그런가요. 뭐어, 저도 어렸을 때 불안하면 옷자락을 잡아당기거나, 손을 비틀곤 했어요. (당신 손에 마법약을 발라준다. 시원하고 산뜻한 느낌이다. 그와 크게 다르진 않은 어조로 덧붙이고.) 줄리아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쓰면 마음이 더 힘들어져요.
@jules_diluti (코끝을 스치는 아로마 향기에 심장 박동이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아까보다는 나은 기분인지.) ...... 응. 고마워. (손을 다시 거두고는, 꼭 맞잡으며 당신을 보았다. 수줍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