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요란했던 과제 제출이 끝나고… (양피지 더미를 받아가는 가민 교수의 표정이 형용할 수 없어 보인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요?) 떠들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기관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여가는 게 느껴집니다. 금속성의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멈추어 서는군요. 고학년들은 왁자하게 웃고 떠들며 익숙한 솜씨로 트렁크를 내립니다. 처음 겪는 상황에 조금 당황스러울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죠?
아투로 헬리안투스 아스테르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들을 시간이군요. 마법 세계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익히 들었을 이름입니다. 45년도 결투에서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거나, 이후 호그와트의 교감으로 지내다 올해 교장으로 부임했다거나. 후플푸프의 전무후무한 자랑이다, 성격이 좀 이상하다, 장난을 많이 친다, 아이들에게 줄 사탕을 늘 가지고 다니며… 어라, 이건 선배들이 했던 말이네요.
그러나 지팡이를 짚고 일어선 교장 선생님의 얼굴은 전에 없이 엄숙합니다. 그의 시선이 연회장을 천천히 가로지릅니다. 금갈색 머리카락의 군데군데 희끗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이어서 그가 입을 엽니다. 어떤 ‘소노루스’ 마법 없이도, 그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하게 모두의 귀에 꽂힙니다.
정적.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연회장을 지배합니다. 진심일까요? 우리의 입학 증서는 아직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는데도요.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안 된 사람도 꽤 많을 것입니다. 아니, 대부분이겠죠. 그 기류를 알아차린 건지, 교장 선생님의 진지하던 표정이 어느 순간 장난스럽게 누그러집니다.
이후에는 어김없이 호화로운 저녁 만찬과 급체의 위험성, 매년 오늘만 되면 병동 부인의 안타까운 과중 업무에 대한 농담이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