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h (끄덕끄덕. 스카프 밑으로 고개가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북부 억양이 강한 분이 말을 거십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조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런던에서 자랐거든요. 성함을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callme_esmail (어라, 얼굴이... 선글라스 너머로 눈 맞추기를 시도해 본다. 안 보이지만.) ...그렇게 티나? (괜스레 표준 억양에 가깝게 말해본다.) 이디스 머레이야. 너는?
@Edith 저는 눈웃음을 짓습니다. 눈이 예쁜 편이라는 말을 들어요. (워낙 짙게 코팅되어있어 안쪽이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이 빤히 보자 의도를 눈치챘는지 대신 말해주고는)
...으음, 제가 눈치가 빨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선의의 거짓말.) 이런, 없애지 마세요! 개성이란 좋은 것이라고요. 저는 에스마일 시프라고 합니다. 에스마일이라고 불러주세요, 이디스.
@callme_esmail (말투가 특이하네. 속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왜 쓰고다니는 거야? 선글라스. (묻고는 덧붙인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말해도 되고.
(어라, 내가 방금 숨기려고 한 건가? 순간 불쾌한 기분에 귀가 뜨거워진다.) 안 부끄러워. (저도 모르게 말투가 약간 날카로워져서는, 다소 뜬금없는 답을 한다. 진정, 진정. 숨 한 번 들이쉬고) 응, 잘 부탁해, 이스마엘.
@Edith 아, 오는 길에 트롤 두 명과 싸우다가 눈을 거하게 얻어맞아서요. 양 눈두덩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가리고 있답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 당신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했지만 그냥 거창한 이야기 꾸며내는 게 재밌어서다. 그래도 싸움은 제가 이겼으니 걱정 마세요, 발랄하게 덧붙이고,)
...(말투가 날카로워지자 눈이 동그래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않게) 그렇다면ㅡ 좋은 일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겠어요? 이런 걸 갖고 부끄럽게 생각하게 하는 쪽이야말로 정말 부끄러운 거지... (...사실 조금 당황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워섬기다가) 저도 제 아랍 악센트를 마음에 들어하거든요. 네, 잘 부탁해요, 이디스.
@callme_esmail 오... 싸움... 잘하나 보네.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그렇게까지 허무맹랑하진 않은가? 마법사의 기준은 잘 모르겠다.- 농담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걸 재미있게 받아치는 건 영 재주가 없다. 대충 엄지척을 해본다...)
네 말이 맞아. 부끄러워 했다간 아빠한테 한 소리 들을 거야. (양볼 찹찹 때리곤 다시 여상한 낯으로 돌아온다) 너는 아랍 출신이야? 아니면 부모님이? 난 계속 우리 동네에만 살았어서. 외국 악센트는 커녕 다른 영국 사투리도 실제로 들어본 적은 별로 없거든. ...아. 혀가 꼬였어. 미안. (닮은 살걀마냥 불러버렸다...) 다시,다시. 잘 부탁해, 에스마일.
@Edith 그럼요, 잘하죠? 반신반의하는 눈을 하십니다만, 제가 이래봬도 약골은 아니라고요. (뻔뻔하게 밀고나간다. 한 팔 구부려 알통 만드는 시도 하고,)
아하, 아버지가 그런 쪽에 강경하신 분이시군요? 저희 부모님도 그러세요. 저는 다섯 살 때 그분들을 따라 팔레스타인에서 영국으로 왔답니다. (다섯, 하며 한 손 손가락 다섯 개 쫙 펴 보입니다.) 이디스의 동네는 영국 북부에 있는 거죠? 가끔 어머니 일을 따라서 가 본 적은 있는데, 그래서 사투리를 알아봤어요. (뒷말에는 고개 절레 젓는다.) 괜찮아요! 저는 웃고 있습니다. 유명한 소설 등장인물 이름이랑 자주 헷갈리시더라고요.
@callme_esmail (망토 입고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잖아... 그래도 듣고는 있다는 표시로 고개 끄덕였다.)
맞아, 완전 토박이셔서 자부심이 대단하시지.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닌데 말야. 너도 그렇게 어릴 때 왔으면 악센트가 없을 법도 한데. (눈 깜빡.) ...그래, 그거. (민망) 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Call me Ishmael). 앞으론 제대로 에스마일이라고 부를게(...call you Esmail).
@Edith 그것까지도 저와 비슷하시네요. 자부심은 좋은 거지만, 그걸 지키는 것도 좋지만. 늘 싸우면서 살아야 하는 건... 조금 우울하잖아요. 아마 저희는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까요? (뒷목 긁적) 그건... 가족과 자주 대화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모님은 거의 30년은 살다 오셨다 보니 악센트가 강하시거든요.
(그러다 목소리 약간 낮춘다.) 이건 영업 비밀인데, 그래서 제가 자기소개할 때 꼭 "에스마일이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덧붙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닌 셈이죠! (민망하지 않게 해 주려고 더 호들갑을 떠는 것이 반, 실제로 이름을 좋아하는 것이 반이다.)